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정치인이 아닌 시인 허균과 마주치다
어려서부터 시 쓰는 재능이 뛰어났던 허균은 우리 문학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문학 감식안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이 책의 해설을 맡은 김창호 원광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허균을 두고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 어떤 근거로 좋은 작품이라 하는지, 어떤 시인은 어디에 장점이 있고, 어떤 시는 어느 부분이 특히 잘되었는지에 대한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자신을 향한 관심과 자아의 각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허균 시의 가장 중요한 저변을 이룹니다. 자연을 노래하든 신선을 동경하든 허균의 시에는 언제나 자아의 문제가 얽혀 있으며 자아에 관해 고민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가능했지요”라고 덧붙인다.
임진왜란과 사대부 사회의 부정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개혁에 대한 기대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 허균의 눈은 자연스레 자연, 고향, 신선으로 옮아간다. 허균 시에 등장하는 ‘자연’과 ‘고향’은 세상과 화합할 수 없는 자아의 모습을 부각하는 맥락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쓸쓸함, 차가움, 어두움, 무거움 등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독과 불만의 심산으로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데 이용된다. 아울러 신선 세상에 대한 허균의 동경은 세상을 지배하는 가치에 대한 거부의 몸짓, 즉 사회 현실에 대한 반발로도 볼 수 있다. 허균 시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전에는 등장한 적이 없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바로 궁녀, 기생, 서얼인데, 이들은 허균의 시에서 동등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처럼 허균이 남긴 시는 그의 어떤 글보다 인간 ‘허균’의 참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정치인 허균이 아닌 시인 허균을 통해 우리는 그의 생각과 이상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 박쥐공주 미가야》로 백상문화출판상을 받은 작가 이경혜, 허균과 만나다
백상문화출판상을 수상했던 작가 이경혜는 이 책에 앞서《스물 일곱 송이 붉은 연꽃》을 통해 허균의 누이인 허난설헌의 시와 삶을 이야기했다. 허균과 우애가 깊었던 허난설헌을 가까이하면서 허균에게도 마음이 끌렸다는 그는 그러나 그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많이 나와 있어 굳이 자신까지 나서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경혜의 마음을 훔친 것은 바로 허균의 처참한 죽음이었다. 이경혜는 “허균이 평탄하게 살다 남들처럼 죽어간 사람이라면 그의 문학과 삶이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나는 이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원통하게 살다 간 허균의 삶과 죽음을 시를 통해서라도 조금이나마 복원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장 축복받는 환경에서 누구나 부러워할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 허균이 그려낸 우여곡절 심한 삶과 원통한 죽음이 작가 이경혜를 강력하게 끌어들인 것이다.
능지처참이라는 극형으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허균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다르다. 물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사랑하는 스승과 벗들은 머리가 비상하고, 풍류를 즐길 줄 알고, 정 깊은 사람으로 그를 높이 평가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늘이 허균이라는 한 괴물을 세상에 내었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다시 말해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인격자였다가 천하의 괴물이 되기도 하는 복잡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마지막에 권력자 이이첨과 손잡고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을 펼친 것에 대한 해석도 분분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이경혜는 허균의 시 가운데 허균의 일생과 그의 생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는 서른여덟 편의 시를 가려 뽑아 누구나 알기 쉽게 옮겨 다듬고, 그 시에 설명을 덧붙였다. 덧붙은 글에는 허균이 어떤 삶을 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보여주는 삶의 단편들이 깊숙이 녹아 있어 그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우리는 허균이 남기고 간 그 시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책을 통해 그의 흔적이라도 만져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작가 소개
원저 : 허균(許筠)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 학산(鶴山)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학가. 1597년 문과에 급제한 후 여러 벼슬을 거쳐 1610년에는 명나라에 가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1617년에는 인목대비 폐모론을 주장하는 등 대북파의 일원으로 왕의 신임을 받았으며, 시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천재였으나 그의 삶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세 번의 파직, 그리고 12세 때에는 아버지를 여의고, 20세에는 형, 22세에는 누이 허난설헌, 임진왜란 당시에는 처와 아들을 잃었다. 그 자신도 광해군 때인 1618년 반란을 계획한 것이 탄로나 처형을 당했다.
글 : 이경혜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림책 번역과 어린 독자를 위한 글쓰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어린 독자를 위한 작품으로는 『유명이와 무명이』 『형이 아니라 누나라니까요!』 『마지막 박쥐공주 미가야』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그 녀석 덕분에』들이 있습니다.
그림 : 정정엽
이화여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아홉 번의 개인전을 비롯해 황해미술제, 광주비엔날레, 여성미술제 등 여러 기획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문예진흥원 아르코미술관에서 중견작가 초대기획전을 열었습니다. 책과 미술을 잇는 작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주요 목차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매/ 이무기 연못/ 꽃이 지네/ 바람에 흩어지니/ 복사꽃/ 불경을 읽었다고/ 예절을 배웠다고/ 감옥에 갇혀 시를 읊다/ 성옹을 칭송하다
말발굽 소리 속에 세월은 가고
책을 벗 삼아/ 글을 벗 삼아/ 눈 오는 밤 벗들과 모여 시를 짓다/ 떡 노래/ 손곡 선생님/ 아내의 편지를 받고/ 관운장의 사당 앞에서 / 스님과 저녁을 보내고/ 이국땅을 떠나며/ 추석날 밤에/ 피란길에 시를 짓다
보고 들은 대로 쓰다
늙은 아낙의 통곡/ 어느 노파의 원통한 이야기를 듣다/ 까마귀를 먹이네_궁사에서/ 잡귀를 쫓다_궁사에서/ 본 적이 있어야지_궁사에서/ 궁녀의 삶_궁사에서
세상으로 나아갈지 고향으로 물러날지
고향 땅에 이르러/ 저물 무렵에/ 손님을 보내고 홀로 앉아/ 군수가 되어 화학루에 오르다 / 벼슬살이/ 백상루에 올라/ 한밤중에 돌아다니다
쓰라린 눈물 옷깃을 적시니
슬픈 칠석날/ 죽은 아내에게 첩지를 올리며/ 꿈속에서 친구를 만나고/ 계랑의 죽음을 애도하며/ 다시는 시를 읊지 않으리라
정치인이 아닌 시인 허균과 마주치다
어려서부터 시 쓰는 재능이 뛰어났던 허균은 우리 문학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문학 감식안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이 책의 해설을 맡은 김창호 원광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허균을 두고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 어떤 근거로 좋은 작품이라 하는지, 어떤 시인은 어디에 장점이 있고, 어떤 시는 어느 부분이 특히 잘되었는지에 대한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자신을 향한 관심과 자아의 각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허균 시의 가장 중요한 저변을 이룹니다. 자연을 노래하든 신선을 동경하든 허균의 시에는 언제나 자아의 문제가 얽혀 있으며 자아에 관해 고민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가능했지요”라고 덧붙인다.
임진왜란과 사대부 사회의 부정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개혁에 대한 기대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 허균의 눈은 자연스레 자연, 고향, 신선으로 옮아간다. 허균 시에 등장하는 ‘자연’과 ‘고향’은 세상과 화합할 수 없는 자아의 모습을 부각하는 맥락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쓸쓸함, 차가움, 어두움, 무거움 등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독과 불만의 심산으로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데 이용된다. 아울러 신선 세상에 대한 허균의 동경은 세상을 지배하는 가치에 대한 거부의 몸짓, 즉 사회 현실에 대한 반발로도 볼 수 있다. 허균 시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전에는 등장한 적이 없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바로 궁녀, 기생, 서얼인데, 이들은 허균의 시에서 동등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처럼 허균이 남긴 시는 그의 어떤 글보다 인간 ‘허균’의 참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정치인 허균이 아닌 시인 허균을 통해 우리는 그의 생각과 이상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 박쥐공주 미가야》로 백상문화출판상을 받은 작가 이경혜, 허균과 만나다
백상문화출판상을 수상했던 작가 이경혜는 이 책에 앞서《스물 일곱 송이 붉은 연꽃》을 통해 허균의 누이인 허난설헌의 시와 삶을 이야기했다. 허균과 우애가 깊었던 허난설헌을 가까이하면서 허균에게도 마음이 끌렸다는 그는 그러나 그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많이 나와 있어 굳이 자신까지 나서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경혜의 마음을 훔친 것은 바로 허균의 처참한 죽음이었다. 이경혜는 “허균이 평탄하게 살다 남들처럼 죽어간 사람이라면 그의 문학과 삶이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나는 이 작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원통하게 살다 간 허균의 삶과 죽음을 시를 통해서라도 조금이나마 복원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장 축복받는 환경에서 누구나 부러워할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 허균이 그려낸 우여곡절 심한 삶과 원통한 죽음이 작가 이경혜를 강력하게 끌어들인 것이다.
능지처참이라는 극형으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허균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다르다. 물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사랑하는 스승과 벗들은 머리가 비상하고, 풍류를 즐길 줄 알고, 정 깊은 사람으로 그를 높이 평가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늘이 허균이라는 한 괴물을 세상에 내었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다시 말해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인격자였다가 천하의 괴물이 되기도 하는 복잡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마지막에 권력자 이이첨과 손잡고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을 펼친 것에 대한 해석도 분분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이경혜는 허균의 시 가운데 허균의 일생과 그의 생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는 서른여덟 편의 시를 가려 뽑아 누구나 알기 쉽게 옮겨 다듬고, 그 시에 설명을 덧붙였다. 덧붙은 글에는 허균이 어떤 삶을 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보여주는 삶의 단편들이 깊숙이 녹아 있어 그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우리는 허균이 남기고 간 그 시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책을 통해 그의 흔적이라도 만져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작가 소개
원저 : 허균(許筠)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 학산(鶴山)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학가. 1597년 문과에 급제한 후 여러 벼슬을 거쳐 1610년에는 명나라에 가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1617년에는 인목대비 폐모론을 주장하는 등 대북파의 일원으로 왕의 신임을 받았으며, 시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천재였으나 그의 삶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세 번의 파직, 그리고 12세 때에는 아버지를 여의고, 20세에는 형, 22세에는 누이 허난설헌, 임진왜란 당시에는 처와 아들을 잃었다. 그 자신도 광해군 때인 1618년 반란을 계획한 것이 탄로나 처형을 당했다.
글 : 이경혜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림책 번역과 어린 독자를 위한 글쓰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어린 독자를 위한 작품으로는 『유명이와 무명이』 『형이 아니라 누나라니까요!』 『마지막 박쥐공주 미가야』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그 녀석 덕분에』들이 있습니다.
그림 : 정정엽
이화여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아홉 번의 개인전을 비롯해 황해미술제, 광주비엔날레, 여성미술제 등 여러 기획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문예진흥원 아르코미술관에서 중견작가 초대기획전을 열었습니다. 책과 미술을 잇는 작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주요 목차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매/ 이무기 연못/ 꽃이 지네/ 바람에 흩어지니/ 복사꽃/ 불경을 읽었다고/ 예절을 배웠다고/ 감옥에 갇혀 시를 읊다/ 성옹을 칭송하다
말발굽 소리 속에 세월은 가고
책을 벗 삼아/ 글을 벗 삼아/ 눈 오는 밤 벗들과 모여 시를 짓다/ 떡 노래/ 손곡 선생님/ 아내의 편지를 받고/ 관운장의 사당 앞에서 / 스님과 저녁을 보내고/ 이국땅을 떠나며/ 추석날 밤에/ 피란길에 시를 짓다
보고 들은 대로 쓰다
늙은 아낙의 통곡/ 어느 노파의 원통한 이야기를 듣다/ 까마귀를 먹이네_궁사에서/ 잡귀를 쫓다_궁사에서/ 본 적이 있어야지_궁사에서/ 궁녀의 삶_궁사에서
세상으로 나아갈지 고향으로 물러날지
고향 땅에 이르러/ 저물 무렵에/ 손님을 보내고 홀로 앉아/ 군수가 되어 화학루에 오르다 / 벼슬살이/ 백상루에 올라/ 한밤중에 돌아다니다
쓰라린 눈물 옷깃을 적시니
슬픈 칠석날/ 죽은 아내에게 첩지를 올리며/ 꿈속에서 친구를 만나고/ 계랑의 죽음을 애도하며/ 다시는 시를 읊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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