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무리 저속한 표현이라도 못하는 것보다 낫다!
이 책은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의 관점을 오가며, 성숙한 시민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표현의 자유’를 지금 중요한 담론으로 끌어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쾌한 보호이론은 개그우먼 정선희 씨가 펼친 바 있다(62쪽 참조). 최진실의 자살을 핑계로 여당이 ‘사이버모욕죄’를 만들어 네티즌들의 언어를 순화시키겠다고 했을 때, “인터넷은 호수와 같은 것이다. 새와 꽃과 나비만 살 수는 없지 않느냐. 미생물도 살아야 하고.”라며 말린 적이 있었다. 저질 농담을 자유롭게 하는 머리에서 셰익스피어도 나올 수 있고, 욕을 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맹렬한 연구와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여중생 두 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시체를 본 사람들은 “Fuck USA!”라는 구호로 시청 앞 시위할 자유를 누려야 하고, 반전주의자가 베트남전에 강제로 징병될 위험에 처했을 때 “Fuck the Draft!”라고 말할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 “Fuck”이란 단어를 쉽게 쓰는 것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Fuck”이라는 단어를 자유롭게 사용해야 “Fuck the Draft!”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아슬아슬할 정도의 단어까지 옹호하며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표현이 불쾌하다고 해서 그 표현을 쓰지 말라는 것은 그와 관련된 감정을 표명하지 말라는 것이며, 이는 곧 사상통제가 된다고 저자는 분명히 표명한다.
명예훼손죄, 허위사실유포죄, 모욕죄까지
왜 지금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가
우리나라에서 사상통제, 표현을 검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명예훼손죄, 허위사실유포죄, 모욕죄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인데 우리나라는 그 적용 범위가 거의 임의적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공포와 우려 때문에 ‘청산가리’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쇠고기 수입업체가 명예훼손죄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힘없는 일반 서민이 명예훼손죄로 타인을 고소하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고소고발할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권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상위계급이 명예훼손죄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 잘못을 감추기 위해 사회적 약자와 하위계급이 제기하는 문제를 금전과 권력을 바탕으로 명예훼손죄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명예훼손죄는 결국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관료나 기업가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사회적 강자가 아닌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허위사실유포죄도 마찬가지다. “BBK가 이명박 소유가 아니다.”라는 입증이 없는 상황에서 정봉주 의원에게 “네 말이 진실이라고 입증하지 못했으니 유죄!”라고 하는 식의 판결은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말 자체가 허위인지는 판시하지 않고 말한 사람이 얼마나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너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느냐?”, “네가 한 그 말은 틀렸다.”라고 해서 처벌하고 그 말이 진실인지를 ‘말한 사람’에게 지우는 논리라면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야훼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한 죄로 모두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침묵하라는 것인데, 이런 규범 아래서 어떻게 문명이 발전하고 사상이 발전할 수 있을지에 저자는 개탄의 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이 책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곳은 ‘모욕죄’를 ‘혐오죄’로 대체하자는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사회는 정작 규제해야 할 폭력은 방치한 채 규제할 필요가 없는 행위에 불필요한 개입을 하고 있다. 모욕죄라는 명목으로 쉽게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은 목소리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는 기득권 세력이다. 오히려 평범한 시민이 ‘말할 기회’가 절절하지만, 그들이 모욕당했다는 이유로 검찰청에 찾아가서 고소하는 경우가 과연 몇 건이나 되겠는가? 정부의 고환율 정책 때문에 회사를 잃은 중소기업 사장이 정책권자에 대해 욕했다고 해서 모욕죄로 처벌받아야 맞는 걸까?
우리나라처럼 일반인 모욕죄로 확산된 국가는 독일·일본·대만뿐인데 그나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욕죄 기소가 활발히 이뤄지는 독일에서는 검찰이 개입하지 않는 사소?처리되고 있다. 모욕죄는 그 본질이 왕이나 귀족들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검찰이 개입할 경우, 현대사회에서는 권력층에 대한 비난을 위축시키는 제도로 남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욕죄를 없애고 대신에 장애인,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사회적 약자, 피학살 민족 등을 보호하는 혐오죄로 대체하자는 것이다(53쪽, 64쪽, 70쪽 참조).
‘진영 논리’에 빠진 비판이 아니라, 법률적 논리와 법 자체에 대한 비판
이 책은 이처럼 ‘정의’를 논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법적’ 시각을 명쾌하게 제시해준다. 극심한 진영 논리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어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영역임에도 그동안 법 비판, 즉 법이나 판결에 대한 비판은 대중에게 생소하게 여겨져왔다. 이 책은 권력의 잣대에 따라 이해되는 정치의 논리가 아닌, 올곧은 사법의 논리로 사회를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끔 한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은 추천사에서 이 책을 사회가 성숙해짐에 따라 제대로 된 법 비판, 즉 법의 정당성과 판결의 적절성을 따지는 논의를 앞당겨줄 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과 인터넷 실명제,
대한민국에서는 일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곤 하나, 정부기관까지 나서서 명예훼손 소송을 남발하는 현실을 버젓이 보면서 그 법을 믿고 제 의견을 말할 용기를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정의를 수호해야 할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현장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이제 자기검열을 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서 투표를 독려했던 ‘좌파 연예인’ 김제동 씨가 ‘단독 내사 진행’이라는 문구로 분류돼 그동안 정부로부터 사찰당해왔다는 소식에 놀란 사람들은 최근 그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현실에 많은 사람들이 대거 인터넷을 떠났다.
그럼에도 ‘사이버모욕죄’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정부를 보고 네티즌 개개인을 지켜주리라 믿을 사람은 아마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근태 의원은 “규제는 규제의 틈을 막는 강력한 규제를 요구한다. 규제는 위선을 만들고 인터넷의 활력을 빼앗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 법률로 보호받게 되는 것은 일반 시민이 아닌, 그것을 아주 잘 이용할 특수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분노는 하지만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국가폭력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현실에 대해, 이 책은 법의 정당성과 판결의 적절성을 따져든다. 우리 사는 사회가 성숙하려면 제대로 된 법 비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일반 시민과 사회적 약자의 발언권 보장과 참된 ‘민주주의’에 이르는 방법
북한 계정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농담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 채 수감됐던 박정근 사진작가는 구속 40일 만에 겨우 보석이 허가됐다. “품위와 자질”이라는 우두머리의 한마디에, 튀는 입담 자랑하던 ‘가카새끼’ 이정렬 부장판사와 ‘빅엿’ 서기호 판사는 무너졌다.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자연이 남긴 유언장과도 같은 문서, 안기부가 본의 아니게 남긴 X파일, ‘청산가리’ 발언으로 파장을 몰고 왔던 여배우와 언론이 광우병에 대해 우려한 말, 누리꾼들이 황우석의 테라토마 사진을 보고 제기한 의혹들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그 의견을 묻거나 공유한다고 해서 감옥에 가야 한다면 대체 누가 권력비리를 고발하려 할까? 아니, 권력 같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좋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거나 정권에 반하는 내용이라 해서 사소한 생각을 담은 자기 글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응당 누린다고 볼 수 있을까?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느끼는 순간은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했을 때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유권자들은 자신의 대표를 견제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필요요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표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정확히 제시한다. “너희들이 직접 뽑았으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라는 의식이 판치는 현 정권에서 ‘주권’을 가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시민으로서 진정 가져야 할 올바른 시각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박경신
태안 안면도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UCLA 로스쿨에서 J.D.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태안 기름 유출사고 때 20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법률 봉사활동, 삼성중공업 ‘무한책임’ 운동, ‘IOPC 1조원클럽’ 가입운동을 벌였고 2009년에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사이버모욕죄 제정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표현의 자유, 언론개혁, 사법개혁, 국민의 알 권리 등의 영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1년 자신의 블로그에 ‘검열자 일기’를 연재하던 중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일로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네르바 사건’, ‘언소주’, ‘장자연 사건’, ‘인터넷 실명제’, ‘변호사 수 제한 철폐 운동’, ‘서기호 판사 사건’ 등 한국 사회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유명한 사건들의 중심에서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피력하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변하고 있었다. 또한 인터넷법 클리닉을 개설하여 네티즌들과 독립예술가를 위한 저작권 및 명예훼손 등의 무료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그동안 『사진으로 보는 저작권, 초상권, 상표권 기타등등』을 썼고 『호모 레지스탕스』 『자유주의의 가치들』 『떼법은 없다』 등을 공저했으며, 『생명의 지배영역-낙태와 안락사에 대한 일고찰』 『해상사고선주책임제한 주요 판례집』 등을 편번역했다.
▣ 주요 목차
추천사
머리말_ 평등주의자들을 리버럴이라고 부르는 이유
1장 보호할 가치가 없는 표현은 없다
모욕죄, 명예훼손죄, 허위사실유포죄, 그리고 진실유포죄까지
국민이 한 말이 틀렸다고 처벌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명백한 허위를 보호할 가치? 규제할 이유는 무엇인가정봉주 유죄 판결은 법적 착시현상나도 호스트바에서 일했을 수 있다‘사이버모욕죄’는 시대착오다인권을 핑계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강용석과 최효종이 다른 이유혐오죄는 ‘혐오스러운’ 표현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기업정신과 소비자의 선택검찰의 ‘최후의 말 바꾸기’도 반소비자적 발상언소주 시즌 2도, 시장경제와 100% 부합소비자가 안 사겠다는 것이 왜 범죄란 말인가진실유포죄제2의 [도가니], [부러진 화살]을 보고 싶다면장자연리스트 실명 보도는 언론사의 의무국민이 우매하다는 ‘위험한 전제’진위는 중요치 않고 ‘당신’이 중요하다
2장 일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집회 등을 둘러싼 검열
진실유포죄도 만들어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온라인 글쓰기가 운전만큼 위험한가남이 듣기 싫어하는 말은 30일간 하지 말라인터넷 분야 세 가지 꼼수와 헌법재판의 한계?사이버 망명, 법이 문제가 아니다“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 있을 것이다”‘음란물’이니까 대충 검증해도 된다고?우리가 질식사하지 않는 이유국가보안법 제7조가 SNS를 만났을 때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규제는 내용 심의가 아닌 ‘친구 심의’시민들의 집회를 불법화하는 사람들광장과 시청은 다르다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금지, 타당한가선거, 그들만의 잔치정치인이 무슨 귀족인가SNS의 S는 ‘사회’가 아니라 ‘사교’다시험을 치르지 않을 헌법적 권리교과서 수정요구는 위헌오바마의 방송정책: 내용규제 말고 소유규제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 심의는 코미디심의공화국에서는 어른들도 숨 쉴 곳이 없다
3장 표현의 자유, 누가 규제할 자격이 있는가
법원, 검찰, 행정기관, 기업 등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자들의 이야기
명예훼손 형사처벌, 폐지하거나 폐지 이유를 만들지 말거나칼은 뽑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PD수첩] 수사, 거부하는 것이 법치구현피디저널리즘과 [PD수첩] 무죄사후 검열도 위헌이다, 경찰은 입을 다물라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제도는 위헌이다검찰,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의 의미긴급조치시대로의 사법적 회귀, 사법개혁만이 막을 수 있다명예롭게 묵비권을 행사할 자유한명숙 무죄 판결이 말하는 것시위하면 생활보조 끊는 서울시하려면 그냥 하라 ‘설득’하려 하지 말고기획재정부를 통한 사상통제누구의 돈으로 누구를 세뇌하려는가김민선 소송 논란, 누가 입을 돈으로 막으려 하는가[부러진 화살]의 교훈, ‘알아서 하겠다’는 판사에 대한 답답함변호사 숫자와 표현의 자유의 관계내 소득의 반농사꾼 이야기
4장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사상의 자유가 보호된다
민간인 사찰, 인터넷 실명제,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민주주의와 실명제의 관계영장만 있으면 훔쳐가도 되나통신비밀‘공개’법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네티즌은 방송사들의 잠재적 취재원이다비밀 사찰, 우리가 막을 수 있다누구의 친구인지를 밝혀야 한다면 사상의 자유는 없다이메일 수사도 사상 탄압이 될 수 있다알 권리는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알 권리가 아니다인터넷 실명제가 낳은 신상 털기신뢰성의 패러독스, 전자주민증‘박지원의 제보자’ 내사의 모순도둑들의 대화내용을 공개할 자유진실을 밝힌 거짓말, 불법일까정보공유지의 비극
2008~2012 칼럼 및 연구자료 출처 모음
아무리 저속한 표현이라도 못하는 것보다 낫다!
이 책은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의 관점을 오가며, 성숙한 시민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표현의 자유’를 지금 중요한 담론으로 끌어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쾌한 보호이론은 개그우먼 정선희 씨가 펼친 바 있다(62쪽 참조). 최진실의 자살을 핑계로 여당이 ‘사이버모욕죄’를 만들어 네티즌들의 언어를 순화시키겠다고 했을 때, “인터넷은 호수와 같은 것이다. 새와 꽃과 나비만 살 수는 없지 않느냐. 미생물도 살아야 하고.”라며 말린 적이 있었다. 저질 농담을 자유롭게 하는 머리에서 셰익스피어도 나올 수 있고, 욕을 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맹렬한 연구와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여중생 두 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시체를 본 사람들은 “Fuck USA!”라는 구호로 시청 앞 시위할 자유를 누려야 하고, 반전주의자가 베트남전에 강제로 징병될 위험에 처했을 때 “Fuck the Draft!”라고 말할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 “Fuck”이란 단어를 쉽게 쓰는 것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Fuck”이라는 단어를 자유롭게 사용해야 “Fuck the Draft!”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아슬아슬할 정도의 단어까지 옹호하며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표현이 불쾌하다고 해서 그 표현을 쓰지 말라는 것은 그와 관련된 감정을 표명하지 말라는 것이며, 이는 곧 사상통제가 된다고 저자는 분명히 표명한다.
명예훼손죄, 허위사실유포죄, 모욕죄까지
왜 지금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가
우리나라에서 사상통제, 표현을 검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명예훼손죄, 허위사실유포죄, 모욕죄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인데 우리나라는 그 적용 범위가 거의 임의적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공포와 우려 때문에 ‘청산가리’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쇠고기 수입업체가 명예훼손죄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힘없는 일반 서민이 명예훼손죄로 타인을 고소하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고소고발할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권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상위계급이 명예훼손죄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 잘못을 감추기 위해 사회적 약자와 하위계급이 제기하는 문제를 금전과 권력을 바탕으로 명예훼손죄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명예훼손죄는 결국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관료나 기업가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사회적 강자가 아닌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허위사실유포죄도 마찬가지다. “BBK가 이명박 소유가 아니다.”라는 입증이 없는 상황에서 정봉주 의원에게 “네 말이 진실이라고 입증하지 못했으니 유죄!”라고 하는 식의 판결은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말 자체가 허위인지는 판시하지 않고 말한 사람이 얼마나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너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느냐?”, “네가 한 그 말은 틀렸다.”라고 해서 처벌하고 그 말이 진실인지를 ‘말한 사람’에게 지우는 논리라면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야훼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한 죄로 모두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침묵하라는 것인데, 이런 규범 아래서 어떻게 문명이 발전하고 사상이 발전할 수 있을지에 저자는 개탄의 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이 책에서 관심 있게 봐야 할 곳은 ‘모욕죄’를 ‘혐오죄’로 대체하자는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사회는 정작 규제해야 할 폭력은 방치한 채 규제할 필요가 없는 행위에 불필요한 개입을 하고 있다. 모욕죄라는 명목으로 쉽게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은 목소리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는 기득권 세력이다. 오히려 평범한 시민이 ‘말할 기회’가 절절하지만, 그들이 모욕당했다는 이유로 검찰청에 찾아가서 고소하는 경우가 과연 몇 건이나 되겠는가? 정부의 고환율 정책 때문에 회사를 잃은 중소기업 사장이 정책권자에 대해 욕했다고 해서 모욕죄로 처벌받아야 맞는 걸까?
우리나라처럼 일반인 모욕죄로 확산된 국가는 독일·일본·대만뿐인데 그나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욕죄 기소가 활발히 이뤄지는 독일에서는 검찰이 개입하지 않는 사소?처리되고 있다. 모욕죄는 그 본질이 왕이나 귀족들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검찰이 개입할 경우, 현대사회에서는 권력층에 대한 비난을 위축시키는 제도로 남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욕죄를 없애고 대신에 장애인,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사회적 약자, 피학살 민족 등을 보호하는 혐오죄로 대체하자는 것이다(53쪽, 64쪽, 70쪽 참조).
‘진영 논리’에 빠진 비판이 아니라, 법률적 논리와 법 자체에 대한 비판
이 책은 이처럼 ‘정의’를 논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법적’ 시각을 명쾌하게 제시해준다. 극심한 진영 논리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어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영역임에도 그동안 법 비판, 즉 법이나 판결에 대한 비판은 대중에게 생소하게 여겨져왔다. 이 책은 권력의 잣대에 따라 이해되는 정치의 논리가 아닌, 올곧은 사법의 논리로 사회를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끔 한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은 추천사에서 이 책을 사회가 성숙해짐에 따라 제대로 된 법 비판, 즉 법의 정당성과 판결의 적절성을 따지는 논의를 앞당겨줄 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과 인터넷 실명제,
대한민국에서는 일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곤 하나, 정부기관까지 나서서 명예훼손 소송을 남발하는 현실을 버젓이 보면서 그 법을 믿고 제 의견을 말할 용기를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정의를 수호해야 할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현장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이제 자기검열을 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서 투표를 독려했던 ‘좌파 연예인’ 김제동 씨가 ‘단독 내사 진행’이라는 문구로 분류돼 그동안 정부로부터 사찰당해왔다는 소식에 놀란 사람들은 최근 그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현실에 많은 사람들이 대거 인터넷을 떠났다.
그럼에도 ‘사이버모욕죄’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정부를 보고 네티즌 개개인을 지켜주리라 믿을 사람은 아마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근태 의원은 “규제는 규제의 틈을 막는 강력한 규제를 요구한다. 규제는 위선을 만들고 인터넷의 활력을 빼앗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 법률로 보호받게 되는 것은 일반 시민이 아닌, 그것을 아주 잘 이용할 특수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분노는 하지만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국가폭력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현실에 대해, 이 책은 법의 정당성과 판결의 적절성을 따져든다. 우리 사는 사회가 성숙하려면 제대로 된 법 비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일반 시민과 사회적 약자의 발언권 보장과 참된 ‘민주주의’에 이르는 방법
북한 계정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농담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 채 수감됐던 박정근 사진작가는 구속 40일 만에 겨우 보석이 허가됐다. “품위와 자질”이라는 우두머리의 한마디에, 튀는 입담 자랑하던 ‘가카새끼’ 이정렬 부장판사와 ‘빅엿’ 서기호 판사는 무너졌다.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자연이 남긴 유언장과도 같은 문서, 안기부가 본의 아니게 남긴 X파일, ‘청산가리’ 발언으로 파장을 몰고 왔던 여배우와 언론이 광우병에 대해 우려한 말, 누리꾼들이 황우석의 테라토마 사진을 보고 제기한 의혹들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그 의견을 묻거나 공유한다고 해서 감옥에 가야 한다면 대체 누가 권력비리를 고발하려 할까? 아니, 권력 같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좋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거나 정권에 반하는 내용이라 해서 사소한 생각을 담은 자기 글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응당 누린다고 볼 수 있을까?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느끼는 순간은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했을 때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유권자들은 자신의 대표를 견제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필요요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표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정확히 제시한다. “너희들이 직접 뽑았으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라는 의식이 판치는 현 정권에서 ‘주권’을 가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시민으로서 진정 가져야 할 올바른 시각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박경신
태안 안면도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UCLA 로스쿨에서 J.D.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태안 기름 유출사고 때 20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법률 봉사활동, 삼성중공업 ‘무한책임’ 운동, ‘IOPC 1조원클럽’ 가입운동을 벌였고 2009년에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사이버모욕죄 제정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표현의 자유, 언론개혁, 사법개혁, 국민의 알 권리 등의 영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1년 자신의 블로그에 ‘검열자 일기’를 연재하던 중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일로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네르바 사건’, ‘언소주’, ‘장자연 사건’, ‘인터넷 실명제’, ‘변호사 수 제한 철폐 운동’, ‘서기호 판사 사건’ 등 한국 사회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유명한 사건들의 중심에서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피력하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변하고 있었다. 또한 인터넷법 클리닉을 개설하여 네티즌들과 독립예술가를 위한 저작권 및 명예훼손 등의 무료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그동안 『사진으로 보는 저작권, 초상권, 상표권 기타등등』을 썼고 『호모 레지스탕스』 『자유주의의 가치들』 『떼법은 없다』 등을 공저했으며, 『생명의 지배영역-낙태와 안락사에 대한 일고찰』 『해상사고선주책임제한 주요 판례집』 등을 편번역했다.
▣ 주요 목차
추천사
머리말_ 평등주의자들을 리버럴이라고 부르는 이유
1장 보호할 가치가 없는 표현은 없다
모욕죄, 명예훼손죄, 허위사실유포죄, 그리고 진실유포죄까지
국민이 한 말이 틀렸다고 처벌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명백한 허위를 보호할 가치? 규제할 이유는 무엇인가정봉주 유죄 판결은 법적 착시현상나도 호스트바에서 일했을 수 있다‘사이버모욕죄’는 시대착오다인권을 핑계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강용석과 최효종이 다른 이유혐오죄는 ‘혐오스러운’ 표현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기업정신과 소비자의 선택검찰의 ‘최후의 말 바꾸기’도 반소비자적 발상언소주 시즌 2도, 시장경제와 100% 부합소비자가 안 사겠다는 것이 왜 범죄란 말인가진실유포죄제2의 [도가니], [부러진 화살]을 보고 싶다면장자연리스트 실명 보도는 언론사의 의무국민이 우매하다는 ‘위험한 전제’진위는 중요치 않고 ‘당신’이 중요하다
2장 일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집회 등을 둘러싼 검열
진실유포죄도 만들어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온라인 글쓰기가 운전만큼 위험한가남이 듣기 싫어하는 말은 30일간 하지 말라인터넷 분야 세 가지 꼼수와 헌법재판의 한계?사이버 망명, 법이 문제가 아니다“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 있을 것이다”‘음란물’이니까 대충 검증해도 된다고?우리가 질식사하지 않는 이유국가보안법 제7조가 SNS를 만났을 때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규제는 내용 심의가 아닌 ‘친구 심의’시민들의 집회를 불법화하는 사람들광장과 시청은 다르다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금지, 타당한가선거, 그들만의 잔치정치인이 무슨 귀족인가SNS의 S는 ‘사회’가 아니라 ‘사교’다시험을 치르지 않을 헌법적 권리교과서 수정요구는 위헌오바마의 방송정책: 내용규제 말고 소유규제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 심의는 코미디심의공화국에서는 어른들도 숨 쉴 곳이 없다
3장 표현의 자유, 누가 규제할 자격이 있는가
법원, 검찰, 행정기관, 기업 등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자들의 이야기
명예훼손 형사처벌, 폐지하거나 폐지 이유를 만들지 말거나칼은 뽑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PD수첩] 수사, 거부하는 것이 법치구현피디저널리즘과 [PD수첩] 무죄사후 검열도 위헌이다, 경찰은 입을 다물라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제도는 위헌이다검찰,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의 의미긴급조치시대로의 사법적 회귀, 사법개혁만이 막을 수 있다명예롭게 묵비권을 행사할 자유한명숙 무죄 판결이 말하는 것시위하면 생활보조 끊는 서울시하려면 그냥 하라 ‘설득’하려 하지 말고기획재정부를 통한 사상통제누구의 돈으로 누구를 세뇌하려는가김민선 소송 논란, 누가 입을 돈으로 막으려 하는가[부러진 화살]의 교훈, ‘알아서 하겠다’는 판사에 대한 답답함변호사 숫자와 표현의 자유의 관계내 소득의 반농사꾼 이야기
4장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사상의 자유가 보호된다
민간인 사찰, 인터넷 실명제,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민주주의와 실명제의 관계영장만 있으면 훔쳐가도 되나통신비밀‘공개’법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네티즌은 방송사들의 잠재적 취재원이다비밀 사찰, 우리가 막을 수 있다누구의 친구인지를 밝혀야 한다면 사상의 자유는 없다이메일 수사도 사상 탄압이 될 수 있다알 권리는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알 권리가 아니다인터넷 실명제가 낳은 신상 털기신뢰성의 패러독스, 전자주민증‘박지원의 제보자’ 내사의 모순도둑들의 대화내용을 공개할 자유진실을 밝힌 거짓말, 불법일까정보공유지의 비극
2008~2012 칼럼 및 연구자료 출처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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