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세상은 그녀들을 길들이지 못했고
운명도 길을 비켜야 했다!”
운명에 맞서 당당하게 살다간 여인들의 한국사!
-덕만공주가 한국사 최초의 여왕(선덕여왕)이 된 것은 단지 신라의 골품제 때문이었을까?
-삼국시대 열녀로 칭송받는 여인들이 지키려 한 것은 정조였을까? 아니면 사랑이었을까?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여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여인들의 한국사』는 아직도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은 우리 여성사를 인물 중심으로 흥미롭게 조명한 책이다. 한국사 최초의 여류 시인인 여옥에서부터 소서노와 우왕후, 도미 아내, 신라의 세 여왕과 왕건의 부인인 장화왕후 오씨, 염경애, 황진이와 허난설헌,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여인들과 최근 드라마로 재조명되고 있는 제주도의 여걸 김만덕에 이르기까지, 고대(고조선)로부터 근세(조선)에 이르는 한국사를 굵직굵직한 여인들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놓는다.
운명에 맞서 당당하게 살다간 여인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인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한민족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저마다 세상과 운명에 꺾이지 않고 당당히 삶을 창조해나갔다는 점이다. 그러한 삶의 열정이 어떤 이에게는 권력(우왕후)을 가져다주었고, 또 어떤 이에게는 뛰어난 예술적 경지(황진이, 허난설헌)나 사랑(도미 아내, 염경애), 혹은 애국(설죽화)이나 구휼(김만덕) 등의 실현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시련이 있었다. 고구려 건국의 주역이었던 소서노는 믿었던 주몽이 정실부인이었던 예부인 소생의 유리를 태자로 삼으며 배신(?)하자 두 아들을 데리고 남하해 백제를 세운다. 고려의 여인 염경애는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남편과 결혼해 평생을 가난과 씨름하다 죽었는데, 남편이 손수 적은 묘지에는 아내를 향한 사랑이 절절히 흘러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양인이었던 김만덕은 아버지의 돌연한 죽음으로 기생이 되었지만 훗날 자신의 신분을 회복하고 제주 제일의 부호가 되어 굶주린 사람들을 구해낸다.
나라를 위해 칼을 든 우리 역사 속 여성 전사
남존여비의 봉건사회 속 여성이 남장을 하고 군대에 들어가 싸운다는 것은 아무래도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 역사 속에서도 나라와 민족을 외적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남장까지 하고 전쟁터를 누빈 여성들이 있었다. 바로 고려시대 거란 침입기에 강감찬 장군을 도왔던 설죽화와 고구려시대 수나라의 침략에 맞서 을지문덕 장군을 도왔던 남장 여인 녹족부인이다. 특히 설죽화는 프랑스에는 오를레앙의 소녀 잔 다르크에 전혀 뒤지지 않는 구국혼의 상징이었다.
설죽화는 거란의 1차 침입 때 사망한 이관의 딸이라고 한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분한 심정을 달래지 못해 남장을 하고 강감찬 장국을 찾아간다. 신분을 속인 그녀는 강감찬 장군의 휘하에서 소년 선봉장으로 발탁되어 직접 전쟁터에 나가 고려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적군은 설죽화가 탄 백마만 나타나도 벌벌 떨 정도로 그녀를 두려워했다. 강감찬 군대의 눈부신 활약으로 적군들이 거의 섬멸되어 도주할 즈음 설죽화는 적을 쫓다가 가슴에 화살을 맞고 죽고 만다. 그녀의 사후 용맹스러웠던 소년 선봉장이 소녀였다는 것을 알게 된 강감찬 장군은 설죽화를 고려의 꽃이라 칭하고 임금에게 아뢰어 공신의 칭호를 내리게 하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헌상된 조선의 자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거역한 조선의 여인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군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들을 닥치는 대로 약탈했을 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을 강제로 일본으로 끌어갔다. 뿐만 아니라 용모가 아름다운 왕후귀족의 부녀자나 서민의 딸들을 비롯하여 옷감 짜는 여인, 여공, 기녀나 농부의 아내, 그리고 일반 부녀자까지 강제로 끌고 갔다.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부녀자들은 첩으로서 영주에 의해 숨겨진 경우가 많았고, 세월이 흘러서 그곳에서 결혼하여 아이들이 태어나고 가정을 갖고 있던 사람이 많았다.
책은 바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여인들의 통곡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전쟁의 와중에 유린당하고, 타국으로 인신공양된 몸으로 비참한 살다간 조선 여인들의 잔혹사를 다룬다. 저자는 그 한 예로 밀부인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헌상된 ‘오조에(大添)’ ‘고조에(小添)’라 불리었던 조선의 자매, 그리고 어려서 일본으로 끌려간 뒤 신앙을 위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거역한 ‘오타 쥬리아’의 기구한 운명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일본의 조선 침략은 우리의 역사를 크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조선의 여성상에도 잔혹하게 상처 입히는 죄업을 지었다고 피력한다.
남성 역사가들의 오류 혹은 그녀들을 위한 변명
감히 여인으로 왕을 선택하고 형제를 남편으로 삼은 우왕후, 신라의 세 번째 여왕으로 사서에 온통 ‘실정과 음란’이라 표현된 진성여왕……. 이름만으로도 악녀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녀들에게 변명의 여지는 없는 것일까. 시종일관 사려 깊은 시선으로 인물들을 살피고 있는 저자는 악녀 이미지로 뒤덮인 그녀들에 있어서도 변명의 여지 혹은 진실의 잣대를 들이댄다.
남편인 고국천왕이 죽자 왕의 형제 중 한 명을 직접 골라 왕위에 앉히고 자신은 그 비가 된 우왕후는 강한 권력욕과 형제를 남편으로 삼은 패륜행각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권력욕이 강하다는 것이 그 모진 비판의 이유가 될 수 있겠느냐고. 또 형사취수제를 일반적인 결혼풍습으로 삼고 있던 당시 고구려의 사회상을 볼 때 형제를 남편으로 삼은 우왕후의 행동은 그리 흠잡을 일이 못 된다고도 밝힌다. 우왕후에 대한 모진 비판은 결국 남존여비사상의 입장에서 바라본 편견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서에 실린 열녀들의 이야기에도 저자는 보다 자유롭고 진취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특히 남성 유학자인 김부식이 반한 열녀담의 주인공들이 모두 성개방 사회를 살아간 인물들이었던 점을 들며 그녀들이 개방적인 시대를 살아간 ‘보수파’였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그녀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정조가 아닌 지고지순한 사랑이었으며, 이를 알고 읽는다면 ‘도미 아내’나 ‘설씨’의 이야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그녀들이 오늘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사랑했고 꿈을 품었으며 그것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려는 궁극의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 몇 백 년 혹은 몇 천 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에도 과거 그녀들이 사랑하고 꿈꾸며 열정적으로 살아냈던 세상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아주 오래된 시간과 공간을 살아간 그녀들이지만 그녀들의 꿈과 열정, 번뇌와 사랑은 오늘날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시대를 뛰어넘는 열정과 지혜를 만난다. 우리가 숨겨진 그녀들의 역사를 더욱 열심히 들춰내고 가치를 찾아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성율자(成律子)
1933년 일본 후쿠이현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작가로 역사 다큐멘터리와 소설을 집필하면서 대학 등에서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외국의 청춘』『하얀 꽃그림자』『하얀 살구꽃처럼』『외국으로 가는 여행』『엄마의 해협』『조선사의 여인들』이 있다.
역자 김승일
1955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안성에서 성장하였다. 동국대 사학과, 대만 국립정치대 역사연구소(문학석사), 일본 규수대학 동양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 동아대 동북아국제대학원 초빙교수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국제환경』『중국혁명의 기원』, 역서로는 『건건록』『세계의 문자』『등소평문선』『삼민주의』『한국통사』『일본 자본주의의 정신』『모택동 선집』 외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옮긴이의 글
제1장. 한국사의 여명이 밝아오다
한국사 최초의 여류 시인 <여옥>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고대사회의 여성은……
두 제국을 건설한 한국사 최고의 여걸 <소서노>
남은 이야기_ 백제의 첫 도읍지는 어디였을까?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건국신화 속의 여인들
제2장. 혼란과 발전의 삼국시대
감히 왕을 간택한 여인 <우왕후>
남은 이야기_ 백성에게 인기가 많았던 고국천왕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삼국시대 여성들은 정절을 얼마나 잘 지켰을까?
열녀담 아닌 뜨거운 사랑 이야기 <도미 아내>
남은 이야기_ 신선놀음에 나라 망치는 줄도 몰랐던 개로왕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지아비를 그리워하다 돌이 된 여인
바보와의 사랑 <평강공주>
남은 이야기_ 평강공주 이야기로 알 수 있는 고구려인의 삶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삼국시대 여성들의 지위는 어느 정도였을까?
향기로우나 열매 맺지 못한 꽃들 한국 역사 속의 <세 여왕>
남은 이야기_ 『화랑세기』에는 선덕여왕이 세 번이나 결혼했다고 나온다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고대에도 극심했던 아들 선호 사상
초야로 되돌아간 신데렐라 <강수의 부인>
남은 이야기_ 망국민의 비애에도 시달려야 했던 강수
제3장. 다양성을 꽃피운 고려시대
‘빽’이 없어 슬펐던 여인 <장화왕후 오씨>
남은 이야기_ 정신병에 걸려 죽은 정종의 불행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왕건을 기다리느라 비구니가 되었던 신혜왕후
기가 셌던 발해의 여성들
고려의 구국혼 <설죽화>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구국을 위해 칼을 든 여성 전사의 원형, 녹족 부인
천 년의 세월을 이겨낸 지극한 사랑 <염경애>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아무리 재혼이 자유롭다지만……
제4장. 욕망과 억압 사이, 조선시대
남김없이 태워 마침내 백골로 묻히다 <황진이>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기녀는 원래 ‘기술을 가진 여인’이었다
기다림의 시인 <허난설헌>
남은 이야기_ 같은 시대를 걸어간 두 개의 다른 길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진짜가 되고 싶었던 가짜의 슬픈 삶
옥잔을 깨고 노비 아들을 장군으로 키워낸 <옥호 부인>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칠거지악과 삼불거
일본으로 간 밀 부인과 오조에ㆍ고조에 자매 그리고 <오타 쥬리아>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고대에도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여인이 있었다
기생이었으나 남자보다 나았다 <김만덕>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조선 최초의 여성 사업가는?
에필로그
“세상은 그녀들을 길들이지 못했고
운명도 길을 비켜야 했다!”
운명에 맞서 당당하게 살다간 여인들의 한국사!
-덕만공주가 한국사 최초의 여왕(선덕여왕)이 된 것은 단지 신라의 골품제 때문이었을까?
-삼국시대 열녀로 칭송받는 여인들이 지키려 한 것은 정조였을까? 아니면 사랑이었을까?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여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여인들의 한국사』는 아직도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은 우리 여성사를 인물 중심으로 흥미롭게 조명한 책이다. 한국사 최초의 여류 시인인 여옥에서부터 소서노와 우왕후, 도미 아내, 신라의 세 여왕과 왕건의 부인인 장화왕후 오씨, 염경애, 황진이와 허난설헌,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여인들과 최근 드라마로 재조명되고 있는 제주도의 여걸 김만덕에 이르기까지, 고대(고조선)로부터 근세(조선)에 이르는 한국사를 굵직굵직한 여인들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놓는다.
운명에 맞서 당당하게 살다간 여인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인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한민족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저마다 세상과 운명에 꺾이지 않고 당당히 삶을 창조해나갔다는 점이다. 그러한 삶의 열정이 어떤 이에게는 권력(우왕후)을 가져다주었고, 또 어떤 이에게는 뛰어난 예술적 경지(황진이, 허난설헌)나 사랑(도미 아내, 염경애), 혹은 애국(설죽화)이나 구휼(김만덕) 등의 실현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시련이 있었다. 고구려 건국의 주역이었던 소서노는 믿었던 주몽이 정실부인이었던 예부인 소생의 유리를 태자로 삼으며 배신(?)하자 두 아들을 데리고 남하해 백제를 세운다. 고려의 여인 염경애는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남편과 결혼해 평생을 가난과 씨름하다 죽었는데, 남편이 손수 적은 묘지에는 아내를 향한 사랑이 절절히 흘러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양인이었던 김만덕은 아버지의 돌연한 죽음으로 기생이 되었지만 훗날 자신의 신분을 회복하고 제주 제일의 부호가 되어 굶주린 사람들을 구해낸다.
나라를 위해 칼을 든 우리 역사 속 여성 전사
남존여비의 봉건사회 속 여성이 남장을 하고 군대에 들어가 싸운다는 것은 아무래도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 역사 속에서도 나라와 민족을 외적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남장까지 하고 전쟁터를 누빈 여성들이 있었다. 바로 고려시대 거란 침입기에 강감찬 장군을 도왔던 설죽화와 고구려시대 수나라의 침략에 맞서 을지문덕 장군을 도왔던 남장 여인 녹족부인이다. 특히 설죽화는 프랑스에는 오를레앙의 소녀 잔 다르크에 전혀 뒤지지 않는 구국혼의 상징이었다.
설죽화는 거란의 1차 침입 때 사망한 이관의 딸이라고 한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분한 심정을 달래지 못해 남장을 하고 강감찬 장국을 찾아간다. 신분을 속인 그녀는 강감찬 장군의 휘하에서 소년 선봉장으로 발탁되어 직접 전쟁터에 나가 고려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적군은 설죽화가 탄 백마만 나타나도 벌벌 떨 정도로 그녀를 두려워했다. 강감찬 군대의 눈부신 활약으로 적군들이 거의 섬멸되어 도주할 즈음 설죽화는 적을 쫓다가 가슴에 화살을 맞고 죽고 만다. 그녀의 사후 용맹스러웠던 소년 선봉장이 소녀였다는 것을 알게 된 강감찬 장군은 설죽화를 고려의 꽃이라 칭하고 임금에게 아뢰어 공신의 칭호를 내리게 하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헌상된 조선의 자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거역한 조선의 여인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군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들을 닥치는 대로 약탈했을 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을 강제로 일본으로 끌어갔다. 뿐만 아니라 용모가 아름다운 왕후귀족의 부녀자나 서민의 딸들을 비롯하여 옷감 짜는 여인, 여공, 기녀나 농부의 아내, 그리고 일반 부녀자까지 강제로 끌고 갔다.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부녀자들은 첩으로서 영주에 의해 숨겨진 경우가 많았고, 세월이 흘러서 그곳에서 결혼하여 아이들이 태어나고 가정을 갖고 있던 사람이 많았다.
책은 바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여인들의 통곡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전쟁의 와중에 유린당하고, 타국으로 인신공양된 몸으로 비참한 살다간 조선 여인들의 잔혹사를 다룬다. 저자는 그 한 예로 밀부인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헌상된 ‘오조에(大添)’ ‘고조에(小添)’라 불리었던 조선의 자매, 그리고 어려서 일본으로 끌려간 뒤 신앙을 위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거역한 ‘오타 쥬리아’의 기구한 운명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일본의 조선 침략은 우리의 역사를 크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조선의 여성상에도 잔혹하게 상처 입히는 죄업을 지었다고 피력한다.
남성 역사가들의 오류 혹은 그녀들을 위한 변명
감히 여인으로 왕을 선택하고 형제를 남편으로 삼은 우왕후, 신라의 세 번째 여왕으로 사서에 온통 ‘실정과 음란’이라 표현된 진성여왕……. 이름만으로도 악녀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녀들에게 변명의 여지는 없는 것일까. 시종일관 사려 깊은 시선으로 인물들을 살피고 있는 저자는 악녀 이미지로 뒤덮인 그녀들에 있어서도 변명의 여지 혹은 진실의 잣대를 들이댄다.
남편인 고국천왕이 죽자 왕의 형제 중 한 명을 직접 골라 왕위에 앉히고 자신은 그 비가 된 우왕후는 강한 권력욕과 형제를 남편으로 삼은 패륜행각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권력욕이 강하다는 것이 그 모진 비판의 이유가 될 수 있겠느냐고. 또 형사취수제를 일반적인 결혼풍습으로 삼고 있던 당시 고구려의 사회상을 볼 때 형제를 남편으로 삼은 우왕후의 행동은 그리 흠잡을 일이 못 된다고도 밝힌다. 우왕후에 대한 모진 비판은 결국 남존여비사상의 입장에서 바라본 편견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서에 실린 열녀들의 이야기에도 저자는 보다 자유롭고 진취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특히 남성 유학자인 김부식이 반한 열녀담의 주인공들이 모두 성개방 사회를 살아간 인물들이었던 점을 들며 그녀들이 개방적인 시대를 살아간 ‘보수파’였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그녀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정조가 아닌 지고지순한 사랑이었으며, 이를 알고 읽는다면 ‘도미 아내’나 ‘설씨’의 이야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그녀들이 오늘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사랑했고 꿈을 품었으며 그것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려는 궁극의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 몇 백 년 혹은 몇 천 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에도 과거 그녀들이 사랑하고 꿈꾸며 열정적으로 살아냈던 세상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아주 오래된 시간과 공간을 살아간 그녀들이지만 그녀들의 꿈과 열정, 번뇌와 사랑은 오늘날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시대를 뛰어넘는 열정과 지혜를 만난다. 우리가 숨겨진 그녀들의 역사를 더욱 열심히 들춰내고 가치를 찾아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성율자(成律子)
1933년 일본 후쿠이현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작가로 역사 다큐멘터리와 소설을 집필하면서 대학 등에서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외국의 청춘』『하얀 꽃그림자』『하얀 살구꽃처럼』『외국으로 가는 여행』『엄마의 해협』『조선사의 여인들』이 있다.
역자 김승일
1955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안성에서 성장하였다. 동국대 사학과, 대만 국립정치대 역사연구소(문학석사), 일본 규수대학 동양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 동아대 동북아국제대학원 초빙교수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국제환경』『중국혁명의 기원』, 역서로는 『건건록』『세계의 문자』『등소평문선』『삼민주의』『한국통사』『일본 자본주의의 정신』『모택동 선집』 외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옮긴이의 글
제1장. 한국사의 여명이 밝아오다
한국사 최초의 여류 시인 <여옥>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고대사회의 여성은……
두 제국을 건설한 한국사 최고의 여걸 <소서노>
남은 이야기_ 백제의 첫 도읍지는 어디였을까?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건국신화 속의 여인들
제2장. 혼란과 발전의 삼국시대
감히 왕을 간택한 여인 <우왕후>
남은 이야기_ 백성에게 인기가 많았던 고국천왕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삼국시대 여성들은 정절을 얼마나 잘 지켰을까?
열녀담 아닌 뜨거운 사랑 이야기 <도미 아내>
남은 이야기_ 신선놀음에 나라 망치는 줄도 몰랐던 개로왕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지아비를 그리워하다 돌이 된 여인
바보와의 사랑 <평강공주>
남은 이야기_ 평강공주 이야기로 알 수 있는 고구려인의 삶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삼국시대 여성들의 지위는 어느 정도였을까?
향기로우나 열매 맺지 못한 꽃들 한국 역사 속의 <세 여왕>
남은 이야기_ 『화랑세기』에는 선덕여왕이 세 번이나 결혼했다고 나온다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고대에도 극심했던 아들 선호 사상
초야로 되돌아간 신데렐라 <강수의 부인>
남은 이야기_ 망국민의 비애에도 시달려야 했던 강수
제3장. 다양성을 꽃피운 고려시대
‘빽’이 없어 슬펐던 여인 <장화왕후 오씨>
남은 이야기_ 정신병에 걸려 죽은 정종의 불행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왕건을 기다리느라 비구니가 되었던 신혜왕후
기가 셌던 발해의 여성들
고려의 구국혼 <설죽화>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구국을 위해 칼을 든 여성 전사의 원형, 녹족 부인
천 년의 세월을 이겨낸 지극한 사랑 <염경애>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아무리 재혼이 자유롭다지만……
제4장. 욕망과 억압 사이, 조선시대
남김없이 태워 마침내 백골로 묻히다 <황진이>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기녀는 원래 ‘기술을 가진 여인’이었다
기다림의 시인 <허난설헌>
남은 이야기_ 같은 시대를 걸어간 두 개의 다른 길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진짜가 되고 싶었던 가짜의 슬픈 삶
옥잔을 깨고 노비 아들을 장군으로 키워낸 <옥호 부인>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칠거지악과 삼불거
일본으로 간 밀 부인과 오조에ㆍ고조에 자매 그리고 <오타 쥬리아>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고대에도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여인이 있었다
기생이었으나 남자보다 나았다 <김만덕>
그 시절 그녀들의 삶_ 조선 최초의 여성 사업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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