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신문 서평
신나는 보리밟기
보리 싹이 움틀 때부터 추수할 때까지 보리밭에 얽힌 저자의 추억을 노래한 그림책. 별 놀거리가 없었던 농촌에서 보리밭은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재미를 제공했다.
보리가 얼지 않고 잘 자라도록 하는 보리밟기가 어느새 기차놀이하는 것처럼 신이 난다. 봄에 어린 싹을 따 보릿국을 끊이면 별미음식이 됐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보리밭은 어느새 꽃밭으로 변한다.
보리밭 사이로 꿩이 새끼를 치려고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으면 아이들은 꿩알을 줍기 위해 눈이 벌게지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부모님에게 꾸중을 듣고 눈물짓다가 바람에 출렁이는 보리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던 그 순간을 추억하는 것도 싫지 않다.
역시 어린시절 농촌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김씨가 세심하게 보리밭 풍경을 살려냈다. [2004.4.19 동아일보]
신나게 보리밟다 향긋한 보릿국 먹고 꿩둥지도 찾고 이삭 구워 군것질…내맘속 늘 푸른 놀이터 보리밭
''보리밭은 재미있다''는 얼핏 틀린 문장처럼 보인다. 주어와 술어의 결합도 문법적으로 어색하거니와, 보리밭이란 말 그대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만치 고단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인 까닭이다. 하지만 『보리밭은 재미있다』에 그려진 옛 농촌 아이들에게 그 문장은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동무들과 어울려 밭고랑 사이 꿩 둥지를 뒤지고, 보리이삭도 구워서 나눠먹을 수 있는 보리밭보다 재미있는 게 어디 있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림책 속 아이들은 보리 싹이 움터 오를 무렵이면, 보리가 얼지 않고 잘 자라도록 보리밟기를 한다. 때늦은 눈이 내려도 눈싸움을 할 수 없다는 게 화나지만, 한 줄로 서서 보리밭을 밟다보면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신이 난다. 보리를 캐다가 끓인 보릿국에 밥을 말아먹다보면 보리의 어린 순이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향긋하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하얀 별꽃이 피면 보리밭은 꽃밭이 된다. 아이들은 우거진 보리밭에서 꿩 둥지를 엿보는 재미로 밭고랑을 기어 다닌다. 며칠쯤 지나 둥지에 가보면 꿩알 껍질만 뒹굴고 있고, 어미 꿩을 따라 달아난 새끼 꿩들은 귀신 같이 숨어버린다. 어쩌다 부모님에게 심한 꾸중을 들은 날 보리밭에 앉아 혼자 보리피리를 불고 있으면, 소금쟁이처럼 소리 없이 다가온 할머니가 가만히 손을 잡아준다.
마른 검불이나 나뭇가지에 불을 피워 알이 통통하게 밴 보리를 구워먹거나 병에 걸려 까맣게 된 깜부기를 좋아하는 여자애의 얼굴에 문지르는 장난을 치다보면, 어느새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보리타작하는 날이 다가온다. 보리타작을 하느라 마을 하늘 가득 뿜어져 나오는 먼지와 까끄라기 탓에 온몸이 가렵고 쓰리다. 하지만 탈곡기에서 뿜어져 나온 보릿대를 쌓고, 그 속에서 뒹굴다 보면 절로 신이 난다.
보리밭이 휑하니 비게 되게 되면, 공놀이나 자치기가 시들해진 아이 하나가 밭 한쪽에 쌓인 보릿대 굴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앉는다. 어른들은 빈 밭을 보면서도 놀고 싶지 않은지 자꾸만 빈 밭을 갈아엎으려고만 한다. 그래도 보릿대 굴이 있기에 내년까지 참을 수 있다. 아이는 “다시 보리 싹이 날 때까지, 여기서 푸르른 보리밭을 마음껏 상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책 속에는 넘실대는 푸른 보리물결, 보리밭 주변에서 뛰어노는 개구쟁이들, 그리고 아이들과 해찰을 부리는 누렁이·호랑나비·흑염소의 모습을 꼼꼼하게 담은 그림이 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취학전. 이상권 글, 김병하 그림. -길벗어린이/7800원. [2004.4.5 한겨레신문 임주환 기자]
신나는 보리밟기
보리 싹이 움틀 때부터 추수할 때까지 보리밭에 얽힌 저자의 추억을 노래한 그림책. 별 놀거리가 없었던 농촌에서 보리밭은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재미를 제공했다.
보리가 얼지 않고 잘 자라도록 하는 보리밟기가 어느새 기차놀이하는 것처럼 신이 난다. 봄에 어린 싹을 따 보릿국을 끊이면 별미음식이 됐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보리밭은 어느새 꽃밭으로 변한다.
보리밭 사이로 꿩이 새끼를 치려고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으면 아이들은 꿩알을 줍기 위해 눈이 벌게지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부모님에게 꾸중을 듣고 눈물짓다가 바람에 출렁이는 보리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던 그 순간을 추억하는 것도 싫지 않다.
역시 어린시절 농촌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김씨가 세심하게 보리밭 풍경을 살려냈다. [2004.4.19 동아일보]
신나게 보리밟다 향긋한 보릿국 먹고 꿩둥지도 찾고 이삭 구워 군것질…내맘속 늘 푸른 놀이터 보리밭
''보리밭은 재미있다''는 얼핏 틀린 문장처럼 보인다. 주어와 술어의 결합도 문법적으로 어색하거니와, 보리밭이란 말 그대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만치 고단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인 까닭이다. 하지만 『보리밭은 재미있다』에 그려진 옛 농촌 아이들에게 그 문장은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동무들과 어울려 밭고랑 사이 꿩 둥지를 뒤지고, 보리이삭도 구워서 나눠먹을 수 있는 보리밭보다 재미있는 게 어디 있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림책 속 아이들은 보리 싹이 움터 오를 무렵이면, 보리가 얼지 않고 잘 자라도록 보리밟기를 한다. 때늦은 눈이 내려도 눈싸움을 할 수 없다는 게 화나지만, 한 줄로 서서 보리밭을 밟다보면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신이 난다. 보리를 캐다가 끓인 보릿국에 밥을 말아먹다보면 보리의 어린 순이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향긋하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하얀 별꽃이 피면 보리밭은 꽃밭이 된다. 아이들은 우거진 보리밭에서 꿩 둥지를 엿보는 재미로 밭고랑을 기어 다닌다. 며칠쯤 지나 둥지에 가보면 꿩알 껍질만 뒹굴고 있고, 어미 꿩을 따라 달아난 새끼 꿩들은 귀신 같이 숨어버린다. 어쩌다 부모님에게 심한 꾸중을 들은 날 보리밭에 앉아 혼자 보리피리를 불고 있으면, 소금쟁이처럼 소리 없이 다가온 할머니가 가만히 손을 잡아준다.
마른 검불이나 나뭇가지에 불을 피워 알이 통통하게 밴 보리를 구워먹거나 병에 걸려 까맣게 된 깜부기를 좋아하는 여자애의 얼굴에 문지르는 장난을 치다보면, 어느새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보리타작하는 날이 다가온다. 보리타작을 하느라 마을 하늘 가득 뿜어져 나오는 먼지와 까끄라기 탓에 온몸이 가렵고 쓰리다. 하지만 탈곡기에서 뿜어져 나온 보릿대를 쌓고, 그 속에서 뒹굴다 보면 절로 신이 난다.
보리밭이 휑하니 비게 되게 되면, 공놀이나 자치기가 시들해진 아이 하나가 밭 한쪽에 쌓인 보릿대 굴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앉는다. 어른들은 빈 밭을 보면서도 놀고 싶지 않은지 자꾸만 빈 밭을 갈아엎으려고만 한다. 그래도 보릿대 굴이 있기에 내년까지 참을 수 있다. 아이는 “다시 보리 싹이 날 때까지, 여기서 푸르른 보리밭을 마음껏 상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책 속에는 넘실대는 푸른 보리물결, 보리밭 주변에서 뛰어노는 개구쟁이들, 그리고 아이들과 해찰을 부리는 누렁이·호랑나비·흑염소의 모습을 꼼꼼하게 담은 그림이 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취학전. 이상권 글, 김병하 그림. -길벗어린이/7800원. [2004.4.5 한겨레신문 임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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