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목욕의 내밀한 문화사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깨끗했을까?
깨끗함에 대한 태도는 가장 내밀한 자아에 관해 많은 것을 드러낸다. 욕실을 보면 사람들이 바라는 것, 무시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이유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현대를 넘나들며 목욕이라는 일상이 역사와 어떻게 소통해 왔는지 보여준다.
고대 로마인들은 목욕을 사회적 미덕으로 여겼고, 유대인들은 계율로 삼아 실천했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인들은 목욕을 쾌락으로 보아 극히 멀리했다. 역설적이게도 로마의 목욕 문화를 되살린 것은 터키의 목욕탕을 중세 유럽으로 가져온 십자군들이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부활한 목욕탕은 곧 흑사병으로 유럽에서 사라졌다. 미국인들도 남북전쟁 전까지는 유럽인들만큼이나 더러웠지만 승리한 북부가 위생을 통한 질병 통제에 성공한 후 청결은 진보적이고 애국적인 것으로 추앙받았다. 이런 미국의 문화는 오늘날 현대 사회가 체취나 제모, 병균 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데 일조했다. 이 책은 2009년 1월 영국 「인디펜던트」 선정 ‘The Ten Best History Book’에 선정된 화제작이다.
하루의 절반은 목욕탕에서
“로마는 목욕 때문에 멸망했다.” 역사가 기번이 이렇게 말할 정도로 로마인의 목욕 사랑은 유별났다. 목욕을 사회적 미덕으로 여겨 즐긴 것은 그리스로부터 이어받은 것이지만 로마 시대에 이르면 목욕탕은 그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다.
몇 블록이나 되는 광대한 토지에 노천탕, 운동장, 정원, 도서관, 회의실, 간이식당을 두루 갖춘 목욕탕에서 로마인들은 만나고 거래하고 수다를 떨고 정치를 논하고 먹고 마셨다. 창녀, 의사, 미용사 들이 이런 목욕탕 주변에 즐비했기에 목욕탕에서는 자연스럽게 매매춘, 치료, 이발 등도 함께 이뤄졌다. 로마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 어느 목욕탕에 다니는지를 물었다. 목욕 문화는 로마화의 상징으로 피정복민을 로마의 일원으로 포용할 때 보여주는 최초의 문화였다.
그러나 목욕 문화를 사악한 쾌락으로 바라보았던 기독교인들은 깨끗한 몸과 깨끗한 옷은 깨끗하지 않은 영혼을 뜻한다는 성인들이 가르침을 받아들여 일생 목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 시대의 목욕탕들은 생명력이 강했다. 십자군들이 터키에서 ‘하맘’(터키식 목욕탕)을 유럽으로 가져올 때까지는 부분적이나마 목욕탕의 구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14세기 흑사병은 유럽에서 목욕탕을 일소해 버렸다.
목욕 없는 400년
하루에 최고 4km의 속도로 퍼져 1차 유행에서만 약 25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흑사병은 사람들을 목욕뿐 아니라 물에서 아예 멀어지게 만들었다. 물은 피부의 모공을 열어 나쁜 병균을 몸속에 들어오게 하기 때문이다. 물에 대한 이 공포는 20세기 초반까지 사람들을 목욕탕에서 떼어놓았다.
‘목욕 없는 400년’ 동안 유럽에서는 화려한 복식을 한 고귀한 왕에서부터 남루한 누더기의 비천한 소작농에 이르기까지 이와 벼룩과 지독한 체취 속에서 살았다. 루이 14세는 지독한 입 냄새로 유명했고, 엘리자베스 1세는 한 달에 한 번만 목욕했다. 지체 높은 사람들과 비천한 사람들 사이의 다른 점은 아마포 셔츠를 자주 갈아입었는가 하는 것뿐이었다.
냄새, 치명적인 무례가 되다
그러나 흑사병의 광풍이 잊힐 때쯤 루소에서 시작된 자연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다시 물속에 몸을 담그기 시작했다. 이 물의 귀환을 재촉한 것은 산업혁명과 전염병이었다. 특히 콜레라의 영향은 위생 상황이 열악한 도시의 빈민가를 방치하면 도시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면서 각국 정부가 수도, 배관 및 목욕 시설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었다.
유럽이 빈민가의 위생 문제에 골몰하는 동안 미국은 목욕 문화의 선구자로 나섰다. 남북전쟁 후 진보적이고 애국적인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청결이 광고와 결합해 사람들을 비위생의 공포에 빠뜨리기 시작했다. 구취와 체취는 파혼, 해고 등의 이유가 되며 사회생활 파탄의 주범이 되었고, 사람들은 자기 그런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온갖 과자와 열대과일 냄새로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냄새에 대한 집착은 입과 몸을 뚫고 들어가 생식기와 치아에까지 나아갔다.
깨끗해지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현대에 들어서면서 목욕탕은 로만인들도 놀랄 만큼 화려해지고 있으며, 세정액으로 생식기에 염증이 생기고 미백제로 치아의 법랑질이 다 벗겨져야만 멈출 만큼 청결에 대한 집착은 광기를 더해갔다. 냄새는 ‘천한’ 노동자들을 구별하며 가장 내밀한 계급 차별의 수단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냄새로 다른 계급, 인종, 국적의 사람들을 차별한다. 이는 자기 자얽은 그런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환상에 더 깊이 빠지는 가장 저속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또 청결에 대한 집착은 현대의 질병인 알레르기를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세균에 대한 현대인들의 두려움은 오랜 세월을 공존하며 인간의 면역체계에서 ‘더러운 방아쇠’를 당기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균마저 없애버렸다. 이런 세균에 노출되지 못한 아이들은 알레르기 질환뿐 아니라 류머티즘성 관절염, 당뇨병, 크론 병, 심장병에도 걸리기 쉽다.
무엇이 깨끗한 것인지는 과거에 그랬듯 지금도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오늘날 물이 부족해지면서 우리의 목욕 습관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빨리 그리고 철저히 바뀔 공산이 크다. 지금 사람들의 목욕 문화를 믿기 힘든 이야기라고 말할 미래는 그리 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 작가 소개
저자 : 캐서린 애셴버그
CBS라디오 프로듀서이자 「글로브 앤드 메일」지의 편집자이다. 한 박물관의 18세기 그림을 통해 목욕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다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를 위해 호메로스의 그리스에서 미국의 남북전쟁, 히포크라테스에서 세균설 그리고 프랑스혁명·산업혁명·1960, 70년대의 성혁명까지 역사의 현장을 뒤져야 했다. 지은 책으로는 『도심을 가다: 걸어서 하는 남부 온타리오 건축 기행』, 『애도자의 춤: 사람들이 죽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가 있다.
역자 : 박수철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번역가 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1434: 중국의 정화 대함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다』, 『노암 촘스키의 미디어 컨트롤』, 『유전자 전쟁』, 『IMF와 세계은행을 없애야 할 10가지 이유』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며 : 욕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ONE 사교가 이루어지는 목욕탕 : 그리스·로마시대
TWO 왜 기독교인은 더러웠을까? : 200~1000년
THREE 죽기 싫으면 목욕하지 마시오 : 1000~1550년
FOUR 아마포만 입으면 깨끗해집니다 : 1550~1750년
FIVE 물의 귀환 : 1750~1815년
SIX 깨끗함이 계급을 나누다 : 유럽, 1815~1900년
SEVEN 단번에 물속으로 : 미국, 1815~1900년
EIGHT 몸 냄새는 치명적인 무례다 : 1900~1950년
NINE 깨끗해지면서 잃어버린 것들 : 1950년~현재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목욕의 내밀한 문화사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깨끗했을까?
깨끗함에 대한 태도는 가장 내밀한 자아에 관해 많은 것을 드러낸다. 욕실을 보면 사람들이 바라는 것, 무시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이유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현대를 넘나들며 목욕이라는 일상이 역사와 어떻게 소통해 왔는지 보여준다.
고대 로마인들은 목욕을 사회적 미덕으로 여겼고, 유대인들은 계율로 삼아 실천했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인들은 목욕을 쾌락으로 보아 극히 멀리했다. 역설적이게도 로마의 목욕 문화를 되살린 것은 터키의 목욕탕을 중세 유럽으로 가져온 십자군들이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부활한 목욕탕은 곧 흑사병으로 유럽에서 사라졌다. 미국인들도 남북전쟁 전까지는 유럽인들만큼이나 더러웠지만 승리한 북부가 위생을 통한 질병 통제에 성공한 후 청결은 진보적이고 애국적인 것으로 추앙받았다. 이런 미국의 문화는 오늘날 현대 사회가 체취나 제모, 병균 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데 일조했다. 이 책은 2009년 1월 영국 「인디펜던트」 선정 ‘The Ten Best History Book’에 선정된 화제작이다.
하루의 절반은 목욕탕에서
“로마는 목욕 때문에 멸망했다.” 역사가 기번이 이렇게 말할 정도로 로마인의 목욕 사랑은 유별났다. 목욕을 사회적 미덕으로 여겨 즐긴 것은 그리스로부터 이어받은 것이지만 로마 시대에 이르면 목욕탕은 그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다.
몇 블록이나 되는 광대한 토지에 노천탕, 운동장, 정원, 도서관, 회의실, 간이식당을 두루 갖춘 목욕탕에서 로마인들은 만나고 거래하고 수다를 떨고 정치를 논하고 먹고 마셨다. 창녀, 의사, 미용사 들이 이런 목욕탕 주변에 즐비했기에 목욕탕에서는 자연스럽게 매매춘, 치료, 이발 등도 함께 이뤄졌다. 로마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 어느 목욕탕에 다니는지를 물었다. 목욕 문화는 로마화의 상징으로 피정복민을 로마의 일원으로 포용할 때 보여주는 최초의 문화였다.
그러나 목욕 문화를 사악한 쾌락으로 바라보았던 기독교인들은 깨끗한 몸과 깨끗한 옷은 깨끗하지 않은 영혼을 뜻한다는 성인들이 가르침을 받아들여 일생 목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 시대의 목욕탕들은 생명력이 강했다. 십자군들이 터키에서 ‘하맘’(터키식 목욕탕)을 유럽으로 가져올 때까지는 부분적이나마 목욕탕의 구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14세기 흑사병은 유럽에서 목욕탕을 일소해 버렸다.
목욕 없는 400년
하루에 최고 4km의 속도로 퍼져 1차 유행에서만 약 25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흑사병은 사람들을 목욕뿐 아니라 물에서 아예 멀어지게 만들었다. 물은 피부의 모공을 열어 나쁜 병균을 몸속에 들어오게 하기 때문이다. 물에 대한 이 공포는 20세기 초반까지 사람들을 목욕탕에서 떼어놓았다.
‘목욕 없는 400년’ 동안 유럽에서는 화려한 복식을 한 고귀한 왕에서부터 남루한 누더기의 비천한 소작농에 이르기까지 이와 벼룩과 지독한 체취 속에서 살았다. 루이 14세는 지독한 입 냄새로 유명했고, 엘리자베스 1세는 한 달에 한 번만 목욕했다. 지체 높은 사람들과 비천한 사람들 사이의 다른 점은 아마포 셔츠를 자주 갈아입었는가 하는 것뿐이었다.
냄새, 치명적인 무례가 되다
그러나 흑사병의 광풍이 잊힐 때쯤 루소에서 시작된 자연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다시 물속에 몸을 담그기 시작했다. 이 물의 귀환을 재촉한 것은 산업혁명과 전염병이었다. 특히 콜레라의 영향은 위생 상황이 열악한 도시의 빈민가를 방치하면 도시 전체가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면서 각국 정부가 수도, 배관 및 목욕 시설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었다.
유럽이 빈민가의 위생 문제에 골몰하는 동안 미국은 목욕 문화의 선구자로 나섰다. 남북전쟁 후 진보적이고 애국적인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청결이 광고와 결합해 사람들을 비위생의 공포에 빠뜨리기 시작했다. 구취와 체취는 파혼, 해고 등의 이유가 되며 사회생활 파탄의 주범이 되었고, 사람들은 자기 그런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온갖 과자와 열대과일 냄새로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냄새에 대한 집착은 입과 몸을 뚫고 들어가 생식기와 치아에까지 나아갔다.
깨끗해지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현대에 들어서면서 목욕탕은 로만인들도 놀랄 만큼 화려해지고 있으며, 세정액으로 생식기에 염증이 생기고 미백제로 치아의 법랑질이 다 벗겨져야만 멈출 만큼 청결에 대한 집착은 광기를 더해갔다. 냄새는 ‘천한’ 노동자들을 구별하며 가장 내밀한 계급 차별의 수단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냄새로 다른 계급, 인종, 국적의 사람들을 차별한다. 이는 자기 자얽은 그런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환상에 더 깊이 빠지는 가장 저속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또 청결에 대한 집착은 현대의 질병인 알레르기를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세균에 대한 현대인들의 두려움은 오랜 세월을 공존하며 인간의 면역체계에서 ‘더러운 방아쇠’를 당기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균마저 없애버렸다. 이런 세균에 노출되지 못한 아이들은 알레르기 질환뿐 아니라 류머티즘성 관절염, 당뇨병, 크론 병, 심장병에도 걸리기 쉽다.
무엇이 깨끗한 것인지는 과거에 그랬듯 지금도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오늘날 물이 부족해지면서 우리의 목욕 습관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빨리 그리고 철저히 바뀔 공산이 크다. 지금 사람들의 목욕 문화를 믿기 힘든 이야기라고 말할 미래는 그리 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 작가 소개
저자 : 캐서린 애셴버그
CBS라디오 프로듀서이자 「글로브 앤드 메일」지의 편집자이다. 한 박물관의 18세기 그림을 통해 목욕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다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를 위해 호메로스의 그리스에서 미국의 남북전쟁, 히포크라테스에서 세균설 그리고 프랑스혁명·산업혁명·1960, 70년대의 성혁명까지 역사의 현장을 뒤져야 했다. 지은 책으로는 『도심을 가다: 걸어서 하는 남부 온타리오 건축 기행』, 『애도자의 춤: 사람들이 죽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가 있다.
역자 : 박수철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번역가 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1434: 중국의 정화 대함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다』, 『노암 촘스키의 미디어 컨트롤』, 『유전자 전쟁』, 『IMF와 세계은행을 없애야 할 10가지 이유』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며 : 욕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ONE 사교가 이루어지는 목욕탕 : 그리스·로마시대
TWO 왜 기독교인은 더러웠을까? : 200~1000년
THREE 죽기 싫으면 목욕하지 마시오 : 1000~1550년
FOUR 아마포만 입으면 깨끗해집니다 : 1550~1750년
FIVE 물의 귀환 : 1750~1815년
SIX 깨끗함이 계급을 나누다 : 유럽, 1815~1900년
SEVEN 단번에 물속으로 : 미국, 1815~1900년
EIGHT 몸 냄새는 치명적인 무례다 : 1900~1950년
NINE 깨끗해지면서 잃어버린 것들 : 1950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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