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오늘날 정치는 폭력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폭력의 경제가 전개되고 있는 동시에 주권과 대표(대의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국가를 문명화해야 할 필요성만이 아니라 혁명을 문명화해야 할 필요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폭력은 자명한 동시에 무기력한 문제가 되기 쉽다.폭력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간주되기 때문에 ‘자명’하며, 폭력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무기력한’ 문제가 된다. 폭력에 반대한다고 한 이상 대항폭력으로, 즉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 수는 없다. 사람들은 흔히 국가로 상징되는 ‘법’과 ‘공권력’으로 폭력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한 우리의 역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국가자체가 또 하나의 폭력이라면(국가폭력),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보여줬듯이 경제 같은 일상의 ‘제도’자체가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폭력이라면(제도적 폭력) 어찌 할 것인가?
현존하는 최고의 맑스주의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의 폭력과 시민다움 은 맑스와 엥겔스에서부터 유래한 맑스주의적 전통(레닌, 베른슈타인, 룩셈부르크 등)뿐만 아니라 (벤야민과 아도르노에서부터 바디우와 아감벤에까지 이르는) 그 이후의 포스트맑스주의적.비판이론적 전통에서 폭력이 어떻게 사유되어 왔는지, 어떤 논리적.실천적 아포리아에 부딪혔는지 분석하며 반폭력의 정치를 대안으로 제안한다.
우선 발리바르는 독일어 ‘게발트’(Gewalt)에 주목한다. 상반된 두 의미, 즉 (불법적인) 폭력과 (적법한.정당화된) 권력/권위를 동시에 뜻하는 이 단어의 애매성에 착목해 폭력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형이상학적 관점이라고 비판한다. 맑스( 자본 )와 엥겔스(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 )의 지적처럼 “게발트는 새로운 사회를 잉태하고 있는 모든 낡은 사회에서 ‘산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게발
트의 두 측면, 즉 기존 사회를 지키려고 하는 폭력(보수적 측면)과 권력/권위(혁명적 성격)를 언제든 정확히 분류하고 손쉽게 떼어놓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아포리아에 부딪히게 된다.
발리바르는 지금까지의 모든 폭력론이 이런 아포리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해왔다고 지적한다. 발리바르에 따르면 우리는 폭력을 결코 근절할 수도, 길들일 수도 없다. 다만 우리는 폭력의 잘못된 방향을 올바
른 방향으로 ‘전환/전도’(inversion)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다. 폭력의 힘은 늘 과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폭력의 과잉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요컨대 폭력 안에서 폭력에 맞서는 것, 그것이 바로 반폭력의 정치이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도 않고, 폭력을 놔두지도 않고, 폭력을 넘어서기
시민다움의 정치는 비폭력과도, 폭력을 예방하거나 폭력에 저항하는 대항폭력과도 동일시되지 않는다. 또한 평화의 명령과도 (오직 또는 완전히 그것하고만) 합치될 수 없다. 시민다움의 정치는 정치적 갈등에 대해서도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발리바르가 폭력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냉전의 해체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본격화된 전지구적 전쟁과 내전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유럽의 통합이라는 정세에서 불거진 폭력의 일상화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는 시민들의 개인화.개성화를 가능케 했던 모든 사회적.물질적 조건(가령 사회적 보장책)을 박탈하는 동시에 자본주의적 상품화를 극단화.전면화시킴으로써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소유자’인 자본주의적 주체를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상품 자체인 존재’로 전환시켜버렸다.
발리바르에 따르면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폭력(물리력의 행사)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고유한 이런 폭력이야말로 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정치, 특히 해방의 정치가 가능하려면 (프롤레타리아트이든, 민중이든, 시민이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 발리바르는 폭력, 특히 자신이 ‘극단적 폭력’이라고 부르는 폭력은 바로 이런 정치적 주체의 가능성을 잠식하고, 더 나아가 파괴한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주체를 성립불가능하게 만드는 폭력을 제거.감축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지 않은 가운데 해방의 정치나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는 공문구에 그치기 십상이다.
발리바르가 반폭력의 정치를 새로운 시민권의 정치, 더 나아가 시민다움(civilite)의 정치와 연결해 사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대다수의 현대 철학자들이 폭력의 아포리아를 반(反)국가적 혹은 반(反)제도적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데 반해 발리바르는 폭력의 퇴치라는 문제를 시민권 제도의 쇄신 내지 재발명의 문제와 결부시켜 사유�다. 이것은 (그 어떤 문제를 안고 있든 간에) 시민권 제도야말로 폴리테이아, 곧 ‘정치적인 것’의 본질을 이루며, 정치적 주체화의 핵심 메커니즘을 구성한다는 발리바르의 이론적 신념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요컨대 국적 여부에 따라 그 범위와 효력이 한정되는 근대의 시민권을 어떻게 ‘보편적 권리’로서의 시민권으로 확장시킬 것인가(‘인간적인 것’이 실현되는 시민공동체의 발명), 어떻게 이런 공동체가 또 다른 배타적 공동체로 굳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폭력의 아포리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발리바르의 주장이다.
물론 발리바르가 주장하는 새로운 시민권, 새로운 시민다움의 (재)발명은 그 자체로 힘든 과제이다. 게다가 이런 과제의 해결은 (반폭력의 정치가 인민 대중 자신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폭력의 정치를 위한 조건일 뿐 그 자체로 폭력/권력의 과잉이라는 문제에 관한 완전한 답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맑스주의로부터 시작된 해방의 정치의 가능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폭력 안에서 폭력에 맞서는 반폭력의 정치를 통해 폭력 대 대항폭력/비폭력이라는 기존의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이항대립을 넘어서려는 발리바르의 사유는 오늘날 폭력을 근본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탁월한 준거 중 하나이다.
발리바르뿐만 아니라 발리바르가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정평이 나 있는 진태원 교수의 꼼꼼한 번역이 돋보이는 이 책 폭력과 시민다움 에는 (발리바르가 본문에서 길게 분석하고 있는 논문으로) 국내 최초로 번역된 엥겔스의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 이 발췌되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폭력과 시민다움 에 수록된 이 세 편의 논문들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여러번의 촛불시위를 통해 드러났듯이, 자명한 동시에 무기력한 문제로 귀착되기 십상인 게발트, 즉 폭력/권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결국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경제의 폭력, 더 나아가 폭력 일반의 경제에 맞서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들이다.
▣ 작가 소개
저 : 에티엔 발리바르
Etienne Balibar
프랑스 아발롱(욘느) 출생의 맑스주의 철학자이다. 파리 고등사범학교(월름가)에서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 1918~1990)를 사사했다. 고등사범학교 연구원, 알제대학(알제리) 조교, 파리 리세 교사, 파리I대학(판테온-소르본) 조교 및 강사를 역임하고, 니메그대학(네덜란드)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알제리 식민지 전쟁 말기인 1961년 PCF(프랑스 공산당)에 입당하나 좌파연합 정책 및 이민 노동자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1981년 출당되었다. 1960년대 초반 알튀세르를 중심으로 하는 탁월한 학생 집단의 일원이었으며, 1965년 스승인 알튀세르, 선배인 피에르 마슈레(1938~ )와 로제 에스타블레(1938~ ), 동기인 자크 랑시에르(1940~ ) 등과 함께 『자본론을 읽는다』(두레, 1991, 원제: 자본을 읽자 Reading Capital)를 썼다. 그 후 그는 프랑스의 주요 좌파 철학자로 자리잡았으며, 1980년대 중반까지 마르크스주의를 개조하기 위한 연구에 전념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스피노자 연구에 몰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마르크스주의의 일반화라는 커다란 이론적 기획 아래, 근대의 철학적 인간학에 대한 계보학적 연구와 근대 정치철학의 주요 범주들에 대한 재구성, 세계화와 유럽의 구성에 관한 이론적 고찰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국내에 번역된 『역사유물론 연구』(푸른산, 1989, 원제: 역사유물론 5연구 Cinq tudes du mat rialisme historique), 『민주주의와 독재』(연구사, 1988, 원제: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하여 On the Dictatorship of the Proletariat), 『역사 유물론의 전화』(1980년대에 쓴 논문 모음집), 『마르크스의 철학, 마르크스의 정치』(문화과학, 1995, 원제: 맑스의 철학 The Philosophy of Marx), 『알튀세르의 현재성』(공감, 1996, 원제: 스피노자와 정치 Spinoza and Politics), 『발전주의 비판에서 신자유주의 비판으로-세계체계론의 시각』(공감, 1998,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공저, 원제: 인종, 민족, 계급-모호한 동일성들 Race, Nation, Class: Ambiguous Identities) 등이 있고, 이외에 『대중들의 공포. 마르크스 전후의 정치와 철학』(1997), 『우리는 유럽의 시민들인가? 국가, 국경들, 인민』(2001), 『정치와 그 밖의 장면 Politics and the Other Scene』(논문선집, Verso, 2002), 『유럽, 아메리카, 전쟁』(2003) 『레닌 재장전』등이 있다. 파리 10대학(낭테르) 명예교수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어바인)의 비판 이론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역 : 진태원
진태원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관계론적 해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에 스피노자를 좀더 체계적으로 소개하겠다는 생각으로 스피노자, 알튀세르 및 현대 프랑스 철학에 대한 논문들을 썼다. 2007년 프랑스 리옹 인문계 고등사범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뉴레프트리뷰』 한국어판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라깡의 재탄생』(창비, 2002), 『서양 근대철학의 열 가지 쟁점』(창비, 2004) 등을 공동으로 저술했다. 역서로는 『헤겔 또는 스피노자』(이제이북스, 2004), 『스피노자와 정치』(이제이북스, 2005), 『법의 힘』(문학과지성사, 2004), 『마르크스의 유령들』(이제이북스, 2007), 『레닌과 미래의 혁명』(공역, 그린비, 2008) 『마르크스주의와 해체』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게발트’ 맑스주의 이론사에서 본 폭력과 권력
1.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 : 변증법적 체계화의 시도
2. 맑스: 극단적 폭력의 역사적 계기와 구조
맑스의 혁명적 파국주의가 지니는 의미
경제의 폭력, 폭력의 경제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정치가 지닌 아포리아
3. 게발트와 시민다움 사이의 맑스주의와 포스트맑스주의
반자본주의적 순환과 제도적 폭력
반제국주의적 순환과 ‘현실적 파국’
2. 폭력과 시민다움 정치적 인간학의 한계에 대하여
극단적 폭력의 현상학
극단적 폭력의 인간학
비극적인 것의 정치
부록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프리드리히 엥겔스)[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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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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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정치는 폭력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폭력의 경제가 전개되고 있는 동시에 주권과 대표(대의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국가를 문명화해야 할 필요성만이 아니라 혁명을 문명화해야 할 필요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폭력은 자명한 동시에 무기력한 문제가 되기 쉽다.폭력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간주되기 때문에 ‘자명’하며, 폭력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무기력한’ 문제가 된다. 폭력에 반대한다고 한 이상 대항폭력으로, 즉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 수는 없다. 사람들은 흔히 국가로 상징되는 ‘법’과 ‘공권력’으로 폭력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한 우리의 역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국가자체가 또 하나의 폭력이라면(국가폭력),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보여줬듯이 경제 같은 일상의 ‘제도’자체가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폭력이라면(제도적 폭력) 어찌 할 것인가?
현존하는 최고의 맑스주의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의 폭력과 시민다움 은 맑스와 엥겔스에서부터 유래한 맑스주의적 전통(레닌, 베른슈타인, 룩셈부르크 등)뿐만 아니라 (벤야민과 아도르노에서부터 바디우와 아감벤에까지 이르는) 그 이후의 포스트맑스주의적.비판이론적 전통에서 폭력이 어떻게 사유되어 왔는지, 어떤 논리적.실천적 아포리아에 부딪혔는지 분석하며 반폭력의 정치를 대안으로 제안한다.
우선 발리바르는 독일어 ‘게발트’(Gewalt)에 주목한다. 상반된 두 의미, 즉 (불법적인) 폭력과 (적법한.정당화된) 권력/권위를 동시에 뜻하는 이 단어의 애매성에 착목해 폭력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형이상학적 관점이라고 비판한다. 맑스( 자본 )와 엥겔스(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 )의 지적처럼 “게발트는 새로운 사회를 잉태하고 있는 모든 낡은 사회에서 ‘산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게발
트의 두 측면, 즉 기존 사회를 지키려고 하는 폭력(보수적 측면)과 권력/권위(혁명적 성격)를 언제든 정확히 분류하고 손쉽게 떼어놓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아포리아에 부딪히게 된다.
발리바르는 지금까지의 모든 폭력론이 이런 아포리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해왔다고 지적한다. 발리바르에 따르면 우리는 폭력을 결코 근절할 수도, 길들일 수도 없다. 다만 우리는 폭력의 잘못된 방향을 올바
른 방향으로 ‘전환/전도’(inversion)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다. 폭력의 힘은 늘 과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폭력의 과잉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요컨대 폭력 안에서 폭력에 맞서는 것, 그것이 바로 반폭력의 정치이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도 않고, 폭력을 놔두지도 않고, 폭력을 넘어서기
시민다움의 정치는 비폭력과도, 폭력을 예방하거나 폭력에 저항하는 대항폭력과도 동일시되지 않는다. 또한 평화의 명령과도 (오직 또는 완전히 그것하고만) 합치될 수 없다. 시민다움의 정치는 정치적 갈등에 대해서도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발리바르가 폭력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냉전의 해체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본격화된 전지구적 전쟁과 내전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유럽의 통합이라는 정세에서 불거진 폭력의 일상화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는 시민들의 개인화.개성화를 가능케 했던 모든 사회적.물질적 조건(가령 사회적 보장책)을 박탈하는 동시에 자본주의적 상품화를 극단화.전면화시킴으로써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소유자’인 자본주의적 주체를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상품 자체인 존재’로 전환시켜버렸다.
발리바르에 따르면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폭력(물리력의 행사)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고유한 이런 폭력이야말로 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정치, 특히 해방의 정치가 가능하려면 (프롤레타리아트이든, 민중이든, 시민이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 발리바르는 폭력, 특히 자신이 ‘극단적 폭력’이라고 부르는 폭력은 바로 이런 정치적 주체의 가능성을 잠식하고, 더 나아가 파괴한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주체를 성립불가능하게 만드는 폭력을 제거.감축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지 않은 가운데 해방의 정치나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는 공문구에 그치기 십상이다.
발리바르가 반폭력의 정치를 새로운 시민권의 정치, 더 나아가 시민다움(civilite)의 정치와 연결해 사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대다수의 현대 철학자들이 폭력의 아포리아를 반(反)국가적 혹은 반(反)제도적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데 반해 발리바르는 폭력의 퇴치라는 문제를 시민권 제도의 쇄신 내지 재발명의 문제와 결부시켜 사유�다. 이것은 (그 어떤 문제를 안고 있든 간에) 시민권 제도야말로 폴리테이아, 곧 ‘정치적인 것’의 본질을 이루며, 정치적 주체화의 핵심 메커니즘을 구성한다는 발리바르의 이론적 신념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요컨대 국적 여부에 따라 그 범위와 효력이 한정되는 근대의 시민권을 어떻게 ‘보편적 권리’로서의 시민권으로 확장시킬 것인가(‘인간적인 것’이 실현되는 시민공동체의 발명), 어떻게 이런 공동체가 또 다른 배타적 공동체로 굳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폭력의 아포리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발리바르의 주장이다.
물론 발리바르가 주장하는 새로운 시민권, 새로운 시민다움의 (재)발명은 그 자체로 힘든 과제이다. 게다가 이런 과제의 해결은 (반폭력의 정치가 인민 대중 자신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폭력의 정치를 위한 조건일 뿐 그 자체로 폭력/권력의 과잉이라는 문제에 관한 완전한 답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맑스주의로부터 시작된 해방의 정치의 가능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폭력 안에서 폭력에 맞서는 반폭력의 정치를 통해 폭력 대 대항폭력/비폭력이라는 기존의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이항대립을 넘어서려는 발리바르의 사유는 오늘날 폭력을 근본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탁월한 준거 중 하나이다.
발리바르뿐만 아니라 발리바르가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정평이 나 있는 진태원 교수의 꼼꼼한 번역이 돋보이는 이 책 폭력과 시민다움 에는 (발리바르가 본문에서 길게 분석하고 있는 논문으로) 국내 최초로 번역된 엥겔스의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 이 발췌되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폭력과 시민다움 에 수록된 이 세 편의 논문들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여러번의 촛불시위를 통해 드러났듯이, 자명한 동시에 무기력한 문제로 귀착되기 십상인 게발트, 즉 폭력/권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결국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경제의 폭력, 더 나아가 폭력 일반의 경제에 맞서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들이다.
▣ 작가 소개
저 : 에티엔 발리바르
Etienne Balibar
프랑스 아발롱(욘느) 출생의 맑스주의 철학자이다. 파리 고등사범학교(월름가)에서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 1918~1990)를 사사했다. 고등사범학교 연구원, 알제대학(알제리) 조교, 파리 리세 교사, 파리I대학(판테온-소르본) 조교 및 강사를 역임하고, 니메그대학(네덜란드)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알제리 식민지 전쟁 말기인 1961년 PCF(프랑스 공산당)에 입당하나 좌파연합 정책 및 이민 노동자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1981년 출당되었다. 1960년대 초반 알튀세르를 중심으로 하는 탁월한 학생 집단의 일원이었으며, 1965년 스승인 알튀세르, 선배인 피에르 마슈레(1938~ )와 로제 에스타블레(1938~ ), 동기인 자크 랑시에르(1940~ ) 등과 함께 『자본론을 읽는다』(두레, 1991, 원제: 자본을 읽자 Reading Capital)를 썼다. 그 후 그는 프랑스의 주요 좌파 철학자로 자리잡았으며, 1980년대 중반까지 마르크스주의를 개조하기 위한 연구에 전념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스피노자 연구에 몰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마르크스주의의 일반화라는 커다란 이론적 기획 아래, 근대의 철학적 인간학에 대한 계보학적 연구와 근대 정치철학의 주요 범주들에 대한 재구성, 세계화와 유럽의 구성에 관한 이론적 고찰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국내에 번역된 『역사유물론 연구』(푸른산, 1989, 원제: 역사유물론 5연구 Cinq tudes du mat rialisme historique), 『민주주의와 독재』(연구사, 1988, 원제: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하여 On the Dictatorship of the Proletariat), 『역사 유물론의 전화』(1980년대에 쓴 논문 모음집), 『마르크스의 철학, 마르크스의 정치』(문화과학, 1995, 원제: 맑스의 철학 The Philosophy of Marx), 『알튀세르의 현재성』(공감, 1996, 원제: 스피노자와 정치 Spinoza and Politics), 『발전주의 비판에서 신자유주의 비판으로-세계체계론의 시각』(공감, 1998,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공저, 원제: 인종, 민족, 계급-모호한 동일성들 Race, Nation, Class: Ambiguous Identities) 등이 있고, 이외에 『대중들의 공포. 마르크스 전후의 정치와 철학』(1997), 『우리는 유럽의 시민들인가? 국가, 국경들, 인민』(2001), 『정치와 그 밖의 장면 Politics and the Other Scene』(논문선집, Verso, 2002), 『유럽, 아메리카, 전쟁』(2003) 『레닌 재장전』등이 있다. 파리 10대학(낭테르) 명예교수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어바인)의 비판 이론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역 : 진태원
진태원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관계론적 해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에 스피노자를 좀더 체계적으로 소개하겠다는 생각으로 스피노자, 알튀세르 및 현대 프랑스 철학에 대한 논문들을 썼다. 2007년 프랑스 리옹 인문계 고등사범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뉴레프트리뷰』 한국어판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라깡의 재탄생』(창비, 2002), 『서양 근대철학의 열 가지 쟁점』(창비, 2004) 등을 공동으로 저술했다. 역서로는 『헤겔 또는 스피노자』(이제이북스, 2004), 『스피노자와 정치』(이제이북스, 2005), 『법의 힘』(문학과지성사, 2004), 『마르크스의 유령들』(이제이북스, 2007), 『레닌과 미래의 혁명』(공역, 그린비, 2008) 『마르크스주의와 해체』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 ‘게발트’ 맑스주의 이론사에서 본 폭력과 권력
1.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 : 변증법적 체계화의 시도
2. 맑스: 극단적 폭력의 역사적 계기와 구조
맑스의 혁명적 파국주의가 지니는 의미
경제의 폭력, 폭력의 경제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정치가 지닌 아포리아
3. 게발트와 시민다움 사이의 맑스주의와 포스트맑스주의
반자본주의적 순환과 제도적 폭력
반제국주의적 순환과 ‘현실적 파국’
2. 폭력과 시민다움 정치적 인간학의 한계에 대하여
극단적 폭력의 현상학
극단적 폭력의 인간학
비극적인 것의 정치
부록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프리드리히 엥겔스)[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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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반품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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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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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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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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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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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