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흔들리는 아이들, 움직이는 섬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저 먼 바다 한가운데 움직이는 섬이 있다. 섬은 물길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면서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막는다. 다만 아주 가끔 스스로 물길을 열어 상처받은 아이들을 받아들일 뿐이다.
폭풍우 치던 어느 날 밤, ‘평화주의자’로 낙인찍혀 또래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담이와 아버지의 폭력에 멍든 진규는 그 섬에 들어간다. 파도에 휩쓸려 바닷가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둘을 발견한 건, 이전에 움직이는 섬에 들어와 있던 아이들이었다.
섬 아이들 역시 마음속에 곪은 생채기를 하나씩 지니고 있다. 집을 나간 아버지 때문에 홀로 병든 할아버지를 모셔야 했던 지헌이, 친척 집에 얹혀살며 온갖 구박을 받는 민혜, 교도소에 들어간 아버지를 둔 처리, 자살하는 엄마와 함께 강물에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수정이……
그들은 금세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어울린다. 섬에는 정말 아이들밖에 없었다. 밤례 할머니가 양식을 몰래 가져다 줄 뿐, 그들 스스로 모든 생활을 꾸려가야 했다. 아이들은 노는 데 천재적인 소질을 발휘한다. 섬 곳곳을 탐험하고, 나무에 올라 둥지를 털고, 바닷가에서 수영하거나 낚시를 즐기고, 모닥불을 피우며 별을 헤아렸다. 숙소는 허름하고 먹을 것도 풍족하지 않았지만, 섬 밖 험한 세상에 견주면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원히 머물 수 없는 곳, 움직이는 섬
하지만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이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움직이는 섬에서 영원히 머물 수 없다. 상처가 아물면 다시 세상 속으로 가야 한다. 새로이 들어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담이와 진규는 어느 순간 둘 사이에 미묘한 틈을 느낀다. 사실 담이는 움직이는 섬을 아주 갈급하지는 않았던 터라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다. 진규는 달랐다. 움직이는 섬이 마음에 꼭 들었고, 무슨 일에건 열심히 참여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지헌이를 중심으로 계획에 맞춰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최소한의 체계와 질서를 갖춰야 더 안전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지헌이의 논리는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지헌이가 세운 체계와 규칙을 거부했다. 자유를 찾아 들어온 움직이는 섬에서 또다시 얽매어 살기 싫다는 이유였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지내는 성빈이도 그랬다. 담이는 우연찮게(또는 필연적으로) 성빈이와 친해졌고, 성빈이로부터 섬의 변화에 대해 듣게 된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섬에 뭔가 안 좋은 징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빈이는 섬을 둘러싼 비밀을 찾아 나섰고, 과거 이곳에 머물던 세 아이들이 써 놓은 공책을 찾는다. 낡은 공책에는 놀라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움직이는 섬에 영원히 머무르려는 계획이었다. 그들은 강변한다. “움직이는 섬에서 나가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을까? 오히려 다시 세상의 힘겨운 파도에 휩쓸려 버리지 않을까? 그럴 바에는 이곳 움직이는 섬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그들은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반대편을 섬 밖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마지막 계획을 성사시켜 섬을 통제하려고 했다. 여기저기 떨어져 나간 공책 마지막 계획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그 공책의 계획과 똑같은 일이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과거 세 아이들이 실패했던 계획을 뒤이어 가려 한 것이다. 성빈과 담이는 그 범인을 찾아내어, 마지막 계획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오히려 담이가 궁지에 몰리게 되고 섬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때 진규는 담이를 몰아내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다.
드디어 담이가 섬을 떠나기로 한 날, 사라졌던 성빈이가 담이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베일 속에 가려진 범인을 향한 마지막 반격을 시작한다. 섬의 변화를 꾀한 사람은 누구일까? 마지막 계획은 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담이는 누명을 벗고 다시 진규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움직이는 섬에는 누가 남고, 누가 나가게 될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움직이는 섬
작가 최나미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움직이는 섬을 놓아두었다. 움직이는 섬은 차갑고 폭력적인 현실에서 비켜나 있지만, 그렇다고 절대 행복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없다. 천사도 날개도 젖과 꿀도 없는 대신 준엄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때론 질서에 순응하고, 때론 격렬하게 맞서고, 움직이는 섬 이후의 삶을 걱정한다. 영원히 머물 수 없는, 현실과 잇닿아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파국으로 치달은 뒤,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난다. 아이들이 제각각 걸어가는 새로운 길에도 장밋빛 주단이 깔려져 있지는 않다. 세상으로 돌아온 순간 움직이는 섬의 존재는 송두리째 부정당한다. 세상은 전혀 변화의 여지가 없다. 눈물겹지만, 공책에 써놓은 세 아이 항변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은 움직이는 섬 따위는 잊어버리라고 강요한다. 움직이는 섬에 다녀온 아이는 고백한다. “내가 정말 그곳에 다녀온 건지 모르겠다”고.
어쩌면 그 아이는 우리 사회 어른들의 어릴 적 모습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고비를 넘어서면서 움직이는 섬에 대한 기억을 마음속 밑바닥 깊이 봉인해 버린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아이에게 허무맹랑한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훈계하고 다그친다.
그럴수록 움직이는 섬은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손짓한다. 움직이는 섬에서 최악의 순간도 바깥세상의 어떤 시간보다 아름답다고. 이곳에서 천국도 지옥도 경험하다 보면 저 힘겨운 세상과 맞설 힘이 좀 더 생길 거라고. 비록 무섭고 견고한 세상이지만 언젠가는 자그마한 틈새라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 작가 소개
글 : 최나미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여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한겨레 작가학교''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우리시대의 가족과 부모, 아이의 일상을 조명함으로써 “21세기 어린이문학사의 분기점이 된”(아동문학평론가 유영진)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지은 책으로 『바람이 울다 잠든 숲』, 『진휘 바이러스』,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걱정쟁이 열세 살』『셋 둘 하나』가 있다.
그림 : 최정인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공부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대표작으로는 『벤은 나와 조금 달라요』『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제이넵의 비밀 편지』『우리 아빠는 백수건달』『교환 일기』『울어도 괜찮아』『말풍선 거울』『바리공주』, 『엄마~ 5분만』, 『왕의 어린 왕비』,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등이 있습니다.
흔들리는 아이들, 움직이는 섬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저 먼 바다 한가운데 움직이는 섬이 있다. 섬은 물길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면서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막는다. 다만 아주 가끔 스스로 물길을 열어 상처받은 아이들을 받아들일 뿐이다.
폭풍우 치던 어느 날 밤, ‘평화주의자’로 낙인찍혀 또래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담이와 아버지의 폭력에 멍든 진규는 그 섬에 들어간다. 파도에 휩쓸려 바닷가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둘을 발견한 건, 이전에 움직이는 섬에 들어와 있던 아이들이었다.
섬 아이들 역시 마음속에 곪은 생채기를 하나씩 지니고 있다. 집을 나간 아버지 때문에 홀로 병든 할아버지를 모셔야 했던 지헌이, 친척 집에 얹혀살며 온갖 구박을 받는 민혜, 교도소에 들어간 아버지를 둔 처리, 자살하는 엄마와 함께 강물에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수정이……
그들은 금세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어울린다. 섬에는 정말 아이들밖에 없었다. 밤례 할머니가 양식을 몰래 가져다 줄 뿐, 그들 스스로 모든 생활을 꾸려가야 했다. 아이들은 노는 데 천재적인 소질을 발휘한다. 섬 곳곳을 탐험하고, 나무에 올라 둥지를 털고, 바닷가에서 수영하거나 낚시를 즐기고, 모닥불을 피우며 별을 헤아렸다. 숙소는 허름하고 먹을 것도 풍족하지 않았지만, 섬 밖 험한 세상에 견주면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원히 머물 수 없는 곳, 움직이는 섬
하지만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이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움직이는 섬에서 영원히 머물 수 없다. 상처가 아물면 다시 세상 속으로 가야 한다. 새로이 들어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담이와 진규는 어느 순간 둘 사이에 미묘한 틈을 느낀다. 사실 담이는 움직이는 섬을 아주 갈급하지는 않았던 터라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다. 진규는 달랐다. 움직이는 섬이 마음에 꼭 들었고, 무슨 일에건 열심히 참여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지헌이를 중심으로 계획에 맞춰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최소한의 체계와 질서를 갖춰야 더 안전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지헌이의 논리는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지헌이가 세운 체계와 규칙을 거부했다. 자유를 찾아 들어온 움직이는 섬에서 또다시 얽매어 살기 싫다는 이유였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지내는 성빈이도 그랬다. 담이는 우연찮게(또는 필연적으로) 성빈이와 친해졌고, 성빈이로부터 섬의 변화에 대해 듣게 된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섬에 뭔가 안 좋은 징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빈이는 섬을 둘러싼 비밀을 찾아 나섰고, 과거 이곳에 머물던 세 아이들이 써 놓은 공책을 찾는다. 낡은 공책에는 놀라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움직이는 섬에 영원히 머무르려는 계획이었다. 그들은 강변한다. “움직이는 섬에서 나가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을까? 오히려 다시 세상의 힘겨운 파도에 휩쓸려 버리지 않을까? 그럴 바에는 이곳 움직이는 섬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그들은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반대편을 섬 밖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마지막 계획을 성사시켜 섬을 통제하려고 했다. 여기저기 떨어져 나간 공책 마지막 계획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그 공책의 계획과 똑같은 일이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과거 세 아이들이 실패했던 계획을 뒤이어 가려 한 것이다. 성빈과 담이는 그 범인을 찾아내어, 마지막 계획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오히려 담이가 궁지에 몰리게 되고 섬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때 진규는 담이를 몰아내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다.
드디어 담이가 섬을 떠나기로 한 날, 사라졌던 성빈이가 담이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베일 속에 가려진 범인을 향한 마지막 반격을 시작한다. 섬의 변화를 꾀한 사람은 누구일까? 마지막 계획은 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담이는 누명을 벗고 다시 진규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움직이는 섬에는 누가 남고, 누가 나가게 될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움직이는 섬
작가 최나미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움직이는 섬을 놓아두었다. 움직이는 섬은 차갑고 폭력적인 현실에서 비켜나 있지만, 그렇다고 절대 행복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없다. 천사도 날개도 젖과 꿀도 없는 대신 준엄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때론 질서에 순응하고, 때론 격렬하게 맞서고, 움직이는 섬 이후의 삶을 걱정한다. 영원히 머물 수 없는, 현실과 잇닿아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파국으로 치달은 뒤,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난다. 아이들이 제각각 걸어가는 새로운 길에도 장밋빛 주단이 깔려져 있지는 않다. 세상으로 돌아온 순간 움직이는 섬의 존재는 송두리째 부정당한다. 세상은 전혀 변화의 여지가 없다. 눈물겹지만, 공책에 써놓은 세 아이 항변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은 움직이는 섬 따위는 잊어버리라고 강요한다. 움직이는 섬에 다녀온 아이는 고백한다. “내가 정말 그곳에 다녀온 건지 모르겠다”고.
어쩌면 그 아이는 우리 사회 어른들의 어릴 적 모습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고비를 넘어서면서 움직이는 섬에 대한 기억을 마음속 밑바닥 깊이 봉인해 버린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아이에게 허무맹랑한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훈계하고 다그친다.
그럴수록 움직이는 섬은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손짓한다. 움직이는 섬에서 최악의 순간도 바깥세상의 어떤 시간보다 아름답다고. 이곳에서 천국도 지옥도 경험하다 보면 저 힘겨운 세상과 맞설 힘이 좀 더 생길 거라고. 비록 무섭고 견고한 세상이지만 언젠가는 자그마한 틈새라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 작가 소개
글 : 최나미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여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한겨레 작가학교''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우리시대의 가족과 부모, 아이의 일상을 조명함으로써 “21세기 어린이문학사의 분기점이 된”(아동문학평론가 유영진)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지은 책으로 『바람이 울다 잠든 숲』, 『진휘 바이러스』,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걱정쟁이 열세 살』『셋 둘 하나』가 있다.
그림 : 최정인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공부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대표작으로는 『벤은 나와 조금 달라요』『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제이넵의 비밀 편지』『우리 아빠는 백수건달』『교환 일기』『울어도 괜찮아』『말풍선 거울』『바리공주』, 『엄마~ 5분만』, 『왕의 어린 왕비』,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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