책 소개
▣ 출판사서평
박정희시대의 문화정치와 지성
1960년을 묻다
1960년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의 직접적 기원이다.
우리는 ‘좋은 전설’로 아직 살아 있는 1960년대와,
우리들 삶과 마음속의 어두운 망령인 1960년대를
함께 성찰하고 한꺼번에 벗어나야 한다.
이제 충분히 그럴 만한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한국의 문화적 현대성과 지성을 탐구하다
문화(사)와 지성(사)으로 조명한 1960''s
1. 1960년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이 책이 말하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개발’과 ‘독재’를 주도한 산업화 세력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헌신한 민주화 세력의 격전지이다.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이 서글픈 대립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갈등의 기원은 자유로 상징되는 1960년의 4ㆍ19와 빵으로 표상되는 1961년의 5ㆍ16일 것이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집단기억으로 나뉘었고, 이후 한국 사회는 ‘산업화 대 민주화’라는 상투적인 ‘대서사’만이 범람해왔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1960년대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라는 시각이 요청된다. 권보드래(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천정환(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은 ‘문화정치’와 ‘지성’이라는 관점으로 ‘오늘의 한국’을 만든 1960년대를 탐색하였고, 그 결과를《1960년을 묻다-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와 지성》이라는 책으로 선보인다. 이 책은 박정희 시대의 역사상과 문학과 ‘1960년대의 모순’과 문화정치를 통해 다시 읽음으로써, 그 시대에 배태되어 우리를 키우고 존재하게 만든 현대성과 지성의 풍경을 담았다.
한국의 오늘은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1960년을 묻다》는 그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 이제까지 없었던 시각으로 이 시대를 해석한다. 미디어와 대중을 중심으로 한 문화정치사,《사상계》,《청맥》등의 지식인 담론과 문학작품을 분석한 지성사적 조명이 교차하면서 1960년대의 풍경은 새로운 빛을 받아 우리 앞에 나타난다.
자유와 민주주의, 풍요와 개발을 향한 욕망이 충돌하는 이 시대의 장면들은 여전히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즉, 오늘날 한국사회의 온갖 불협화음이 그때에 시작됐으며, 우리는 여태껏 1960년대의 화두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과 충격적으로 대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형성된 ‘문화적 현대성’은 이제 포스트모던의 흐름 속에서 소멸ㆍ해체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위력적이다. 과연 ‘문화적 현대성’은 지성(인문학)과 교양(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왜 1960년대인가?” 둘이 함께 책을 쓴다고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돌아온 물음이었다. 얼마 전〈불후의 명곡〉에 신중현이 출연했다. ‘전설’답게 신중현은 백발을 휘날리며 빨간 일렉트릭기타를 옆에 두고 앉아, 씨스타의 효린이〈커피 한 잔〉(1964)을 부르고 노브레인이〈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 등을 리메이크해서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손주뻘 가수들을 격려했다. (…) 노브레인은 기성의 권위 같은 건 우습게 여긴다는 펑크밴드답지 않게, 가장 공손한 태도로, “한국 록의 창시자” 신중현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날 저희 같은 밴드도 없을 것’이라며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바로 이 상황, 전설의 살아 있음, 그것이 이 책이 전하고 싶은 첫 번째 이야기다. 정치와 문화 전반에서, 1960년대에 첫 무대에 오른 그들이 한국 ○○의 창시자가 됐다. 더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창시자가 아니라 중창자(重創者)이거나 중시조(中始祖) 같은 존재다. 1930년대 혹은 1950년대를 살아간 선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창시자’라는 명명은 큰 과장이거나 오류가 아니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한국의 지성사와 문학 분야에서 그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제도와 정신은 1960년 이래 새로운 시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살아 있다.
─<여는 글>, 5~6쪽
오늘날의 기원은 사실 4ㆍ19 자체가 아니라 5ㆍ16이 돼버린 4ㆍ19다. 공을 이룬 것은 개발독재정권이요 이후 문제에 대처하지 못한 것은 무능한 후계자들 탓이라는 투다. 그러나 1960~1980년대의 기록적인 경제성장이 개발독재정권 덕이었다면 1990년대 말의 금융위기 또한 개발독재정권의 후과(後果)다.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정착이 경제성장에 힘입은 만큼이나, GDP 10위권의 번영 속에서 더 쓰디쓴 대립과 소외와 원한의 심정 또한 고도성장의 부산물이다. 개발독재정권이 만든 국가 모형의 영향은 그토록 강력하다. 오늘날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1960년대 이래 한국이 걸어온 길이 다른 데 처했다고 생각한다면, 돌아가야 할 곳은 박정희 시절이 아니라 4ㆍ19라는 원점 바로 그곳이다.
─<맺는 글>, 557쪽
2. 응답하라 문화연구! 박정희 레짐과 현대성의 탄생
─ 이 책에서 듣다
《1960년을 묻다》는 문화연구(또는 문화론적 연구)의 관점에서 1960년대를 탐사한다. 문화연구는 연구방법과 시야의 전환을 아우르는 말이다. 문화연구는 한국문학의 근대성을 새롭게 천착하고 지식과 문화제도의 기원을 탐사해 오래된 연대(年代)의 당대성을 복원해왔다. 민족ㆍ남성ㆍ엘리트에 가렸던 존재를 되살렸고, 제도ㆍ담론ㆍ표상이라는 미개척 분야를 답사해 식민지 시대 사회ㆍ문화에 대한 새로운 상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1945년 이후의 문학ㆍ문화사를 다시 읽고 연구하는 흐름이 활발해졌다. 또 그 시선은 1970~1980년대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며, 방향은 무엇일까? 근대 초기나 식민지 시기에 대한 문화론적ㆍ고고학적 접근에 대당(對當)될 만한 의의를 가진 것인가? 문화연구의 시각에서 해방 이후 역사를 다시 읽는다면, 무엇을 겨냥해 어떤 효과를 산출할 수 있을까?
한국의 사회ㆍ문화적 현대성은 19세기 말~20세기 초를 첫 번째 단계로, 1920~1930년대의 식민지 근대화를 두 번째 단계로 하여 구축되었다. 탈식민과 전쟁을 거치며 한국의 현대성은 재구조화된다. 남한에서는 그 굴곡을 1950~1960년대에 걸친 사회ㆍ문화 전반의 미국화와 냉전 체제화, 미디어와 대중의 폭발적 (재)형성, 근대문화제도의 (재)구축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새로운 현대성은 《1960년을 묻다》에서 다룬 1960년대에 안착, 1990년대까지 그 힘을 유지ㆍ존속시킨다. 오늘날까지 현대성은 여전히 관철되고 있다.
해방 이후를 대상으로 한 문화연구의 출발은 문제적 근과거와 문제적 당대를 동시에 문제 삼으려는 의욕의 표현이다. 오늘날의 문화연구자들은 근대화와 민주화라는 열쇠말로 요약되곤 하는 지난 반세기를 어떻게 달리 성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이제 막 스스로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학연구의 전환은 ‘1987년 체제’의 성립과 함께 20대를 시작하고, 2000년대에 30대를 보낸 세대가 품어온 갈증의 표현이자, 새로운 지적ㆍ인간적 현실에 대한 절실한 인문학적 요청을 끌어안고자 하는 전신(轉身)의 시도였다. 한편 그것은 전(前)세대가 부여한 ‘국문학’이라는 오래된 판으로부터의 비약이자 즐거운 탈주의 시도이기도 했다. 어느새 ‘문화론적 연구’는 2000년대 이후 국문학 연구의 핵심 경향 같은 게 됐다. 심지어 주류의 자리를 차지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그 자체로서 100퍼센트 사실이 아닌 착시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전환’은 여전히 불완전한 채로 진행 중이다. 우리는 전환을 더 발본화하거나, 스스로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오래, 신진처럼 문제를 제기하고 비정형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다. 이 책은 그간 ‘문화론적 연구’에 대해 제기돼온 이런저런 격려와 우려에 대한 조그만 답이기도 하다.
─<여는 글>, 11쪽
3. 1960년대의 모순과 우리 시대의 모순
─ 이 책을 보다 : 4 ㆍ 19세대와 386세대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정치의 장에서 ‘산업화 대 민주화’라고 상투적으로 요약되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대서사’를 더 적실한 것으로 수정하려 한다. 1960년대의 한국인들도 ‘두 송이 장미, 한 그릇의 밥’을 함께 원했다. 밥과 장미는 각각 생존(경제)과 인간적 존엄(민주주의)을 상징한다.
1960년대의 한국사회는 모순적이고 길항하는 힘들의 각축 속에서 형성되었다. 그 힘들은 ‘민주화 대 산업화’처럼 서로 이항대립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민주화와 산업화가 각각 인간적 존엄과 인간계발의 필요조건이듯, 양자는 1960~1980년대 개발연대의 화두이자 지상목표로서 경쟁하고 보완되며 커져왔다.
1960년대는 4ㆍ19와 5ㆍ16의 연속과 불연속, ‘빵’(평등에의 욕구)과 ‘자유’(개인주의화의 욕망) 사이의 모순(1장), 박정희와 김일성의 적대적 공생(3ㆍ4장)에도 관철된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사상계》의 모순(7장)이나 4ㆍ19세대와 1960년대 지성의 자기모순(2ㆍ5ㆍ6장)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자유와 반공을 동시에 살고, 민족(주의)적이면서 동시에 열렬히 서구를 추종하였다. 또한 박정희의 광기가 춤을 추며 사회ㆍ문화가 전반적으로 ‘군사화’, ‘남성화’되는데도 대중의 문화적 역능과 여성의 역할이 증대한다든지(10장), 황금만능ㆍ경제 제일의 이데올로기가 수많은 속물과 졸부를 곳곳에 등장시켰음에도 저항의식과 인문학적 교양이 함께 커가는 드라마적 변증법이 펼쳐지는 광경도 있다(8ㆍ9장).
새로 출발하지 않고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광풍 속에 있는 신자유주의적 개조가 4ㆍ19세대가 만든 체제의 종결점이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4ㆍ19세대의 인문학적 상상력도 어쩔 수 없이 낡아가는 듯하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진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냉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ㆍ19세대가 냉전 시대 한국의 생존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 지금은 냉전 이후 어떻게 살 것인지가 화두다. 학문 분과는 재편돼야 하고, 제도는 바탕에서 다시 생각되어야 하며, 취업과 복지의 구상도 다시 짜여야 한다.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모색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다시, 1960년이 필요하다.
─<맺는 글>, 559쪽
4. 이 책을 쓴 사람들
저자들은 대표적인 소장 한국 문학 연구자들이다. 두 사람은 꽤 오랜 기간 같이 공부하고 성장해왔으며 386세대로서 공부 이외의 경험과 많은 ‘친구’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성향과 생각에 차이가 있는 데도 많으며 돌아보면 데면데면하게 지나온 시간도 적지 않다. 그런데 《연애의 시대》(2003)와 《근대의 책 읽기》(2003)를 비슷한 시기에 내놓으면서 생각이 비슷하다는 차원을 넘어, ‘한통속’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 후 저자들은 한국 인문학계의 ‘문화론적 연구(또는 문화연구)’의 흐름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그 흐름 속에서 연구자로서의 경력을 이어오게 됐다. 그리고 같이 1960년대의 문학과 문화정치에 관한 책을 쓰게 됐다.
학계를 지배하는 성과주의와 논문중심주의 때문에 공저가 나오기 어려운 시절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함께 공부하고 글 쓰는 하나의 범례를 시도해보고자 노력했다. 문학과 지성, 역사에 대한 각각의 개성과 방법론적 지향이 어울리고 부딪히면서, 어떤 상호보완성과 역동성을 갖는 해석적 지평이 열렸는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 작가 소개
저 : 권보드래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연애의 시대: 1920년대 초반의 문화와 유행』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으며 지금은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몇 년래 ‘3·1 운동의 문화사’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해 왔다.
저 : 천정환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 소설 독자와 소설 수용양상에 관한 연구」(2002)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명지대·성공회대 등에서 강의하고 연구했으며, 문화기획집단 퍼슨웹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소설 및 문화론 담당)로 재직 중이며 지성사와 문화사의 관점으로 한국 현대문학을 계속 공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960~1980년대 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근대의 책 읽기: 독자의 탄생과 한국 근대문학』(2003), 『끝나지 않는 신드롬: 친일과 반일을 넘어선 식민지 시대 다시 읽기』(2005), 『혁명과 웃음』(공저, 2005), 『근대를 다시 읽는다: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공편저, 2006)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 여는 글 1960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감사의 말
1부 1960의 재구성 혁명의 시간 쿠데타의 시간
1장 4ㆍ19는 왜 기적이 되지 못했나? 4ㆍ19와 5·16, 자유와 빵의 토포스
1. 4ㆍ19는 어떤 사건이었던가
피의 화요일, 파괴적이거나 혁명적이거나 / 우발적 행진, 방향 잃은 시위대 / 대학생 신화의 탄생
2. 어떻게 5·16이 가능했는가
활기찬 모색의 시절 / “올 것이 왔구나” / 빛바랜 ‘빵 없는 자유’
3. 혁명의 시간과 쿠데타의 시간
힘과 속도, 세대교체의 정치학 / 4·19가 4·19로서 이어졌다면 / 5·16이 되어버린 4·19
2장 4월의 문학, 근대화론에 저항하다 1960년대 문학의 새로운 정신, 《산문시대》에서 《창작과비펑까지》
1. 4·19의 문학적 불모성과 풍요
개인의 자유와 혁명 / 4·19라는 감춰진 동기
2. 낙오되고 실종된 자유 그리고 문학
유예된 ‘자유’의 양식화 / 《산문시대》, ‘속물도 패배자도 아닌’ / 김승옥, 스스로 법죄를 연민하는
3. 이청준의 정신주의, ‘허기’의 정치성
“어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빵을 버리는 수밖에” / ‘선택할 수 없는 세대’의 자유
4. 방영웅의 원시주의, 《분례기》의 몰역사성과 불결성
《창작과비평》의 야심작 《분례기》 / “미친놈 아니면 살아” 있을 수 없는/ ‘창비’ 대 ‘문지’ 이전, 1960년대라는 동시대성
3장 엇갈린 운명, 1960년대 ‘지성’과 사상전향 동백림 사건 임석진과 통혁당 사건 김질락의 삶과 사상
1. 분단-‘후진국’의 지성과 사상선택
후진성의 모순적 힘 / 반곡독재 국가에서 사상을 갖는다는 것 / 스스로 침묵하거나 말을 빼앗긴 지식인들
2. ‘웅얼거린 갈릴레이’, 임석진의 전향과 행로
갈릴레이의 위장전향 / 두 번 월북한 헤겔철학의 권위자 / 박정희 앞에서 자수한 간첩 / 간첩을 창작하고 간첩을 용서한 권력 / 침묵 속에 ‘학문’으로 살아가기
3. 김질락, 용서받지 못한 희생양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 ‘과잉전향’의 인식론과 우익적 논리 / 전향선언문의 텍스트성과 지성의 책임 / 분단정치의 뫼비우스 띠
|보론| 현대 한반도에서의 사상전향 연구를 위하여
권력획득과 전향 문제 / 한국식 전향의 특수성
4장 “내 귀에 도청장치” 간첩의 존재론과 반공영화 텍스트의 문화정치
1. 간첩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
간첩은 어떤 존재인가? / 그들의 얼굴
2. 나는 ‘간첩’이 아니고 너는 ‘간첩’이고
간첩의 유명론 / 주권권력의 카운터파트
3. 그토록 수많은 ‘간첩들’
표상공간에 잠입했거나 체포된 ‘간첩’ / 잠입에 실패한 간첩, 민주화 이후 포착된 간첩
4. 간첩·반공영화의 텍스트 원천
심리전 도구로서의 반공영화 / ‘국가’라는 이름의 창작자 / 〈고발〉, 1960년대 간첩서사의 새 표상공간 / 간첩영화의 미래
2부 1960의 정신현상학 지식과 지성의 안과 바깥
5장 중립의 꿈, 1945~1968 최인훈 소설의 정치적 상상력과 ‘제3의 길’ 모색
1. 냉전 너머 아시아를 생각하다
소설로 쓴 국가론 《총독의 소리》 연작 / 중립의 비정치적 유토피아를 노래하다
2. ‘하나의 세계’는 불가능했나?
미국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던 나라 / ‘하나의 세계’냐 ‘세계의 궤멸’이냐 / 공존과 협력의 길
3. 중립의 꿈과 세계의 상상지리
한반도 중립은 “소련만 불로소득케” 되는 셈? / 중립의 모델, 오스트리아와 라오스 사이
4. 《태풍》에 나타난 중립의 종말
좌절된 중립의 꿈에 대한 조사(弔詞) / 만하임 혹은 ‘아이히만’ 사건과 부활의 논리
5. 다시 그 불온한 변신담 불러내기
강소국(强小國) 모델과 제3의 길 / 냉전 이후《화두》의 의미
6장. 민족 혹은 소명의 나르시시즘 1960년대식 지성과 민족본질론 그리고 ‘한국학’의 풍경
1. 민족주의와 ‘아메리카’의 매혹
후기-식민지화와 아카데미즘의 구조화 / 일본 유학파와미국 유학파
2. 1950년대의 ‘민족’과 1960년대의 ‘민족’
어중간한 ‘바지저고리’ 같은 것 / 4·19라는 재출발 / 1960년대 민족주의의 성격과 모순
3. 문화적 종족본질론과 이어령의 한국문화론
“흙속에 저 바람 속에” 던져진 오리엔탈리즘의 시선 / 자의적인 한국문화론 / 이어령 붐과 민족의 자기의식
4. 함석헌과 박정희, 수난과 사명의 민족 서사
민족적 소명의 나르시시즘 / 민족개조의 사명과 ‘우리 민족의 나갈 길’ / 민족성 또는 “한국인의 이상기질”
5. 문학적 지성과 민족주의, 조동일과 김현
김현의 경우, 자유주의 문학적 지성의 전사 / 1960년대식 ‘지성’의 지양, 1970년대의 새로운 분화
7장 《사상계》가 사랑한 세계의 지식 냉전 시기 세계 지성과 한국
1. 새로운 지(知)의 세계를 만들다
4월혁명과 《사상계, “자유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 / 《사상계》가 번역한 세계의 지식 / 어떤 외국 사상이 들어왔나?
2. 한국 지성의 ‘비밀’ 《엔카운터》
“빌려드릴 수 없”는 잡지 / 《엔카운터》와 문화자유회의 / 《사상계》 속 《엔카운터》
3. 문화자유회의와 1960년대의 지식ㆍ문화계
문화자유회의 ‘한국지부’의 활동 / 사상계가 사랑한 잡지들, 그리고 냉전(기) 자유주의 / 문화자유회의의 파국과 《사상계》의 위기
3부 1960의 망탈리테 박정희 레짐과 현대성의 탄생
8장 자기계발 혹은 실존을 위한 책읽기 ‘60년대식’ 독서와 자아의 운명
1. 1960년대에 완성된 ‘근대의 책읽기’
근대의 개인에게 필요한 ‘처세·수양’의 담론 / 1920년대의 ‘수양’, 1960년대의 ‘성공’, 2000년대의 ‘자기계발’
2. 1950~1960년대 초 자기계발서의 경향
수양 독본의 종언 / 새로운 자기계발 상품, 미국산 카네기
3. 잘 팔리는 행복론과 불행한 사회
자기알기, 자기돌봄 / ‘처세의 기술’과 ‘세대론’
4. 교양주의 전성시대, 전혜린과 ‘문학소녀’
전혜린과 전봉덕, 식민지 부르주아 교양주의와 엘렉트라 드라마 / 소녀시대, 대중적 교양주의와 문학
5. 박정희식 개발시대, ‘60년대식’ 자아의 운명
교묘한 변주 / 국가주의에 포획된 교양
9장 박정희 군사독재시대의 ‘교양’과 자유교양운동 교양의 재구성, 대중성의 재구성
1. 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
‘동원’과 ‘탈동원’의 문제 / 독서운동이 민족중흥을 가져온다?
2. 유신 스타일의 인문주의와 자유교양운동
“빨리 바르게 쉽게” 고전 100권 읽히기 운동 / 대통령기쟁탈전국자유교양대회 개최와 《자유교양》 발간 / 문화능력이 곧 국방능력? / 자유교양대회의 팽창과 소멸
3. 교양의 재구성, 대중성의 재구조화
매 맞아가며 고전 읽기 /교사들도 동원되다 / 고전교육의 효과와 내면화 / ‘반교양의 교양’과 탈동원 효과 / 교양과 대중문화의 양가성
10장. 아프레걸 변심담 혹은 신사임당 탄생설화 1950~1960년대, 성과 세대의 표상정치학
1. 4월의 반동? ‘여성은 가정으로!’
분노한 남성, 혁명과 보수성
2. 1950년의 여성, 아프레걸과 자유부인
자유라는 이름의 통속이 유행하다 / 차디찬 육체의 주인공들 / 자유부인 현상, 계·댄스·자모회
3. ‘젊은 사자들’의 유행과 그 누이들
‘아프레걸’,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 ‘젊은 사자들’과 세대-젠더의 교체 / 4월혁명과 여성, ‘가정으로’와 ‘사회로’ 사이
4. 혁명의 뒷골목에서
‘어린이’도 ‘첩’도 데모하던 나날 / ‘영웅적 지도자’를 구함 / 아프레걸에 대한 부정과 순결의 환상 / 다만 ‘참아야’ 하는 시대의 개막
11장. ‘1960’은 왜 일본문화를 좋아했을까? 일본문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분열증
1. “또 하나의 기적” 한류?
타인의 시선 /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와 ‘금수조치’
2. ‘4·19’는 왜 일본문화를 좋아했을까?
일본문화의 유행, ‘친일’과 ‘트렌드’ 사이 / 1960년대 ‘일류’와 일본문학 / 김승옥 생각의 모순 / 한국 대중독서계를 평정한 이시자카 요지로
3. 1960년대 민족주의의 여러 얼굴
1965년의 분열증 / 《빙점》 열풍 전후
4. 열고 또 막기, 그리고 희생양 만들기
박정희의 7·13 공양과 후속 법적 조치 / 관제 민족주의의 희생양이 된 대중문화 / ‘한류’나 ‘일류’ 너머
■ 맺는 글 ‘개발’과 ‘민주화’를 넘어
■ 주 / ■ 주요 참고논저 / ■ 찾아보기
박정희시대의 문화정치와 지성
1960년을 묻다
1960년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의 직접적 기원이다.
우리는 ‘좋은 전설’로 아직 살아 있는 1960년대와,
우리들 삶과 마음속의 어두운 망령인 1960년대를
함께 성찰하고 한꺼번에 벗어나야 한다.
이제 충분히 그럴 만한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한국의 문화적 현대성과 지성을 탐구하다
문화(사)와 지성(사)으로 조명한 1960''s
1. 1960년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이 책이 말하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개발’과 ‘독재’를 주도한 산업화 세력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헌신한 민주화 세력의 격전지이다.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이 서글픈 대립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갈등의 기원은 자유로 상징되는 1960년의 4ㆍ19와 빵으로 표상되는 1961년의 5ㆍ16일 것이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집단기억으로 나뉘었고, 이후 한국 사회는 ‘산업화 대 민주화’라는 상투적인 ‘대서사’만이 범람해왔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1960년대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라는 시각이 요청된다. 권보드래(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천정환(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은 ‘문화정치’와 ‘지성’이라는 관점으로 ‘오늘의 한국’을 만든 1960년대를 탐색하였고, 그 결과를《1960년을 묻다-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와 지성》이라는 책으로 선보인다. 이 책은 박정희 시대의 역사상과 문학과 ‘1960년대의 모순’과 문화정치를 통해 다시 읽음으로써, 그 시대에 배태되어 우리를 키우고 존재하게 만든 현대성과 지성의 풍경을 담았다.
한국의 오늘은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1960년을 묻다》는 그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 이제까지 없었던 시각으로 이 시대를 해석한다. 미디어와 대중을 중심으로 한 문화정치사,《사상계》,《청맥》등의 지식인 담론과 문학작품을 분석한 지성사적 조명이 교차하면서 1960년대의 풍경은 새로운 빛을 받아 우리 앞에 나타난다.
자유와 민주주의, 풍요와 개발을 향한 욕망이 충돌하는 이 시대의 장면들은 여전히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즉, 오늘날 한국사회의 온갖 불협화음이 그때에 시작됐으며, 우리는 여태껏 1960년대의 화두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과 충격적으로 대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형성된 ‘문화적 현대성’은 이제 포스트모던의 흐름 속에서 소멸ㆍ해체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위력적이다. 과연 ‘문화적 현대성’은 지성(인문학)과 교양(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왜 1960년대인가?” 둘이 함께 책을 쓴다고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돌아온 물음이었다. 얼마 전〈불후의 명곡〉에 신중현이 출연했다. ‘전설’답게 신중현은 백발을 휘날리며 빨간 일렉트릭기타를 옆에 두고 앉아, 씨스타의 효린이〈커피 한 잔〉(1964)을 부르고 노브레인이〈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 등을 리메이크해서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손주뻘 가수들을 격려했다. (…) 노브레인은 기성의 권위 같은 건 우습게 여긴다는 펑크밴드답지 않게, 가장 공손한 태도로, “한국 록의 창시자” 신중현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날 저희 같은 밴드도 없을 것’이라며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바로 이 상황, 전설의 살아 있음, 그것이 이 책이 전하고 싶은 첫 번째 이야기다. 정치와 문화 전반에서, 1960년대에 첫 무대에 오른 그들이 한국 ○○의 창시자가 됐다. 더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창시자가 아니라 중창자(重創者)이거나 중시조(中始祖) 같은 존재다. 1930년대 혹은 1950년대를 살아간 선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창시자’라는 명명은 큰 과장이거나 오류가 아니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한국의 지성사와 문학 분야에서 그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제도와 정신은 1960년 이래 새로운 시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살아 있다.
─<여는 글>, 5~6쪽
오늘날의 기원은 사실 4ㆍ19 자체가 아니라 5ㆍ16이 돼버린 4ㆍ19다. 공을 이룬 것은 개발독재정권이요 이후 문제에 대처하지 못한 것은 무능한 후계자들 탓이라는 투다. 그러나 1960~1980년대의 기록적인 경제성장이 개발독재정권 덕이었다면 1990년대 말의 금융위기 또한 개발독재정권의 후과(後果)다.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정착이 경제성장에 힘입은 만큼이나, GDP 10위권의 번영 속에서 더 쓰디쓴 대립과 소외와 원한의 심정 또한 고도성장의 부산물이다. 개발독재정권이 만든 국가 모형의 영향은 그토록 강력하다. 오늘날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1960년대 이래 한국이 걸어온 길이 다른 데 처했다고 생각한다면, 돌아가야 할 곳은 박정희 시절이 아니라 4ㆍ19라는 원점 바로 그곳이다.
─<맺는 글>, 557쪽
2. 응답하라 문화연구! 박정희 레짐과 현대성의 탄생
─ 이 책에서 듣다
《1960년을 묻다》는 문화연구(또는 문화론적 연구)의 관점에서 1960년대를 탐사한다. 문화연구는 연구방법과 시야의 전환을 아우르는 말이다. 문화연구는 한국문학의 근대성을 새롭게 천착하고 지식과 문화제도의 기원을 탐사해 오래된 연대(年代)의 당대성을 복원해왔다. 민족ㆍ남성ㆍ엘리트에 가렸던 존재를 되살렸고, 제도ㆍ담론ㆍ표상이라는 미개척 분야를 답사해 식민지 시대 사회ㆍ문화에 대한 새로운 상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1945년 이후의 문학ㆍ문화사를 다시 읽고 연구하는 흐름이 활발해졌다. 또 그 시선은 1970~1980년대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며, 방향은 무엇일까? 근대 초기나 식민지 시기에 대한 문화론적ㆍ고고학적 접근에 대당(對當)될 만한 의의를 가진 것인가? 문화연구의 시각에서 해방 이후 역사를 다시 읽는다면, 무엇을 겨냥해 어떤 효과를 산출할 수 있을까?
한국의 사회ㆍ문화적 현대성은 19세기 말~20세기 초를 첫 번째 단계로, 1920~1930년대의 식민지 근대화를 두 번째 단계로 하여 구축되었다. 탈식민과 전쟁을 거치며 한국의 현대성은 재구조화된다. 남한에서는 그 굴곡을 1950~1960년대에 걸친 사회ㆍ문화 전반의 미국화와 냉전 체제화, 미디어와 대중의 폭발적 (재)형성, 근대문화제도의 (재)구축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새로운 현대성은 《1960년을 묻다》에서 다룬 1960년대에 안착, 1990년대까지 그 힘을 유지ㆍ존속시킨다. 오늘날까지 현대성은 여전히 관철되고 있다.
해방 이후를 대상으로 한 문화연구의 출발은 문제적 근과거와 문제적 당대를 동시에 문제 삼으려는 의욕의 표현이다. 오늘날의 문화연구자들은 근대화와 민주화라는 열쇠말로 요약되곤 하는 지난 반세기를 어떻게 달리 성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이제 막 스스로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학연구의 전환은 ‘1987년 체제’의 성립과 함께 20대를 시작하고, 2000년대에 30대를 보낸 세대가 품어온 갈증의 표현이자, 새로운 지적ㆍ인간적 현실에 대한 절실한 인문학적 요청을 끌어안고자 하는 전신(轉身)의 시도였다. 한편 그것은 전(前)세대가 부여한 ‘국문학’이라는 오래된 판으로부터의 비약이자 즐거운 탈주의 시도이기도 했다. 어느새 ‘문화론적 연구’는 2000년대 이후 국문학 연구의 핵심 경향 같은 게 됐다. 심지어 주류의 자리를 차지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그 자체로서 100퍼센트 사실이 아닌 착시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전환’은 여전히 불완전한 채로 진행 중이다. 우리는 전환을 더 발본화하거나, 스스로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오래, 신진처럼 문제를 제기하고 비정형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다. 이 책은 그간 ‘문화론적 연구’에 대해 제기돼온 이런저런 격려와 우려에 대한 조그만 답이기도 하다.
─<여는 글>, 11쪽
3. 1960년대의 모순과 우리 시대의 모순
─ 이 책을 보다 : 4 ㆍ 19세대와 386세대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정치의 장에서 ‘산업화 대 민주화’라고 상투적으로 요약되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대서사’를 더 적실한 것으로 수정하려 한다. 1960년대의 한국인들도 ‘두 송이 장미, 한 그릇의 밥’을 함께 원했다. 밥과 장미는 각각 생존(경제)과 인간적 존엄(민주주의)을 상징한다.
1960년대의 한국사회는 모순적이고 길항하는 힘들의 각축 속에서 형성되었다. 그 힘들은 ‘민주화 대 산업화’처럼 서로 이항대립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민주화와 산업화가 각각 인간적 존엄과 인간계발의 필요조건이듯, 양자는 1960~1980년대 개발연대의 화두이자 지상목표로서 경쟁하고 보완되며 커져왔다.
1960년대는 4ㆍ19와 5ㆍ16의 연속과 불연속, ‘빵’(평등에의 욕구)과 ‘자유’(개인주의화의 욕망) 사이의 모순(1장), 박정희와 김일성의 적대적 공생(3ㆍ4장)에도 관철된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사상계》의 모순(7장)이나 4ㆍ19세대와 1960년대 지성의 자기모순(2ㆍ5ㆍ6장)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자유와 반공을 동시에 살고, 민족(주의)적이면서 동시에 열렬히 서구를 추종하였다. 또한 박정희의 광기가 춤을 추며 사회ㆍ문화가 전반적으로 ‘군사화’, ‘남성화’되는데도 대중의 문화적 역능과 여성의 역할이 증대한다든지(10장), 황금만능ㆍ경제 제일의 이데올로기가 수많은 속물과 졸부를 곳곳에 등장시켰음에도 저항의식과 인문학적 교양이 함께 커가는 드라마적 변증법이 펼쳐지는 광경도 있다(8ㆍ9장).
새로 출발하지 않고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광풍 속에 있는 신자유주의적 개조가 4ㆍ19세대가 만든 체제의 종결점이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4ㆍ19세대의 인문학적 상상력도 어쩔 수 없이 낡아가는 듯하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진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냉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ㆍ19세대가 냉전 시대 한국의 생존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 지금은 냉전 이후 어떻게 살 것인지가 화두다. 학문 분과는 재편돼야 하고, 제도는 바탕에서 다시 생각되어야 하며, 취업과 복지의 구상도 다시 짜여야 한다.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모색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다시, 1960년이 필요하다.
─<맺는 글>, 559쪽
4. 이 책을 쓴 사람들
저자들은 대표적인 소장 한국 문학 연구자들이다. 두 사람은 꽤 오랜 기간 같이 공부하고 성장해왔으며 386세대로서 공부 이외의 경험과 많은 ‘친구’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성향과 생각에 차이가 있는 데도 많으며 돌아보면 데면데면하게 지나온 시간도 적지 않다. 그런데 《연애의 시대》(2003)와 《근대의 책 읽기》(2003)를 비슷한 시기에 내놓으면서 생각이 비슷하다는 차원을 넘어, ‘한통속’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 후 저자들은 한국 인문학계의 ‘문화론적 연구(또는 문화연구)’의 흐름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그 흐름 속에서 연구자로서의 경력을 이어오게 됐다. 그리고 같이 1960년대의 문학과 문화정치에 관한 책을 쓰게 됐다.
학계를 지배하는 성과주의와 논문중심주의 때문에 공저가 나오기 어려운 시절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함께 공부하고 글 쓰는 하나의 범례를 시도해보고자 노력했다. 문학과 지성, 역사에 대한 각각의 개성과 방법론적 지향이 어울리고 부딪히면서, 어떤 상호보완성과 역동성을 갖는 해석적 지평이 열렸는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 작가 소개
저 : 권보드래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연애의 시대: 1920년대 초반의 문화와 유행』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으며 지금은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몇 년래 ‘3·1 운동의 문화사’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해 왔다.
저 : 천정환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 소설 독자와 소설 수용양상에 관한 연구」(2002)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명지대·성공회대 등에서 강의하고 연구했으며, 문화기획집단 퍼슨웹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소설 및 문화론 담당)로 재직 중이며 지성사와 문화사의 관점으로 한국 현대문학을 계속 공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960~1980년대 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근대의 책 읽기: 독자의 탄생과 한국 근대문학』(2003), 『끝나지 않는 신드롬: 친일과 반일을 넘어선 식민지 시대 다시 읽기』(2005), 『혁명과 웃음』(공저, 2005), 『근대를 다시 읽는다: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공편저, 2006)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 여는 글 1960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감사의 말
1부 1960의 재구성 혁명의 시간 쿠데타의 시간
1장 4ㆍ19는 왜 기적이 되지 못했나? 4ㆍ19와 5·16, 자유와 빵의 토포스
1. 4ㆍ19는 어떤 사건이었던가
피의 화요일, 파괴적이거나 혁명적이거나 / 우발적 행진, 방향 잃은 시위대 / 대학생 신화의 탄생
2. 어떻게 5·16이 가능했는가
활기찬 모색의 시절 / “올 것이 왔구나” / 빛바랜 ‘빵 없는 자유’
3. 혁명의 시간과 쿠데타의 시간
힘과 속도, 세대교체의 정치학 / 4·19가 4·19로서 이어졌다면 / 5·16이 되어버린 4·19
2장 4월의 문학, 근대화론에 저항하다 1960년대 문학의 새로운 정신, 《산문시대》에서 《창작과비펑까지》
1. 4·19의 문학적 불모성과 풍요
개인의 자유와 혁명 / 4·19라는 감춰진 동기
2. 낙오되고 실종된 자유 그리고 문학
유예된 ‘자유’의 양식화 / 《산문시대》, ‘속물도 패배자도 아닌’ / 김승옥, 스스로 법죄를 연민하는
3. 이청준의 정신주의, ‘허기’의 정치성
“어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빵을 버리는 수밖에” / ‘선택할 수 없는 세대’의 자유
4. 방영웅의 원시주의, 《분례기》의 몰역사성과 불결성
《창작과비평》의 야심작 《분례기》 / “미친놈 아니면 살아” 있을 수 없는/ ‘창비’ 대 ‘문지’ 이전, 1960년대라는 동시대성
3장 엇갈린 운명, 1960년대 ‘지성’과 사상전향 동백림 사건 임석진과 통혁당 사건 김질락의 삶과 사상
1. 분단-‘후진국’의 지성과 사상선택
후진성의 모순적 힘 / 반곡독재 국가에서 사상을 갖는다는 것 / 스스로 침묵하거나 말을 빼앗긴 지식인들
2. ‘웅얼거린 갈릴레이’, 임석진의 전향과 행로
갈릴레이의 위장전향 / 두 번 월북한 헤겔철학의 권위자 / 박정희 앞에서 자수한 간첩 / 간첩을 창작하고 간첩을 용서한 권력 / 침묵 속에 ‘학문’으로 살아가기
3. 김질락, 용서받지 못한 희생양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 ‘과잉전향’의 인식론과 우익적 논리 / 전향선언문의 텍스트성과 지성의 책임 / 분단정치의 뫼비우스 띠
|보론| 현대 한반도에서의 사상전향 연구를 위하여
권력획득과 전향 문제 / 한국식 전향의 특수성
4장 “내 귀에 도청장치” 간첩의 존재론과 반공영화 텍스트의 문화정치
1. 간첩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
간첩은 어떤 존재인가? / 그들의 얼굴
2. 나는 ‘간첩’이 아니고 너는 ‘간첩’이고
간첩의 유명론 / 주권권력의 카운터파트
3. 그토록 수많은 ‘간첩들’
표상공간에 잠입했거나 체포된 ‘간첩’ / 잠입에 실패한 간첩, 민주화 이후 포착된 간첩
4. 간첩·반공영화의 텍스트 원천
심리전 도구로서의 반공영화 / ‘국가’라는 이름의 창작자 / 〈고발〉, 1960년대 간첩서사의 새 표상공간 / 간첩영화의 미래
2부 1960의 정신현상학 지식과 지성의 안과 바깥
5장 중립의 꿈, 1945~1968 최인훈 소설의 정치적 상상력과 ‘제3의 길’ 모색
1. 냉전 너머 아시아를 생각하다
소설로 쓴 국가론 《총독의 소리》 연작 / 중립의 비정치적 유토피아를 노래하다
2. ‘하나의 세계’는 불가능했나?
미국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던 나라 / ‘하나의 세계’냐 ‘세계의 궤멸’이냐 / 공존과 협력의 길
3. 중립의 꿈과 세계의 상상지리
한반도 중립은 “소련만 불로소득케” 되는 셈? / 중립의 모델, 오스트리아와 라오스 사이
4. 《태풍》에 나타난 중립의 종말
좌절된 중립의 꿈에 대한 조사(弔詞) / 만하임 혹은 ‘아이히만’ 사건과 부활의 논리
5. 다시 그 불온한 변신담 불러내기
강소국(强小國) 모델과 제3의 길 / 냉전 이후《화두》의 의미
6장. 민족 혹은 소명의 나르시시즘 1960년대식 지성과 민족본질론 그리고 ‘한국학’의 풍경
1. 민족주의와 ‘아메리카’의 매혹
후기-식민지화와 아카데미즘의 구조화 / 일본 유학파와미국 유학파
2. 1950년대의 ‘민족’과 1960년대의 ‘민족’
어중간한 ‘바지저고리’ 같은 것 / 4·19라는 재출발 / 1960년대 민족주의의 성격과 모순
3. 문화적 종족본질론과 이어령의 한국문화론
“흙속에 저 바람 속에” 던져진 오리엔탈리즘의 시선 / 자의적인 한국문화론 / 이어령 붐과 민족의 자기의식
4. 함석헌과 박정희, 수난과 사명의 민족 서사
민족적 소명의 나르시시즘 / 민족개조의 사명과 ‘우리 민족의 나갈 길’ / 민족성 또는 “한국인의 이상기질”
5. 문학적 지성과 민족주의, 조동일과 김현
김현의 경우, 자유주의 문학적 지성의 전사 / 1960년대식 ‘지성’의 지양, 1970년대의 새로운 분화
7장 《사상계》가 사랑한 세계의 지식 냉전 시기 세계 지성과 한국
1. 새로운 지(知)의 세계를 만들다
4월혁명과 《사상계, “자유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 / 《사상계》가 번역한 세계의 지식 / 어떤 외국 사상이 들어왔나?
2. 한국 지성의 ‘비밀’ 《엔카운터》
“빌려드릴 수 없”는 잡지 / 《엔카운터》와 문화자유회의 / 《사상계》 속 《엔카운터》
3. 문화자유회의와 1960년대의 지식ㆍ문화계
문화자유회의 ‘한국지부’의 활동 / 사상계가 사랑한 잡지들, 그리고 냉전(기) 자유주의 / 문화자유회의의 파국과 《사상계》의 위기
3부 1960의 망탈리테 박정희 레짐과 현대성의 탄생
8장 자기계발 혹은 실존을 위한 책읽기 ‘60년대식’ 독서와 자아의 운명
1. 1960년대에 완성된 ‘근대의 책읽기’
근대의 개인에게 필요한 ‘처세·수양’의 담론 / 1920년대의 ‘수양’, 1960년대의 ‘성공’, 2000년대의 ‘자기계발’
2. 1950~1960년대 초 자기계발서의 경향
수양 독본의 종언 / 새로운 자기계발 상품, 미국산 카네기
3. 잘 팔리는 행복론과 불행한 사회
자기알기, 자기돌봄 / ‘처세의 기술’과 ‘세대론’
4. 교양주의 전성시대, 전혜린과 ‘문학소녀’
전혜린과 전봉덕, 식민지 부르주아 교양주의와 엘렉트라 드라마 / 소녀시대, 대중적 교양주의와 문학
5. 박정희식 개발시대, ‘60년대식’ 자아의 운명
교묘한 변주 / 국가주의에 포획된 교양
9장 박정희 군사독재시대의 ‘교양’과 자유교양운동 교양의 재구성, 대중성의 재구성
1. 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
‘동원’과 ‘탈동원’의 문제 / 독서운동이 민족중흥을 가져온다?
2. 유신 스타일의 인문주의와 자유교양운동
“빨리 바르게 쉽게” 고전 100권 읽히기 운동 / 대통령기쟁탈전국자유교양대회 개최와 《자유교양》 발간 / 문화능력이 곧 국방능력? / 자유교양대회의 팽창과 소멸
3. 교양의 재구성, 대중성의 재구조화
매 맞아가며 고전 읽기 /교사들도 동원되다 / 고전교육의 효과와 내면화 / ‘반교양의 교양’과 탈동원 효과 / 교양과 대중문화의 양가성
10장. 아프레걸 변심담 혹은 신사임당 탄생설화 1950~1960년대, 성과 세대의 표상정치학
1. 4월의 반동? ‘여성은 가정으로!’
분노한 남성, 혁명과 보수성
2. 1950년의 여성, 아프레걸과 자유부인
자유라는 이름의 통속이 유행하다 / 차디찬 육체의 주인공들 / 자유부인 현상, 계·댄스·자모회
3. ‘젊은 사자들’의 유행과 그 누이들
‘아프레걸’,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 ‘젊은 사자들’과 세대-젠더의 교체 / 4월혁명과 여성, ‘가정으로’와 ‘사회로’ 사이
4. 혁명의 뒷골목에서
‘어린이’도 ‘첩’도 데모하던 나날 / ‘영웅적 지도자’를 구함 / 아프레걸에 대한 부정과 순결의 환상 / 다만 ‘참아야’ 하는 시대의 개막
11장. ‘1960’은 왜 일본문화를 좋아했을까? 일본문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분열증
1. “또 하나의 기적” 한류?
타인의 시선 /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와 ‘금수조치’
2. ‘4·19’는 왜 일본문화를 좋아했을까?
일본문화의 유행, ‘친일’과 ‘트렌드’ 사이 / 1960년대 ‘일류’와 일본문학 / 김승옥 생각의 모순 / 한국 대중독서계를 평정한 이시자카 요지로
3. 1960년대 민족주의의 여러 얼굴
1965년의 분열증 / 《빙점》 열풍 전후
4. 열고 또 막기, 그리고 희생양 만들기
박정희의 7·13 공양과 후속 법적 조치 / 관제 민족주의의 희생양이 된 대중문화 / ‘한류’나 ‘일류’ 너머
■ 맺는 글 ‘개발’과 ‘민주화’를 넘어
■ 주 / ■ 주요 참고논저 /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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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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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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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