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한 생명이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선인장은 한문으로 ‘仙人掌’이라 한다. 말 그대로 ‘신선의 손바닥’이란 뜻이다. 아마 한자 문화권에서 부채선인장 가운데 하나인 ‘은세계’를 보고 붙인 이름인 듯싶다. 은세계는 시골 장독 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인장이고, 잎이 손바닥처럼 넓다. 그런데 그 손바닥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그래서 결코 신선의 손바닥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거칠고 메마른 땅에서도 죽지 않고 사는 선인장의 질긴 생명력과 관계가 있는 듯싶다. 바로 그 생명력을 보고 신선의 장생불사(長生不死)를 떠올렸을 것이다. 또 선인장을 백년초(百年草)나 패왕수(覇王樹)라 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선인장이라 하더라도 그 특징에 따라 게발선인장, 둥근선인장, 공작선인장, 기둥선인장, 새우선인장과가 있고, 그 안에 수많은 선인장이 있다. 크리스마스선인장 또한 그 가운데 하나다. 크리스마스선인장은 다른 선인장과 달리 성탄절 즈음에 꽃이 핀다고 해서 이름이 ‘크리스마스선인장’이다.
한 생명이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이 그림책은 이름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어떤 사람이 자기 이름을 철수에서 만식이로 바꾼다 하더라도 그 자신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고 물으면 거의 다 자기 이름을 댄다. 철수가, 만식이가 자기 자신과 똑같은 어떤 것인 양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름은 한 사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림책 본문을 펼치면 커다란 이파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이파리가 말을 한다, 아니 말을 건넨다고 해야 맞을 성싶다.
“나는 선인인장입니다. 하지만 선인장이 내 이름은 아닙니다. 강아지가, 고양이가 이름이 아니듯. 나는 이름 없는 선인장입니다.”
봄이 되자 다른 선인장은 저마다 예쁜 꽃을 피운다. 하지만 이 이름 없는 선인장은 꽃을 피우지 못한다. 그래서 급기야는 “어쩌면 나는 선인장이 아닌지도” 모른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의 끝을 놓지 않는다. 화려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아도, 그런 꽃이라 할지라도 꽃을 피우고 싶다고 속삭인다. 다른 꽃처럼 나비와 얘기하고 싶다고 소망한다. 하지만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갈 때까지도 꽃을 피우지 못한다. 마침내 겨울이 오고, 이제는 나비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몸도 점점 얼어 간다. 선인장은 지난날 나비에게, 동무들에게 짜증내고 상처 준 일을 떠올리고 후회한다. 그러자 뜨거운 것이 몸속에서 치밀어 오른다. 울컥 솟아난다. 마침내 꽃을 피운 것이다. 하지만 둘레엔 아무도 없다. 자신의 꽃을 보아 줄 친구도, 나비도 없다. 이때 한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꽃가게에 온다. 아이는 눈 속에 핀 선인장 꽃을 보고 신기해한다. 꽃가게 아저씨는 크리스마스 무렵에 꽃이 핀다고 해서 그 이름이 ‘크리스마스선인장’이라고 일러준다. 드디어 선인장은 자신의 이름이 ‘크리스마스선인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생명이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이 선인장은 내년 봄 다른 꽃들이 꽃을 피워도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고, 친구들에게 짜증도 내지 않을 것이다. 또 친구들에게 상처 주는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도 겨울이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기에. 더구나 아무도 꽃을 피우지 않는 겨울에 저 홀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을 피울 ‘크리스마스선인장’이기에 말이다.
▣ 작가 소개
글, 그림 : 강다민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윤, 원, 승 세 조카들에게 이모가 직접 그림책을 그려 주고 싶었다. 살아가면서, 여행을 다니면서, 꿈을 꾸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보여 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자꾸자꾸 떠올랐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한장 한장 이야기를 종이 위에 그릴 때마다 저 스스로 위로를 받고 있다. 두 번째 그림책 《긴 할아버지와 납작 할머니》도 즐겁게 그리고 있다. 곧 여러분 앞에 나올 예정이다.
한 생명이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선인장은 한문으로 ‘仙人掌’이라 한다. 말 그대로 ‘신선의 손바닥’이란 뜻이다. 아마 한자 문화권에서 부채선인장 가운데 하나인 ‘은세계’를 보고 붙인 이름인 듯싶다. 은세계는 시골 장독 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인장이고, 잎이 손바닥처럼 넓다. 그런데 그 손바닥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그래서 결코 신선의 손바닥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거칠고 메마른 땅에서도 죽지 않고 사는 선인장의 질긴 생명력과 관계가 있는 듯싶다. 바로 그 생명력을 보고 신선의 장생불사(長生不死)를 떠올렸을 것이다. 또 선인장을 백년초(百年草)나 패왕수(覇王樹)라 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선인장이라 하더라도 그 특징에 따라 게발선인장, 둥근선인장, 공작선인장, 기둥선인장, 새우선인장과가 있고, 그 안에 수많은 선인장이 있다. 크리스마스선인장 또한 그 가운데 하나다. 크리스마스선인장은 다른 선인장과 달리 성탄절 즈음에 꽃이 핀다고 해서 이름이 ‘크리스마스선인장’이다.
한 생명이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이 그림책은 이름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어떤 사람이 자기 이름을 철수에서 만식이로 바꾼다 하더라도 그 자신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고 물으면 거의 다 자기 이름을 댄다. 철수가, 만식이가 자기 자신과 똑같은 어떤 것인 양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름은 한 사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림책 본문을 펼치면 커다란 이파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이파리가 말을 한다, 아니 말을 건넨다고 해야 맞을 성싶다.
“나는 선인인장입니다. 하지만 선인장이 내 이름은 아닙니다. 강아지가, 고양이가 이름이 아니듯. 나는 이름 없는 선인장입니다.”
봄이 되자 다른 선인장은 저마다 예쁜 꽃을 피운다. 하지만 이 이름 없는 선인장은 꽃을 피우지 못한다. 그래서 급기야는 “어쩌면 나는 선인장이 아닌지도” 모른다고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의 끝을 놓지 않는다. 화려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아도, 그런 꽃이라 할지라도 꽃을 피우고 싶다고 속삭인다. 다른 꽃처럼 나비와 얘기하고 싶다고 소망한다. 하지만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갈 때까지도 꽃을 피우지 못한다. 마침내 겨울이 오고, 이제는 나비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몸도 점점 얼어 간다. 선인장은 지난날 나비에게, 동무들에게 짜증내고 상처 준 일을 떠올리고 후회한다. 그러자 뜨거운 것이 몸속에서 치밀어 오른다. 울컥 솟아난다. 마침내 꽃을 피운 것이다. 하지만 둘레엔 아무도 없다. 자신의 꽃을 보아 줄 친구도, 나비도 없다. 이때 한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꽃가게에 온다. 아이는 눈 속에 핀 선인장 꽃을 보고 신기해한다. 꽃가게 아저씨는 크리스마스 무렵에 꽃이 핀다고 해서 그 이름이 ‘크리스마스선인장’이라고 일러준다. 드디어 선인장은 자신의 이름이 ‘크리스마스선인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생명이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이 선인장은 내년 봄 다른 꽃들이 꽃을 피워도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고, 친구들에게 짜증도 내지 않을 것이다. 또 친구들에게 상처 주는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도 겨울이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기에. 더구나 아무도 꽃을 피우지 않는 겨울에 저 홀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을 피울 ‘크리스마스선인장’이기에 말이다.
▣ 작가 소개
글, 그림 : 강다민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윤, 원, 승 세 조카들에게 이모가 직접 그림책을 그려 주고 싶었다. 살아가면서, 여행을 다니면서, 꿈을 꾸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보여 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자꾸자꾸 떠올랐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한장 한장 이야기를 종이 위에 그릴 때마다 저 스스로 위로를 받고 있다. 두 번째 그림책 《긴 할아버지와 납작 할머니》도 즐겁게 그리고 있다. 곧 여러분 앞에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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