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詩(시)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사랑을 잃은 아픔을 노래한 한 편의 시와 한 곡의 노래가 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264쪽)와 조용미 시인의 「적거」(270쪽). 하지만 이 작품들에는 ‘슬픔’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환기시키는 대상들을 통해 먹먹하고 쓰린 심정을 표현한다. 바람이 분다에서는 “바람이 분다”거나 “하늘이 젖는다”라고 노래하고 있으며 「적거」에서는 “벽지에 탱자나무 흰 꽃이 사방연속무늬로 피어났다”라고 쓰고 있다.
이처럼 같은 감정을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한 두 작품을 사람들에게 감상하게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용미의 시보다는 이소라의 노래를 더 편하게 즐길 것이다. 노래를 듣고 이해하고 즐길 때의 자연스러움이 시 앞에서는 막막한 두려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왜 시는 우리에게 이처럼 어렵고 낯설게 돼버린 걸까?
개인의 서정을 짧은 언어로 표현하는 ‘시’는 읽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상상력을 키워준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시’가 지닌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가 외면 받는 사회가 안타까운 이유는 생명력을 잃은 언어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빈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는 노래처럼』 의 저자 소래섭은 시험을 염두에 두고 시의 의미에만 집착하게 만든 우리 교육이 이 같은 현실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풀이 과정이 다양해도 답은 하나인 수학과 달리 시는 풀이 과정이 다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면을 무시하고 하나의 답만을 강요하기 때문에 일찍이 시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시는 노래처럼』은 경쟁 교육 속에서 잃어버린 시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찾아주고자 기획되었다. 저자는 누구나 쉽게 즐기는 대중가요를 재료 삼아 시를 대면할 힘을 키워줄 보양식을 요리해냈다. 시 앞에서의 두려움을 없애고 창조적인 언어의 유희 속에서 고양된 감정과 상상력을 되찾는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詩(시), 이제 노래처럼 즐겨라
고대의 음유시인들을 떠올려보자. 어두운 밤, 야외극장이나 살롱에서 자기 목소리를 통해 깨어나는 언어와 류트에 도취되어 신화세계를 부활시키는 엄숙한 모습의 시인들을. 또는 성조(聲調)가 한껏 살아 있는 목소리로 멋들어지게 시를 읊는 중국의 시인들을.
시와 노래의 경계가 희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글로만 남아 있는 향가나 고려가요도 운율을 살려 노래로 불렀던 것들이다. 시와 노래가 분리된 지는 채 백 년이 되지 않는다. 노래가 사람들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할 때, 음악에 덜 의존하게 된 시는 평범한 사람이 따르기 힘든 길을 개척해갔다. 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시만 떠올리면 머리가 아파오는 사람들에게 시와 노래가 원래는 하나였다고 말한다면 상황이 좀 달라질까?
저자는 ‘시를 노래처럼 즐기라’고 말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가 있다. 대중가요는 음악 이론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시를 노래처럼 감상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소리 내어 읽는다. 둘째 반복되는 부분을 찾는다. 셋째 감정이입을 일으키는 화자의 입장이 되어본다. 넷째 인상적인 부분을 찾아본다. 다섯째 한 편의 시가 좋은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라(21쪽)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면 이제 감상 포인트에서 얻은 근거들로 시를 해석하면 된다. 여전히 능력이 부족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앞선다면 천양희 시인의 시가 적절한 답이 될 것이다. 「단추를 채우면서」(11쪽)라는 시에는 “잘못 채운 단추가/잘못을 깨운다”라는 구절이 있다. 시작이 실패로 끝났을 때의 마음자세를 말하는 이 시에서 실패는 곧 깨달음이 된다. 저자는 시를 배운 첫 번째 방법이 잘못됐다고 다짜고짜 시를 외면하지 말라고 말한다. 인생이 아직 채우지 못한 단추로 가득하듯, 마음 구멍을 채워줄 단추 같은 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쉰여덟 편의 우리 시와 만난 노래들
시는 일상적이고 논리적인 언어에 상상력을 더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그 여러 가지 방법들을 우리는 은유, 비유, 상징, 반어, 역설 등으로 부른다. 이 책은 열여섯 장에 걸쳐 쉰여덟 편의 우리 시와 대중가요의 어우러짐 속에서 이 같은 표현 기법들의 쓰임과 효과를 다시금 일깨운다.
우선 평범한 대상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는 의미에서 저자는 노라조의 카레에 주목한다. 누가 카레나 고등어를 노래의 소재로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한 발견은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이라는 고은 시인의 「그 꽃」(33쪽)에 비견되는 발견이다. ‘I’와 ‘You’의 합성어로 ‘너와 내가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라는 의미를 가진 아이유의 이름에서는 주관과 대상 사이의 거리가 없는 서정시 탄생의 순간을(48쪽)을 본다. 이 같은 물아일체, 물심일여의 놀라운 경지는 김경미의 「야채사」(51쪽)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이별의 슬픔을 “총 맞은 것처럼” 이라고 토하듯 쏟아내는 노래에서는 감정을 순도 99퍼센트로 응축하는 시의 특성이 살아있다.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했지만 더욱 진실되게 다가오는 정양의 「토막말」(71쪽) 속 “보고자퍼서죽껏다시펄”이라는 대책 없는 막말이 이 노래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그밖에도 “맨해튼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한다며 자신들을 소개한 십센치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에서는 상상력을 통해 호박꽃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 유하의 「사랑의 감옥」(195쪽)을, 사랑은 “아름다운 죄” 또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고 노래하는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속 역설의 ‘시적 진실’은 나희덕 시인의 「땅끝」(249쪽)의 화자가 말하는 위태로움 속의 아름다움을 환기시킨다. 이외에도 저자는 은유, 환유, 운율, 화자, 어조 등 한 편의 시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들을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듯 각 장에서 즐겁게 다루고 있다.
詩(시)의 맛을 찾아가는 길
저자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시도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시의 영양소는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상상력이란 새로운 것을 파악하는 힘, 또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황지우 시인의 「거룩한 식사」(288쪽)에는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고 있다/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저자는 ‘울컥’이란 말 뒤에 붙은 쉼표가 일상적인 경험을 낯선 것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라면발을 건져 올리는 대신 ‘울컥’의 맛을 음미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 쉼표만큼의 시간과 사색으로 인해 라면은 기억과 상상의 매개”가 된다. 그리고 “속도의 시대에 쉼표를 잊지 않는 것, 그 쉼표만큼의 시간이라도 시를 읽는 것” 그것이 “삶을 위대하고 거룩하게 만든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할머니 미자는 시인에게 “시는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시인은 “시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고 “내가 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극적으로 시를 읽고 이해하려는 태도야말로 우리 삶의 ‘시’들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소래섭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현대시를 전공했다. 정지용 시에 나타난 자연 인식 연구로 석사학위를, 백석 시에 나타난 음식의 의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너무나 익숙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작은 것들, 근대의 물결 속에 묻혀버린 우리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 김소월, 정지용, 백석, 이상 등 한국 문학을 빛낸 위대한 작가들이 활동했던 1920~30년대의 문학과 문화에 애정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 삶을 규정하고 있는 그 시대의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것들의 의미를 복원해내기 위해 한국 문학을 문화론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근대성이 주체화되는 역사적 맥락을 재구성하고, 근대를 넘어설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해내려 한다.《백석의 맛》,《에로 그로 넌센스 ― 근대적 자극의 탄생》,《이상 문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공저) 등의 책을 펴냈고. 서울대학교. KAIST 등을 거쳐 지금은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로 있다.
▣ 주요 목차
1장 시와 닮은 것들
첫 실패는 첫 깨달음이다
시는 수학과 다릅니다
시는 사진과 비슷합니다
시는 노래를 닯았습니다/ 밥의 힘, 시의 힘
2장 그들이 ‘카레’를 발견해낸 것처럼
강아지가 사람을 발견하다/ 마법사가 된 시인
열매에 관해 처음으로 묻다
평행선에 얽힌 두 개의 진실
3장 서정시는 아이유다
백배 더 맛있게 사과를 먹는 법
‘아이유’가 된 시인/ ‘아이유’의 신화와 역사
먹어서, 번져서 ‘아이유’되기
4장 시와 감정, 99퍼세트의 초콜릿
속으로 흘리는 눈물이 더 슬프다
미안하다, 밥만 잘 먹더라/ 욕설과 예술의 경계
99퍼센트 절망의 맛
5장 줏대가 아니라 잣대가 필요하다
읽기 두려운 시들/ 다양한 해석의 함정
시대에 짓눌린 풀, 시대를 잘못 만난 강
잦대가 있어야 줏대가 생긴다
6장 은유는 심장도 춤추게 한다
희망이 모자란 세상은 없었다
비유가 필요한 까닭/은유는 수수께끼다
은유는 힘이 세다
7장 실패한 사랑은 환유를 남긴다
몸값과 마음값/ 사랑이 쉽게 잊히지 않는 까닭
내 것이 아닌 삶들/ 은유적 삶과 환유적 삶
8장 DJ DOC와 운율을
새 것이 없으므로 새로워질 수 있다
랩을 알면 운율이 보인다
운율이 만들어내는 효과
자연의 리듬을 닮은 운율
9장 나는 화자다
긍정 속에서만 새 길이 열린다
시인과 화자가 다른 이유
길을 선택할 때는 신중하게
10장 목소리에도 ‘느낌 있다’
빛이 있다는 것은 어둠도 있다는 것
가수가 되려면 톤(tone)이 좋아야 한다는데
내게 하는 말, 네게 하는 말/너의 목소리가 들려
11장 다방커피와 아메리카노
곡선으로 날고 직선으로 추락한다
‘이미지 메이킹’하는 시인
이미지를 떠올리면 주제가 보인다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12장 ‘19’와 상징들
앞으로 가는 뒷걸음질
상징의 효과와 상징 비틀기
저울이 상징하는 어떤 삶
13장 엇나갈 수밖에 없는 말들
집, 룸, 홈의 차이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짜장면이 싫다던 어머니의 발톱
반어를 만들어내는 사랑
14장 역설, 모순 너머의 진실
채송화처럼 납작하게 운다는 것
진실을 말하는 또 다른 방식
아름다운 것들의 진실/ 가을에 발견하는 진실
15장 달빛으로 말하기
기다림이 남아 있는 곳
김태원이 시적인 까닭
말하는 대신 보여주리라/ 꽃으로 말하는 슬픔
16장 밥 먹듯이 즐기는 시와 노래
젊음은 달관하지 않는 것이다
십 대들이 시와 노래에 민감한 이유
시와 노래는 밥이다/위대하고 거룩한 밥과 시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詩(시)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사랑을 잃은 아픔을 노래한 한 편의 시와 한 곡의 노래가 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264쪽)와 조용미 시인의 「적거」(270쪽). 하지만 이 작품들에는 ‘슬픔’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환기시키는 대상들을 통해 먹먹하고 쓰린 심정을 표현한다. 바람이 분다에서는 “바람이 분다”거나 “하늘이 젖는다”라고 노래하고 있으며 「적거」에서는 “벽지에 탱자나무 흰 꽃이 사방연속무늬로 피어났다”라고 쓰고 있다.
이처럼 같은 감정을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한 두 작품을 사람들에게 감상하게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용미의 시보다는 이소라의 노래를 더 편하게 즐길 것이다. 노래를 듣고 이해하고 즐길 때의 자연스러움이 시 앞에서는 막막한 두려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왜 시는 우리에게 이처럼 어렵고 낯설게 돼버린 걸까?
개인의 서정을 짧은 언어로 표현하는 ‘시’는 읽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상상력을 키워준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시’가 지닌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가 외면 받는 사회가 안타까운 이유는 생명력을 잃은 언어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빈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는 노래처럼』 의 저자 소래섭은 시험을 염두에 두고 시의 의미에만 집착하게 만든 우리 교육이 이 같은 현실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풀이 과정이 다양해도 답은 하나인 수학과 달리 시는 풀이 과정이 다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면을 무시하고 하나의 답만을 강요하기 때문에 일찍이 시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시는 노래처럼』은 경쟁 교육 속에서 잃어버린 시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찾아주고자 기획되었다. 저자는 누구나 쉽게 즐기는 대중가요를 재료 삼아 시를 대면할 힘을 키워줄 보양식을 요리해냈다. 시 앞에서의 두려움을 없애고 창조적인 언어의 유희 속에서 고양된 감정과 상상력을 되찾는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詩(시), 이제 노래처럼 즐겨라
고대의 음유시인들을 떠올려보자. 어두운 밤, 야외극장이나 살롱에서 자기 목소리를 통해 깨어나는 언어와 류트에 도취되어 신화세계를 부활시키는 엄숙한 모습의 시인들을. 또는 성조(聲調)가 한껏 살아 있는 목소리로 멋들어지게 시를 읊는 중국의 시인들을.
시와 노래의 경계가 희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글로만 남아 있는 향가나 고려가요도 운율을 살려 노래로 불렀던 것들이다. 시와 노래가 분리된 지는 채 백 년이 되지 않는다. 노래가 사람들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할 때, 음악에 덜 의존하게 된 시는 평범한 사람이 따르기 힘든 길을 개척해갔다. 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시만 떠올리면 머리가 아파오는 사람들에게 시와 노래가 원래는 하나였다고 말한다면 상황이 좀 달라질까?
저자는 ‘시를 노래처럼 즐기라’고 말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가 있다. 대중가요는 음악 이론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시를 노래처럼 감상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소리 내어 읽는다. 둘째 반복되는 부분을 찾는다. 셋째 감정이입을 일으키는 화자의 입장이 되어본다. 넷째 인상적인 부분을 찾아본다. 다섯째 한 편의 시가 좋은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라(21쪽)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면 이제 감상 포인트에서 얻은 근거들로 시를 해석하면 된다. 여전히 능력이 부족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앞선다면 천양희 시인의 시가 적절한 답이 될 것이다. 「단추를 채우면서」(11쪽)라는 시에는 “잘못 채운 단추가/잘못을 깨운다”라는 구절이 있다. 시작이 실패로 끝났을 때의 마음자세를 말하는 이 시에서 실패는 곧 깨달음이 된다. 저자는 시를 배운 첫 번째 방법이 잘못됐다고 다짜고짜 시를 외면하지 말라고 말한다. 인생이 아직 채우지 못한 단추로 가득하듯, 마음 구멍을 채워줄 단추 같은 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쉰여덟 편의 우리 시와 만난 노래들
시는 일상적이고 논리적인 언어에 상상력을 더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그 여러 가지 방법들을 우리는 은유, 비유, 상징, 반어, 역설 등으로 부른다. 이 책은 열여섯 장에 걸쳐 쉰여덟 편의 우리 시와 대중가요의 어우러짐 속에서 이 같은 표현 기법들의 쓰임과 효과를 다시금 일깨운다.
우선 평범한 대상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는 의미에서 저자는 노라조의 카레에 주목한다. 누가 카레나 고등어를 노래의 소재로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한 발견은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이라는 고은 시인의 「그 꽃」(33쪽)에 비견되는 발견이다. ‘I’와 ‘You’의 합성어로 ‘너와 내가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라는 의미를 가진 아이유의 이름에서는 주관과 대상 사이의 거리가 없는 서정시 탄생의 순간을(48쪽)을 본다. 이 같은 물아일체, 물심일여의 놀라운 경지는 김경미의 「야채사」(51쪽)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이별의 슬픔을 “총 맞은 것처럼” 이라고 토하듯 쏟아내는 노래에서는 감정을 순도 99퍼센트로 응축하는 시의 특성이 살아있다.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했지만 더욱 진실되게 다가오는 정양의 「토막말」(71쪽) 속 “보고자퍼서죽껏다시펄”이라는 대책 없는 막말이 이 노래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그밖에도 “맨해튼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한다며 자신들을 소개한 십센치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에서는 상상력을 통해 호박꽃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 유하의 「사랑의 감옥」(195쪽)을, 사랑은 “아름다운 죄” 또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고 노래하는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속 역설의 ‘시적 진실’은 나희덕 시인의 「땅끝」(249쪽)의 화자가 말하는 위태로움 속의 아름다움을 환기시킨다. 이외에도 저자는 은유, 환유, 운율, 화자, 어조 등 한 편의 시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들을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듯 각 장에서 즐겁게 다루고 있다.
詩(시)의 맛을 찾아가는 길
저자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시도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시의 영양소는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상상력이란 새로운 것을 파악하는 힘, 또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황지우 시인의 「거룩한 식사」(288쪽)에는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고 있다/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저자는 ‘울컥’이란 말 뒤에 붙은 쉼표가 일상적인 경험을 낯선 것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라면발을 건져 올리는 대신 ‘울컥’의 맛을 음미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 쉼표만큼의 시간과 사색으로 인해 라면은 기억과 상상의 매개”가 된다. 그리고 “속도의 시대에 쉼표를 잊지 않는 것, 그 쉼표만큼의 시간이라도 시를 읽는 것” 그것이 “삶을 위대하고 거룩하게 만든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할머니 미자는 시인에게 “시는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시인은 “시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고 “내가 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극적으로 시를 읽고 이해하려는 태도야말로 우리 삶의 ‘시’들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소래섭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현대시를 전공했다. 정지용 시에 나타난 자연 인식 연구로 석사학위를, 백석 시에 나타난 음식의 의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너무나 익숙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작은 것들, 근대의 물결 속에 묻혀버린 우리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 김소월, 정지용, 백석, 이상 등 한국 문학을 빛낸 위대한 작가들이 활동했던 1920~30년대의 문학과 문화에 애정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 삶을 규정하고 있는 그 시대의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것들의 의미를 복원해내기 위해 한국 문학을 문화론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근대성이 주체화되는 역사적 맥락을 재구성하고, 근대를 넘어설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해내려 한다.《백석의 맛》,《에로 그로 넌센스 ― 근대적 자극의 탄생》,《이상 문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공저) 등의 책을 펴냈고. 서울대학교. KAIST 등을 거쳐 지금은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로 있다.
▣ 주요 목차
1장 시와 닮은 것들
첫 실패는 첫 깨달음이다
시는 수학과 다릅니다
시는 사진과 비슷합니다
시는 노래를 닯았습니다/ 밥의 힘, 시의 힘
2장 그들이 ‘카레’를 발견해낸 것처럼
강아지가 사람을 발견하다/ 마법사가 된 시인
열매에 관해 처음으로 묻다
평행선에 얽힌 두 개의 진실
3장 서정시는 아이유다
백배 더 맛있게 사과를 먹는 법
‘아이유’가 된 시인/ ‘아이유’의 신화와 역사
먹어서, 번져서 ‘아이유’되기
4장 시와 감정, 99퍼세트의 초콜릿
속으로 흘리는 눈물이 더 슬프다
미안하다, 밥만 잘 먹더라/ 욕설과 예술의 경계
99퍼센트 절망의 맛
5장 줏대가 아니라 잣대가 필요하다
읽기 두려운 시들/ 다양한 해석의 함정
시대에 짓눌린 풀, 시대를 잘못 만난 강
잦대가 있어야 줏대가 생긴다
6장 은유는 심장도 춤추게 한다
희망이 모자란 세상은 없었다
비유가 필요한 까닭/은유는 수수께끼다
은유는 힘이 세다
7장 실패한 사랑은 환유를 남긴다
몸값과 마음값/ 사랑이 쉽게 잊히지 않는 까닭
내 것이 아닌 삶들/ 은유적 삶과 환유적 삶
8장 DJ DOC와 운율을
새 것이 없으므로 새로워질 수 있다
랩을 알면 운율이 보인다
운율이 만들어내는 효과
자연의 리듬을 닮은 운율
9장 나는 화자다
긍정 속에서만 새 길이 열린다
시인과 화자가 다른 이유
길을 선택할 때는 신중하게
10장 목소리에도 ‘느낌 있다’
빛이 있다는 것은 어둠도 있다는 것
가수가 되려면 톤(tone)이 좋아야 한다는데
내게 하는 말, 네게 하는 말/너의 목소리가 들려
11장 다방커피와 아메리카노
곡선으로 날고 직선으로 추락한다
‘이미지 메이킹’하는 시인
이미지를 떠올리면 주제가 보인다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12장 ‘19’와 상징들
앞으로 가는 뒷걸음질
상징의 효과와 상징 비틀기
저울이 상징하는 어떤 삶
13장 엇나갈 수밖에 없는 말들
집, 룸, 홈의 차이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짜장면이 싫다던 어머니의 발톱
반어를 만들어내는 사랑
14장 역설, 모순 너머의 진실
채송화처럼 납작하게 운다는 것
진실을 말하는 또 다른 방식
아름다운 것들의 진실/ 가을에 발견하는 진실
15장 달빛으로 말하기
기다림이 남아 있는 곳
김태원이 시적인 까닭
말하는 대신 보여주리라/ 꽃으로 말하는 슬픔
16장 밥 먹듯이 즐기는 시와 노래
젊음은 달관하지 않는 것이다
십 대들이 시와 노래에 민감한 이유
시와 노래는 밥이다/위대하고 거룩한 밥과 시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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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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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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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