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011년은 이란 민족운동의 금자탑인 입헌혁명(1905-1911)이 끝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 책은 입헌혁명 이후의 『종속과 저항』의 현대사를 정리한 것이다. 이란 현대사는 『종속과 저항』으로 물든 역사였다. 이것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이란 역사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입헌혁명을 비롯한 1950년대 석유국유화운동도 이란 국민에게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에도 몸소 느낄 수 있는 저항운동이다.
저자는 이란의 역사적 흐름을 끊임없이 좌우해 온 구미열강의 거듭되는 개입과 지배, 그 수용과 반발을 통해 형성된 이란의 국가권력, 그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운동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어 종속과 저항의 역사를 논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한 역사를 통하여 이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이상을 추구하며, 그 이상을 위해 현실에서 어떻게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제약과 한계에 직면하여 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이란의 역동적이고 개성있는 역사와 그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하여, 한국의 석유 수입에 관한 문제들뿐만 아니라, 이란과의 관계에서 역사적 과제를 얼마큼 공유하여 왔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독자들이 이란에 친근감을 가지고 역사적 흐름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역자서문과 일러두기
19세기부터 영국과 러시아의 서남아시아 진출에 따른 이란의 종속화에 대한 저항운동이 시작되었다. 1950년대에는 모사데그가 민족주의의 기치 하에 석유국유화운동을 전개했으나 좌절되었고, 1960년대에는 친미 팔레비 독재정권의 서구 근대화 정책에 대항하는 종교적, 민족적 저항이 일어났다. 마침내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이 성공했고, 이란-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2012년 현재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인한 미국의 대이란 제제라는 국제적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2011년은 이란 민족운동의 금자탑인 입헌혁명(1905-11)이 끝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약 100년에 걸친 종속과 저항으로 점철된 이란 역사를 살펴보면 저자 신타로 요시무라 교수가 이란 현대사에 “종속과 저항의 100년”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매우 적절하다.
역자는 이러한 수난의 이란 역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 국내에 전무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학문적으로 많은 교류를 나누고 있는 친구인 요시무라 교수가 자신의 최신 저술서인 “이란 현대사-종속과 저항의 100년”이라는 책을 역자에게 선물해 주었다. 비록 책의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일반 독자가 알고 있어야할 내용은 거의 총망라하고 있으므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픈 마음에 직접 번역하게 되었다. 요시무라 교수는 히로시마 국립대학에서 이란학을 연구하는 몇 안 되는 저명한 일본 학자 중의 한 분으로 이란 전문가이다.
저자도 간략하게 뒤에서 언급했지만, 본서를 읽기 전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본서에서는 고유명사와 지명을 가능한 한 원음에 충실한 표기를 차용했다. 일단 이란 및 시아파와 관련한 용어는 이란어(페르시아어), 그리고 아랍 및 이슬람과 관련한 용어는 아랍어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였다. 흔히 알려져 있는 예언자 ‘무함마드’는 아랍식 발음으로서, 이란어로는 ‘모함마드’로 발음되며, ‘후세인’도 이란에서는 ‘호세인’으로 발음된다. 본서에서는 아랍 인물의 경우에는 그 이름을 ‘무함마드’ 및 ‘후세인’으로 표기하였고, 이란인의 이름은 ‘모함마드’와 ‘호세인’과 같이 원어의 발음에 충실하도록 표기하였다.
* 책 내용의 중간에 나오는 ‘샤흐리바르’, ‘티르’ 및 ‘호르다드’ 등의 단어는 이란에서 사용 중인 이란력이다. 총 12개월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기력과 비교하였을 때 대략적인 날짜는 다음과 같다.
1월 farvardin(화르바르딘) : 3월 21일~4월 20일(31일)
2월 ordibehesht(오르디베헤쉬트) : 4월 21일~5월 21일(31일)
3월 khordad(호르다드) : 5월 22일~6월 21일(31일)
4월 tir(티르) : 6월 22일~7월 22일(31일)
5월 mordad(모르더드) : 7월 23일~8월 22일(31일)
6월 shahrivar(샤흐리바르) : 8월 23일~9월 22일(31일)
7월 mehr(메흐르) : 9월 23일~10월 22일(30일)
8월 aban(어번) : 10월 23일~11월 21일(30일)
9월 azar(어자르) : 11월 22일~12월 21일(30일)
10월 dey(데이) : 12월 22일~1월 20일(30일)
11월 bahman(바흐만) : 1월 21일~2월 19일(30일)
12월 esfand(에스판드) : 2월 20일~3월 20일(29일)
끝으로 이 책이 오늘날의 이란과 국제정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애써주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탁경구 선생님과 원고를 열심히 돌려가면서 읽고 교정을 해준 연구조교 최솔, 이현혜, 유수정, 김은진, 이초롱, 최성민, 김민지 등 여러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특히 본문은 물론 도표와 지도까지 원문과 대조 작업을 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현혜 양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2012년 2월 3일
역자 장병옥
저자 서문
『이란 현대사』를 공부하기에 앞서
『이란』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개중에는 『이라크』(Iraq)와 혼동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라크가 제1차 세계대전 후에 영국의 식민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오스만 제국(1299-1922)으로부터 독립하여 새로 생겨난 아랍 국가인데 반하여, 이란은 『페르시아』의 긴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를 이어받아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본디 『페르시아』라는 호칭은 기원전 6세기에 동쪽으로는 펀잡 지방에서부터 서쪽 이집트까지, 또 남쪽의 아라비아 반도의 일부부터 흑해 북쪽 연안까지 넓게 지배하였던 아케메네스 왕조(B.C.550-331)의 행정, 문화의 중심지인 파르스(Fars) 지방을 고대 그리스인들이 페르시스(Persis)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이 명칭이 유럽 각국 언어 속에서 일반적으로 『페르시아』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5세기 후에 파르스 지방에 성립한 사산 왕조(224-651)에도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흥미로운 점은 비록 파르스 지방이 중심이 되지 않은 왕조라도, 이후 이란에 세워진 여러 왕조에서 이 명칭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8세기 말엽 부흥한 카자르 왕조(1796-1925)의 시조인 아가 모함마드 샤(1742-97)는 본디 카스피해 남동 연안의 고르건 지방의 투르크계 카자르족 출신으로, 처음으로 수도를 현재의 테헤란으로 옮겼지만, 이 왕조 또한 『카자르 왕조 페르시아』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페르시아』는 고대 그리스 이후 유럽 세계에서 이란 지역에 세워진 왕조들에 붙여진 국제적인 명칭이다. 즉, 이란 내부의 정치적 변화, 시대, 지역, 그리고 민족적인 차이를 넘어선 호칭인 것이다.
하지만 1935년 3월 22일(이란 이슬람력 1314년 1월 1일), 팔레비 왕조(1925-79)는 『아리아인』을 의미하는 『아이리아(Ayrya)』에서 파생된 『이란』을 국명으로 정식 채택하였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해두자면, 이 국명 또한 카자르 왕조 시대에 발행된 통화에 『샤한샤 이란(이란의 왕중의 왕)』이라 새겨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1935년 이전에도 사용되었다. 따라서 1935년의 개명은 국제적 통칭(『페르시아』)을 자칭의 『이란』으로 변경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본서의 과제는 이러한 이란이라는 국가의 전체적인 『현대사』의 흐름을 검토하는 것이다. 먼저, 『현대사』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시간적 분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을 테지만, 여기서는 현대 이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적으로 언급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시대 구분만을 하기로 한다. 따라서 굳이 『근현대사』라고 세분하지 않고, 『현대사』라는 제목을 채택하였다는 점을 밝힌다.
『종속과 저항의 100년』이라는 부제에 설명을 곁들이자면, 2011년은 이란 민족운동의 금자탑인 입헌혁명(1905-11)이 끝난 해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이다. 본서는 이를 기점으로 입헌혁명 이후의 『종속과 저항』의 현대사를 읽어내려고 한다. 그 혁명 이외에도 20세기 초나 그 이전의 이란 정치, 사회나 국제정치에 대한 연구를 빼고서는 이란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 100년간의 『종속과 저항』의 배경과 역사적 조건을 알기 위해서는 19세기 이전에 대한 이해 또한 꼭 필요한 점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이와 함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좌절과 저항으로 점철되었던 운동의 방향성이 크게 흔들렸다고 해도 이란 현대사는 『종속과 저항』으로 물든 역사였다는 것이다. 그 점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하나의 중요한 특징으로서 볼 수 있다. 입헌혁명을 비롯한 1950년대 석유국유화운동도 이란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에도 몸소 느낄 수 있는 저항운동이다. 입헌혁명이나 석유국유화운동에 관한 연구나 사료가 끊임없이 출판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본서는 이 국가의 흐름을 끊임없이 좌우해 온 구미열강의 거듭되는 개입과 지배, 그 수용과 반발을 통해 형성된 이란의 국가권력, 그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운동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어 종속과 저항의 역사를 논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한 역사를 통하여 이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이상을 추구하며, 그 이상을 위해 현실에서 어떻게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제약과 한계에 직면하여 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이란의 역동적이고 개성있는 역사와 그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하여, 한국과 일본이 석유 수입에 관한 문제들뿐만 아니라, 얼마나 이란과의 사이에서 직·간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역사적 과제를 공유하여 왔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독자들이 지리적·정신적으로도 멀다고 생각하기 쉬운 이란에 친근감을 가지고 역사적 흐름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안고 본서는 기획되었다. 이러한 바람이 달성되었는지 아닌지는 현명한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필자의 의도를 알고 본서를 읽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 본서에서는 고유명사, 지명에 대해 가능한 한 원음에 충실한 표기를 차용했다. 하지만 페르시아어와 아랍어 모음(전자는 ‘a,e,o’, 후자는 ‘a,i,u’)을 차용하는 것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일단 본서에서는 근현대 시아파와 이란과 관련해서는 페르시아어, 이슬람 전반에 관한 것에는 아랍어의 발음에 따라 표기하였다는 것을 알려둔다.
▣ 작가 소개
저자 : 요시무라 신타로
도쿄대학 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히토츠바시대학 언어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란 현대사와 중동국제관계를 전공하며, 현재 히로시마대학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와 논문으로 [핵 확산 문제와 아시아 핵 억제 지론을 넘어서] (이이즈카 히사코 공저, 국제서원, 2009년), [레자 샤 독재와 국제관계 -전환기 이란의 정치사적 연구] (히로시마 대학 출판사, 2007년), [이란·이슬람 체제는 무엇인가 -혁명·전쟁·개혁의 역사로부터] (서사심수, 2005년), [근현대 이란 정치의 발전과 종교적/세속적 내셔널리즘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대 까지를 중심으로] ( 사카이 케이코 · 우스키 아키라 공저 [이슬람 지역연구총서 5- 이슬람 지역의 국가와 내셔널리즘] 도쿄 대학 출판회, 2005년), [중동 각 국가 체제와 쿠르드 문제] ([사상] No.850, 1995년)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장병옥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텍사스(오스틴)대학교 교환교수, 히로시마국립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초빙교수, 한국중동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평가원 원장, 중동연구소 소장 및 이란어과 교수이며 국가 對테러협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현대이란정치』, 『이란외교정책론』, 『중동분쟁과 이슬람』, 『중앙아시아 분쟁과 이슬람』,『이슬람 원리주의와 중동정치』, 『쿠르드족 배반과 좌절의 역사 500년』, 『이슬람』, 『중앙아시아 국제정치의 이해; 신중동 이슬람』, 『이슬람과 미패권주의; 문명충돌이냐 국가 이익이냐』, 등 다수가 있다. 논문으로는 “클린턴의 세계전략과 對한반도정책”, “중동평화와 국제질서; 이란 및 걸프권의 안보와 미국의 역할”, "Iran''s Foreign Policy toward Central Asia and Caucaus”, "Islamic Fundamentalism", "Jihad and Terrorism" 등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역자 서문과 일러두기 / 3
들어가며/ 6
차 례/ 10
서 론/ 13
제1장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하의 이란
1. 카자르조와 이란 사회 / 31
2. 종교세력의 동향과 구조적 변화 / 36
3. 19세기 전반의 영·러 진출과 이란의 종속화 / 39
4. 근대화 정책과 종교적, 민족적 저항의 시작 / 43
5. 매국정치와 연초불매운동 / 50
제2장 입헌혁명의 전개와 정치 위기의 심화
1. 입헌혁명의 발생 / 57
2. 입헌파의 분열과 영·러 협상 / 63
3. 시민 무장봉기의 전개 / 71
4. 혁명의 종언과 영·러 지배 / 74
제3장 제1차 세계대전과 전후 이란의 혼돈
1. 제1차 세계대전 중 이란의 민족운동 / 85
2. 1919년 영국-이란 협정 / 93
3. 북부 혁명정권의 성립 / 96
제4장 레자 샤 독재왕정의 성립과 변화
1. 1921년 쿠데타와 영국의 음모론 / 103
2. 팔레비 왕조 창설 과정 / 108
3. 레자 샤 정권 하의 근대화와 이란의 변용 / 113
4. 레자 독재의 강화와 저항운동 / 117
5. 영·소 양극구조 독재의 종언 / 124
제5장 석유 및 냉전과 민족적 저항
1. ‘점령’후의 이란 사회와 정치 / 130
2. 석유이권 논쟁과 냉전의 개막 / 133
3. 북부 자치요구 운동의 전개와 종언 / 137
4. 석유국유화운동의 전개와 좌절 / 143
제6장 ‘개혁’ 지향의 독재와 미국, 그리고 저항운동
1. 샤 독재와 미국 / 160
2. 농지개혁과 백색혁명 / 165
3. 6월 봉기와 호메이니의 대두 / 173
4. 독재의 권력적 지주와 사회·경제문제 / 179
제7장 혁명, 전쟁과 ‘당파 대립’의 격화
1. 이란 혁명의 전개 / 186
2. 호메이니 지배체제의 성립 / 191
3. 이란-이라크 전쟁의 양상 / 196
4. 포스트 호메이니 체제와 ‘당파 대립’ / 202
5. 9.11의 여파, ‘핵 의혹’과 이란의 현재 / 212
후 기
주 석/ 222
찾아보기/ 237
2011년은 이란 민족운동의 금자탑인 입헌혁명(1905-1911)이 끝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 책은 입헌혁명 이후의 『종속과 저항』의 현대사를 정리한 것이다. 이란 현대사는 『종속과 저항』으로 물든 역사였다. 이것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이란 역사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입헌혁명을 비롯한 1950년대 석유국유화운동도 이란 국민에게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에도 몸소 느낄 수 있는 저항운동이다.
저자는 이란의 역사적 흐름을 끊임없이 좌우해 온 구미열강의 거듭되는 개입과 지배, 그 수용과 반발을 통해 형성된 이란의 국가권력, 그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운동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어 종속과 저항의 역사를 논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한 역사를 통하여 이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이상을 추구하며, 그 이상을 위해 현실에서 어떻게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제약과 한계에 직면하여 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이란의 역동적이고 개성있는 역사와 그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하여, 한국의 석유 수입에 관한 문제들뿐만 아니라, 이란과의 관계에서 역사적 과제를 얼마큼 공유하여 왔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독자들이 이란에 친근감을 가지고 역사적 흐름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역자서문과 일러두기
19세기부터 영국과 러시아의 서남아시아 진출에 따른 이란의 종속화에 대한 저항운동이 시작되었다. 1950년대에는 모사데그가 민족주의의 기치 하에 석유국유화운동을 전개했으나 좌절되었고, 1960년대에는 친미 팔레비 독재정권의 서구 근대화 정책에 대항하는 종교적, 민족적 저항이 일어났다. 마침내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이 성공했고, 이란-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2012년 현재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인한 미국의 대이란 제제라는 국제적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2011년은 이란 민족운동의 금자탑인 입헌혁명(1905-11)이 끝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약 100년에 걸친 종속과 저항으로 점철된 이란 역사를 살펴보면 저자 신타로 요시무라 교수가 이란 현대사에 “종속과 저항의 100년”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매우 적절하다.
역자는 이러한 수난의 이란 역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 국내에 전무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학문적으로 많은 교류를 나누고 있는 친구인 요시무라 교수가 자신의 최신 저술서인 “이란 현대사-종속과 저항의 100년”이라는 책을 역자에게 선물해 주었다. 비록 책의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일반 독자가 알고 있어야할 내용은 거의 총망라하고 있으므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픈 마음에 직접 번역하게 되었다. 요시무라 교수는 히로시마 국립대학에서 이란학을 연구하는 몇 안 되는 저명한 일본 학자 중의 한 분으로 이란 전문가이다.
저자도 간략하게 뒤에서 언급했지만, 본서를 읽기 전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본서에서는 고유명사와 지명을 가능한 한 원음에 충실한 표기를 차용했다. 일단 이란 및 시아파와 관련한 용어는 이란어(페르시아어), 그리고 아랍 및 이슬람과 관련한 용어는 아랍어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였다. 흔히 알려져 있는 예언자 ‘무함마드’는 아랍식 발음으로서, 이란어로는 ‘모함마드’로 발음되며, ‘후세인’도 이란에서는 ‘호세인’으로 발음된다. 본서에서는 아랍 인물의 경우에는 그 이름을 ‘무함마드’ 및 ‘후세인’으로 표기하였고, 이란인의 이름은 ‘모함마드’와 ‘호세인’과 같이 원어의 발음에 충실하도록 표기하였다.
* 책 내용의 중간에 나오는 ‘샤흐리바르’, ‘티르’ 및 ‘호르다드’ 등의 단어는 이란에서 사용 중인 이란력이다. 총 12개월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기력과 비교하였을 때 대략적인 날짜는 다음과 같다.
1월 farvardin(화르바르딘) : 3월 21일~4월 20일(31일)
2월 ordibehesht(오르디베헤쉬트) : 4월 21일~5월 21일(31일)
3월 khordad(호르다드) : 5월 22일~6월 21일(31일)
4월 tir(티르) : 6월 22일~7월 22일(31일)
5월 mordad(모르더드) : 7월 23일~8월 22일(31일)
6월 shahrivar(샤흐리바르) : 8월 23일~9월 22일(31일)
7월 mehr(메흐르) : 9월 23일~10월 22일(30일)
8월 aban(어번) : 10월 23일~11월 21일(30일)
9월 azar(어자르) : 11월 22일~12월 21일(30일)
10월 dey(데이) : 12월 22일~1월 20일(30일)
11월 bahman(바흐만) : 1월 21일~2월 19일(30일)
12월 esfand(에스판드) : 2월 20일~3월 20일(29일)
끝으로 이 책이 오늘날의 이란과 국제정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애써주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탁경구 선생님과 원고를 열심히 돌려가면서 읽고 교정을 해준 연구조교 최솔, 이현혜, 유수정, 김은진, 이초롱, 최성민, 김민지 등 여러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특히 본문은 물론 도표와 지도까지 원문과 대조 작업을 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현혜 양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2012년 2월 3일
역자 장병옥
저자 서문
『이란 현대사』를 공부하기에 앞서
『이란』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개중에는 『이라크』(Iraq)와 혼동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라크가 제1차 세계대전 후에 영국의 식민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오스만 제국(1299-1922)으로부터 독립하여 새로 생겨난 아랍 국가인데 반하여, 이란은 『페르시아』의 긴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를 이어받아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본디 『페르시아』라는 호칭은 기원전 6세기에 동쪽으로는 펀잡 지방에서부터 서쪽 이집트까지, 또 남쪽의 아라비아 반도의 일부부터 흑해 북쪽 연안까지 넓게 지배하였던 아케메네스 왕조(B.C.550-331)의 행정, 문화의 중심지인 파르스(Fars) 지방을 고대 그리스인들이 페르시스(Persis)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이 명칭이 유럽 각국 언어 속에서 일반적으로 『페르시아』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5세기 후에 파르스 지방에 성립한 사산 왕조(224-651)에도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흥미로운 점은 비록 파르스 지방이 중심이 되지 않은 왕조라도, 이후 이란에 세워진 여러 왕조에서 이 명칭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8세기 말엽 부흥한 카자르 왕조(1796-1925)의 시조인 아가 모함마드 샤(1742-97)는 본디 카스피해 남동 연안의 고르건 지방의 투르크계 카자르족 출신으로, 처음으로 수도를 현재의 테헤란으로 옮겼지만, 이 왕조 또한 『카자르 왕조 페르시아』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페르시아』는 고대 그리스 이후 유럽 세계에서 이란 지역에 세워진 왕조들에 붙여진 국제적인 명칭이다. 즉, 이란 내부의 정치적 변화, 시대, 지역, 그리고 민족적인 차이를 넘어선 호칭인 것이다.
하지만 1935년 3월 22일(이란 이슬람력 1314년 1월 1일), 팔레비 왕조(1925-79)는 『아리아인』을 의미하는 『아이리아(Ayrya)』에서 파생된 『이란』을 국명으로 정식 채택하였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해두자면, 이 국명 또한 카자르 왕조 시대에 발행된 통화에 『샤한샤 이란(이란의 왕중의 왕)』이라 새겨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1935년 이전에도 사용되었다. 따라서 1935년의 개명은 국제적 통칭(『페르시아』)을 자칭의 『이란』으로 변경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본서의 과제는 이러한 이란이라는 국가의 전체적인 『현대사』의 흐름을 검토하는 것이다. 먼저, 『현대사』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시간적 분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을 테지만, 여기서는 현대 이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적으로 언급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시대 구분만을 하기로 한다. 따라서 굳이 『근현대사』라고 세분하지 않고, 『현대사』라는 제목을 채택하였다는 점을 밝힌다.
『종속과 저항의 100년』이라는 부제에 설명을 곁들이자면, 2011년은 이란 민족운동의 금자탑인 입헌혁명(1905-11)이 끝난 해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이다. 본서는 이를 기점으로 입헌혁명 이후의 『종속과 저항』의 현대사를 읽어내려고 한다. 그 혁명 이외에도 20세기 초나 그 이전의 이란 정치, 사회나 국제정치에 대한 연구를 빼고서는 이란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 100년간의 『종속과 저항』의 배경과 역사적 조건을 알기 위해서는 19세기 이전에 대한 이해 또한 꼭 필요한 점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이와 함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좌절과 저항으로 점철되었던 운동의 방향성이 크게 흔들렸다고 해도 이란 현대사는 『종속과 저항』으로 물든 역사였다는 것이다. 그 점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하나의 중요한 특징으로서 볼 수 있다. 입헌혁명을 비롯한 1950년대 석유국유화운동도 이란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에도 몸소 느낄 수 있는 저항운동이다. 입헌혁명이나 석유국유화운동에 관한 연구나 사료가 끊임없이 출판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본서는 이 국가의 흐름을 끊임없이 좌우해 온 구미열강의 거듭되는 개입과 지배, 그 수용과 반발을 통해 형성된 이란의 국가권력, 그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운동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어 종속과 저항의 역사를 논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한 역사를 통하여 이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이상을 추구하며, 그 이상을 위해 현실에서 어떻게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제약과 한계에 직면하여 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이란의 역동적이고 개성있는 역사와 그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하여, 한국과 일본이 석유 수입에 관한 문제들뿐만 아니라, 얼마나 이란과의 사이에서 직·간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역사적 과제를 공유하여 왔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독자들이 지리적·정신적으로도 멀다고 생각하기 쉬운 이란에 친근감을 가지고 역사적 흐름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안고 본서는 기획되었다. 이러한 바람이 달성되었는지 아닌지는 현명한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필자의 의도를 알고 본서를 읽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 본서에서는 고유명사, 지명에 대해 가능한 한 원음에 충실한 표기를 차용했다. 하지만 페르시아어와 아랍어 모음(전자는 ‘a,e,o’, 후자는 ‘a,i,u’)을 차용하는 것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일단 본서에서는 근현대 시아파와 이란과 관련해서는 페르시아어, 이슬람 전반에 관한 것에는 아랍어의 발음에 따라 표기하였다는 것을 알려둔다.
▣ 작가 소개
저자 : 요시무라 신타로
도쿄대학 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히토츠바시대학 언어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란 현대사와 중동국제관계를 전공하며, 현재 히로시마대학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와 논문으로 [핵 확산 문제와 아시아 핵 억제 지론을 넘어서] (이이즈카 히사코 공저, 국제서원, 2009년), [레자 샤 독재와 국제관계 -전환기 이란의 정치사적 연구] (히로시마 대학 출판사, 2007년), [이란·이슬람 체제는 무엇인가 -혁명·전쟁·개혁의 역사로부터] (서사심수, 2005년), [근현대 이란 정치의 발전과 종교적/세속적 내셔널리즘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대 까지를 중심으로] ( 사카이 케이코 · 우스키 아키라 공저 [이슬람 지역연구총서 5- 이슬람 지역의 국가와 내셔널리즘] 도쿄 대학 출판회, 2005년), [중동 각 국가 체제와 쿠르드 문제] ([사상] No.850, 1995년)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장병옥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텍사스(오스틴)대학교 교환교수, 히로시마국립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초빙교수, 한국중동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평가원 원장, 중동연구소 소장 및 이란어과 교수이며 국가 對테러협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현대이란정치』, 『이란외교정책론』, 『중동분쟁과 이슬람』, 『중앙아시아 분쟁과 이슬람』,『이슬람 원리주의와 중동정치』, 『쿠르드족 배반과 좌절의 역사 500년』, 『이슬람』, 『중앙아시아 국제정치의 이해; 신중동 이슬람』, 『이슬람과 미패권주의; 문명충돌이냐 국가 이익이냐』, 등 다수가 있다. 논문으로는 “클린턴의 세계전략과 對한반도정책”, “중동평화와 국제질서; 이란 및 걸프권의 안보와 미국의 역할”, "Iran''s Foreign Policy toward Central Asia and Caucaus”, "Islamic Fundamentalism", "Jihad and Terrorism" 등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역자 서문과 일러두기 / 3
들어가며/ 6
차 례/ 10
서 론/ 13
제1장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하의 이란
1. 카자르조와 이란 사회 / 31
2. 종교세력의 동향과 구조적 변화 / 36
3. 19세기 전반의 영·러 진출과 이란의 종속화 / 39
4. 근대화 정책과 종교적, 민족적 저항의 시작 / 43
5. 매국정치와 연초불매운동 / 50
제2장 입헌혁명의 전개와 정치 위기의 심화
1. 입헌혁명의 발생 / 57
2. 입헌파의 분열과 영·러 협상 / 63
3. 시민 무장봉기의 전개 / 71
4. 혁명의 종언과 영·러 지배 / 74
제3장 제1차 세계대전과 전후 이란의 혼돈
1. 제1차 세계대전 중 이란의 민족운동 / 85
2. 1919년 영국-이란 협정 / 93
3. 북부 혁명정권의 성립 / 96
제4장 레자 샤 독재왕정의 성립과 변화
1. 1921년 쿠데타와 영국의 음모론 / 103
2. 팔레비 왕조 창설 과정 / 108
3. 레자 샤 정권 하의 근대화와 이란의 변용 / 113
4. 레자 독재의 강화와 저항운동 / 117
5. 영·소 양극구조 독재의 종언 / 124
제5장 석유 및 냉전과 민족적 저항
1. ‘점령’후의 이란 사회와 정치 / 130
2. 석유이권 논쟁과 냉전의 개막 / 133
3. 북부 자치요구 운동의 전개와 종언 / 137
4. 석유국유화운동의 전개와 좌절 / 143
제6장 ‘개혁’ 지향의 독재와 미국, 그리고 저항운동
1. 샤 독재와 미국 / 160
2. 농지개혁과 백색혁명 / 165
3. 6월 봉기와 호메이니의 대두 / 173
4. 독재의 권력적 지주와 사회·경제문제 / 179
제7장 혁명, 전쟁과 ‘당파 대립’의 격화
1. 이란 혁명의 전개 / 186
2. 호메이니 지배체제의 성립 / 191
3. 이란-이라크 전쟁의 양상 / 196
4. 포스트 호메이니 체제와 ‘당파 대립’ / 202
5. 9.11의 여파, ‘핵 의혹’과 이란의 현재 / 212
후 기
주 석/ 222
찾아보기/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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