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한국 사회의 ‘건강 불평등’을 증언하는 또 하나의 기록
2011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 2011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 수상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석 달 동안 ‘생명OTL-빈곤과 죽음의 이중나선’을 연재했다. 이 책은 모두 여덟 번에 걸친 기획을 갈무리하고 새롭게 정리한 결과다. 김 기자는 기획 취재를 위해 한 달 동안 무료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또 아주대학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와 국립의료원 응급실에서 밤을 새우면서 곡절 많은 죽음의 사연들을 취재했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은, 건강 불평등을 증언하는 국내외 학계의 연구 성과와 조응했다. 질병과 사고, 죽음을 개인의 드센 팔자 혹은 운명의 탓으로만 돌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내재한 ‘건강 불평등’을 증언하는 또 하나의 기록이다.
한국 사회는 ‘모든 계층이 골고루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죽는’ 길로 걸어가고 있다.
어릴 적 가난의 그림자는 시간의 문지방을 넘어 노년기에까지 길게 드리워졌다. 암도 가난을 차별했다. 응급실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문턱이 있었다. 그 앞에서 가난한 이들은 때로 주저앉고, 외면당했다. 질병들도 학력과 소득에 따라 ‘낮은 곳’으로 임했다. 각자의 사회ㆍ경제적 위치는 그 사람이 다쳐서 사망에 이르는 확률도 바꿔놓았다. 어른들의 건강에 금이 간 사회에서 아이들의 사망도 잦았다. 가난한 이들은 보이지 않는 건강 불평등의 장벽에 매일 부닥치고 있었다.
1 가난한 이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는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 이야기
서울 월곡동 성가복지병원의 7층 호스피스 병동에서 2011년 11월 한 달 동안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만난 환자들은 쉼 없이 머물고 떠났다. 처음 호스피스에 갔을 때 8명의 환자가 있었고, 한 달 동안 7명의 환자가 새로 들어왔다. 이 가운데 12월 17일까지 7명이 사망했다. 3명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병동을 떠났다. 그렇게 15명을 만났다. 가까이에서 본 성가복지병원 7층은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오는 이가 있고, 떠나는 이가 있었다. 아픈 이가 있고,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모든 이들은 죽음을 향해 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반대편으로 걷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가난한 이들에게 죽음은 약간 더 빠르게, 아프게 다가왔다. 정부는 1996년 ‘1기 암 정복 10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그 뒤 본격적인 암 정책이 시작된 지 15년이 흘렀다. 조기진단과 치료, 완화의료 전반에 걸친 부분적인 성과에도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특히 빈곤층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도시에서 직장에 다니는 인구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암을 미리 발견하지만, 노인이나 실업자, 빈민 등이 검진을 받는 비율이 낮아 암 사망 불평등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
2 가난한 이들이 잘 부러지고 찢긴다:
한국의 응급실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는 이유
4살 이하 국민을 죽이는 첫 번째 원인은 무엇일까? 흔히 생각하듯, 암이나 뇌혈관질환이 아니다. 첫 번째 원인은 몸이 부러지거나 상해서 다치는 ‘외상’이다. 전 세대에 걸친 사망 원인에서는 외상이 암과 뇌혈관질환에 뒤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로 오면 외상이 가장 위협적인 살인자였다. 외상은 빈자와 부자도 엄격하게 갈랐다. 노인층을 제외하면 사망률의 빈부 불평등을 낳는 가장 큰 요소 역시 사고로 생기는 외상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교통사고와 추락 등 사고도 많았고, 그래서 죽는 이도 많았다.
한국군이 지난 1964~1973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는 동안 전사자 수가 4407명이었다. 베트남 전쟁 10년 동안 사망한 수의 두 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2000년대 한국 응급실에서, 해마다 ‘전사’했다. 한편 정부가 지정한 전국 457개 응급의료기관 가운데 274곳이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 10곳 가운데 6곳이 시설이나 인력, 장비에서 기본을 갖추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의료 혜택을 받을 만한 시간적ㆍ경제적 여유가 없는 계층에게 응급의료 시스템은 건강이 많이 나빠진 다음에야 마지막으로 찾게 되는 ‘지푸라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구실을 못해서 ‘썩은 동아줄’이 된다”
- 신상도 서울대 교수
3 삶의 격차가 몸의 격차로: 당신의 몸은 안녕하십니까?
잦은 부상과 합병증으로 몸 망가진 쪽방촌 이상오씨
정기 검진과 자기 관리로 건강 지키는 중소기업 사장 고영각씨.
여기, 2명의 남자가 있다. 둘 다 1953년생, 계사년 뱀띠다. 형제 가운데서 장남이고, 아내와 2명의 자녀를 뒀다. 두 사람 다 당뇨를 앓고 있다. 여기까?는 얼추 비슷하다. 차이점은 여기서부터다. 한 사람은 산자? 달동?에서 컸고, 한 사람은 서울의 평범한 주택가에서 자랐다. 한 사람은 초등학교에서 배움이 멈췄고, 다른 사람은 명문대학을 나왔다. 한 사람은 서울 종로구 한 평 쪽방에서 몸을 누이고 있고, 다른 이는 서울 서초구 빌딩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이고, 한 사람은 중견기업 대표이사다. 2명 모두 하나의 생을 품고 세상에 나왔지만 그 생이 그려온 궤적은 크게 달랐다. 짧지 않은 인생에서, 두 사람 중 하필 한 사람만 많이 다쳤고, 많이 아팠고, 많이 앓았다. 우연만은 아니었다. 사는 동네가 달랐고, 먹는 음식이 달랐고, 예방의 수준이 달랐다.
사망률 ‘극과 극’ 강남ㆍ분당과 괴산ㆍ신안의 진료횟수ㆍ의료인력 2~4배 차이
보건복지부 용역보고서 ‘건강 불평등 완화를 위한 건강증진 전략 및 사업개발’(2007)을 보면, 괴산과 신안의 표준화 사망률이 전체 245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4위와 8위로 최상위권을 이룬다. 반면 분당과 강남은 245위, 244위로 나란히 최저를 구성한다. 괴산에서 10만 명당 한해 649.98명이 숨질 때, 분당에선 335.03명이 숨을 거둔 셈이다. 남한 땅에 살고 있다면 누구든 자신이 속한 지역의 사망률과 사회ㆍ경제적 수준, 응급의료 서비스 수준 등을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매직아이’처럼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두 단어가 있다. 지역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다.
“보고서를 정책 당국자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한낱 두꺼운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것이다. 건강 불평등의 해결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내지는 정책적 의지의 문제였다”
- 윤태호 부산대 교수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정부가 효과적인 정책과 사업을 개발할 의지도 부족하고 예산도 적게 편성한다”며 “정부가 지역 간 건강 불평등 양상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건강 불평등을 단순히 보건복지부의 어젠다가 아니라 정부 전체, 나아가 사회 전체의 핵심 어젠다로 만들어야 한다”
- 신영전 한양대 교수
4 골고루 건강하게 사는 길
일본 사람들이 미국인보다 오래 사는 이유
내부 성원들 사이의 불평등 수준이 평균수명을 좌우
소득 분배가 가장 공평한 일본의 수명이 가장 길기 때문에 가장 왼쪽 위에 놓이고, 소득 분배가 네 번째로 평등한 스웨덴의 수명이 그 다음에 놓였다. 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는 소득 격차가 세 번째로 큰 포르투갈이었다. 나라별 분포를 보면, 불평등 수준과 수명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반비례했다. 소득으로는 볼 수 없던 ‘법칙’이 불평등을 통해서는 거짓말처럼 드러났다. ‘불평등하면 오래 못 산다.’ 뒤집으면 ‘평등하면 오래 산다’가 결론이다.
“불평등 자체를 줄이지 않고 건강이나 사회문제를 줄이려는 시도는 마치 사회ㆍ경제적 불이익과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를 단절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다”
-리처드 윌킨슨
핵심은 더 잘사는 것이 아니라,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김기태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지난 2001년 「The Korea Times」에 입사해서, 2006년 「한겨레」로 옮겨왔다. 빈곤과 보건, 재정, 복지국가 문제에 관심이 많다. 주말에 축구 한 경기씩 볼 때는 얼을 자주 빼놓는다. 하필 주말 밤 같은 시간대에 패션 관련 채널을 보려는 아내와 옥신각신하며 휴일을 보낸다. 「한겨레」에서 훌륭한 선배와 후배 덕을 많이 봤다. 덕분에 2007년 삼성언론상, 2011년 앰네스티 언론상과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 2012년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2011년에 복지의 여러 유형을 해설한 「복지혼합」을 번역, 출간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1 가난한 이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는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 이야기
가난한 죽음 속으로 들어가다
마음이 먼저 죽는 사람들
마음의 독까지 벗겨줄 수 있을까
암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
가난한 암환자에 대한 가난한 대책
2 가난한 이들이 잘 부러지고 찢긴다: 한국의 응급실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는 이유
“이 사람, 살려만 달라” 외침에도 가난이 묻었다
해마다 9245명 더 살릴 수 있었다
6000억원 권역외상센터 건립안은 끝내 물거품
교통사고 사망률도 유전되는 더러운 세상
응급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
이름 없이 죽어간 ‘김왕규’들
응급전선 이상 많다
빨간불 켜진 구급차 시스템
3 삶의 격차가 몸의 격차로: 당신의 몸은 안녕하십니까?
‘얼룩덜룩’ 대한민국 건강지도
건강 양극화 꼭짓점에 현미경을 들이대다
동갑내기 두 남자의 극과 극
학력과 소득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질병들
죽음의 도약대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자살에도 어른거리는 가난의 그림자
구사일생 민국씨의 인생
한국판 블랙리포트를 살리자
4 골고루 건강하게 사는 길: 일본 사람들이 미국인보다 오래 사는 이유
평등해야 부자도 오래산다
한국의 건강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함께 건강한 사회, 우리의 과제
에필로그
추천사
감사의 글
한국 사회의 ‘건강 불평등’을 증언하는 또 하나의 기록
2011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 2011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 수상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석 달 동안 ‘생명OTL-빈곤과 죽음의 이중나선’을 연재했다. 이 책은 모두 여덟 번에 걸친 기획을 갈무리하고 새롭게 정리한 결과다. 김 기자는 기획 취재를 위해 한 달 동안 무료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또 아주대학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와 국립의료원 응급실에서 밤을 새우면서 곡절 많은 죽음의 사연들을 취재했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은, 건강 불평등을 증언하는 국내외 학계의 연구 성과와 조응했다. 질병과 사고, 죽음을 개인의 드센 팔자 혹은 운명의 탓으로만 돌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내재한 ‘건강 불평등’을 증언하는 또 하나의 기록이다.
한국 사회는 ‘모든 계층이 골고루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죽는’ 길로 걸어가고 있다.
어릴 적 가난의 그림자는 시간의 문지방을 넘어 노년기에까지 길게 드리워졌다. 암도 가난을 차별했다. 응급실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문턱이 있었다. 그 앞에서 가난한 이들은 때로 주저앉고, 외면당했다. 질병들도 학력과 소득에 따라 ‘낮은 곳’으로 임했다. 각자의 사회ㆍ경제적 위치는 그 사람이 다쳐서 사망에 이르는 확률도 바꿔놓았다. 어른들의 건강에 금이 간 사회에서 아이들의 사망도 잦았다. 가난한 이들은 보이지 않는 건강 불평등의 장벽에 매일 부닥치고 있었다.
1 가난한 이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는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 이야기
서울 월곡동 성가복지병원의 7층 호스피스 병동에서 2011년 11월 한 달 동안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만난 환자들은 쉼 없이 머물고 떠났다. 처음 호스피스에 갔을 때 8명의 환자가 있었고, 한 달 동안 7명의 환자가 새로 들어왔다. 이 가운데 12월 17일까지 7명이 사망했다. 3명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병동을 떠났다. 그렇게 15명을 만났다. 가까이에서 본 성가복지병원 7층은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오는 이가 있고, 떠나는 이가 있었다. 아픈 이가 있고,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모든 이들은 죽음을 향해 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반대편으로 걷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가난한 이들에게 죽음은 약간 더 빠르게, 아프게 다가왔다. 정부는 1996년 ‘1기 암 정복 10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그 뒤 본격적인 암 정책이 시작된 지 15년이 흘렀다. 조기진단과 치료, 완화의료 전반에 걸친 부분적인 성과에도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특히 빈곤층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도시에서 직장에 다니는 인구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암을 미리 발견하지만, 노인이나 실업자, 빈민 등이 검진을 받는 비율이 낮아 암 사망 불평등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
2 가난한 이들이 잘 부러지고 찢긴다:
한국의 응급실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는 이유
4살 이하 국민을 죽이는 첫 번째 원인은 무엇일까? 흔히 생각하듯, 암이나 뇌혈관질환이 아니다. 첫 번째 원인은 몸이 부러지거나 상해서 다치는 ‘외상’이다. 전 세대에 걸친 사망 원인에서는 외상이 암과 뇌혈관질환에 뒤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로 오면 외상이 가장 위협적인 살인자였다. 외상은 빈자와 부자도 엄격하게 갈랐다. 노인층을 제외하면 사망률의 빈부 불평등을 낳는 가장 큰 요소 역시 사고로 생기는 외상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교통사고와 추락 등 사고도 많았고, 그래서 죽는 이도 많았다.
한국군이 지난 1964~1973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는 동안 전사자 수가 4407명이었다. 베트남 전쟁 10년 동안 사망한 수의 두 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2000년대 한국 응급실에서, 해마다 ‘전사’했다. 한편 정부가 지정한 전국 457개 응급의료기관 가운데 274곳이 핵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 10곳 가운데 6곳이 시설이나 인력, 장비에서 기본을 갖추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의료 혜택을 받을 만한 시간적ㆍ경제적 여유가 없는 계층에게 응급의료 시스템은 건강이 많이 나빠진 다음에야 마지막으로 찾게 되는 ‘지푸라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구실을 못해서 ‘썩은 동아줄’이 된다”
- 신상도 서울대 교수
3 삶의 격차가 몸의 격차로: 당신의 몸은 안녕하십니까?
잦은 부상과 합병증으로 몸 망가진 쪽방촌 이상오씨
정기 검진과 자기 관리로 건강 지키는 중소기업 사장 고영각씨.
여기, 2명의 남자가 있다. 둘 다 1953년생, 계사년 뱀띠다. 형제 가운데서 장남이고, 아내와 2명의 자녀를 뒀다. 두 사람 다 당뇨를 앓고 있다. 여기까?는 얼추 비슷하다. 차이점은 여기서부터다. 한 사람은 산자? 달동?에서 컸고, 한 사람은 서울의 평범한 주택가에서 자랐다. 한 사람은 초등학교에서 배움이 멈췄고, 다른 사람은 명문대학을 나왔다. 한 사람은 서울 종로구 한 평 쪽방에서 몸을 누이고 있고, 다른 이는 서울 서초구 빌딩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이고, 한 사람은 중견기업 대표이사다. 2명 모두 하나의 생을 품고 세상에 나왔지만 그 생이 그려온 궤적은 크게 달랐다. 짧지 않은 인생에서, 두 사람 중 하필 한 사람만 많이 다쳤고, 많이 아팠고, 많이 앓았다. 우연만은 아니었다. 사는 동네가 달랐고, 먹는 음식이 달랐고, 예방의 수준이 달랐다.
사망률 ‘극과 극’ 강남ㆍ분당과 괴산ㆍ신안의 진료횟수ㆍ의료인력 2~4배 차이
보건복지부 용역보고서 ‘건강 불평등 완화를 위한 건강증진 전략 및 사업개발’(2007)을 보면, 괴산과 신안의 표준화 사망률이 전체 245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4위와 8위로 최상위권을 이룬다. 반면 분당과 강남은 245위, 244위로 나란히 최저를 구성한다. 괴산에서 10만 명당 한해 649.98명이 숨질 때, 분당에선 335.03명이 숨을 거둔 셈이다. 남한 땅에 살고 있다면 누구든 자신이 속한 지역의 사망률과 사회ㆍ경제적 수준, 응급의료 서비스 수준 등을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매직아이’처럼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두 단어가 있다. 지역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다.
“보고서를 정책 당국자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한낱 두꺼운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것이다. 건강 불평등의 해결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내지는 정책적 의지의 문제였다”
- 윤태호 부산대 교수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정부가 효과적인 정책과 사업을 개발할 의지도 부족하고 예산도 적게 편성한다”며 “정부가 지역 간 건강 불평등 양상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건강 불평등을 단순히 보건복지부의 어젠다가 아니라 정부 전체, 나아가 사회 전체의 핵심 어젠다로 만들어야 한다”
- 신영전 한양대 교수
4 골고루 건강하게 사는 길
일본 사람들이 미국인보다 오래 사는 이유
내부 성원들 사이의 불평등 수준이 평균수명을 좌우
소득 분배가 가장 공평한 일본의 수명이 가장 길기 때문에 가장 왼쪽 위에 놓이고, 소득 분배가 네 번째로 평등한 스웨덴의 수명이 그 다음에 놓였다. 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는 소득 격차가 세 번째로 큰 포르투갈이었다. 나라별 분포를 보면, 불평등 수준과 수명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반비례했다. 소득으로는 볼 수 없던 ‘법칙’이 불평등을 통해서는 거짓말처럼 드러났다. ‘불평등하면 오래 못 산다.’ 뒤집으면 ‘평등하면 오래 산다’가 결론이다.
“불평등 자체를 줄이지 않고 건강이나 사회문제를 줄이려는 시도는 마치 사회ㆍ경제적 불이익과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를 단절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다”
-리처드 윌킨슨
핵심은 더 잘사는 것이 아니라,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김기태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지난 2001년 「The Korea Times」에 입사해서, 2006년 「한겨레」로 옮겨왔다. 빈곤과 보건, 재정, 복지국가 문제에 관심이 많다. 주말에 축구 한 경기씩 볼 때는 얼을 자주 빼놓는다. 하필 주말 밤 같은 시간대에 패션 관련 채널을 보려는 아내와 옥신각신하며 휴일을 보낸다. 「한겨레」에서 훌륭한 선배와 후배 덕을 많이 봤다. 덕분에 2007년 삼성언론상, 2011년 앰네스티 언론상과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 2012년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2011년에 복지의 여러 유형을 해설한 「복지혼합」을 번역, 출간했다.
▣ 주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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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난한 이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는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 이야기
가난한 죽음 속으로 들어가다
마음이 먼저 죽는 사람들
마음의 독까지 벗겨줄 수 있을까
암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
가난한 암환자에 대한 가난한 대책
2 가난한 이들이 잘 부러지고 찢긴다: 한국의 응급실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는 이유
“이 사람, 살려만 달라” 외침에도 가난이 묻었다
해마다 9245명 더 살릴 수 있었다
6000억원 권역외상센터 건립안은 끝내 물거품
교통사고 사망률도 유전되는 더러운 세상
응급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
이름 없이 죽어간 ‘김왕규’들
응급전선 이상 많다
빨간불 켜진 구급차 시스템
3 삶의 격차가 몸의 격차로: 당신의 몸은 안녕하십니까?
‘얼룩덜룩’ 대한민국 건강지도
건강 양극화 꼭짓점에 현미경을 들이대다
동갑내기 두 남자의 극과 극
학력과 소득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질병들
죽음의 도약대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자살에도 어른거리는 가난의 그림자
구사일생 민국씨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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