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0세기 커다란 사건,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
어린이를 위한 인물 평전 ‘한겨레 인물탐구’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린드그렌》이 출간되었다.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캐릭터 ‘삐삐’를 탄생시킨 작가이다. 1945년 동화 속 주인공으로 처음 세상에 나온 삐삐 롱스타킹은 여러 권의 책과 텔레비전 연속극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과 만났으며, 지금까지도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재화되고 있다. ‘삐삐’ 시리즈는 교훈 일색이던 어린이문학에 일침을 놓고 어린이에 대한 통념을 뒤흔들었다. 20세기 어린이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아도 무색하지 않은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을 이 책의 부제로 삼은 이유이다.
앞서《간디》《다윈》《마틴 루터 킹》《제인 구달》을 집필하기도 한 전기 작가 카트린 하네만은 이번에도 린드그렌의 생애를 특유의 따뜻하고 재치 있는 필치로 그려 냈다. 스웨덴 스몰란드 지방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동화 작가가 되기까지 린드그렌의 삶은 그 자체가 유머와 생기로 가득하다. 특히 이 책은 린드그렌의 작품 세계를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작품 속에 나타난 일관된 주제의식과 어린이에 대한 애정을 그의 생애를 통해 탐색하고 있어 어린이뿐 아니라 린드그렌 마니아를 자처하는 어른들에게 추천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자기 삶을 스스로 가꿀 줄 알았던 용감한 아이
린드그렌의 삶은 소박한 동시에 풍요로웠고, 굴곡진 순간에도 웃음과 용기를 잃지 않았다. 시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 혼자 아이를 낳아 길러야 했던 청춘, 작가로서의 성공과 작품 활동, 다양한 사회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년, 그리고 평화로웠던 노년 시절까지의 생애가 펼쳐진다.
이 책은 상당 부분을 할애해 린드그렌의 어린 시절을 묘사하고 있다. 세계대전의 격랑과 멀찍이 떨어져 넉넉한 자연의 품을 누릴 수 있었던 환경은 린드그렌 자신뿐 아니라 전 세계 독자들에게도 행운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어린 시절은 린드그렌 작품의 모태이자 글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린드그렌 동화에 등장하는 개성 있는 캐릭터 대부분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가져온 것이다. 밭일 돕기나 동물 기르기는 물론이고 헛간으로 가출하기, 높은 곳에 기어오르기, 일꾼들 골려 주기 같은 일화도 모두 실제 경험에서 나왔다. 농장에 쌓인 두툼한 눈은 에밀이 사는 카트풀트 농장의 겨울 풍경이 되었으며, 들판의 아름다운 장미 향기는《미오, 나의 미오》에 나오는 들장미 골짜기로 되살아났다. 한편 어린 시절 목격한 노숙자와 빈민들의 생활상도 작품 속에 꾸준히 드러냈다. 부조리한 세상의 단면이 어린이 눈높이에서 형상화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경험과 인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지역 신문사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던 19살의 린드그렌은 직장 상사의 아기를 갖게 된다. 그것은 환영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할 인생의 큰 위기였다. 하지만 린드그렌은 좌절하지 않고 홀로 아기를 낳기 위해 대도시 스톡홀름으로 향한다. 낯선 곳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한편으로는 직업 교육을 받아 꿋꿋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린드그렌. 자기 삶을 스스로 가꿀 줄 아는 무한한 용기야말로 린드그렌 작품 속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결혼과 가족생활 또한 린드그렌에게 작가의 길을 걷게 한 원동력이었다. 아들 라세는 ‘공원 의자에 앉아 아이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는 아니었다’고 린드그렌을 회고했다. 그는 아이들과 어울려 스스로 놀기를 좋아했던 엄마,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했던 엄마였다.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가 최초로 탄생한 곳이 병으로 누운 딸 카린의 침대맡이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열정적인 창작과 사회 참여로 스웨덴을 들썩였던 작가
린드그렌이 동화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한 것은 40대 이후이다. 이 책은《삐삐 롱스타킹》이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던 이야기,《미오, 나의 미오》나 《사자왕 형제》를 쓰게 된 동기, 어린 시절 친구를 모델로 삼아 쓴 ‘마디켄(마디타)’ 이야기와 우는 손자를 달래기 위해 지어낸 ‘에밀’ 이야기 등 린드그렌의 대표 작품들의 특징과 간략한 줄거리, 작품 발표와 관련된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관심은 외딴 시골 마을 어린이들의 일상에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 이야기, 판타지 공간에서 펼쳐지는 모험, 삶과 죽음에 관한 근원적인 물음까지 다양했다. 30여 년간의 열정적인 창작 활동은 80여 편의 책으로 출간되었고, 이 책들은 한국어를 포함해 95개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린드그렌의 작품 대부분은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린드그렌은 자기 작품의 드라마 대본이나 영화 시나리오를 거의 모두 직접 집필했다. 몇몇 작품은 영화 시나리오로 먼저 쓰고 나중에 동화로 엮기도 했다. 삐삐 롱스타킹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아역 배우 잉에르 닐손의 연기는 「말괄량이 삐삐」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시청자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 밖에도 25년 동안 린드그렌의 대다수 작품을 연출한 올레 헬봄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이나 영화를 찍으며 벌어졌던 재미있는 일화들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가가 된 린드그렌은 크고 작은 사회 문제에도 늘 관심을 기울이고 의견을 발표했다. 동화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린드그렌이 스웨덴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관심은 어린이 체벌이나 가정 폭력부터 동물 사육 환경에 대한 문제, 이민자의 복지나 불공평한 세금 제도까지 이르렀다. 농림부 장관이나 재무부 장관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고, 소련의 지도자 고르바초프에게 핵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75살의 나이에《산적의 딸, 로냐》라는 걸작을 쓴 린드그렌은 그 뒤로는 작품 활동을 접고 조용한 노년을 보냈다. 계속되는 존경과 찬사도 부담스러웠던 듯, 자신에 대한 세상의 관심에는 농담으로 대꾸하며 공식 행사도 거의 만류했다. 2002년 1월 린드그렌이 자신의 집에서 눈을 감았을 때, 수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동화 작가와 작별했다.
‘사라진 나라’에서 온 진정한 이야기꾼의 삶
린드그렌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 분노, 두려움, 그리움, 외로움을 생생하게 표현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린드그렌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드러내기 꺼려하는 병, 죽음, 범죄, 증오 같은 주제도 피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그런 문제를 소화할 수 있는 성숙된 내면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린드그렌은 결코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고, 대책 없는 무질서를 언제나 있는 그대로 존중했으며, 그들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좌절이나 두려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려 애썼다. 시대와 공간, 세대를 넘어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린드그렌의 작품 면면에는 이렇듯 작가의 일관된 세계관과 생명력 있는 문장이 숨어 있다.
린드그렌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사라진 나라’라고 이름 지었다. 그것은 린드그렌 개인의 생애에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뜻하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이 자연의 품에서 마음껏 뛰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기발하고 희한한 생각을 쉴 새 없이 해내고, 당돌하고 고집이 세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어떤 순간에도 비겁하게 물러날 줄 모르는 아이들. 작품 속에 그려진 이같은 모습은 린드그렌이 믿고 있는 아이들 본연의 모습이다. 린드그렌 10주기를 기념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되는 린드그렌 전기는 어린이뿐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많은 어른들에게도 ‘사라진 나라’를 일깨우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글 : 카트린 하네만
대학에서 문예학, 연극학, 언론학을 공부했다. 연극 무대에서 연출가로 활동했으며,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윈』『마틴 루터 킹』 등의 인물 이야기를 썼다.
그림 : 우베 마이어
영국과 독일에 살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자 조련사 에릭』 『고약한 쓰레기 이야기』『꽃은 어떻게 자랄까』 등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다.
20세기 커다란 사건,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
어린이를 위한 인물 평전 ‘한겨레 인물탐구’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린드그렌》이 출간되었다.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캐릭터 ‘삐삐’를 탄생시킨 작가이다. 1945년 동화 속 주인공으로 처음 세상에 나온 삐삐 롱스타킹은 여러 권의 책과 텔레비전 연속극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과 만났으며, 지금까지도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재화되고 있다. ‘삐삐’ 시리즈는 교훈 일색이던 어린이문학에 일침을 놓고 어린이에 대한 통념을 뒤흔들었다. 20세기 어린이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아도 무색하지 않은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을 이 책의 부제로 삼은 이유이다.
앞서《간디》《다윈》《마틴 루터 킹》《제인 구달》을 집필하기도 한 전기 작가 카트린 하네만은 이번에도 린드그렌의 생애를 특유의 따뜻하고 재치 있는 필치로 그려 냈다. 스웨덴 스몰란드 지방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동화 작가가 되기까지 린드그렌의 삶은 그 자체가 유머와 생기로 가득하다. 특히 이 책은 린드그렌의 작품 세계를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작품 속에 나타난 일관된 주제의식과 어린이에 대한 애정을 그의 생애를 통해 탐색하고 있어 어린이뿐 아니라 린드그렌 마니아를 자처하는 어른들에게 추천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자기 삶을 스스로 가꿀 줄 알았던 용감한 아이
린드그렌의 삶은 소박한 동시에 풍요로웠고, 굴곡진 순간에도 웃음과 용기를 잃지 않았다. 시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 혼자 아이를 낳아 길러야 했던 청춘, 작가로서의 성공과 작품 활동, 다양한 사회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년, 그리고 평화로웠던 노년 시절까지의 생애가 펼쳐진다.
이 책은 상당 부분을 할애해 린드그렌의 어린 시절을 묘사하고 있다. 세계대전의 격랑과 멀찍이 떨어져 넉넉한 자연의 품을 누릴 수 있었던 환경은 린드그렌 자신뿐 아니라 전 세계 독자들에게도 행운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어린 시절은 린드그렌 작품의 모태이자 글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린드그렌 동화에 등장하는 개성 있는 캐릭터 대부분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가져온 것이다. 밭일 돕기나 동물 기르기는 물론이고 헛간으로 가출하기, 높은 곳에 기어오르기, 일꾼들 골려 주기 같은 일화도 모두 실제 경험에서 나왔다. 농장에 쌓인 두툼한 눈은 에밀이 사는 카트풀트 농장의 겨울 풍경이 되었으며, 들판의 아름다운 장미 향기는《미오, 나의 미오》에 나오는 들장미 골짜기로 되살아났다. 한편 어린 시절 목격한 노숙자와 빈민들의 생활상도 작품 속에 꾸준히 드러냈다. 부조리한 세상의 단면이 어린이 눈높이에서 형상화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경험과 인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지역 신문사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던 19살의 린드그렌은 직장 상사의 아기를 갖게 된다. 그것은 환영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할 인생의 큰 위기였다. 하지만 린드그렌은 좌절하지 않고 홀로 아기를 낳기 위해 대도시 스톡홀름으로 향한다. 낯선 곳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한편으로는 직업 교육을 받아 꿋꿋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린드그렌. 자기 삶을 스스로 가꿀 줄 아는 무한한 용기야말로 린드그렌 작품 속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결혼과 가족생활 또한 린드그렌에게 작가의 길을 걷게 한 원동력이었다. 아들 라세는 ‘공원 의자에 앉아 아이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는 아니었다’고 린드그렌을 회고했다. 그는 아이들과 어울려 스스로 놀기를 좋아했던 엄마,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했던 엄마였다.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가 최초로 탄생한 곳이 병으로 누운 딸 카린의 침대맡이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열정적인 창작과 사회 참여로 스웨덴을 들썩였던 작가
린드그렌이 동화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한 것은 40대 이후이다. 이 책은《삐삐 롱스타킹》이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던 이야기,《미오, 나의 미오》나 《사자왕 형제》를 쓰게 된 동기, 어린 시절 친구를 모델로 삼아 쓴 ‘마디켄(마디타)’ 이야기와 우는 손자를 달래기 위해 지어낸 ‘에밀’ 이야기 등 린드그렌의 대표 작품들의 특징과 간략한 줄거리, 작품 발표와 관련된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관심은 외딴 시골 마을 어린이들의 일상에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 이야기, 판타지 공간에서 펼쳐지는 모험, 삶과 죽음에 관한 근원적인 물음까지 다양했다. 30여 년간의 열정적인 창작 활동은 80여 편의 책으로 출간되었고, 이 책들은 한국어를 포함해 95개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린드그렌의 작품 대부분은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린드그렌은 자기 작품의 드라마 대본이나 영화 시나리오를 거의 모두 직접 집필했다. 몇몇 작품은 영화 시나리오로 먼저 쓰고 나중에 동화로 엮기도 했다. 삐삐 롱스타킹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아역 배우 잉에르 닐손의 연기는 「말괄량이 삐삐」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시청자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 밖에도 25년 동안 린드그렌의 대다수 작품을 연출한 올레 헬봄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이나 영화를 찍으며 벌어졌던 재미있는 일화들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가가 된 린드그렌은 크고 작은 사회 문제에도 늘 관심을 기울이고 의견을 발표했다. 동화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린드그렌이 스웨덴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관심은 어린이 체벌이나 가정 폭력부터 동물 사육 환경에 대한 문제, 이민자의 복지나 불공평한 세금 제도까지 이르렀다. 농림부 장관이나 재무부 장관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고, 소련의 지도자 고르바초프에게 핵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75살의 나이에《산적의 딸, 로냐》라는 걸작을 쓴 린드그렌은 그 뒤로는 작품 활동을 접고 조용한 노년을 보냈다. 계속되는 존경과 찬사도 부담스러웠던 듯, 자신에 대한 세상의 관심에는 농담으로 대꾸하며 공식 행사도 거의 만류했다. 2002년 1월 린드그렌이 자신의 집에서 눈을 감았을 때, 수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동화 작가와 작별했다.
‘사라진 나라’에서 온 진정한 이야기꾼의 삶
린드그렌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 분노, 두려움, 그리움, 외로움을 생생하게 표현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린드그렌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드러내기 꺼려하는 병, 죽음, 범죄, 증오 같은 주제도 피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그런 문제를 소화할 수 있는 성숙된 내면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린드그렌은 결코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고, 대책 없는 무질서를 언제나 있는 그대로 존중했으며, 그들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좌절이나 두려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려 애썼다. 시대와 공간, 세대를 넘어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린드그렌의 작품 면면에는 이렇듯 작가의 일관된 세계관과 생명력 있는 문장이 숨어 있다.
린드그렌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사라진 나라’라고 이름 지었다. 그것은 린드그렌 개인의 생애에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뜻하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이 자연의 품에서 마음껏 뛰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기발하고 희한한 생각을 쉴 새 없이 해내고, 당돌하고 고집이 세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어떤 순간에도 비겁하게 물러날 줄 모르는 아이들. 작품 속에 그려진 이같은 모습은 린드그렌이 믿고 있는 아이들 본연의 모습이다. 린드그렌 10주기를 기념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되는 린드그렌 전기는 어린이뿐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많은 어른들에게도 ‘사라진 나라’를 일깨우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글 : 카트린 하네만
대학에서 문예학, 연극학, 언론학을 공부했다. 연극 무대에서 연출가로 활동했으며,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윈』『마틴 루터 킹』 등의 인물 이야기를 썼다.
그림 : 우베 마이어
영국과 독일에 살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자 조련사 에릭』 『고약한 쓰레기 이야기』『꽃은 어떻게 자랄까』 등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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