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1년 전 〈즐거운 사라〉가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되었을 때 마광수 교수는 문단의 한 베스트셀러 작가로부터 ''언제 작가로 데뷔했는지도 모르는 이가 문학이라 이름붙일 수도 없는 글''을 쓴 정도로 치부됐다. 사실 〈즐거운 사라〉나 〈권태〉, 〈발랄한 라라〉, 〈돌아온 사라〉 등의 소설이 어쩌면 그가 늘 주장하는 ''대리배설''로 ''별것도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의 바탕에는 나름대로 정교한 체계를 갖춘 인간 이해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내공도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인간론〉은 그의 인간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책이다. 그는 인간이 과연 만물의 영장인지, 동물 중에서도 가장 추악한 동물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히지만, 그 출발점은 현재의 인간 이해에 대한 위선적 통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탐미주의자의 메시지를 이해하는데는 책머리의 차례를 일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저자의 인간에 대한 뒤집기식 정의는 ''몸 중심''의 인간에 대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상상력에다 동서양 고전들의 도움을 얻어 이성과 정신 쪽에 기울어져 있던 인간의 가치 중심을 육체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계의 풍토를 보면 ''양반의식''에 바탕을 둔 관념 우월주의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식인들이 오래전부터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외쳐왔는데도 불구하고, 문화계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념과 신조, 또는 도덕에 의한 해방만 부르짖고 있다. 잘 됐다고 칭찬받는 연극 영화 소설들은 정신주의적 메시지 위주이거나 도덕과 본능에 양다리를 걸치는 이중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또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들만이 문화권력을 누린다.〉 이런 생각을 가진 그에게 배우가 몸을 상품화하는 것은 학자가 지식을 상품화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정당한 일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몸의 상품화는 몸으로 돈을 버는 평면적인 몸의 물신화(物神化)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을 억눌러왔던 정신적 가치관에 대한 반발이자, 획일적인 고전미에 대비되는 ''개성미의 확장''으로도 확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몸의 상품화가 인간을 구속한 이성과 획일화한 기준으로 재단하는 외모 콤플렉스를 무장해제하는 것이라면 이것이 인간을 해방한다는 그의 논리도 무리한 것이 아니다. 저자에게는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게 하는 유일한 것도 성(性)이다. 관능적 상상력을 통해 서만 인간이 고통과 권태의 바다에서 헤어날 수 있고, 야한 사랑만이 인간을 평화롭게 한다는 것이다. 특유의 솔직함 때문에 한국적 상황에서 대단한 돌출처럼 여겨지는 ''몸중심 인간''에 대한 마교수의 주장이 실은 돌연변이도 아니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불교의 선(禪)이나 노장(老莊), 혹은 들뢰즈의 담론도 이성이나 정신적인 가치를 유일, 절대의 위치에 올려놓은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에서 공통되지 않은가. 김지하가 말하는 율려만 해도 근대 서구의 이성 중심의 인간 대신 상고시대의 카오스모스(혼돈적 질서)적인 인간원형을 되찾는 것이고 보면 마교수의 인간이해는 현대 동서양 사상의 한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도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먼저 그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뒤집는다. 이 명제는 인간이 「사회」라는 부자연스런 조직과 굴레에 갇혀 살아가는 것을 생래적으로 원하고 있는 것처럼 규정,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를 은연중 부정해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비극은 몸을 지닌 인간이 스스로를 동물과 구분짓기 위해 몸을 버리고 이성과 정신을 택한 순간 시작된 셈이다. 그는 인간의 정신적 행복이란 성욕이나 식욕에 비해 훨씬 저열한「명예욕의 충족」이라고 주장한다. 그에게 명예욕은 사회규범이 성욕을 제약하는 데 따른 박탈감을 보상받기 위한 「변칙적 오르가슴의 확보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는 〈인간이 제대로 느끼는 행복이란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행복감 뿐〉이라며 『몸의 상품화를 통해 인간이 정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인간의 고통과 권태를 극복하기 위한 그의 대안은 한마디로 「솔직한 성과 실용적 쾌락주의」이다.
〈인간론〉은 몇가지 점에서 여전히 단호하고 과격하다.에로티시즘에 대한 찬미, 몸 중심의 인간관, 쾌락주의,성을 통한 해방론 등 `마광수표 메시지`들은 표현의 방식을 바꿨을 뿐 아직도 건재하다.하지만 그동안 사회의 눈높이가 변할걸까.성(性)이 논란인 요즘 마교수의 주장은 충격적이기보다는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화두로 다가온다. 그의 인간론은 24개의 소주제별로 펼쳐진다.주장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라는 것에서 출발한다.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믿음은 국가나 민족 같은 신성불가침의 개념을 만들었고,개인을 수탈하는 전체주의의 수단이 됐다.그는 21세기 미래형 인간의 자리에 사회적 인간` 대신 `개인적 인간`을 내세웠다.그는 또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는 서구식 이원론을 비판하고 육체을 중심에 놓는 `몸의 철학`을 주장했다.동양 사상에서 정신은 육체의 지배를 받는다.`허파에 바람 들었다` `간이 크다` 등의 관용어구는 육체가 정신을 좌우한다는 동양적 관점을 드러낸다.몸 중심의 인간론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본성인 식욕과 성욕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몸 상품화 예찬론`을 폈다.`몸 상품화`는 몸 자체만을 신격화해 숭배하는 일종의 `몸 물신화론`으로 수천년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정신적 가치에 대한 반발 심리가 깔려있다는 논리다.정신적 행복 대신 육체적 행복을 복권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행복론`도 역설했다.〈육체적 행복을 부정하는 데서 정신적 우월주의가 나온다.이는 남을 지배하거나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쳐 행복을 얻는 것이다.〉 마광수식 인간론은 이렇게 길을 돌아 도덕과 윤리,억압적 성관념으로부터의 해방,개인을 구속하지 않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소망으로 귀결된다.마지막 장에는 파격적인 미래 예측도 곁들였다.시험관 아기가 보편화되고 남자의 복강에서 태아를 키울 수 있게 되면 여성도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
책은 한편으로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이 지식인 마교수에게 남긴 정신적 상처를 드러내기도 한다.〈재판부는 무섭다.아니 법은 무섭다.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평생 법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직업은 오직 법관 뿐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간사회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과 법에 공포를 느끼며 사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관능적 행복`의 해방선언 못지 않게 그가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룬 주제는 `상징과 언어 `. 그는 책에서 `인간은 문자에 의한 간접경험 때문에 생각의 독립성을 봉쇄당하고 있다`며 `언어가 인간의 생각과 판단을 잘못 전달하지 않는지 계속해 회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사실 동물과 별반 다른 점도 없다. 인간이 제대로 느끼는 행복이란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행복감 뿐이다. 그런데도 인간만이 성적 죄의식에 시달린다. 이제껏 인간의 역사는 발전한 적이 없으므로 앞으로 역사에 기대할 것도 없다.〉
▣ 작가 소개
저 : 마광수
MA,KWANG-SOO,馬光洙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나와 「윤동주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25세에 대학강의를 시작으로 28세에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낸 후 1984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92년 10월 『즐거운 사라』필화사건으로 전격 구속되어 두 달 동안 수감생활을 한 후 95년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되어 연세대에서 해직되고 98년 복직됐으나, 2000년 재임용탈락의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연세대학교 교수로 있다.
1977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그는 시, 소설, 에세이, 평론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35권이 넘는 저서를 쏟아냈다. 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에세이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꼬리표가 채 식기도 전에 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구속당한다.
마광수는 분명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저자 중의 하나이다. 그의 긴 약력은 마광수의 글들이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동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모았는가를 보여준다. ''구속'', ''수감'', 항소심'' 등이 말이 등장하는 마광수의 이력은, 마치 무슨 민주화 운동가의 이력을 보는 듯할 만큼 극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마광수가 정작 자신은 자신을 ''무슨 운동가''로 규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물론 마광수가 자신을 규정하는 사회적 주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광수의 논리는 아주 단순하다. 자신은 자신의 하고싶은 말, 옳다고 생각한 말을 했을 뿐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은 처벌받을 일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마광수는 무슨무슨 운동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광수수의 글과 생각은 그것이 발표될 때마다 일종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마광수의 생각이 가지는 일종의 ''솔직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마광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체면에 관계없이 과감하게 발언한다. 이것의 그가 대중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동시에는 많은 사람들에게서는 지탄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로 인해서 옥고를 겪거나 했지만 마광수는 유난히 많은 문제를 겪었다. 재직하던 학교에서 해직되어서 시간 강사로 일하기도 했으면 재판정에 나가야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광수는 행복한 저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이 마광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책을 써냈기 때문이다. (『마광수는 옳다』) 사회적 논란을 가져온 많은 저자들이 있었지만 그를 옹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책을 내기까지 한 일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마광수는 옹호자를 가진 행복한 저자이다.
마광수가 이름을 알린 것은 분명히 성에 대한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발언들이다. 그러나 그 주제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마광수는 한국 사회가 가지는 ''관용의 정신''이 어느정도인가를 시험하는 일종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보통 음습한 곳에서만 이야기되던 개인의 성적 취향을 사회의 토론장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마광수에 대한 비판의 주된 근거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서 마광수는 자신만의 주제와 글쓰기 스타일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주요한 논제가 아니라고 보여진다. 마광수는 아직도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생각이 없으며, 동시에 한국 사회 또한 마광수에 대한 비판을 멈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을 쓸 때 문장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토로한다. 가장 친근감 있고 가벼운 문장이 되도록 애쓴다는 것이다. ‘성해방’과 ‘표현의 자유’를 뺀 ‘진보’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라며 반문하는 그는 작가란 모름지기 ‘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상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마교수는 소설은 허구이기에 ‘그럴듯한 거짓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나 소설에서만큼은 에세이나 평론과는 구성이나 문체상 거리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교양주의나 교훈주의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창작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주요 목차
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2. 인간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
3.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4. 인간의 역사는 발전하지 않았다
5. 인간은 ''역사''에 기댈 수 없다
6. 인간의 이성은 선천적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다
7. 인간만이 성적(性的) 죄의식에 시달린다
8. 인간은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행복감밖에 느낄 수 없다
9. 인간은 상징의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다
10. 인간은 반항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11. 광신(狂信)은 인간의 천적(天敵)이다
12. 인간의 청소년기는 ''지옥''이다
13. 인간은 ''문자''의 굴레 속에 있다
14. 인간은 ''고난''을 즐기는 이상한 동물이다
15. 인간의 미의식은 ''자궁회귀본능''에서 온다
16. 인간은 애써 예술과 외설을 구분지으려 한다
17. 인간은 ''실존적 인식''을 통해 거듭날 수 있다
18. ''놀이 정신''만이 인류를 구원한다
19. ''야한 사랑''만이 인간을 평화롭게 구원한다
20. 인간은 관능적 상상력을 통해 고통과 권태를 극복할 수 있다
21. ''몸의 상품화''는 인간해방을 돕는다
22. 인류의 미래는 밝을 수도 있다
23. 미래의 성(性)은 여성이 주도한다
21년 전 〈즐거운 사라〉가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되었을 때 마광수 교수는 문단의 한 베스트셀러 작가로부터 ''언제 작가로 데뷔했는지도 모르는 이가 문학이라 이름붙일 수도 없는 글''을 쓴 정도로 치부됐다. 사실 〈즐거운 사라〉나 〈권태〉, 〈발랄한 라라〉, 〈돌아온 사라〉 등의 소설이 어쩌면 그가 늘 주장하는 ''대리배설''로 ''별것도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의 바탕에는 나름대로 정교한 체계를 갖춘 인간 이해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내공도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인간론〉은 그의 인간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책이다. 그는 인간이 과연 만물의 영장인지, 동물 중에서도 가장 추악한 동물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히지만, 그 출발점은 현재의 인간 이해에 대한 위선적 통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탐미주의자의 메시지를 이해하는데는 책머리의 차례를 일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저자의 인간에 대한 뒤집기식 정의는 ''몸 중심''의 인간에 대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상상력에다 동서양 고전들의 도움을 얻어 이성과 정신 쪽에 기울어져 있던 인간의 가치 중심을 육체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계의 풍토를 보면 ''양반의식''에 바탕을 둔 관념 우월주의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식인들이 오래전부터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외쳐왔는데도 불구하고, 문화계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념과 신조, 또는 도덕에 의한 해방만 부르짖고 있다. 잘 됐다고 칭찬받는 연극 영화 소설들은 정신주의적 메시지 위주이거나 도덕과 본능에 양다리를 걸치는 이중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또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들만이 문화권력을 누린다.〉 이런 생각을 가진 그에게 배우가 몸을 상품화하는 것은 학자가 지식을 상품화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정당한 일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몸의 상품화는 몸으로 돈을 버는 평면적인 몸의 물신화(物神化)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을 억눌러왔던 정신적 가치관에 대한 반발이자, 획일적인 고전미에 대비되는 ''개성미의 확장''으로도 확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몸의 상품화가 인간을 구속한 이성과 획일화한 기준으로 재단하는 외모 콤플렉스를 무장해제하는 것이라면 이것이 인간을 해방한다는 그의 논리도 무리한 것이 아니다. 저자에게는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게 하는 유일한 것도 성(性)이다. 관능적 상상력을 통해 서만 인간이 고통과 권태의 바다에서 헤어날 수 있고, 야한 사랑만이 인간을 평화롭게 한다는 것이다. 특유의 솔직함 때문에 한국적 상황에서 대단한 돌출처럼 여겨지는 ''몸중심 인간''에 대한 마교수의 주장이 실은 돌연변이도 아니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불교의 선(禪)이나 노장(老莊), 혹은 들뢰즈의 담론도 이성이나 정신적인 가치를 유일, 절대의 위치에 올려놓은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에서 공통되지 않은가. 김지하가 말하는 율려만 해도 근대 서구의 이성 중심의 인간 대신 상고시대의 카오스모스(혼돈적 질서)적인 인간원형을 되찾는 것이고 보면 마교수의 인간이해는 현대 동서양 사상의 한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도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먼저 그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뒤집는다. 이 명제는 인간이 「사회」라는 부자연스런 조직과 굴레에 갇혀 살아가는 것을 생래적으로 원하고 있는 것처럼 규정,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를 은연중 부정해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비극은 몸을 지닌 인간이 스스로를 동물과 구분짓기 위해 몸을 버리고 이성과 정신을 택한 순간 시작된 셈이다. 그는 인간의 정신적 행복이란 성욕이나 식욕에 비해 훨씬 저열한「명예욕의 충족」이라고 주장한다. 그에게 명예욕은 사회규범이 성욕을 제약하는 데 따른 박탈감을 보상받기 위한 「변칙적 오르가슴의 확보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는 〈인간이 제대로 느끼는 행복이란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행복감 뿐〉이라며 『몸의 상품화를 통해 인간이 정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인간의 고통과 권태를 극복하기 위한 그의 대안은 한마디로 「솔직한 성과 실용적 쾌락주의」이다.
〈인간론〉은 몇가지 점에서 여전히 단호하고 과격하다.에로티시즘에 대한 찬미, 몸 중심의 인간관, 쾌락주의,성을 통한 해방론 등 `마광수표 메시지`들은 표현의 방식을 바꿨을 뿐 아직도 건재하다.하지만 그동안 사회의 눈높이가 변할걸까.성(性)이 논란인 요즘 마교수의 주장은 충격적이기보다는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화두로 다가온다. 그의 인간론은 24개의 소주제별로 펼쳐진다.주장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라는 것에서 출발한다.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믿음은 국가나 민족 같은 신성불가침의 개념을 만들었고,개인을 수탈하는 전체주의의 수단이 됐다.그는 21세기 미래형 인간의 자리에 사회적 인간` 대신 `개인적 인간`을 내세웠다.그는 또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는 서구식 이원론을 비판하고 육체을 중심에 놓는 `몸의 철학`을 주장했다.동양 사상에서 정신은 육체의 지배를 받는다.`허파에 바람 들었다` `간이 크다` 등의 관용어구는 육체가 정신을 좌우한다는 동양적 관점을 드러낸다.몸 중심의 인간론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본성인 식욕과 성욕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몸 상품화 예찬론`을 폈다.`몸 상품화`는 몸 자체만을 신격화해 숭배하는 일종의 `몸 물신화론`으로 수천년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정신적 가치에 대한 반발 심리가 깔려있다는 논리다.정신적 행복 대신 육체적 행복을 복권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행복론`도 역설했다.〈육체적 행복을 부정하는 데서 정신적 우월주의가 나온다.이는 남을 지배하거나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쳐 행복을 얻는 것이다.〉 마광수식 인간론은 이렇게 길을 돌아 도덕과 윤리,억압적 성관념으로부터의 해방,개인을 구속하지 않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소망으로 귀결된다.마지막 장에는 파격적인 미래 예측도 곁들였다.시험관 아기가 보편화되고 남자의 복강에서 태아를 키울 수 있게 되면 여성도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
책은 한편으로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이 지식인 마교수에게 남긴 정신적 상처를 드러내기도 한다.〈재판부는 무섭다.아니 법은 무섭다.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평생 법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직업은 오직 법관 뿐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간사회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과 법에 공포를 느끼며 사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관능적 행복`의 해방선언 못지 않게 그가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룬 주제는 `상징과 언어 `. 그는 책에서 `인간은 문자에 의한 간접경험 때문에 생각의 독립성을 봉쇄당하고 있다`며 `언어가 인간의 생각과 판단을 잘못 전달하지 않는지 계속해 회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사실 동물과 별반 다른 점도 없다. 인간이 제대로 느끼는 행복이란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행복감 뿐이다. 그런데도 인간만이 성적 죄의식에 시달린다. 이제껏 인간의 역사는 발전한 적이 없으므로 앞으로 역사에 기대할 것도 없다.〉
▣ 작가 소개
저 : 마광수
MA,KWANG-SOO,馬光洙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나와 「윤동주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25세에 대학강의를 시작으로 28세에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낸 후 1984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92년 10월 『즐거운 사라』필화사건으로 전격 구속되어 두 달 동안 수감생활을 한 후 95년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되어 연세대에서 해직되고 98년 복직됐으나, 2000년 재임용탈락의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연세대학교 교수로 있다.
1977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그는 시, 소설, 에세이, 평론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35권이 넘는 저서를 쏟아냈다. 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에세이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꼬리표가 채 식기도 전에 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구속당한다.
마광수는 분명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저자 중의 하나이다. 그의 긴 약력은 마광수의 글들이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동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모았는가를 보여준다. ''구속'', ''수감'', 항소심'' 등이 말이 등장하는 마광수의 이력은, 마치 무슨 민주화 운동가의 이력을 보는 듯할 만큼 극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마광수가 정작 자신은 자신을 ''무슨 운동가''로 규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물론 마광수가 자신을 규정하는 사회적 주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광수의 논리는 아주 단순하다. 자신은 자신의 하고싶은 말, 옳다고 생각한 말을 했을 뿐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은 처벌받을 일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마광수는 무슨무슨 운동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광수수의 글과 생각은 그것이 발표될 때마다 일종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마광수의 생각이 가지는 일종의 ''솔직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마광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체면에 관계없이 과감하게 발언한다. 이것의 그가 대중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동시에는 많은 사람들에게서는 지탄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로 인해서 옥고를 겪거나 했지만 마광수는 유난히 많은 문제를 겪었다. 재직하던 학교에서 해직되어서 시간 강사로 일하기도 했으면 재판정에 나가야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광수는 행복한 저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이 마광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책을 써냈기 때문이다. (『마광수는 옳다』) 사회적 논란을 가져온 많은 저자들이 있었지만 그를 옹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책을 내기까지 한 일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마광수는 옹호자를 가진 행복한 저자이다.
마광수가 이름을 알린 것은 분명히 성에 대한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발언들이다. 그러나 그 주제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마광수는 한국 사회가 가지는 ''관용의 정신''이 어느정도인가를 시험하는 일종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보통 음습한 곳에서만 이야기되던 개인의 성적 취향을 사회의 토론장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마광수에 대한 비판의 주된 근거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서 마광수는 자신만의 주제와 글쓰기 스타일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주요한 논제가 아니라고 보여진다. 마광수는 아직도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생각이 없으며, 동시에 한국 사회 또한 마광수에 대한 비판을 멈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을 쓸 때 문장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토로한다. 가장 친근감 있고 가벼운 문장이 되도록 애쓴다는 것이다. ‘성해방’과 ‘표현의 자유’를 뺀 ‘진보’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라며 반문하는 그는 작가란 모름지기 ‘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상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마교수는 소설은 허구이기에 ‘그럴듯한 거짓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나 소설에서만큼은 에세이나 평론과는 구성이나 문체상 거리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교양주의나 교훈주의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창작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주요 목차
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2. 인간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
3.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4. 인간의 역사는 발전하지 않았다
5. 인간은 ''역사''에 기댈 수 없다
6. 인간의 이성은 선천적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다
7. 인간만이 성적(性的) 죄의식에 시달린다
8. 인간은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행복감밖에 느낄 수 없다
9. 인간은 상징의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다
10. 인간은 반항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11. 광신(狂信)은 인간의 천적(天敵)이다
12. 인간의 청소년기는 ''지옥''이다
13. 인간은 ''문자''의 굴레 속에 있다
14. 인간은 ''고난''을 즐기는 이상한 동물이다
15. 인간의 미의식은 ''자궁회귀본능''에서 온다
16. 인간은 애써 예술과 외설을 구분지으려 한다
17. 인간은 ''실존적 인식''을 통해 거듭날 수 있다
18. ''놀이 정신''만이 인류를 구원한다
19. ''야한 사랑''만이 인간을 평화롭게 구원한다
20. 인간은 관능적 상상력을 통해 고통과 권태를 극복할 수 있다
21. ''몸의 상품화''는 인간해방을 돕는다
22. 인류의 미래는 밝을 수도 있다
23. 미래의 성(性)은 여성이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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