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농부가 되자

▣ 출판사서평

『우리 다시 농부가 되자』는 1987년 초판이 나온 이래 꾸준히 팔리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생태에세이다. 생태적인 관점에서 농업을 다루는 이 책은 과거의 역사뿐만 아니라 현재를 포함하는 폭넓은 시각에서 농업과 인류의 관계를 조망하고 있다.

필립 데브로스는 농부이자 생태농업학자로 유럽에 생태농업이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연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현대농법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한편, 생태농업의 무한한 잠재력을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생태농업이 유럽에 안착하게 된 정치적?사회적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데브로스는 당시 인류가 처한 상황을 상당히 위급한 사안인 것처럼 묘사했는데, 혹여 이것이 과장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많은 경우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불신을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부 문제들에 대해서는 축소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의 판단이 지나치지 않았던 것임을 확인하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당시로서는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광우병이 발생했고 이 병에 걸린 암소처럼 농업도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곳곳을 기근의 공포가 휩쓸고 있는 동안 경작지는 개발로 파괴되고, 선진국들은 과잉 생산된 무익한 잉여생산물에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초판이 1987년에 나온 것임을 감안한다면 일종의 예언서라 칭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시스템과 농법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데브로스는 이 책에서 크게 두 가지, 농업 시스템의 재구축과 현대 농법과 다른 새로운 농업 형태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생태농업, 나아가 농업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의 공급 시스템은 지나친 국제 간 경쟁의 확대일로에 있다. 더불어 단일경작과 교역에 목을 매는 한, 식량의 자급과 안보는 확보될 수 없다. 이미 거대 농업콘체른이 만들어놓은 농업 시스템의 획일화는 한 지역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미시활동 조직을 파괴하고 있다. 그 결과 특화된 생산활동만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공적 지원금(보조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실로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농촌사회의 붕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데브로스의 주장이다. 따라서 인간과 환경을 존중하는 농업 경제에서 최우선 정책은 적어도 우리의 생필품만이라도 ‘직접 유통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재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생태농업은 과도한 화학비료로 훼손된 땅에서 비껴 생산된 농산물, 즉 개개인의 건강을 중심으로 돌아간 것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류와 땅의 상호의존 관계를 염두에 둔 공동체적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산업/기술의 힘과 능력만으로는 설명 혹은 해결될 수 없는 자연의 힘과 문제를 새로운 방식과 관점을 가진 농업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리는 것이다.

다시 그리고 여전히 농업이다

얼마 전 세계 4위의 곡물생산국인 러시아는 내년 말까지 밀을 비롯한 모든 곡물의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호주, 파키스탄 등 세계 곳곳의 기상 이변이 가져온 기근의 그림자는 데브로스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상기하게 만든다. 데브로스가 식량 부족, 그러니까 전 세계에 불어 닥칠 대기근을 염려하며 현대농법과 식품생산 시스템을 고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을 때, 때로는 쓰레기장에 차고 넘칠 정도로 엄청난 농산물이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데브로스는 이집트, 이란, 그리스, 루마니아, 브라질, 인도차이나 반도 등 과거에 농업국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나라들을 예로 들어, 대기근이라는 재앙의 시나리오가 결코 허상이 아님을 설명한다. 실제로 이 나라들의 경우 농촌사회의 붕괴되는 등 정치사회적인 이유들로 불과 몇 해만에 국가의 농업 생산능력은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붕괴되어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로 자국의 잉여 농산물을 수출까지 했던 나라들이 갑작스레 식량 부족 사태를 겪을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데브로스는 이 중 일부는 이제 자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국제 식량원조 대상국 리스트에 오르는 신세가 된 것을 지적하며 다시금 농업이란 인간문명의 근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요구한다.

전 지구적 농업 소멸 상황에서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너무나 명쾌한데, 바로 ‘우리 다시 농부가 되자’인 것이다. 왜냐하면 다시 농부가 되는 것만이 ‘이 거대한 복원의 현장’에서 ‘우리의 건강, 우리의 경제 그리고 우리의 생존 문제’?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필립 데브로스 Philippe Desbrosses
독학자, 농부, 작가, 시인, 음악 애호가로 프랑스의 가난한 영농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인간과 환경을 존중하는 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수많은 곳을 발로 뛰어다니며 땅과 농부들을 되살리려고 애써 온 데브로스는 프랑스와 유럽 경제공동체 국가들에서 생태농업이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주요 전문조직들을 설립한 선구자적인 인물들 중의 한 사람이다. 1984년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유럽 대표단장으로 선출된 이래, 1990년까지 생태농업의 이미지에 신뢰를 주고 대중화를 가능하게 했던 현대적인 인본주의 운동들의 핵심 주체로 활동했다. 또한 프랑스 농무부뿐만 아니라 브뤼셀 유럽공동체 및 유럽의회 산하 여러 위원회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아내와 더불어 시작한 생태농업 운동을 오늘날도 계속 해나가고 있는 데브로스는 교육과 실습, 생태농업과 원예 기술의 기본 연수를 담당하는 유럽시범센터가 된 쌩 마르트 농장에서 최근 수년간 20개에 달하는 농법을 계발하고, ‘우리가 망각한’ 과수 및 야채류를 보존하고 있기도 하다. 각종 글쓰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데브로스는 『인간으로 병든 지구La Terre malade des hommes』, 『녹색 지성L’intelligence verte』 등 수많은 저서를 냈고, 2006년 『바이오 농업, 우리의 미래를 지킵시다Agriculture biologique, pr?servons notre futur』를 출간했다.

역자 : 서종석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불어불문학과에서 언어학 석사, 파리 4대학에서 인지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파리 4대학 응용인문학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언어연구소 책임연구원, 프랑스 인문학 연구모임 시지프에서 활동 중이다.

▣ 주요 목차

신판 서문
추천의 글: 아베 피에르
들어가는 말

제1장 농업의 역사
초기 농업 문명
세계를 먹여 살리는 곡창 지대
초기의 가축 사육

제2장 나는 녹색 혁명이 탄생하는 것을 보았노라
뤼에프와 아르망의 보고서
발전: 이마쥬 데피날 Image d’?pinal
생산 제일주의의 유토피아
제빵이 불가능한 이상한 밀

제3장 인간의 건강은 지구의 건강을 반영한다
NPK 3요소 혹은 도그마의 힘
흙은 생명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농촌 경제의 파괴적 메커니즘
농업 시스템 파괴의 영향
식량 무기

제4장 생태농업의 도래
역사적 전환점
루돌프 슈타이너의 바이오다이내믹스
기타 국제적인 운동들
생태농업의 정의와 그 기본 원리

제5장 생태농업의 기법
윤작
식물의 동반자 관계
그 옛날 초원들은 어디로 갔을까?
경제는 어떻게 파산하는가
생태농법을 이용한 토양의 비옥화
생태농업의 ‘잡초’ 방제법

제6장 미래의 농업
현실과 전망
생태농업과 제3세계의 발전

제7장 과거의 교훈
인디언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또 다른 발전을 위한 새로운 은행들

제8장 묵시록의 시나리오
향후 10년 안에 가능한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제9장 세계는 변하고 있다
지구
부조리한 세상

후기: 아놀드 카우프만/자크 쁘제
부록: 생태농업 공표 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