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황제

고객평점
저자박영규
출판사항살림, 발행일:2011/11/09
형태사항p.259 46판:19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221647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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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적들을 안심시켜라. 비수를 품어라. 그리고 살아남아라.”
역사의 굴레를 혼자 짊어지다 끝내 잊힌 한 남자의 삶을 통해
망국으로 치닫던 조선의 분노와 열망을 되살리다

황제였지만 한 번도 황제였던 적이 없는 사람, 궁궐에 살았지만 한 번도 군림해본 적이 없는 사람, 왕이었지만 평민의 삶을 더 부러워했을 사람. 나는 그런 그를 늘 기피해왔다. 그래서 졸저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에서 폐위 이후의 그에 대해 ‘16년 동안 창덕궁에서 머물다가 한 많은 생애를 마쳤다’는 한 문장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그에 대해 잘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그래서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 모쪼록 이 소설이 그를 기피하고, 그의 존재를 부끄러워했던 나 같은 이들에게 그를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_머리말 중에서

역사분야 최고의 밀리언셀러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영규!
베일에 가려 있던 조선 마지막 왕의 삶을 되살리다

1926년 4월 25일 한 남자가 궁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 평생 자식 하나 없었다. 그를 두고 당시 한 기관지는 “책임으로는 조선 5백년의 최대 죄인이요, 인간으로는 일개 가련한 처지였다.”고 평했다. 그가 바로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1874~1926)이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둘째아들로 태어나 일본에 국권이 침탈당한 상태에서 왕위에 올라 한평생을 허수아비 왕으로 산 인물. 그는 그렇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잊혔다.
『길 위의 황제』는 비운의 황제 순종을 주인공이자 화자로 내세워 망국으로 치닫던 당시 조선사회의 풍경과 역사의 큰 회오리에 휘말려 한평생을 쓸쓸히 살았던 순종의 삶을 섬세히 그려낸 최초의 역사소설이다. 저자 박영규는 1998년 「식물도감 만드는 시간」으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다. 그를 대중에게 널리 각인시킨 것은 역사서로 드물게 100만 권 이상이 나간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그는 이 책으로 역사서의 대중화 바람을 일으키며 역사저술가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였다.
그런데 그 많은 조선역사 속 인물 중 왜 모두가 관심조차 두지 않고 외면했던 순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우리나라의 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알려지지 않고 왜곡된 부분 중 하나가 일제강점기다. 일제의 관여 탓에 객관적 자료도 부족하고 각종 역사물에서도 짧게 다루었다. 이 책은 그동안 의도치 않게 베일에 가려 있던 순종의 삶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은 조선의 마지막 왕으로서 최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인간 이척의 내면의 풍경을 그리는 데 집중하였다. ‘완전한 자유’를 꿈꾸었지만 단 한 번도 자유롭지 못했던 사람, 그 누구보다 많은 짐을 떠안았었지만 결국 무능력하고 나약한 왕으로만 비춰졌던 순종의 고뇌와 조용한 독백이 작가의 순명한 언어로 되살아났다.

구차하더라도 살아남음으로써 희망을 꿈꾸었다
하지만 역사는 결과만을 기록할 뿐, 나는 패망한 나라의 죄인이다

순종은 아홉 살 때 동궁으로 밀어닥친 일본 군인들이 자신을 지켜주던 환관을 죽이는 모습을 코앞에서 지켜보고 열흘 만에 겨우 깨어나 어머니 명성황후의 장례식을 치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스물다섯 살 때는 역관 김홍륙이 커피에 몰래 아편을 타는 바람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다.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그 사건으로 그는 이빨이 거의 빠지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얻는다. 망국의 황족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어릴 때부터 온몸으로 체험했던 것이다.
아버지 고종의 뒤를 위어 그는 원치 않는 왕위를 이어받지만 이미 일본이 모든 권력을 장악한 무렵이었다. 그는 여행이라는 명목 하에 도쿄를 방문해 천황을 알현할 것을 압박받는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예의를 다해 마땅한 일이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인한 일종의 협박이었다. 『순종 실록』의 부록에서는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917년 6월 8일: 남대문역에 직접 나가서 특별열차를 타고 도쿄로 행하였다. 6월 14일: 황궁에 나아가 천황과 황후를 봉황문에서 알현하고 현소에 참배하였으며, 이어 동궁의 처소를 방문하였다.”
이 책은 부제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가 보여주듯 이야기의 큰 흐름은 순종의 열흘간의 도쿄 방문이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서사형 구조보다는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레 오가는 겹겹의 역순행적 이야기 흐름을 택했다. 책은 순종의 도쿄 방문을 큰 축으로 역사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삶의 방식을 택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그들의 삶에 대해 옳고 그름을 결정짓기보다는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하지만 그것이 끝내 죄가 되고 말았던 사람들의 치욕의 역사를 조용히 읊조린다. 사료를 바탕으로 한 깊은 통찰력과 작가의 소설적 감수성은 소설읽기 본연의 맛을 더해줄 것이다.

칼보다 강한 것은 세월이다
지나고 나니 승자도 패자도 없구나

이 작품 속에는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 명성황후, 덕혜옹주, 대원군 등 그동안 드라마나 역사서에 수없이 등장했던 친숙한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인물에 대한 생동감 있는 묘사와 사건에 대한 상이한 인식과 평가가 그려지며 이제껏 우리가 익히 알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게 한다.
이를 테면 유길은 이토 히로부미를 다음과 같이 평한다. 유길은 순종의 이복동생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유학을 핑계 삼아 볼모로 데려간 후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의 교육에 세뇌당한 인물이다. “이토 공은 일본에서는 뛰어난 정치인이고, 현명하고 사려 깊은 인물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토 히로부미의 양자인 이토 히로쿠니는 안중근을 가리켜 “진정한 사무라이”라고 치켜세운다. 저자는 일본의 우리나라 국권침탈이 물론 치욕의 역사이긴 하지만 당시 어느 누구도 그 거대한 역사의 전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일본은 그런 역사의 큰 변화 축에서 작은 수레바퀴였을 뿐이지 결코 승자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어떤 역사적 인물도 세월을 피해갈 수는 없다. 세월 앞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깜부기불 같았던 삶을 살았던 사람들

순종을 10여 년이 넘게 가까이서 보필했던 일본인 관료 곤도 시로스케는 그의 저서에서 순종을 가리켜 “아주 순수하신 분이다. 대세를 아는 아주 총명한 분이다.”고 했다. 이 책은 그런 순종의 인간적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열차를 타보기 위해 몰래 궁을 빠져나와 노량진역으로 향해 처음 보는 열차를 지네 같다며 좋아하는 모습이나 남자 구실을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만나 고생하는 스무 살이나 어린 황태자비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모습 등이 그렇다.
책에서 인상 깊은 것은 순종이 꿈꾸는 꿈 속 이미지들이다. 꿈은 사람의 욕구와 잠재의식을 반영한다. 책의 마지막 결말은 왕이었지만 한평생을 사람들의 눈길에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꿈에서나마 사람들에게서 사과를 받고 싶어 하는 순종의 보상심리일 수도 있고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세월이 지나면 결국 싸움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국권이 넘어간 상태에서 황위를 이어받고 주변에는 일본이 심어놓은 친일매국대신들로 가득했던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적극적으로 맞서는 것이었던 그 남자의 소리없는 아우성을 그 누가 제대로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을까?
그 시대, 자유롭지 못했던 건 비단 순종만이 아니었다. 유길, 명성황후, 덕혜옹주, 조선의 독립을 원했던 백성……. 언제 꺼질지 모르는 깜부기불 같았던 삶을 살면서도 누군가는 개인적 의거로 맞서고 여기저기서 애국계몽운동이 일어났다. 조선의 마지막 역사가 결코 치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면서도 왠지 불편하고 가슴이 아리다. 작가는 그것을 원했다고 한다.

등장인물 소개

*유길: 순종의 이복동생으로 고종이 마흔여덟일 때 엄 귀비에게서 얻은 세자. 열한 살 때 이토 히로부미가 유학을 핑계 삼아 볼모로 데려간 후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일본의 교육에 세뇌당해서인지 일본을 적대적으로 보지 않는다.
*곤도 시로스케: 일본인 사무관. 조선의 궁내부에서 근무하며 순종을 감시하지만 순종이 묻는 말에 대답을 잘하고 공손해서 순종이 편하게 생각한다.
*순정효황후: 순종과 스무 살 차이가 난다. 태자비에 간택되었을 때 겨우 열세 살이었다. 백부인 윤덕영이 옥새를 뺏으려고 할 때 치마에 숨겨 저항할 만큼 강단이 있다.
*윤택영: 순종의 장인. 윤덕영과 형제로 일인들과 친하다.
*민병석: 순종의 외가붙이. 이완용과 사돈지간이다.
*요시히토: 일본의 황태자로 순종이 황제에 오른 지 석 달쯤 됐을 때 조선을 방문한 적이 있다. 무쓰히토의 뒤를 이어 황위에 오른 인물로 순종이 동병상련의 처지를 느낀다.
*조 상궁: 50여 년 동안 궁궐에서 지내고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로 일인들과 친하다.
*이토 히로쿠니: 이토 히로부미의 양자.

<책속으로> 추가

무엇이 이자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쩌면 동경의 시가지도 데라우치의 얼굴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기엔 도저히 부서질 것 같지 않은 거대한 바위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금이 가고 틈이 생겨 점차 부식되고 있는 그런 느낌. 우습게도 나는 데라우치의 그런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했다.
데라우치가 나가고 난 뒤에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칼보다 강한 것은 세월이다.” _162쪽

요시히토에게 무릎을 꿇는 일보다 무쓰히토의 무덤에 절을 올리는 것이 더 치욕스러웠다. 대례복을 갖춰 입고 모모야마 능역을 찾아가는 일조차 생각하기 싫었다. 그 무덤 속에 백골로 누워 내게 절을 강요하는 무쓰히토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다. 괴괴한 어둠에 갇힌 무덤을 파헤치고 백골을 추려내 기름을 뿌리고 불태워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 타다 남은 백골을 석회로 이어 붙여 다시 파묻고 싶었다. 아니, 그의 백골을 태워 그 재를 후지 산에 흩뿌리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도 무쓰히토의 흔적을 찾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_215쪽

▣ 작가 소개

저자 : 박영규

대한민국에 역사 열풍을 일으킨 밀리언셀러 작가다. 1998년「식물도감 만드는 시간」으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다. 작품으로 후삼국시대를 다룬 대하 역사소설『책략』(전5권), 남성의 성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그 남자의 물고기』가 있다. 그는 1996년에 독자에게 널리 알려진 밀리언셀러『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한 이후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사를 ‘한권으로 읽는’ 시리즈로 완성하여 역사서의 대중화 바람을 일으켰다. 그 외에도『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실계보』, 『환관과궁녀』,『교양으로 읽는 중국사』 등의 역사서를 썼다. 이번 소설『길 위의 황제』는 사료를 바탕으로 한 깊은 통찰력과 작가의 소설가적 감수성이 잘 조화된 작품으로 지난 100년 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비운의 황제 순종의 삶과 내면적 진실을 완벽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_6
1장_11
2장_43
3장_111
4장_163
5장_223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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