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 동시 선집은 우리나라 유일의 아동문학전문 월간지인 『어린이와문학』에 실린 동시들 가운데에서 42시인의 동시 65편을 가려 뽑은 동시집입니다. 잡지가 처음으로 발간된 2005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그러니깐 6년 4개월 동안 76권의 잡지에서 가려 뽑은 동시인들의 시편들을 함께 모았습니다. 한 달도 빠짐없이 잡지를 출간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좋은 동시와 동화, 평론들이 빠지지 않고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이 잡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성 어린 노력으로 이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동시선집은 우리 동시가 지금, 여기에서 어디쯤 와 있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엿보는 데에 손색이 없습니다. 여기에 수록한 동시들은 모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동시와는 다른 동시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다름이란 곧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들거나, 머리 속에 붙박힌 어린이의 모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면면을 실제 살펴보면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
“스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새희가 들어왔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논현동 파란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는
우리 둘 뿐이다.
쿵 쿵 쿵 쿵
지구의 심장이 뛴다.
이 시집의 첫 번째에 실린 진현정 시인의 작품입니다. ‘사랑’은 사실 어린이들에게는 맞지 않는 주제라고들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 역시 사람인지라, 이성에 눈 뜨는 즈음이 반드시 다가올 것입니다. 요즘의 어린이들은 옛날의 어린이와는 분명 다릅니다. 또래 이성 친구를 사귀는 일에도 적극적입니다. 거침 없이 사랑을 맹세하기도 하며, 아웅다웅 다투기도 합니다. 이 동시는 그 마음의 한 자락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단 둘만이 있을 때, 더욱이 그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일 때, 동시 속에서 이야기하는 화자는 어떤 마음일까요.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 되고, 나의 심장이 지구의 심장이 되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이 설레임을, 두근거림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어린이들 특유의 상상이 잘 표현된 작품들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이불
장세정
바닷물로 뛰어든다.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전진! 뒤로 후퇴!
입 속으로
콧속으로
짠물부대 쳐들어온다.
숨을 참고 용 쓰다
으아!
물 위로 탈출하는데
“얘가, 뭐해? 이불 갖고.”
바닷물 척척 걷어가는 엄마.
장롱 속에 갇혀버린
에구구, 내 바닷물!
우리 속담에는 ‘이불 밑에서 용 쓴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실과 맞서지 못한 채, 그저 혼자서만 궁시렁거리는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속담을 이 동시는 어린이들의 일상적인 놀이로 바꾸어냅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상상의 바다를 헤엄쳐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인은 그 상상 속으로 어린이와 꼭 붙어서 뛰어듭니다. 이불은 이제 바닷물이 되고, 화자는 헤엄을 치고, 허우적거립니다. 그러다 난데 없이 엄마의 지청구가 이어지지요. 놀이는 끝나고 아이의 아쉬운 마음이 ‘!’로 표현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처럼 동시는 어린이들의 마음 속 상상의 세계를 단정하게 풀어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존재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깊이 자신 속 마음의 목소리에 침잠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근본에 가 닿기도 합니다. 서정홍 시인의 동시는 이런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음악회
아버지 따라
숲속 마을 작은 음악회 갔다가
사람이 너무 적게 와서
오줌 마려운 것도 참고
끝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이 동시는 한 행, 한 행이 하나의 연을 이루고 있습니다. 빛나는 한 순간의 느낌을 붙잡고 있는 짧은 시에 생각의 무게를 싣고자 연으로 나누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어린이의 따스한 배려가 은근히 배어들어 있습니다. 언제나 튀어오르는 공처럼 부산스러운 아이들이지만, 이처럼 조촐한 음악회에서는 생리적 욕구조차 가만가만 다스릴 줄 아는 존재로 거듭 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동시는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들지 않습니다. 그저 다만 자신의 느낌을 온전히 표현함으로써, 보여줄 뿐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울림은 더욱 따스하게 퍼져나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집에는 동시를 그저 어린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내는 것에 한정하지 않는 시편들도 적지 않습니다. 삶에서 마주친 보고, 들은 것을 가만히 펼쳐냄으로써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이 선집에는 이처럼 다채로운 동시들이 잘 차려진 잔치상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잔치가 열린 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잔치는 앞으로 동시 마을에서는 어렵지 않게 열리게 될 것입니다. 연일 좋은 일이 그치지 않는 잘 되는 마을처럼 동시 마을도 계속 좋은 동시인들이 좋은 동시를 엮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 주요 목차
1부 사랑
2부 어려운 숙제
3부 별은
4부 배 꼭지 이야기
엮은이 해설
동시의 갈 길, 앞질러 엿보다 - 김상욱
이 동시 선집은 우리나라 유일의 아동문학전문 월간지인 『어린이와문학』에 실린 동시들 가운데에서 42시인의 동시 65편을 가려 뽑은 동시집입니다. 잡지가 처음으로 발간된 2005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그러니깐 6년 4개월 동안 76권의 잡지에서 가려 뽑은 동시인들의 시편들을 함께 모았습니다. 한 달도 빠짐없이 잡지를 출간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좋은 동시와 동화, 평론들이 빠지지 않고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이 잡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성 어린 노력으로 이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동시선집은 우리 동시가 지금, 여기에서 어디쯤 와 있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엿보는 데에 손색이 없습니다. 여기에 수록한 동시들은 모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동시와는 다른 동시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다름이란 곧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들거나, 머리 속에 붙박힌 어린이의 모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면면을 실제 살펴보면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
“스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새희가 들어왔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논현동 파란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는
우리 둘 뿐이다.
쿵 쿵 쿵 쿵
지구의 심장이 뛴다.
이 시집의 첫 번째에 실린 진현정 시인의 작품입니다. ‘사랑’은 사실 어린이들에게는 맞지 않는 주제라고들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 역시 사람인지라, 이성에 눈 뜨는 즈음이 반드시 다가올 것입니다. 요즘의 어린이들은 옛날의 어린이와는 분명 다릅니다. 또래 이성 친구를 사귀는 일에도 적극적입니다. 거침 없이 사랑을 맹세하기도 하며, 아웅다웅 다투기도 합니다. 이 동시는 그 마음의 한 자락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단 둘만이 있을 때, 더욱이 그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일 때, 동시 속에서 이야기하는 화자는 어떤 마음일까요.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 되고, 나의 심장이 지구의 심장이 되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이 설레임을, 두근거림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어린이들 특유의 상상이 잘 표현된 작품들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이불
장세정
바닷물로 뛰어든다.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전진! 뒤로 후퇴!
입 속으로
콧속으로
짠물부대 쳐들어온다.
숨을 참고 용 쓰다
으아!
물 위로 탈출하는데
“얘가, 뭐해? 이불 갖고.”
바닷물 척척 걷어가는 엄마.
장롱 속에 갇혀버린
에구구, 내 바닷물!
우리 속담에는 ‘이불 밑에서 용 쓴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실과 맞서지 못한 채, 그저 혼자서만 궁시렁거리는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속담을 이 동시는 어린이들의 일상적인 놀이로 바꾸어냅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상상의 바다를 헤엄쳐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인은 그 상상 속으로 어린이와 꼭 붙어서 뛰어듭니다. 이불은 이제 바닷물이 되고, 화자는 헤엄을 치고, 허우적거립니다. 그러다 난데 없이 엄마의 지청구가 이어지지요. 놀이는 끝나고 아이의 아쉬운 마음이 ‘!’로 표현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처럼 동시는 어린이들의 마음 속 상상의 세계를 단정하게 풀어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존재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깊이 자신 속 마음의 목소리에 침잠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근본에 가 닿기도 합니다. 서정홍 시인의 동시는 이런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음악회
아버지 따라
숲속 마을 작은 음악회 갔다가
사람이 너무 적게 와서
오줌 마려운 것도 참고
끝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이 동시는 한 행, 한 행이 하나의 연을 이루고 있습니다. 빛나는 한 순간의 느낌을 붙잡고 있는 짧은 시에 생각의 무게를 싣고자 연으로 나누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어린이의 따스한 배려가 은근히 배어들어 있습니다. 언제나 튀어오르는 공처럼 부산스러운 아이들이지만, 이처럼 조촐한 음악회에서는 생리적 욕구조차 가만가만 다스릴 줄 아는 존재로 거듭 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동시는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들지 않습니다. 그저 다만 자신의 느낌을 온전히 표현함으로써, 보여줄 뿐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울림은 더욱 따스하게 퍼져나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집에는 동시를 그저 어린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내는 것에 한정하지 않는 시편들도 적지 않습니다. 삶에서 마주친 보고, 들은 것을 가만히 펼쳐냄으로써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이 선집에는 이처럼 다채로운 동시들이 잘 차려진 잔치상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잔치가 열린 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잔치는 앞으로 동시 마을에서는 어렵지 않게 열리게 될 것입니다. 연일 좋은 일이 그치지 않는 잘 되는 마을처럼 동시 마을도 계속 좋은 동시인들이 좋은 동시를 엮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 주요 목차
1부 사랑
2부 어려운 숙제
3부 별은
4부 배 꼭지 이야기
엮은이 해설
동시의 갈 길, 앞질러 엿보다 - 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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