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당신의 고기는 안녕하십니까
지난 2010년 말,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국가 대재앙이라고도 불린 이 사태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닭과 오리 약 650만 마리, 돼지 약 340만 마리, 소 약 15만 마리 등 무려 1,0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땅에 묻혔다. 약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 채로 가축을 매몰하던 잔인한 풍경은 국제 뉴스가 되기도 했다. 무너진 축산업에 환경 오염까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이 사태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논의가 분분했으나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이 상황을 최악의 상태로 몰고 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산업화와 자동화의 물결을 타고 21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공장식 축산업은 기본적으로 생명체에 대한 배려보다는 가축을 공장의 물건처럼 길러내는 방식이다. 환기도 잘 되지 않는 공간에 빈틈이 없을 만큼 가축을 밀집시켜 사육하는 탓에 치명적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 오염, 각종 항생제 투입으로 인한 문제, 호르몬 불균형 문제, 종 다양성 파괴 문제, 악취 문제 등 실로 온갖 문제의 온상이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돼지를 학대하며 기르는 축산 업체의 모습이나 돼지에게 고통을 주며 도축하는 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에 대한 관심과 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양돈업체의 돼지 학대 논란이 계속되자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는 좁은 축사에 가둬 키운 돼지고기는 구매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가 먹는 고기 대부분은 공장식 축산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어느 통계를 보면 미국인이 소비하는 고기 중 공장식 축산업으로 생산된 고기의 비중이 99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오염되고 학대받은 동물의 살이 우리의 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고기를 먹는 우리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 건강하지 않은 고기를 기르는 세상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
공장식 축산업을 들여다보다
≪돼지가 사는 공장≫은 이런 공장식 축산업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책을 쓴 니콜렛 한 니먼(Nicolette Hahn Niman)은 미국에서 공장식 돼지 사육 반대 캠페인을 이끌었던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이다. 저자는 환경 단체인 ‘워터키퍼 얼라이언스(Waterkeeper Alliance)’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장식 돼지 사육업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하다가 공장식 축산업의 현실을 접하게 되고, 그 실체를 알아가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공장식 축산업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온갖 문제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산업계의 공장식 사육 실태를 알리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돼지 공장의 실체
저자가 방문한 대부분의 돼지 공장에서는 돼지들이 몸을 돌리지도 못하는 좁은 우리에 갇혀 생활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사료와 약품을 먹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몸을 불린 돼지들은 태어난 지 약 5개월이면 생을 마감한다. 바깥 공기는 맡아 보지도 못하고 흙도 밟아 보지 못한 채 좁은 공간에서 오로지 인간의 식품이 되기 위해 기형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암퇘지의 경우는 더 심각해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크기의 ‘임신용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도축된다. ‘돼지고기’라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 취급을 받는 것이다. 저자는 이 광경들을 직접 접하며 인도주의적인 사육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축산업에 문외한이던 자신이 어떻게 공장식 축산업 반대론자가 되었는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책에 담아냈다.
닭과 달걀, 쇠고기와 우유, 생선의 경우는?
저자가 조사해 본 결과 돼지 이외의 다른 가축의 경우도 실상은 매한가지였다. 닭의 경우 공장식 시스템이 가장 먼저 도입된 가축이다. 산란용과 고기용 품종의 분리, 자동화, 전문화 등의 방식이 도입되면서 ‘마당을 뛰놀던 닭’은 좁은 철창에 갇혀서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제 어미 닭 대신 인공 부화기가 달걀을 품고, 산란용 품종의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산 채로 분쇄기에 넣어져 ‘산업 폐기물’ 신세가 된다. 심지어 ‘걸을 수 있는 닭’을 키운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육업자도 등장했다.
생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식장에서는 바다와 강을 누비고 다녔을 동물들을 한곳에 모아 가두어 기른다. 한정된 공간 안에 많은 물고기를 몰아넣으니 서로 부딪치기 일쑤고 마음대로 헤엄치며 돌아다니기는 불가능하다. 또한 원래 먹던 먹이 대신 알갱이 형태의 인공 사료를 먹는 것까지 공장의 가축들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야생의 물고기가 먹지 않는 도축장 폐기물이나 육상 동물의 배설물이 양식장 사료로 둔갑하기도 한다. 질병과 기생충에 취약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젖소의 경우 품종 개량으로 비정상적으로 큰 젖통을 갖게 되었다. 그런 젖소들은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며 매일 엄청난 양의 우유를 만들어낸다. 우유는 원래 송아지의 몫이겠지만 지금 송아지들은 우유 대신 사료를 먹고 자란다.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젖소가 낳은 수송아지의 경우 절반 정도는 태어나자마자 도축되어 송아지 고기로 팔려나간다.
저자는 다만 쇠고기에 대해서만큼은 다소 오해를 받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쇠고기 업계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양돈업계, 양계업계, 낙농업계에 비하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동안 공장식 소 사육과 쇠고기 업계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어 온 것은 쇠고기가 가장 비싸면서도 서양 사람들이 선호하는 고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돼지와 닭 등 다른 가축이 처한 문제점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업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공장식 축산업을 옹호하는 거대 축산업체들은 공장식 축산업이야말로 세계적인 기아와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저자는 이 논리가 전제부터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기아와 빈곤 문제는 식품 공급량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생산되는 식품의 양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하루에 3,8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저자는 아무리 부작용이 심각하다 해도 대규모 기아 사태를 막을 수만 있다면 공장식 축산업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업으로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바람에 오히려 기아와 빈곤 문제가 악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가축 사육 공장을 유지하려면 공장 부지를 비롯해 사료로 쓰일 곡물을 기를 곳, 배설물을 처리할 곳까지 상당한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 그런데 같은 면적의 땅에서 가축을 방목하며 인도적으로 키울 경우 땅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3위의 가금류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는 1년간 2만 명에 달하는 축산 농민들이 공장식 축산업체 때문에 정든 땅을 떠나 빈곤층이 되었다. 이렇듯 공장식 축산업은 오히려 사람들을 빈곤의 늪으로 내몰고 일부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인도적으로 가축을 기를 수는 없을까
공장식 축산 방식의 비효율성을 짚어본 저자는 가급적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축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학계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소규모 농장의 효율성이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다는 것이다.
전통 방식을 지키는 일부 농장에서는 가축을 철창에 가두지 않고 콘크리트가 아닌 짚과 흙으로 된 축사에서 살게 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들판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 소는 동물성 사료가 아닌 들판의 풀과 곡식을 먹고, 돼지는 들판의 수풀 사이에서 직접 새끼를 낳아 기른다. 들판을 뛰어다니는 가축들은 공장식 시설에서 자라는 가축들보다 건강하기에 항생제 따위의 약품을 쓸 필요가 없다. 물론 그렇게 자란 가축은 영양이 풍부한 고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풀밭의 배설물이 햇빛을 받아 자연 분해되므로 환경 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인도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가축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가축을 도축할 때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올바른 먹거리를 선택하려면
저자는 또한 소비자들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동물성 식품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조금의 관심만 보여도 공장식 축산업체의 고기보다는 보다 건강한 고기, 우유, 달걀 생선 등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제품들은 공장식 축산업체의 제품에 비해 다소 비싼 것이 사실이다. 공장식 축산업체들이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등 사회 전체로 비용을 전가하고, 각종 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도 동물 복지를 위해서는 지출을 하지 않는 등 원가를 낮추는 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을 먹는 빈도와 양을 조금만 줄이면 그런 선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고기 소비량을 줄이자는 이야기는 그리 급진적인 것이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지금처럼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었다. 고기가 너무 흔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육식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책에서는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언급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성 식품을 고를 때, 그 제품이 어떻게 자란 동물에게서 나온 것인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가급적 인도적 대우를 받은 동물에게서 나온 제품을 고르되 만약 자주 찾는 식료품점에 그런 제품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각종 인증 제도의 기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미국의 ‘인도적 사육 인증’ 라벨의 인증 기준은 과연 ‘인도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마찬가지로 ‘자연산’, ‘유기농’, ‘방목’ 등의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기준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채식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육식 자체가 나쁜 행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려서부터 자연과 함께 지내왔고, 지금도 농장에서 자연을 벗 삼아 지내는 저자는 동물의 살을 먹는다는 것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이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음식으로 사용하려고 가축을 키우는 일 또한 그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가축을 제대로 키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사실 저자는 스무 살 무렵부터 채식을 해 온 채식주의자이다. 생물학을 전공한 저자는 유기체와 생태계에 대해 공부를 하며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어떤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건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고, 자신에게는 육식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다만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채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육식이나 채식을 하는 문제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며, 공장식 축산을 없애기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일부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처럼 채식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며, 채식을 한다면서 콩으로 만든 닭고기 맛 너깃이나 가짜 베이컨 따위의 가공식품을 먹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진다.
동물과 인간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저자는 공장식 축산업 반대 운동 과정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소를 키우는 목장 주인이었다. 채식주의자인 저자로서는 농장 주인을 이성으로 만난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결국 둘은 결혼에 골인한다. 그리고 저자는 남편이 운영하는 목장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다.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전통 사육 방식을 온 몸으로 경험해 보고 어떻게 하면 가축을 잘 기를 수 있을지 밤낮으로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저자는 인도적 가축 사육 방식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해서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많은 수익을 위해 가축에게 고통을 가하는 비인도적인 사육 방식은 이제 그 종말을 맞을 때가 되었다.
▣ 작가 소개
저자 : 니콜렛 한 니먼 (Nicolette Hahn Niman)
미국의 환경운동가. 어려서부터 동식물과 함께 자라며 자연스럽게 생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프랑스어를 전공한 뒤 미시간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검사보와 변호사로 일했다. 고향의 무분별한 개발 사업을 막기 위해 시의원으로 활동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환경운동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연설을 듣고 환경 보호 운동에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이후 전미야생동물연합에서 일하다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설립한 환경단체 ‘워터키퍼 얼라이언스’에 수석 변호사로 참여했다. 비인간적이고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공장식 가축 사육 대신 윤리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가축을 길러야 한다는 캠페인을 이끌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채식주의자면서도 인간이 가축을 음식으로 사용하려고 키우는 일이 자연의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공장식 사육 반대 운동 과정에서 만난 목장 주인과 결혼하여 캘리포니아 북부의 농장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역자 : 황미영
서강대학교 전산학과와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좋은 글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번역을 시작했다. 옮긴 책으로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공역)가 있다.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01 공장식 축산업에 반기를 들다
02 예상치 못했던 터닝 포인트
03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04 대형 축산업체들과의 대결
05 이것이 돼지의 삶이다
06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07 오해를 받고 있는 쇠고기
08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젖소
09 그렇다면 생선은 어떨까?
10 올바른 먹거리를 찾아서
11 개혁의 장애물과 그 해답
12 다시 목장으로
주(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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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기는 안녕하십니까
지난 2010년 말,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국가 대재앙이라고도 불린 이 사태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닭과 오리 약 650만 마리, 돼지 약 340만 마리, 소 약 15만 마리 등 무려 1,0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땅에 묻혔다. 약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 채로 가축을 매몰하던 잔인한 풍경은 국제 뉴스가 되기도 했다. 무너진 축산업에 환경 오염까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이 사태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논의가 분분했으나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이 상황을 최악의 상태로 몰고 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산업화와 자동화의 물결을 타고 21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공장식 축산업은 기본적으로 생명체에 대한 배려보다는 가축을 공장의 물건처럼 길러내는 방식이다. 환기도 잘 되지 않는 공간에 빈틈이 없을 만큼 가축을 밀집시켜 사육하는 탓에 치명적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 오염, 각종 항생제 투입으로 인한 문제, 호르몬 불균형 문제, 종 다양성 파괴 문제, 악취 문제 등 실로 온갖 문제의 온상이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돼지를 학대하며 기르는 축산 업체의 모습이나 돼지에게 고통을 주며 도축하는 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에 대한 관심과 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양돈업체의 돼지 학대 논란이 계속되자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는 좁은 축사에 가둬 키운 돼지고기는 구매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가 먹는 고기 대부분은 공장식 축산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어느 통계를 보면 미국인이 소비하는 고기 중 공장식 축산업으로 생산된 고기의 비중이 99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오염되고 학대받은 동물의 살이 우리의 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고기를 먹는 우리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 건강하지 않은 고기를 기르는 세상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
공장식 축산업을 들여다보다
≪돼지가 사는 공장≫은 이런 공장식 축산업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책을 쓴 니콜렛 한 니먼(Nicolette Hahn Niman)은 미국에서 공장식 돼지 사육 반대 캠페인을 이끌었던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이다. 저자는 환경 단체인 ‘워터키퍼 얼라이언스(Waterkeeper Alliance)’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장식 돼지 사육업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하다가 공장식 축산업의 현실을 접하게 되고, 그 실체를 알아가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공장식 축산업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온갖 문제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산업계의 공장식 사육 실태를 알리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돼지 공장의 실체
저자가 방문한 대부분의 돼지 공장에서는 돼지들이 몸을 돌리지도 못하는 좁은 우리에 갇혀 생활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사료와 약품을 먹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몸을 불린 돼지들은 태어난 지 약 5개월이면 생을 마감한다. 바깥 공기는 맡아 보지도 못하고 흙도 밟아 보지 못한 채 좁은 공간에서 오로지 인간의 식품이 되기 위해 기형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암퇘지의 경우는 더 심각해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크기의 ‘임신용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도축된다. ‘돼지고기’라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 취급을 받는 것이다. 저자는 이 광경들을 직접 접하며 인도주의적인 사육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축산업에 문외한이던 자신이 어떻게 공장식 축산업 반대론자가 되었는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책에 담아냈다.
닭과 달걀, 쇠고기와 우유, 생선의 경우는?
저자가 조사해 본 결과 돼지 이외의 다른 가축의 경우도 실상은 매한가지였다. 닭의 경우 공장식 시스템이 가장 먼저 도입된 가축이다. 산란용과 고기용 품종의 분리, 자동화, 전문화 등의 방식이 도입되면서 ‘마당을 뛰놀던 닭’은 좁은 철창에 갇혀서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제 어미 닭 대신 인공 부화기가 달걀을 품고, 산란용 품종의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산 채로 분쇄기에 넣어져 ‘산업 폐기물’ 신세가 된다. 심지어 ‘걸을 수 있는 닭’을 키운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육업자도 등장했다.
생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식장에서는 바다와 강을 누비고 다녔을 동물들을 한곳에 모아 가두어 기른다. 한정된 공간 안에 많은 물고기를 몰아넣으니 서로 부딪치기 일쑤고 마음대로 헤엄치며 돌아다니기는 불가능하다. 또한 원래 먹던 먹이 대신 알갱이 형태의 인공 사료를 먹는 것까지 공장의 가축들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야생의 물고기가 먹지 않는 도축장 폐기물이나 육상 동물의 배설물이 양식장 사료로 둔갑하기도 한다. 질병과 기생충에 취약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젖소의 경우 품종 개량으로 비정상적으로 큰 젖통을 갖게 되었다. 그런 젖소들은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며 매일 엄청난 양의 우유를 만들어낸다. 우유는 원래 송아지의 몫이겠지만 지금 송아지들은 우유 대신 사료를 먹고 자란다.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젖소가 낳은 수송아지의 경우 절반 정도는 태어나자마자 도축되어 송아지 고기로 팔려나간다.
저자는 다만 쇠고기에 대해서만큼은 다소 오해를 받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쇠고기 업계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양돈업계, 양계업계, 낙농업계에 비하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동안 공장식 소 사육과 쇠고기 업계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어 온 것은 쇠고기가 가장 비싸면서도 서양 사람들이 선호하는 고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돼지와 닭 등 다른 가축이 처한 문제점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업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공장식 축산업을 옹호하는 거대 축산업체들은 공장식 축산업이야말로 세계적인 기아와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저자는 이 논리가 전제부터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기아와 빈곤 문제는 식품 공급량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생산되는 식품의 양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하루에 3,8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저자는 아무리 부작용이 심각하다 해도 대규모 기아 사태를 막을 수만 있다면 공장식 축산업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업으로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바람에 오히려 기아와 빈곤 문제가 악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가축 사육 공장을 유지하려면 공장 부지를 비롯해 사료로 쓰일 곡물을 기를 곳, 배설물을 처리할 곳까지 상당한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 그런데 같은 면적의 땅에서 가축을 방목하며 인도적으로 키울 경우 땅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3위의 가금류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는 1년간 2만 명에 달하는 축산 농민들이 공장식 축산업체 때문에 정든 땅을 떠나 빈곤층이 되었다. 이렇듯 공장식 축산업은 오히려 사람들을 빈곤의 늪으로 내몰고 일부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인도적으로 가축을 기를 수는 없을까
공장식 축산 방식의 비효율성을 짚어본 저자는 가급적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축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학계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소규모 농장의 효율성이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다는 것이다.
전통 방식을 지키는 일부 농장에서는 가축을 철창에 가두지 않고 콘크리트가 아닌 짚과 흙으로 된 축사에서 살게 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들판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 소는 동물성 사료가 아닌 들판의 풀과 곡식을 먹고, 돼지는 들판의 수풀 사이에서 직접 새끼를 낳아 기른다. 들판을 뛰어다니는 가축들은 공장식 시설에서 자라는 가축들보다 건강하기에 항생제 따위의 약품을 쓸 필요가 없다. 물론 그렇게 자란 가축은 영양이 풍부한 고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풀밭의 배설물이 햇빛을 받아 자연 분해되므로 환경 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인도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가축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가축을 도축할 때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올바른 먹거리를 선택하려면
저자는 또한 소비자들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동물성 식품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조금의 관심만 보여도 공장식 축산업체의 고기보다는 보다 건강한 고기, 우유, 달걀 생선 등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제품들은 공장식 축산업체의 제품에 비해 다소 비싼 것이 사실이다. 공장식 축산업체들이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등 사회 전체로 비용을 전가하고, 각종 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도 동물 복지를 위해서는 지출을 하지 않는 등 원가를 낮추는 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을 먹는 빈도와 양을 조금만 줄이면 그런 선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고기 소비량을 줄이자는 이야기는 그리 급진적인 것이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지금처럼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었다. 고기가 너무 흔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육식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책에서는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언급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성 식품을 고를 때, 그 제품이 어떻게 자란 동물에게서 나온 것인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가급적 인도적 대우를 받은 동물에게서 나온 제품을 고르되 만약 자주 찾는 식료품점에 그런 제품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각종 인증 제도의 기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미국의 ‘인도적 사육 인증’ 라벨의 인증 기준은 과연 ‘인도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마찬가지로 ‘자연산’, ‘유기농’, ‘방목’ 등의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기준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채식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육식 자체가 나쁜 행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려서부터 자연과 함께 지내왔고, 지금도 농장에서 자연을 벗 삼아 지내는 저자는 동물의 살을 먹는다는 것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이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음식으로 사용하려고 가축을 키우는 일 또한 그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가축을 제대로 키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사실 저자는 스무 살 무렵부터 채식을 해 온 채식주의자이다. 생물학을 전공한 저자는 유기체와 생태계에 대해 공부를 하며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어떤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건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고, 자신에게는 육식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다만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채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육식이나 채식을 하는 문제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며, 공장식 축산을 없애기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일부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처럼 채식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며, 채식을 한다면서 콩으로 만든 닭고기 맛 너깃이나 가짜 베이컨 따위의 가공식품을 먹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진다.
동물과 인간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저자는 공장식 축산업 반대 운동 과정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소를 키우는 목장 주인이었다. 채식주의자인 저자로서는 농장 주인을 이성으로 만난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결국 둘은 결혼에 골인한다. 그리고 저자는 남편이 운영하는 목장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다.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전통 사육 방식을 온 몸으로 경험해 보고 어떻게 하면 가축을 잘 기를 수 있을지 밤낮으로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저자는 인도적 가축 사육 방식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해서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많은 수익을 위해 가축에게 고통을 가하는 비인도적인 사육 방식은 이제 그 종말을 맞을 때가 되었다.
▣ 작가 소개
저자 : 니콜렛 한 니먼 (Nicolette Hahn Niman)
미국의 환경운동가. 어려서부터 동식물과 함께 자라며 자연스럽게 생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프랑스어를 전공한 뒤 미시간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검사보와 변호사로 일했다. 고향의 무분별한 개발 사업을 막기 위해 시의원으로 활동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환경운동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연설을 듣고 환경 보호 운동에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이후 전미야생동물연합에서 일하다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설립한 환경단체 ‘워터키퍼 얼라이언스’에 수석 변호사로 참여했다. 비인간적이고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공장식 가축 사육 대신 윤리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가축을 길러야 한다는 캠페인을 이끌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채식주의자면서도 인간이 가축을 음식으로 사용하려고 키우는 일이 자연의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공장식 사육 반대 운동 과정에서 만난 목장 주인과 결혼하여 캘리포니아 북부의 농장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역자 : 황미영
서강대학교 전산학과와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좋은 글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번역을 시작했다. 옮긴 책으로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공역)가 있다.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01 공장식 축산업에 반기를 들다
02 예상치 못했던 터닝 포인트
03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04 대형 축산업체들과의 대결
05 이것이 돼지의 삶이다
06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07 오해를 받고 있는 쇠고기
08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젖소
09 그렇다면 생선은 어떨까?
10 올바른 먹거리를 찾아서
11 개혁의 장애물과 그 해답
12 다시 목장으로
주(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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