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 기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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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정효구
출판사항작가정신, 발행일:2020/02/18
형태사항p.334 국판:23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288155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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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책소개

한국 현대 시인 25인과의 아름다운 만남..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 <좋은 풍경> 전문

위 시에서 아름답고 좋은 풍경은 눈 덮인 산 속으로 사랑하는 남녀 한 쌍이 올라가더니 밤나무에 기대어 사랑을 나누는 바람에 그 사랑의 숨결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그만 밤나무가 봄이 온 줄 알고 얼떨결에 꽃을 다 피워놓고 서 있는 풍경을 뜻합니다

▣ 출판사 서평

삶의 깊이와 해학이 넘치는 우리 현대시
이 책은 천상병, 서정주, 오규원, 정현종, 최승호 시인에서부터 함민복, 유하, 박세현, 신현림, 황인숙 시인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 시단을 수놓은 25인의 시와 시인의 일화를 담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사람들이 어렵고 멀게 생각하는 우리 현대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감으로써 독자들이 우리 시와 가까워지고 나아가서 자신의 마음속에 숨은 시심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시에 관심을 갖고 사랑한다는 것은 삶이 깊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다양한 단면을 다양한 시선으로 포착한 25인의 시세계를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노라면, 죽음까지도 아름다운 나라로 바꾸어놓은 천상병의 맑은 시심에 젖기도 하고, 저 멀리 섬진강에서 작은 시골학교 선생님을 하며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는 김용택의 섬진강 산그림자에 슬그머니 물들기도 하다가,

가난 때문에 아들에게 고기 한 점 사줄 수 없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과 그 마음을 이해하고 두 모자에게 넌지시 따뜻한 정을 베푸는 식당 주인의 모습을 그린 함민복의 시에 이르면 코끝이 찡해진다.

또한 키가 1미터 90센티나 된다는 시인 유하, 법학을 전공한 시인 오규원, 요절 시인 기형도.고정희 등의 시인 이야기가 읽는 이들에게 우리 시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이 책은 그래서 시 속으로 들어가는 25개의 오솔길과도 같다.

▣ 신문 서평

시 읽어주는 여자와 남자

시는 어렵다고들 한다. 분명 한국어로 되어 있는데도 마치 모르는 외국어로 쓰여진 것처럼 도대체 요해가 되질 않는다고도 한다. 어떤 전문가들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시를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몇 번 시도해 본 독자들은 시에 대한 두려움만 키운 채 물러나고는, 점차 시를 멀리하게 된다.

<책 읽어 주는 여자>라는 프랑스 소설이 있다. 말 그대로 `고객'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직업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 책들 속에 시가 들어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 어쨌거나, 시란 달랑 시 자체만을 읽어 주어서는 곤란할 때가 있다. 많은 경우 시를 제대로 읽어 주기 위해서는 이 이외의 다른 얘기들이 섞여들어야 한다.

각각 평론가와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에서 시를 가르치는 두 사람이 `시 읽어 주는 여와 남'으로 나섰다. <시 읽는 기쁨>(작가정신)을 낸 충북대 국문과 정효구 교수(43)와 <행복한 날들의 시 읽기>(하늘연못)를 쓴 순천향대 어문학부 이승욱 교수(45)가 그 이들이다.

정 교수는 천상병 서정주 고정희 등 작고 시인에서부터 오규원 최승호 신현림씨 등 현역 시인들까지 한국 시인 25명의 시 한 편씩을 읽어 준다. 정 교수는 그야말로 시 읽기의 초보자들을 상대로 가능한 한 쉽고 재미있게 시를 풀어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다. <귀천>의 시인 천상병이 죽은 뒤 부조금으로 들어온 돈을 그의 어머니와 부인이 실수로 연탄 아궁이에서 태워버렸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기형도의 어둡고 매혹적인 시세계를 이해는 하되 그에 빠져들지는 말도록 당부하며, 안도현씨의 시 <너에게 묻는다>에 대한 이야기 속에 그의 `어른용 동화' <연어> 이야기를 끼워 넣는 식이다.

이승욱 교수의 책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독문학자인 그가 거론하는 시인들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독일과 프랑스, 중국 등 세계 각지를 망라한다. 글의 방식 또한, 한 편의 시를 친절하게 풀어 설명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글로 옮기는 가운데 그때그때 떠오르는 작품들을 인용하는 식이다. 따라서 시에 관한 해설서라기보다는 시와 산문을 가지고 쓴 일종의 `일기'처럼 읽히기도 한다. 초보 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버거울 수도 있지만, 글쓴이의 개성과 열정은 한결 선명하게 다가온다.[2001.10.15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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