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스타 셰프와 열세 스님과 농부들이
산 · 들 · 바다에서 차린 소박한 맛의 성찬들
이탈리아 요리계의 스타 셰프이자, 글 잘 쓰는 요리사로 알려진 박찬일. 그래서 그가 쓰는 ‘먹는 이야기’ 만큼은 믿고 읽는다. 그가 이번엔 순수의 맛을 찾아 나섰다. 현대인의 극단적 식습관인 폭식과 미식美食. 그 사이에서 본류의 맛은 점점 잊혀 가고 있다. 자연에서 막 거둔 재료에 과장이 없는 조리 과정과 양념을 더한 최선의 맛! 그 맛을 찾아 그는 산과 들, 바다를 누볐다. 여정에는 정관, 선재, 대안, 우관, 적문 스님 등 사찰음식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열세 분의 스님이 동행했고, 농부들은 그들이 일구는 땅으로 기꺼이 안내했다.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이 땅에서 자라는 작물이 가장 성숙한 때를 기다렸다가 손수 거두어 음식을 만들었다. 산과 들, 바다가 내준 부엌에서 차려낸 맛의 성찬은 3년여 동안 계속되었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소박한 기록이다.
왜 맛집 순례가 아니고 음식 재료 기행인가
섭생은 땅에서 시작한다
요리의 시작은 땅이다. 맛은 땅에서 시작한다. 스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사찰음식은 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구고 거두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가 주방을 나와 땅으로 간 까닭이다. 거기서 그는 스스로 익기를 인내하는 작물의 간절한 시간들을 목격하며, 우리가 수없이 내뱉는 ‘맛이 있다, 없다’는 말이 얼마나 가벼운가를 깨닫는다.
“냉이는 추운 겨울이 없으면 달고 깊은 향을 내지 못하며, 미나리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 없이 향을 세포 안에 축적할 수 없으며, 고사리는 딱 며칠간의 따스한 봄날에만 여린 싹을 허락한다. 미역에 제 맛이 드는 것은 시린 바람과 바닷물의 깨질 듯한 수온을 견뎌낸 선물이며, 콩나물이 숨소리를 쌕쌕거리며 1주일을 버텨야 비로소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을 준다는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상식이었다.”
그가 ‘여는 글’에서 “폭식을 미식으로 알고 음식재료 희롱함을 재주로 삼는 절망의 시기”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일 고농도의 맛이 퍼부어지니 어느새 우리의 미각은 순수한 맛을 달게 여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의 곁에서 스님들은 땅에서 바로 거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든다. 조리법은 간결했다. “맛은 재료의 힘이야. 기술이 다 무엇이야. 허명이지. 잘 기른 것, 잘 자란 것, 마음이 있는 것을 찾아서 써야 해.” 여정 내내 반복되는 스님의 말들. 더불어 스님의 음식을 맛보면서 그가 쏟아내는 감탄의 말들. 그 행간에서 우리 또한 ‘맛없다’는 말을 내뱉기 전에 맛의 근본과 기본을 떠올려 보게 된다.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요리사 박찬일의 고백
순수의 맛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사찰음식’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전통 한식이 곡절의 시대를 살면서 변해 가고 있을 때 고갱이를 붙들고 있는 것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이는 산사 안에 갇혀 있어서 살아남은 셈이다. 그것은 절집의 맛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맛이기도 하다. 먹는 일을 절에서는 ‘공양供養’이라 한다. ‘베풀어 기르다, 주어서 가르치다.’ 불교의 정신은 모두 이 말로 수렴된다. 그리하여 식재료를 거두는 것에서부터 다루고 만들고 먹기까지 과정 전체가 모든 생명이 이롭도록 배려한다. 오직 맛으로만 음식을 만들고 먹고 평가받는 요리사에게 사찰음식은 먹는 일에 ‘이타심, 생명존중, 삶의 태도’가 무관하지 않음을 일깨운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한 가지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햇수로 3년여, 이 긴 기행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기행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 몰랐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고, 무엇보다 스님을 믿지 못했다. 저 회색 옷 입은 수행자들이 하는 요리가 과연 그 명성만큼 맛있을까, 진짜일까. 고기도 육수도 향신채도 아니 조미료도 치즈도 쓰지 않고 과연 혀에 붙는 맛을 낼까. 한번은 한 스님에게서 밥상을 받았다. 아아, 잊고 있던 ‘본디’의 미각.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내 어린 시절의 맛이 거기 있었다. 나는 살짝 울 뻔했다. 그 감동은 다른 스님에게서도 이어졌다.
....
누군가 말한다. 수도하는 이들에게 미각이 무엇이며 요리법의 고민 이 무슨 사치냐고. 나도 그 말에 절반쯤 수긍하던 때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 시선은 한참 본질에서 빗나간 것이다. 만물을 알뜰히 먹는 일은 수행의 고갱이다. 들과 산, 밭에서 얻은 것들을 다듬고 갈무리하고 불(火)과 장을 입혀 요리하는 일은 가장 숭고한 수도다. 그것을 맛있게 요리해서 수도하는 이들과 대중에게 내는 일보다 더 ‘수도승’다운 일이 무엇인지 내게 말해 달라. 수행에는 각기 다른 방식이 있되, 일상의 수행은 하루 세 번의 끼니에서 출발한다. 왜 아니겠는가. 인간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종교 아니던가.
맛을 내는 일. 세상사와 인간사도 맛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맛내기란 최선을 다하는 것, 조화롭게 만드는 것, 그리하여 웃음 짓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맛있게 읽는 법
① 이토록 다양한 음식의 언어들
“꼿꼿하고 은근한 미나리, 포슬포슬 데쳐 살살 결대로 찢어지는 고사리, 희고 단정한 국수에 슴슴한 양념을 얹어 비벼낸 국수, 청신하고 푸근한 보리밥, 밥 한 그릇이 간절한 고추장매실 장아찌, 아삭 생오이같이 기분 좋은 초여름, 수굿수굿한 메밀,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토마토, 말랑하고 쫄깃하고 버섯의 얇은 쪽은 바삭하고, 허한 속에 뜨끈한 두부가 들어온다.”
요리사 박찬일이 차려낸 풍성한 말의 성찬들을 음미하며, 나의 음식의 언어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주머니를 뒤져보라. 음식은 눈과 귀와 마음으로도 먹는다.
② ‘나의 최초의 토마토는 무엇이었나’
“토마토와 설탕은 상극이라고 하지만, 이게 보통 맛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토마토를 다 먹고 나서 차가운 그릇에 남아 있는 즙이 정말 엄청났다. 토마토 씨 덩어리가 점점이 떨어져 있고, 진한 즙에 설탕은 미처 입자가 채 녹지 않아 서걱거렸다. 그걸 후루룩 마시거나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이었다.” 박찬일이 간직한 최초의 토마토에 대한 기억이다. 추억의 반은 음식에 관한 것이다. 음식에 대한 따듯한 기억이 오늘의 당신을 위로한다.
③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을까
오이 농사는 오×이=십, 십 년 늙는 일이고 냉이는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바다의 김은 하느님과의 동업이며, 고사리는 따스한 봄날 딱 며칠에만 여린 싹을 허락한다. 우리가 먹는 모든 먹을거리는 기실 대지의 마음이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을까. 내 앞의 접시 위에 오른 음식이 간절한 이유를 헤아려보라. 내 몸은 본디 우주이니, 저 생명들의 보탬이 그저 가벼울 리가 없다. 마지막 콩나물 한 점까지 잘 먹자.
④ 고추밭에 스승이 있었다.
“고추 하나 얻어서 씨 심으면 백 개 이상 모종이 나오겠지요. 허나 그게 다 고추가 되지는 않아요. 우리가 죽어서 다시 사람 몸을 받는다는 건 보통 인연이 아닌 것이지.”
“잡초라고 부르는 풀이 정말 대단해요. 호박이 꼼짝을 못해요. 저 들판에 던져진 삶이니 얼마나 악착같겠어요. 우리 삶도 좀 그런 맛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거칠게 필사적으로 기도를 해보지 않고서 덕을 얻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겠나 하는 거죠.”
스님 몸을 빌려 나오는 들과 산의 목소리가 우리를 깨친다. 행간에서 스며 나오는 ‘자연의 법문’을 놓치지 마라.
⑤ 집에서 당장 해보는 사계절 사찰음식 레시피 23
사찰음식은 먹어서 영양을 취하되, 먹어서 덜어내는 일이다. 이 책에서 담긴 사찰음식 레시피는 저자와 스님이 들에서 바로 만들어 먹었던 것들이다. 조리법이 단순하고 간결하다. 배가 고프거든 조리법을 따라해 보라.
▣ 작가 소개
저 : 박찬일
1965년생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했다. 잡지기자로 활동하던 30대 초반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유학을 결심, 1998년부터 3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피에몬테 소재 요리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의 ‘요리와 양조’ 과정을 이수했고, 로마의 소믈리에 코스와 SlowFood 로마지부 와인과정에서 공부했다.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청담동에서 스타 셰프로 이름을 날렸고, 이탈리아 토속요리 레스토랑 ‘뚜또베네’를 히트시켰다. 2008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레스토랑 ‘트라토리아 논나’를 성공리에 론칭시키며 또 한 번 그 명성을 확인케 했다. 수입 식재료가 최고인 줄 알던 시절에 그의 등장은 센세이셔널했다. 가능하면 수입품 대신 한국의 산천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즐겨 썼던 까닭이다. ''동해안 피문어와 홍천 찰옥수수찜을 곁들인 라비올리''나 ''제주도 흑돼지 삼겹살과 청양고추, 봄 담양 죽순찜의 파스타'' 같은 우리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는 명명법은 요즘 강남 일대의 셰프들에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쓰면서 와인과 요리강의에도 열중하고 있다. 2008년에는 소펙사(SOPEXA,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100대 보르도와인 테이스팅위원으로 참여했다. 『될 수 있다! 요리사』, 『와인스캔들』, 『최승주와 박찬일의 이탈리아 요리』, 『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등 여러권의 책을 지었으며, 지금은 논현동 ''누이누이''의 셰프로 일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여는 글 아아, 잊고 있던 ‘본디’의 미각, 내 어린 시절의 맛이 거기 있었다
봄
냉이 속도 고치고 마음도 씻으라고 냉잇국
미나리 미나리 파란 싹, 사철 먹으면 신선이 될까
고사리 섬진강 새벽에 고개 드는 고사리의 정한 마음
국수 문득, 국수 한 그릇 하고 싶다
명이 아아, 저 들과 산에 봄에 나는 풋것들
여름
보리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오는 그리움
오이 아삭, 생오이 같은 초여름 어느 날
감자 별똥별 캐러 감자밭으로 가다
옥수수 어여쁜 청춘처럼 고르고 싱싱한 알갱이들
밀 까슬까슬 밀 이삭, 다 저 살자고 하는 눈물겨운 진화
매실 봄엔 매화 보고 가을엔 매실 먹고
가을
토마토 나의 최초의 토마토를 찾아가다
수수 빗자루 하려고 밭둑에 한 줄 심는 게 고작이었지
장 오랜 일꾼들은 스스로 된장이 되었다
포도 마지막 가을볕은 포도를 위해 베푸소서
늙은 호박 어디 한구석 표 나게 잘난 맛은 없어도
표고버섯 똑똑똑, 신께서 나오라고 신호를 보내시다
겨울
두부 부처가 내 빈속에 뜨끈한 두부로 오시다
김 화롯불에 구워 간장 찍어 먹으면 제일 맛있지
콩나물 기를 쓰고 자라려는 콩나물의 안간힘
시금치 빈 겨울 들판에 시금치 저 혼자 푸르다
미역 겨울 새벽바다에 미역을 걷어 올리는 어부가 있다
배추 도 닦는 일이나 배추 기르는 일이나
__
요리사 박찬일과 열세 스님이 ‘들판에서 만든 사계절 사찰음식 레시피 23’
대안 스님 향긋 고소한 냉이 표고버섯전
적문 스님 고소하고 싹싹한 유부조림과 미나리무침
도림 스님 맛生生 기운生生 생고사리들깨찜
지유 스님 슴슴하고 단정한 버섯비빔국수
우관 스님 부드럽고 알싸한 명이나물초무침
선재 스님 정직한 여름 보양식 보리된장비빔밥
혜성 스님 여름 입맛 살리는 오이지냉국과 오이지무침
원상 스님 포슬포슬 유부 감자샐러드
적문 스님 알알이 톡톡 터지는 옥수수 장떡
선재 스님 쫄깃쫄깃 개운한 우리밀단호박수제비
혜성 스님 시원 달콤 매실장아찌
동원 스님 아삭 새콤한 토마토장아찌
보명 스님 그리운 어머니 손맛 수수팥떡
수진 스님 고소고소한 청국장빡빡장
성환 스님 송알송알 포도송편
보명 스님 푸근하고 따듯한 호박범벅
대안 스님 향긋한 가을향 표고별이선
우관 스님 두고두고 먹어도 맛있는 두부장아찌
정관 스님 바다 내음 물김국
동원 스님 매콤 고소한 콩나물찜
원상 스님 힘이 쑥쑥 시금치녹두전
도림 스님 추위를 녹이는 두부완자미역탕
정관 스님 깊어가는 겨울의 맛 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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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열세 스님 소개(가나다순)
대안 스님 | 경남 산청 지리산 금수암 주지
도림 스님 | 경기 남양주 덕암사 주지
동원 스님 | 충남 서천군 천공사 주지
보명 스님 | 경북 경주(산내) 보광사 주지
선재 스님 |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성환 스님 | 전북 남원 극락암 주지
수진 스님 | 충남 서산 수도사 주지
우관 스님 | 경기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원장
원상 스님 | 경북 안동 토굴에서 정진 수행 중
적문 스님 | 경기 평택 수도사 주지
정관 스님 | 전남 장성 백양사 천진암 주지
지유 스님 | 서울 수국사 사찰음식 강사스님
혜성 스님 | 경남 고성 여여암 주지
스타 셰프와 열세 스님과 농부들이
산 · 들 · 바다에서 차린 소박한 맛의 성찬들
이탈리아 요리계의 스타 셰프이자, 글 잘 쓰는 요리사로 알려진 박찬일. 그래서 그가 쓰는 ‘먹는 이야기’ 만큼은 믿고 읽는다. 그가 이번엔 순수의 맛을 찾아 나섰다. 현대인의 극단적 식습관인 폭식과 미식美食. 그 사이에서 본류의 맛은 점점 잊혀 가고 있다. 자연에서 막 거둔 재료에 과장이 없는 조리 과정과 양념을 더한 최선의 맛! 그 맛을 찾아 그는 산과 들, 바다를 누볐다. 여정에는 정관, 선재, 대안, 우관, 적문 스님 등 사찰음식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열세 분의 스님이 동행했고, 농부들은 그들이 일구는 땅으로 기꺼이 안내했다.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이 땅에서 자라는 작물이 가장 성숙한 때를 기다렸다가 손수 거두어 음식을 만들었다. 산과 들, 바다가 내준 부엌에서 차려낸 맛의 성찬은 3년여 동안 계속되었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소박한 기록이다.
왜 맛집 순례가 아니고 음식 재료 기행인가
섭생은 땅에서 시작한다
요리의 시작은 땅이다. 맛은 땅에서 시작한다. 스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사찰음식은 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구고 거두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가 주방을 나와 땅으로 간 까닭이다. 거기서 그는 스스로 익기를 인내하는 작물의 간절한 시간들을 목격하며, 우리가 수없이 내뱉는 ‘맛이 있다, 없다’는 말이 얼마나 가벼운가를 깨닫는다.
“냉이는 추운 겨울이 없으면 달고 깊은 향을 내지 못하며, 미나리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 없이 향을 세포 안에 축적할 수 없으며, 고사리는 딱 며칠간의 따스한 봄날에만 여린 싹을 허락한다. 미역에 제 맛이 드는 것은 시린 바람과 바닷물의 깨질 듯한 수온을 견뎌낸 선물이며, 콩나물이 숨소리를 쌕쌕거리며 1주일을 버텨야 비로소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을 준다는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상식이었다.”
그가 ‘여는 글’에서 “폭식을 미식으로 알고 음식재료 희롱함을 재주로 삼는 절망의 시기”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일 고농도의 맛이 퍼부어지니 어느새 우리의 미각은 순수한 맛을 달게 여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의 곁에서 스님들은 땅에서 바로 거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든다. 조리법은 간결했다. “맛은 재료의 힘이야. 기술이 다 무엇이야. 허명이지. 잘 기른 것, 잘 자란 것, 마음이 있는 것을 찾아서 써야 해.” 여정 내내 반복되는 스님의 말들. 더불어 스님의 음식을 맛보면서 그가 쏟아내는 감탄의 말들. 그 행간에서 우리 또한 ‘맛없다’는 말을 내뱉기 전에 맛의 근본과 기본을 떠올려 보게 된다.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요리사 박찬일의 고백
순수의 맛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사찰음식’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전통 한식이 곡절의 시대를 살면서 변해 가고 있을 때 고갱이를 붙들고 있는 것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이는 산사 안에 갇혀 있어서 살아남은 셈이다. 그것은 절집의 맛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맛이기도 하다. 먹는 일을 절에서는 ‘공양供養’이라 한다. ‘베풀어 기르다, 주어서 가르치다.’ 불교의 정신은 모두 이 말로 수렴된다. 그리하여 식재료를 거두는 것에서부터 다루고 만들고 먹기까지 과정 전체가 모든 생명이 이롭도록 배려한다. 오직 맛으로만 음식을 만들고 먹고 평가받는 요리사에게 사찰음식은 먹는 일에 ‘이타심, 생명존중, 삶의 태도’가 무관하지 않음을 일깨운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한 가지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햇수로 3년여, 이 긴 기행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기행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 몰랐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고, 무엇보다 스님을 믿지 못했다. 저 회색 옷 입은 수행자들이 하는 요리가 과연 그 명성만큼 맛있을까, 진짜일까. 고기도 육수도 향신채도 아니 조미료도 치즈도 쓰지 않고 과연 혀에 붙는 맛을 낼까. 한번은 한 스님에게서 밥상을 받았다. 아아, 잊고 있던 ‘본디’의 미각.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내 어린 시절의 맛이 거기 있었다. 나는 살짝 울 뻔했다. 그 감동은 다른 스님에게서도 이어졌다.
....
누군가 말한다. 수도하는 이들에게 미각이 무엇이며 요리법의 고민 이 무슨 사치냐고. 나도 그 말에 절반쯤 수긍하던 때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 시선은 한참 본질에서 빗나간 것이다. 만물을 알뜰히 먹는 일은 수행의 고갱이다. 들과 산, 밭에서 얻은 것들을 다듬고 갈무리하고 불(火)과 장을 입혀 요리하는 일은 가장 숭고한 수도다. 그것을 맛있게 요리해서 수도하는 이들과 대중에게 내는 일보다 더 ‘수도승’다운 일이 무엇인지 내게 말해 달라. 수행에는 각기 다른 방식이 있되, 일상의 수행은 하루 세 번의 끼니에서 출발한다. 왜 아니겠는가. 인간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종교 아니던가.
맛을 내는 일. 세상사와 인간사도 맛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맛내기란 최선을 다하는 것, 조화롭게 만드는 것, 그리하여 웃음 짓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맛있게 읽는 법
① 이토록 다양한 음식의 언어들
“꼿꼿하고 은근한 미나리, 포슬포슬 데쳐 살살 결대로 찢어지는 고사리, 희고 단정한 국수에 슴슴한 양념을 얹어 비벼낸 국수, 청신하고 푸근한 보리밥, 밥 한 그릇이 간절한 고추장매실 장아찌, 아삭 생오이같이 기분 좋은 초여름, 수굿수굿한 메밀,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토마토, 말랑하고 쫄깃하고 버섯의 얇은 쪽은 바삭하고, 허한 속에 뜨끈한 두부가 들어온다.”
요리사 박찬일이 차려낸 풍성한 말의 성찬들을 음미하며, 나의 음식의 언어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주머니를 뒤져보라. 음식은 눈과 귀와 마음으로도 먹는다.
② ‘나의 최초의 토마토는 무엇이었나’
“토마토와 설탕은 상극이라고 하지만, 이게 보통 맛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토마토를 다 먹고 나서 차가운 그릇에 남아 있는 즙이 정말 엄청났다. 토마토 씨 덩어리가 점점이 떨어져 있고, 진한 즙에 설탕은 미처 입자가 채 녹지 않아 서걱거렸다. 그걸 후루룩 마시거나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이었다.” 박찬일이 간직한 최초의 토마토에 대한 기억이다. 추억의 반은 음식에 관한 것이다. 음식에 대한 따듯한 기억이 오늘의 당신을 위로한다.
③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을까
오이 농사는 오×이=십, 십 년 늙는 일이고 냉이는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바다의 김은 하느님과의 동업이며, 고사리는 따스한 봄날 딱 며칠에만 여린 싹을 허락한다. 우리가 먹는 모든 먹을거리는 기실 대지의 마음이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을까. 내 앞의 접시 위에 오른 음식이 간절한 이유를 헤아려보라. 내 몸은 본디 우주이니, 저 생명들의 보탬이 그저 가벼울 리가 없다. 마지막 콩나물 한 점까지 잘 먹자.
④ 고추밭에 스승이 있었다.
“고추 하나 얻어서 씨 심으면 백 개 이상 모종이 나오겠지요. 허나 그게 다 고추가 되지는 않아요. 우리가 죽어서 다시 사람 몸을 받는다는 건 보통 인연이 아닌 것이지.”
“잡초라고 부르는 풀이 정말 대단해요. 호박이 꼼짝을 못해요. 저 들판에 던져진 삶이니 얼마나 악착같겠어요. 우리 삶도 좀 그런 맛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거칠게 필사적으로 기도를 해보지 않고서 덕을 얻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겠나 하는 거죠.”
스님 몸을 빌려 나오는 들과 산의 목소리가 우리를 깨친다. 행간에서 스며 나오는 ‘자연의 법문’을 놓치지 마라.
⑤ 집에서 당장 해보는 사계절 사찰음식 레시피 23
사찰음식은 먹어서 영양을 취하되, 먹어서 덜어내는 일이다. 이 책에서 담긴 사찰음식 레시피는 저자와 스님이 들에서 바로 만들어 먹었던 것들이다. 조리법이 단순하고 간결하다. 배가 고프거든 조리법을 따라해 보라.
▣ 작가 소개
저 : 박찬일
1965년생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했다. 잡지기자로 활동하던 30대 초반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유학을 결심, 1998년부터 3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피에몬테 소재 요리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의 ‘요리와 양조’ 과정을 이수했고, 로마의 소믈리에 코스와 SlowFood 로마지부 와인과정에서 공부했다.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청담동에서 스타 셰프로 이름을 날렸고, 이탈리아 토속요리 레스토랑 ‘뚜또베네’를 히트시켰다. 2008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레스토랑 ‘트라토리아 논나’를 성공리에 론칭시키며 또 한 번 그 명성을 확인케 했다. 수입 식재료가 최고인 줄 알던 시절에 그의 등장은 센세이셔널했다. 가능하면 수입품 대신 한국의 산천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즐겨 썼던 까닭이다. ''동해안 피문어와 홍천 찰옥수수찜을 곁들인 라비올리''나 ''제주도 흑돼지 삼겹살과 청양고추, 봄 담양 죽순찜의 파스타'' 같은 우리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는 명명법은 요즘 강남 일대의 셰프들에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쓰면서 와인과 요리강의에도 열중하고 있다. 2008년에는 소펙사(SOPEXA,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100대 보르도와인 테이스팅위원으로 참여했다. 『될 수 있다! 요리사』, 『와인스캔들』, 『최승주와 박찬일의 이탈리아 요리』, 『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등 여러권의 책을 지었으며, 지금은 논현동 ''누이누이''의 셰프로 일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여는 글 아아, 잊고 있던 ‘본디’의 미각, 내 어린 시절의 맛이 거기 있었다
봄
냉이 속도 고치고 마음도 씻으라고 냉잇국
미나리 미나리 파란 싹, 사철 먹으면 신선이 될까
고사리 섬진강 새벽에 고개 드는 고사리의 정한 마음
국수 문득, 국수 한 그릇 하고 싶다
명이 아아, 저 들과 산에 봄에 나는 풋것들
여름
보리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오는 그리움
오이 아삭, 생오이 같은 초여름 어느 날
감자 별똥별 캐러 감자밭으로 가다
옥수수 어여쁜 청춘처럼 고르고 싱싱한 알갱이들
밀 까슬까슬 밀 이삭, 다 저 살자고 하는 눈물겨운 진화
매실 봄엔 매화 보고 가을엔 매실 먹고
가을
토마토 나의 최초의 토마토를 찾아가다
수수 빗자루 하려고 밭둑에 한 줄 심는 게 고작이었지
장 오랜 일꾼들은 스스로 된장이 되었다
포도 마지막 가을볕은 포도를 위해 베푸소서
늙은 호박 어디 한구석 표 나게 잘난 맛은 없어도
표고버섯 똑똑똑, 신께서 나오라고 신호를 보내시다
겨울
두부 부처가 내 빈속에 뜨끈한 두부로 오시다
김 화롯불에 구워 간장 찍어 먹으면 제일 맛있지
콩나물 기를 쓰고 자라려는 콩나물의 안간힘
시금치 빈 겨울 들판에 시금치 저 혼자 푸르다
미역 겨울 새벽바다에 미역을 걷어 올리는 어부가 있다
배추 도 닦는 일이나 배추 기르는 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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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박찬일과 열세 스님이 ‘들판에서 만든 사계절 사찰음식 레시피 23’
대안 스님 향긋 고소한 냉이 표고버섯전
적문 스님 고소하고 싹싹한 유부조림과 미나리무침
도림 스님 맛生生 기운生生 생고사리들깨찜
지유 스님 슴슴하고 단정한 버섯비빔국수
우관 스님 부드럽고 알싸한 명이나물초무침
선재 스님 정직한 여름 보양식 보리된장비빔밥
혜성 스님 여름 입맛 살리는 오이지냉국과 오이지무침
원상 스님 포슬포슬 유부 감자샐러드
적문 스님 알알이 톡톡 터지는 옥수수 장떡
선재 스님 쫄깃쫄깃 개운한 우리밀단호박수제비
혜성 스님 시원 달콤 매실장아찌
동원 스님 아삭 새콤한 토마토장아찌
보명 스님 그리운 어머니 손맛 수수팥떡
수진 스님 고소고소한 청국장빡빡장
성환 스님 송알송알 포도송편
보명 스님 푸근하고 따듯한 호박범벅
대안 스님 향긋한 가을향 표고별이선
우관 스님 두고두고 먹어도 맛있는 두부장아찌
정관 스님 바다 내음 물김국
동원 스님 매콤 고소한 콩나물찜
원상 스님 힘이 쑥쑥 시금치녹두전
도림 스님 추위를 녹이는 두부완자미역탕
정관 스님 깊어가는 겨울의 맛 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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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열세 스님 소개(가나다순)
대안 스님 | 경남 산청 지리산 금수암 주지
도림 스님 | 경기 남양주 덕암사 주지
동원 스님 | 충남 서천군 천공사 주지
보명 스님 | 경북 경주(산내) 보광사 주지
선재 스님 |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성환 스님 | 전북 남원 극락암 주지
수진 스님 | 충남 서산 수도사 주지
우관 스님 | 경기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원장
원상 스님 | 경북 안동 토굴에서 정진 수행 중
적문 스님 | 경기 평택 수도사 주지
정관 스님 | 전남 장성 백양사 천진암 주지
지유 스님 | 서울 수국사 사찰음식 강사스님
혜성 스님 | 경남 고성 여여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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