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자연과 사랑이 빚은 ‘별섬’에 가고 싶다
신효순의 첫 시집을 읽으면 그의 시들은 자연과 일체가 되었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순함과 풍요로움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연시(戀詩)의 형식을 통해 팽팽하게 전해지는 진정성이 시의 힘을 견인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집 기둥 하나가
설핏 잠드는 사이
산이 다리를 옮기며
밤늦도록 새들을 재운다
초저녁 잠깬 산비둘기 메아리
흔들리며 답하는 농가
?「흔들리는 산」 부분
이 시에서 자연과 인간은 초가을 밤의 서정을 같이 호흡하면서 마치 이웃집처럼 서로 호응한다. 시인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기와 혈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뚫어주고 있다. 이 또한 시인의 기와 혈이 자연을 휘감아 돈 경험이 없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첫 시집은 시인이 앞으로 펼쳐나갈 시의 지평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위의 시는, 시인이 앞으로 자연과의 교감, 자연과의 호흡을 통해 우리 시가 잃어버린 것들을 환기시켜주고, 그 지순함과 풍요로움의 참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입에 귤 알 하나 넣어주고 싶은 저녁이 올 때
체한 듯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깨우고 지나가는 매서운 바람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어떤 날에 떠나버리셨는지
귤을 까먹으며 알았습니다
?「귤 알의 맛」 부분
시인은 할머니가 체했을 때 찾는 귤의 “달고 시고 말랑한 것”의 감각을 환기하면서 할머니가 간직했던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을 실시간으로 체감한다. 환기와 환치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세계는 그의 시에 서사적 힘을 불어넣으며 동시에 풍요로운 감각이 발현된 서정적 깊이를 더해준다.
세상에 없는 말을 해주세요
그럼 나는 아주 둥글어져서
세상에는 없는 방에 들어가
길 잃은 고라니처럼
숨 가쁜,
사랑을 줄게요
영영 없는 길 내려올 때는
잊고 또 잊고 잊으면서 오세요
당신 발을 핥는 고라니 한 마리
숨 가쁜 사랑을 줄게요
?「세상에 없는 방」 부분
이 시는 시인의 진정성, 시의 진정성이 빚어낸 ‘세상에 없는 방’이다. 사랑의 뜨거움 속에“세상에 없는 말”을 원하는 시인의 갈구는 이 세상 모든 사랑의 정점이자, 연시가 꿈꾸는 정점이기도 하다. 그 정점을 이처럼 절절하게 노래하는 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신효순 시인은 이번 첫 시집을 통해 자연과 사랑을 ‘보물상자’(「보물상자」)처럼 자유롭게 열고 닫으며, 그만의 ‘별섬’(「별섬」)을 만들어냄으로써 지금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자연과의 격절, 진정성의 결여 등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의 시를 읽으면 “누군가 깨우러 올 때까지/누워 듣는 별섬”에 가고 싶어진다.
▣ 작가 소개
저자 : 신효순
1984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2015년 [유심]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 주요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관상 / 13
세상에 없는 방 / 14
채석장 부근에서 귀를 열고 / 16
개울가 옻나무 한 그루 / 18
귤 알의 맛 / 20
호수 / 22
돼지새 / 24
새 / 26
춘설 / 27
중심 / 28
가을별 / 30
개울 / 32
실종 / 34
위험, 도로 끝 / 36
열두 무덤을 지나 / 37
하장 / 38
안부 / 40
오후 두 시의 고향 나들이 / 42
빈 배 / 44
봄을 할퀴다 / 46
만월 / 48
벌초 / 49
매미 / 50
그대 부디 오작교를 건너요 / 52
흰 밥 / 54
간격 / 56
황우산(黃牛山) / 58
장마 1 / 60
장마 2 / 62
보물상자 / 64
제2부
파랑 / 67
가만 나무를 흔들어보네 / 68
바다를 모르는 사람과 바다에 갔다 / 70
술병 / 72
목련 꽃잎 / 74
함박눈 1 / 76
함박눈 2 / 78
가시연 / 79
부처를 만나다 / 80
고래의 바다 / 82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다 / 84
독법 / 86
터널 / 87
등 / 88
대륙에서 온 청년 / 90
화장(火葬) / 92
흔들리는 산 / 93
건봉사 부도밭 / 94
쌍둥이 무덤 / 96
긴 오후 / 97
상여 / 98
얼굴 / 99
그녀의 손금 / 100
감자밭 / 102
푸른 물 / 103
까만 배 / 104
별섬 / 106
당산(堂山) / 108
귀로 / 109
폭설 / 110
안개 / 112
발문 자연과 사랑이 빚은‘별섬’에 가고 싶다 / 113
이홍섭(시인)
자연과 사랑이 빚은 ‘별섬’에 가고 싶다
신효순의 첫 시집을 읽으면 그의 시들은 자연과 일체가 되었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순함과 풍요로움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연시(戀詩)의 형식을 통해 팽팽하게 전해지는 진정성이 시의 힘을 견인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집 기둥 하나가
설핏 잠드는 사이
산이 다리를 옮기며
밤늦도록 새들을 재운다
초저녁 잠깬 산비둘기 메아리
흔들리며 답하는 농가
?「흔들리는 산」 부분
이 시에서 자연과 인간은 초가을 밤의 서정을 같이 호흡하면서 마치 이웃집처럼 서로 호응한다. 시인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기와 혈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뚫어주고 있다. 이 또한 시인의 기와 혈이 자연을 휘감아 돈 경험이 없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첫 시집은 시인이 앞으로 펼쳐나갈 시의 지평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위의 시는, 시인이 앞으로 자연과의 교감, 자연과의 호흡을 통해 우리 시가 잃어버린 것들을 환기시켜주고, 그 지순함과 풍요로움의 참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입에 귤 알 하나 넣어주고 싶은 저녁이 올 때
체한 듯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깨우고 지나가는 매서운 바람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어떤 날에 떠나버리셨는지
귤을 까먹으며 알았습니다
?「귤 알의 맛」 부분
시인은 할머니가 체했을 때 찾는 귤의 “달고 시고 말랑한 것”의 감각을 환기하면서 할머니가 간직했던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을 실시간으로 체감한다. 환기와 환치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세계는 그의 시에 서사적 힘을 불어넣으며 동시에 풍요로운 감각이 발현된 서정적 깊이를 더해준다.
세상에 없는 말을 해주세요
그럼 나는 아주 둥글어져서
세상에는 없는 방에 들어가
길 잃은 고라니처럼
숨 가쁜,
사랑을 줄게요
영영 없는 길 내려올 때는
잊고 또 잊고 잊으면서 오세요
당신 발을 핥는 고라니 한 마리
숨 가쁜 사랑을 줄게요
?「세상에 없는 방」 부분
이 시는 시인의 진정성, 시의 진정성이 빚어낸 ‘세상에 없는 방’이다. 사랑의 뜨거움 속에“세상에 없는 말”을 원하는 시인의 갈구는 이 세상 모든 사랑의 정점이자, 연시가 꿈꾸는 정점이기도 하다. 그 정점을 이처럼 절절하게 노래하는 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신효순 시인은 이번 첫 시집을 통해 자연과 사랑을 ‘보물상자’(「보물상자」)처럼 자유롭게 열고 닫으며, 그만의 ‘별섬’(「별섬」)을 만들어냄으로써 지금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자연과의 격절, 진정성의 결여 등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의 시를 읽으면 “누군가 깨우러 올 때까지/누워 듣는 별섬”에 가고 싶어진다.
▣ 작가 소개
저자 : 신효순
1984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2015년 [유심]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 주요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관상 / 13
세상에 없는 방 / 14
채석장 부근에서 귀를 열고 / 16
개울가 옻나무 한 그루 / 18
귤 알의 맛 / 20
호수 / 22
돼지새 / 24
새 / 26
춘설 / 27
중심 / 28
가을별 / 30
개울 / 32
실종 / 34
위험, 도로 끝 / 36
열두 무덤을 지나 / 37
하장 / 38
안부 / 40
오후 두 시의 고향 나들이 / 42
빈 배 / 44
봄을 할퀴다 / 46
만월 / 48
벌초 / 49
매미 / 50
그대 부디 오작교를 건너요 / 52
흰 밥 / 54
간격 / 56
황우산(黃牛山) / 58
장마 1 / 60
장마 2 / 62
보물상자 / 64
제2부
파랑 / 67
가만 나무를 흔들어보네 / 68
바다를 모르는 사람과 바다에 갔다 / 70
술병 / 72
목련 꽃잎 / 74
함박눈 1 / 76
함박눈 2 / 78
가시연 / 79
부처를 만나다 / 80
고래의 바다 / 82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다 / 84
독법 / 86
터널 / 87
등 / 88
대륙에서 온 청년 / 90
화장(火葬) / 92
흔들리는 산 / 93
건봉사 부도밭 / 94
쌍둥이 무덤 / 96
긴 오후 / 97
상여 / 98
얼굴 / 99
그녀의 손금 / 100
감자밭 / 102
푸른 물 / 103
까만 배 / 104
별섬 / 106
당산(堂山) / 108
귀로 / 109
폭설 / 110
안개 / 112
발문 자연과 사랑이 빚은‘별섬’에 가고 싶다 / 113
이홍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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