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이 우리말로 처음 옮긴 중세 기행문학의 세계적 고전
14세기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회 수사 오도릭이 남긴 『동방기행』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더불어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히는 책이다. 나머지 책들에 비하여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중세 동서 문명교류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또 하나의 세계적 고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동시대에 쓰인 『동방견문록』『이븐 바투타 여행기』와는 여행의 노정이나 견문과 전문(傳聞)의 기록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사료로서의 가치는 두말할 나위 없이 높다. 물론 세계 4대 여행기라는 수식에 걸맞게 이 책은 기본적으로 걸출한 기행문학이다. 청빈하고 독실한 사제의 신분으로 장장 12년간 동방세계를 휘젓고 다닌 오도릭은 온갖 고난에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못한 여행가이자 탐험가였다. 동방에 다녀온 서방의 많은 전도사들이 대부분 간단한 복명서(復命書)나 평범한 견문기를 남긴 데 비해 오도릭은 거로(去路)와 귀로는 물론 길고 긴 여로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한 편의 ‘여행기’로 남겨놓은 남다른 인물이었던 것이다.
『동방견문록』이나 『이븐 바투타 여행기』보다 기술이 소략하고 혼동과 오류가 적지 않은데도 이 책이 앞의 책들과 기행문학의 세계적 고전으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이미 『이븐 바투타 여행기』(창비, 2001)와 『왕오천축국전』(『혜초의 왕오천축국전』, 학고재, 2004)의 역주서를 쓴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은 이번에 오도릭의 『동방기행』을 역주함으로써, 마침내 세계 4대 여행기 가운데 3종을 우리말로 완역하는 희유의 학문적 과업을 이루어냈다(『동방견문록』은 김호동 역주,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사계절, 2000 참고). 한 사람의 학자가 고군분투하며 일궈낸 우리 학계와 출판계의 귀중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중세 이탈리아 수사 오도릭이 남긴 불세출의 동방여행기
이 책은 크게 역주자의 해설과 여행기 본문으로 나뉘어 있다. 해설에서는 오도릭의 동방행을 촉발한 시대적 배경, 오도릭의 생애, 『동방기행』의 구체적 내용, 여행 노정 등을 다룬다. 중세 동서 문명교류의 바탕에는 십자군원정과 몽골의 서정(西征), 제국 원(元)의 진취적인 대서방 통교 등 여러 요인으로 일어난 기독교 동전(東傳)의 파고가 있었다. 본문에서 오도릭은 기독교인으로서 동방의 여러 민족과 종교, 문화에 대한 편견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데 역주자는 해설을 통해 적절한 문명사적 해석의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오도릭이 기술한 동방 각 지역의 인문지리, 생활풍습, 물산, 종교, 유적과 유물, 기담과 기적, 내용 전개에서의 특징 등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본문은 오도릭의 여행 노정을 기준으로 하여 모두 다섯 편으로 구성했으며, 각 편마다 관련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주석을 따로 첨부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그의 구술을 다른 사람이 받아 적은 것이듯이, 『동방기행』 또한 원본은 오도릭이 임종을 앞두고 한 지방관리의 요청에 따라 구술한 여행의 전모를 다른 수사가 라틴어로 옮겨 적은 것이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기술의 흐름이 자주 끊기고 노정의 혼동과 오류가 드러난다. 즉 본문만으로는 온전한 독서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역주자는 주석을 통해 동시대의 글인 『동방견문록』과 『이븐 바투타 여행기』, 그리고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 최한기의 『지구전요地球典要』 등 우리 고전의 관련 내용까지 충분히 다루어, 독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본문의 1편은 오늘날의 이란을 비롯한 서아시아, 2편은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편은 오도릭이 6년간 머문 중국(元), 4편은 티베트 등 중앙아시아를 다루며 5편은 종편이다. 본문에는 『동방견문록』이나 『이븐 바투타 여행기』 등 기타 여행기에서 볼 수 없는 인문지식이 다수 소개되어 당대의 역사문화상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동방박사 세 사람의 출발지를 카싼(현 이란의 카샨)이라고 못 박고 있으며, 인도양을 항해하는 쇠붙이를 쓰지 않은 배(jase)에 대해 묘사하며, 칸사이(현 중국의 항주)의 행정관리 체제인 보갑제까지 소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난쟁이국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기도 하고 원(元)의 역참 제도의 운영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한다.
『동방기행』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당대 동방 각 지역의 풍습과 물산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는 점이다. 인도의 숭우(崇牛) 관행, 몽골 대칸들의 경축 행사와 그곳 여성들의 전족(纏足), 힌�교도들의 종교적 폐단, 티베트의 조장(鳥葬) 풍습 등에 대한 묘사는 그 시각이 편견에 빠진 것이긴 해도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다. 특이하고 희귀한 식품, 동물, 농산물, 식물 등에 관한 소개도 이 책의 빠뜨릴 수 없는 매력이다. 후즈(현 이란 서남부의 아바즈)의 만나(감로밀甘露蜜), 타나의 흑사자와 비비(원숭이), 필징가, 소두구, 육두구 등 생물학 연구 등에도 귀중한 자료가 될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오도릭의 동방행이 기본적으로 기독교 전파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인지 『동방기행』에는 유달리 종교에 관한 서술이 많다. 다만 동방의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에 대한 오도릭의 시각이 심각할 정도의 편견과 무지에 사로잡혀 있어 다소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 밖에 노아의 방주가 얹혀 있다는 사르비사칼로(아라라트 산), 코메룸(페르세폴리스), 바벨탑, 자바의 황금궁전, 실란(스리랑카)의 아담 산 등 유적과 유물에 대한 묘사가 다채롭고, 특히 대도(북경)에 있는 대칸의 궁전에 관한 기록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해 역사 기록을 실증하고 있다.
이 책 『동방기행』의 라틴어 원본은 소실되었으며, 역주자 정수일은 헨리 율(Sir Henry Yule)이 1866년에 옮긴 영역본 The Travels of Friar Odoric, A 14th-Century Journal of the Blessed Odoric of Pordenone, translated by Sir Henry Yule(원명은 The Eastern Parts of the World Described by Friar Odoric the Bohemian, of Friuli, in the Province of Saint Anthony),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 2001)을 저본으로 번역했다. 율은 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라틴어 사본을 저본으로 영역했다. 역주에서는 何高濟 譯,『鄂多立克東游錄』(中華書局, 2002)을 참고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이 책의 원본은 병상에서 임종을 앞둔 오도릭의 구술을 받아 적은 것이어서 여행 노정상의 혼동과 오류가 상당수 드러나 있다. 역주자는 치밀한 문명교류학적 고증으로 잘못된 노정을 바로잡거나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여 원문의 오류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또한 오도릭의 노정 전도와 각 편별 노정도, 마르코 폴로와 이븐 바투타의 거로와 귀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수록해 독자를 이해를 돕고자 했다. 더불어 다수의 현장 사진자료를 통해 내용의 직관성을 높이려 했다.
▣ 작가 소개
저 : 오도릭
Odoric
이탈리아 북부 성 안토니오 주 포르데노네의 프리울리에서 태어났다. 프란체스코회 소형제회 소속의 독실한 사제로서 젊은 시절부터 청빈하고 경건하게 수행하며 수양을 쌓았다. 십자군원정과 몽골의 서정(西征), 원(元)제국의 진취적인 대서방 통교 등 여러 요인으로 일기 시작한 로마가톨릭 주도의 기독교 동전(東傳)에 앞장선 프란체스코회의 일원으로 동방행에 나섰다. 1318년 4월 베네치아를 출발한 그는 오늘날의 이란을 비롯한 서아시아와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두루 거치고 중국元에 이르러 6년을 머문 뒤 귀로에 티베트와 이란 등 중앙아시아를 지나 1330년, 장장 12년간의 동방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초행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50명의 수사를 대동해 재행에 나서기로 마음먹고 재가를 얻기 위해 로마 교황을 찾아가는 길에 중병에 걸려 고향 프리울리의 작은 도시 우디네로 돌아와 1331년 1월 4일 선종했다. 1755년 교황 베네딕트 14세의 하명에 의해 동방행을 택한 전도사인 동시에 동방 각 지역의 인문지리, 생활풍습, 물산, 종교, 유물유적, 기담과 기적 등 길고 긴 여로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한 편의... 완벽한 여행기로 남긴 독보적인 여행가이자 탐험가였다. 임종을 앞두고 동방여행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한 지방관리의 요청으로 동방행의 전모를 병상에서 구술했다. 이를 한 수사가 라틴어로 기록해 후일 편집 출간한 것이 <오도릭의 동방기행>의 원본(소실)이다. <오도릭의 동방기행>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힌다.
역 : 정수일
鄭守一
파란만장한 삶을 산 학자, 정수일 교수.그는 일제 강점기 연변의 가난한 유민의 아들로 태어나, 북경대학을 거쳐 중국 외교부에서 근무하며 중국의 엘리트로 거듭났다. 그러다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한으로 건너 가 평양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그 후 평양대학교를 떠나 10년동안 튀니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의 대학에서 이슬람을 전공한 교수로 활동해왔다가 1984년 그는 한국인이 아닌 아랍계 외국인의 신분으로 남한에 돌아온다. 그는 아랍계 외국인으로서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이국스러운 외모와 완벽한 아랍어 구사로 한국에서 만난 아내조차 그를 아랍인으로 믿고 있었다.
1988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을 하였고, 1990년 〈신라와 아랍·이슬람제국관계사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후 단국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임용되어 강의 하였고, 많은 저술 활동 및 대외 활동을 하며, 한반도의 고대문명과 아시아와 이슬람간의 문명교류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전개했지만, 그는 1996년 ‘정수일’이라는 이름의 북한공작원으로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감옥에서 ‘문명교류학’이라는 그의 학문연구에 몰두했다. 사형이 선도되기 전, 그는 이미 국내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였지만, 감옥 안에서 그는 자신의 얽혀버린 삶을 반성하듯 더욱 더 연구에 매진하여 200자 원고지 2만5,000장 분량의 연구 초고를 완성했다.
그리고, 2000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정수일은 석방, 이후 2003년 4월 30일 특별사면 및 복권되었으며 5월 14일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는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를 통하여 자신의 할 일을 학문에 몰두하는 일이라고 다짐한다.“하나하나를 새로이 출발하고 새로이 쌓아간다는 심정과 자세로 과욕이나 성급함을 버리고 천릿길에 들어선 황소처럼 쉼 없이, 조금도 쉼 없이, 오로지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오. ”현대사의 한국이 놓여있던 갈라짐과 분열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었던 학자는 사형수로서 독방에서 해왔던 것과 같이 쉼 없이 이슬람과 실크로드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있다. 어긋난 삶의 복원은 그가 추구하는 학문 속에서, 그 지식이 담긴 글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씰크로드학』, 『고대문명교류사』,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문명 교류사 연구』, 『이슬람 문명』 등이 있으며, 역주서로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역주자 서문 017
역주자 해설 025
1편 서아시아
1 수사의 트레비존드와 대아르메니아 견문 093
2 페르시아 황제가 사는 타우리스 시와 솔다니아 사에 관해 096
3 마기의 도시와 사해 및 후즈 지역에 관해 097
4 수사 오도릭이 칼데아인들의 풍습과 내륙 인도 및 오르메스에 관해 언급 100
2편 동남아시아
5 선체에 쇠붙이를 박지 않은 배; 수사 오도릭은 이러한 배를 타고 인도의 타나에 도착하였다 129
6 네 수사의 타나 시 순교사 131
7 속편 133
8 속편 이야기 135
9 속편 이야기 137
10 속편 이야기 139
11 속편 140
12 속편 이야기 143
13 수사 오도릭은 어떻게 네 수사의 해골을 수습하였는가; 그로부터 발생한 기적 144
14 속편 145
15 속편 146
16 수사 오도릭은 네 수사의 일을 마침; 지금 미니바르 왕국과 후추 생산에 관해 언급 147
17 수사 오도릭이 폴룸붐 우상숭배자들의 풍속을 기술 150
18 모바르 왕국에 관해, 거기에 성 토마스의 시체가 있다 152
19 우상숭배자들의 다른 풍속에 관해 154
20 라모리란 나라, 북극성이 은몰하는 곳에 관해; 또한 수몰트라에 관해 156
21 수사는 자바라는 훌륭한 섬에 관해 언급 158
22 탈라마신이란 나라, 밀가루를 주는 나무와 기타 불가사의한 일들에 관해 159
23 점파 국왕은 어떻게 많은 코끼리와 처를 거느리고 있는가 162
24 니코베란 섬에 관해, 그곳 남자들은 개 얼굴을 하고 있다 164
25 실란, 그곳의 놀랄 만한 일들 165
26 돈딘이라는 섬에 관해, 그리고 그곳의 악습 167
27 인도와 그곳 도서에 관한 한마디 169
3편 중국
28 수사 오도릭이 상인도와 만지 성에 도착, 그곳에 관해 기술 225
29 대도시 센스칼란에 관해 226
30 자이톤이라는 유명한 도시, 그곳 백성들은 어떻게 신을 모시는가 227
31 푸조 시의 기사(奇事) 및 희한한 물고기잡이에 관한 수사의 언급 228
32 칸사이 시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 231
33 수사 오도릭이 한 우상숭배 사원에서 본 놀라운 광경에 관해 233
34 칠렌푸 시와 대하 탈라이 그리고 어떤 난쟁이에 관해 235
35 얌자이 시와 멘주 시에 관해 237
36 카라모란 강과 수사 오도릭이 방문한 다른 도시들에 관해 239
37 수사의 캄발레크 도착과 기술 그곳 대칸의 궁전에 관해 240
38 수사가 칸의 궁정 사정에 관해 기술 242
39 대칸이 순행할 때의 질서에 관해 245
40 칸 영역의 확대; 거기서 숙소는 어떻게 마련되며 또 소식은 군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 246
41 칸의 대규모 사냥에 관해 248
42 칸이 지키고 있는 4대 명절에 관해 250
43 새끼 양과 비슷한 동물을 생산하는 일종의 멜론에 관해 252
4편 중앙아시아
44 수사는 거란을 지나간 후 프레스터 존과 다른 사람들의 여러 나라에 관해 기술 283
45 티베트 왕국 거기에 우상숭배교도들의 교황이 거주 284
46 만지의 한 부자에 관해; 그는 어떻게 50명의 소녀들에게 부양되었는가 285
47 산의 노인과 그의 종말에 관해 287
48 수사들은 어떻게 타타르 지방의 악마들에게 대응하였는가 288
49 수사는 공포스러운 일을 목격한 계곡에 관해 언급 289
5편 종편
50 수사 오도릭은 그의 이야기가 진실임을 입증 301
51 바싸노의 수사 마르케시노가 그의 말을 보충; 그는 오도릭에 관해 들은 미담 한 가지를 언급 302
52 수사 오도릭의 선종 303
찾아보기 310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이 우리말로 처음 옮긴 중세 기행문학의 세계적 고전
14세기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회 수사 오도릭이 남긴 『동방기행』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더불어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히는 책이다. 나머지 책들에 비하여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중세 동서 문명교류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또 하나의 세계적 고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동시대에 쓰인 『동방견문록』『이븐 바투타 여행기』와는 여행의 노정이나 견문과 전문(傳聞)의 기록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사료로서의 가치는 두말할 나위 없이 높다. 물론 세계 4대 여행기라는 수식에 걸맞게 이 책은 기본적으로 걸출한 기행문학이다. 청빈하고 독실한 사제의 신분으로 장장 12년간 동방세계를 휘젓고 다닌 오도릭은 온갖 고난에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못한 여행가이자 탐험가였다. 동방에 다녀온 서방의 많은 전도사들이 대부분 간단한 복명서(復命書)나 평범한 견문기를 남긴 데 비해 오도릭은 거로(去路)와 귀로는 물론 길고 긴 여로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한 편의 ‘여행기’로 남겨놓은 남다른 인물이었던 것이다.
『동방견문록』이나 『이븐 바투타 여행기』보다 기술이 소략하고 혼동과 오류가 적지 않은데도 이 책이 앞의 책들과 기행문학의 세계적 고전으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이미 『이븐 바투타 여행기』(창비, 2001)와 『왕오천축국전』(『혜초의 왕오천축국전』, 학고재, 2004)의 역주서를 쓴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은 이번에 오도릭의 『동방기행』을 역주함으로써, 마침내 세계 4대 여행기 가운데 3종을 우리말로 완역하는 희유의 학문적 과업을 이루어냈다(『동방견문록』은 김호동 역주,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사계절, 2000 참고). 한 사람의 학자가 고군분투하며 일궈낸 우리 학계와 출판계의 귀중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중세 이탈리아 수사 오도릭이 남긴 불세출의 동방여행기
이 책은 크게 역주자의 해설과 여행기 본문으로 나뉘어 있다. 해설에서는 오도릭의 동방행을 촉발한 시대적 배경, 오도릭의 생애, 『동방기행』의 구체적 내용, 여행 노정 등을 다룬다. 중세 동서 문명교류의 바탕에는 십자군원정과 몽골의 서정(西征), 제국 원(元)의 진취적인 대서방 통교 등 여러 요인으로 일어난 기독교 동전(東傳)의 파고가 있었다. 본문에서 오도릭은 기독교인으로서 동방의 여러 민족과 종교, 문화에 대한 편견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데 역주자는 해설을 통해 적절한 문명사적 해석의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오도릭이 기술한 동방 각 지역의 인문지리, 생활풍습, 물산, 종교, 유적과 유물, 기담과 기적, 내용 전개에서의 특징 등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본문은 오도릭의 여행 노정을 기준으로 하여 모두 다섯 편으로 구성했으며, 각 편마다 관련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주석을 따로 첨부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그의 구술을 다른 사람이 받아 적은 것이듯이, 『동방기행』 또한 원본은 오도릭이 임종을 앞두고 한 지방관리의 요청에 따라 구술한 여행의 전모를 다른 수사가 라틴어로 옮겨 적은 것이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기술의 흐름이 자주 끊기고 노정의 혼동과 오류가 드러난다. 즉 본문만으로는 온전한 독서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역주자는 주석을 통해 동시대의 글인 『동방견문록』과 『이븐 바투타 여행기』, 그리고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 최한기의 『지구전요地球典要』 등 우리 고전의 관련 내용까지 충분히 다루어, 독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본문의 1편은 오늘날의 이란을 비롯한 서아시아, 2편은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편은 오도릭이 6년간 머문 중국(元), 4편은 티베트 등 중앙아시아를 다루며 5편은 종편이다. 본문에는 『동방견문록』이나 『이븐 바투타 여행기』 등 기타 여행기에서 볼 수 없는 인문지식이 다수 소개되어 당대의 역사문화상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동방박사 세 사람의 출발지를 카싼(현 이란의 카샨)이라고 못 박고 있으며, 인도양을 항해하는 쇠붙이를 쓰지 않은 배(jase)에 대해 묘사하며, 칸사이(현 중국의 항주)의 행정관리 체제인 보갑제까지 소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난쟁이국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기도 하고 원(元)의 역참 제도의 운영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한다.
『동방기행』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당대 동방 각 지역의 풍습과 물산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는 점이다. 인도의 숭우(崇牛) 관행, 몽골 대칸들의 경축 행사와 그곳 여성들의 전족(纏足), 힌�교도들의 종교적 폐단, 티베트의 조장(鳥葬) 풍습 등에 대한 묘사는 그 시각이 편견에 빠진 것이긴 해도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다. 특이하고 희귀한 식품, 동물, 농산물, 식물 등에 관한 소개도 이 책의 빠뜨릴 수 없는 매력이다. 후즈(현 이란 서남부의 아바즈)의 만나(감로밀甘露蜜), 타나의 흑사자와 비비(원숭이), 필징가, 소두구, 육두구 등 생물학 연구 등에도 귀중한 자료가 될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오도릭의 동방행이 기본적으로 기독교 전파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인지 『동방기행』에는 유달리 종교에 관한 서술이 많다. 다만 동방의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에 대한 오도릭의 시각이 심각할 정도의 편견과 무지에 사로잡혀 있어 다소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 밖에 노아의 방주가 얹혀 있다는 사르비사칼로(아라라트 산), 코메룸(페르세폴리스), 바벨탑, 자바의 황금궁전, 실란(스리랑카)의 아담 산 등 유적과 유물에 대한 묘사가 다채롭고, 특히 대도(북경)에 있는 대칸의 궁전에 관한 기록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해 역사 기록을 실증하고 있다.
이 책 『동방기행』의 라틴어 원본은 소실되었으며, 역주자 정수일은 헨리 율(Sir Henry Yule)이 1866년에 옮긴 영역본 The Travels of Friar Odoric, A 14th-Century Journal of the Blessed Odoric of Pordenone, translated by Sir Henry Yule(원명은 The Eastern Parts of the World Described by Friar Odoric the Bohemian, of Friuli, in the Province of Saint Anthony),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 2001)을 저본으로 번역했다. 율은 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라틴어 사본을 저본으로 영역했다. 역주에서는 何高濟 譯,『鄂多立克東游錄』(中華書局, 2002)을 참고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이 책의 원본은 병상에서 임종을 앞둔 오도릭의 구술을 받아 적은 것이어서 여행 노정상의 혼동과 오류가 상당수 드러나 있다. 역주자는 치밀한 문명교류학적 고증으로 잘못된 노정을 바로잡거나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여 원문의 오류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또한 오도릭의 노정 전도와 각 편별 노정도, 마르코 폴로와 이븐 바투타의 거로와 귀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수록해 독자를 이해를 돕고자 했다. 더불어 다수의 현장 사진자료를 통해 내용의 직관성을 높이려 했다.
▣ 작가 소개
저 : 오도릭
Odoric
이탈리아 북부 성 안토니오 주 포르데노네의 프리울리에서 태어났다. 프란체스코회 소형제회 소속의 독실한 사제로서 젊은 시절부터 청빈하고 경건하게 수행하며 수양을 쌓았다. 십자군원정과 몽골의 서정(西征), 원(元)제국의 진취적인 대서방 통교 등 여러 요인으로 일기 시작한 로마가톨릭 주도의 기독교 동전(東傳)에 앞장선 프란체스코회의 일원으로 동방행에 나섰다. 1318년 4월 베네치아를 출발한 그는 오늘날의 이란을 비롯한 서아시아와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두루 거치고 중국元에 이르러 6년을 머문 뒤 귀로에 티베트와 이란 등 중앙아시아를 지나 1330년, 장장 12년간의 동방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초행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50명의 수사를 대동해 재행에 나서기로 마음먹고 재가를 얻기 위해 로마 교황을 찾아가는 길에 중병에 걸려 고향 프리울리의 작은 도시 우디네로 돌아와 1331년 1월 4일 선종했다. 1755년 교황 베네딕트 14세의 하명에 의해 동방행을 택한 전도사인 동시에 동방 각 지역의 인문지리, 생활풍습, 물산, 종교, 유물유적, 기담과 기적 등 길고 긴 여로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한 편의... 완벽한 여행기로 남긴 독보적인 여행가이자 탐험가였다. 임종을 앞두고 동방여행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한 지방관리의 요청으로 동방행의 전모를 병상에서 구술했다. 이를 한 수사가 라틴어로 기록해 후일 편집 출간한 것이 <오도릭의 동방기행>의 원본(소실)이다. <오도릭의 동방기행>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힌다.
역 : 정수일
鄭守一
파란만장한 삶을 산 학자, 정수일 교수.그는 일제 강점기 연변의 가난한 유민의 아들로 태어나, 북경대학을 거쳐 중국 외교부에서 근무하며 중국의 엘리트로 거듭났다. 그러다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한으로 건너 가 평양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그 후 평양대학교를 떠나 10년동안 튀니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의 대학에서 이슬람을 전공한 교수로 활동해왔다가 1984년 그는 한국인이 아닌 아랍계 외국인의 신분으로 남한에 돌아온다. 그는 아랍계 외국인으로서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이국스러운 외모와 완벽한 아랍어 구사로 한국에서 만난 아내조차 그를 아랍인으로 믿고 있었다.
1988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을 하였고, 1990년 〈신라와 아랍·이슬람제국관계사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후 단국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임용되어 강의 하였고, 많은 저술 활동 및 대외 활동을 하며, 한반도의 고대문명과 아시아와 이슬람간의 문명교류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전개했지만, 그는 1996년 ‘정수일’이라는 이름의 북한공작원으로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감옥에서 ‘문명교류학’이라는 그의 학문연구에 몰두했다. 사형이 선도되기 전, 그는 이미 국내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였지만, 감옥 안에서 그는 자신의 얽혀버린 삶을 반성하듯 더욱 더 연구에 매진하여 200자 원고지 2만5,000장 분량의 연구 초고를 완성했다.
그리고, 2000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정수일은 석방, 이후 2003년 4월 30일 특별사면 및 복권되었으며 5월 14일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는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를 통하여 자신의 할 일을 학문에 몰두하는 일이라고 다짐한다.“하나하나를 새로이 출발하고 새로이 쌓아간다는 심정과 자세로 과욕이나 성급함을 버리고 천릿길에 들어선 황소처럼 쉼 없이, 조금도 쉼 없이, 오로지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오. ”현대사의 한국이 놓여있던 갈라짐과 분열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었던 학자는 사형수로서 독방에서 해왔던 것과 같이 쉼 없이 이슬람과 실크로드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있다. 어긋난 삶의 복원은 그가 추구하는 학문 속에서, 그 지식이 담긴 글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씰크로드학』, 『고대문명교류사』,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문명 교류사 연구』, 『이슬람 문명』 등이 있으며, 역주서로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역주자 서문 017
역주자 해설 025
1편 서아시아
1 수사의 트레비존드와 대아르메니아 견문 093
2 페르시아 황제가 사는 타우리스 시와 솔다니아 사에 관해 096
3 마기의 도시와 사해 및 후즈 지역에 관해 097
4 수사 오도릭이 칼데아인들의 풍습과 내륙 인도 및 오르메스에 관해 언급 100
2편 동남아시아
5 선체에 쇠붙이를 박지 않은 배; 수사 오도릭은 이러한 배를 타고 인도의 타나에 도착하였다 129
6 네 수사의 타나 시 순교사 131
7 속편 133
8 속편 이야기 135
9 속편 이야기 137
10 속편 이야기 139
11 속편 140
12 속편 이야기 143
13 수사 오도릭은 어떻게 네 수사의 해골을 수습하였는가; 그로부터 발생한 기적 144
14 속편 145
15 속편 146
16 수사 오도릭은 네 수사의 일을 마침; 지금 미니바르 왕국과 후추 생산에 관해 언급 147
17 수사 오도릭이 폴룸붐 우상숭배자들의 풍속을 기술 150
18 모바르 왕국에 관해, 거기에 성 토마스의 시체가 있다 152
19 우상숭배자들의 다른 풍속에 관해 154
20 라모리란 나라, 북극성이 은몰하는 곳에 관해; 또한 수몰트라에 관해 156
21 수사는 자바라는 훌륭한 섬에 관해 언급 158
22 탈라마신이란 나라, 밀가루를 주는 나무와 기타 불가사의한 일들에 관해 159
23 점파 국왕은 어떻게 많은 코끼리와 처를 거느리고 있는가 162
24 니코베란 섬에 관해, 그곳 남자들은 개 얼굴을 하고 있다 164
25 실란, 그곳의 놀랄 만한 일들 165
26 돈딘이라는 섬에 관해, 그리고 그곳의 악습 167
27 인도와 그곳 도서에 관한 한마디 169
3편 중국
28 수사 오도릭이 상인도와 만지 성에 도착, 그곳에 관해 기술 225
29 대도시 센스칼란에 관해 226
30 자이톤이라는 유명한 도시, 그곳 백성들은 어떻게 신을 모시는가 227
31 푸조 시의 기사(奇事) 및 희한한 물고기잡이에 관한 수사의 언급 228
32 칸사이 시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 231
33 수사 오도릭이 한 우상숭배 사원에서 본 놀라운 광경에 관해 233
34 칠렌푸 시와 대하 탈라이 그리고 어떤 난쟁이에 관해 235
35 얌자이 시와 멘주 시에 관해 237
36 카라모란 강과 수사 오도릭이 방문한 다른 도시들에 관해 239
37 수사의 캄발레크 도착과 기술 그곳 대칸의 궁전에 관해 240
38 수사가 칸의 궁정 사정에 관해 기술 242
39 대칸이 순행할 때의 질서에 관해 245
40 칸 영역의 확대; 거기서 숙소는 어떻게 마련되며 또 소식은 군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 246
41 칸의 대규모 사냥에 관해 248
42 칸이 지키고 있는 4대 명절에 관해 250
43 새끼 양과 비슷한 동물을 생산하는 일종의 멜론에 관해 252
4편 중앙아시아
44 수사는 거란을 지나간 후 프레스터 존과 다른 사람들의 여러 나라에 관해 기술 283
45 티베트 왕국 거기에 우상숭배교도들의 교황이 거주 284
46 만지의 한 부자에 관해; 그는 어떻게 50명의 소녀들에게 부양되었는가 285
47 산의 노인과 그의 종말에 관해 287
48 수사들은 어떻게 타타르 지방의 악마들에게 대응하였는가 288
49 수사는 공포스러운 일을 목격한 계곡에 관해 언급 289
5편 종편
50 수사 오도릭은 그의 이야기가 진실임을 입증 301
51 바싸노의 수사 마르케시노가 그의 말을 보충; 그는 오도릭에 관해 들은 미담 한 가지를 언급 302
52 수사 오도릭의 선종 303
찾아보기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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