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헤세의 사랑에 관한 산문, 단편들과 시 26편, 아포리즘 30편이
실린 사랑의 성채 같은 책!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에 사랑은, 우리가 고통과 인내하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강할 수 있는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본문 중에서
“헤세의 ‘사랑론’은,
사랑과 같은 편에 서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다.”
“‘사랑하라’라는 헤세의 주문처럼,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하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것만이 사랑을 깨닫는 단 한 가지 방식인 것이다.”
순수한 첫사랑부터 노련미가 넘치는 카사노바의 사랑까지,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에서 오래 묵은 사랑까지, 이루어질 듯 말 듯한 사랑에서 사랑의 거부까지. 헤세의 이 모음집은 헤세의 전 작품과 편지글을 아우르며 이처럼 다양한 사랑의 양상을 짚고 있다. 「얼음 위에서」처럼 그 사랑은 불현듯 찾아와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거나, 「아이리스」에서처럼 평생을 찾아 헤매야 비로소 얻게 되기도 하고, 「픽토어의 변신」에서처럼 변하고 변하고 또 변한 후에 알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탓에 독자는 아련하게 잊혀졌던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현재진행형인 사랑의 모습을 만나기도 하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사랑-그것이 미래의 사랑이든,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사랑이든-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누구든 자신의 사랑 경험에 비추어 ‘사랑에 관하여’에 나름의 형용어를 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덧없는 사랑에 관하여’라든지, ‘미칠 것 같은 사랑에 관하여’라든지, ‘사랑, 그 영원한 미완의 경험에 관하여’라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사랑의 얼굴이 여럿인 것처럼 사랑과 반대편에 서 있는 감정들도 다양하다. 넓게 보자면 헤세의 사랑론은, 사랑과 같은 편에 서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성찰로도 채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랑과 같은 편엔 ‘상상력’과 ‘감정이입 능력’이 있고, 그 반대편엔 ‘악’과 ‘불신’이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판단’과 ‘폭력’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부드러운 것은 단단한 것보다 강하다.
물은 바위보다 강하다.
사랑은 폭력보다 강하다.”
혹은
“상상력과 감정이입 능력은 사랑의 형태 이외의 다른 무엇도 아닙니다.”
반면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악’이며 ‘불신’이자 결국 전쟁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엇이다.
“악은 언제나 사랑이 충분치 않은 곳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혹은 빛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사랑을 하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면 그 즉시 우리의 마음엔 어둠이 내려앉는 것이다. 따라서 헤세가 그리고 있는 것처럼, 완성되지 않은 세상, 도저히 완성될 것 같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가 해야할 것은 오직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것뿐이다. 그는 그 외에 필연적으로 도달해야할 어떤 최종 결론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 이유는 어떤 결론을 단정지어 말한다는 것이, 설령 그것이 이 땅의 불의와 악의를 치유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 할지라도, 필연적으로 집단행동과 반대운동을 거쳐 전쟁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헤세 자신이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헤세는 자신의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보낸다. “약한 사람이나 쓸모없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인간을 사랑”하되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음과 같은 그의 절실한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
“원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그러면 대지는 다시 너희 것이 되리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을 축하하는 방송에서 그가 외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랑이 없는 한 대지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결국 그가 거듭해서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지가 여전히 혹은 아직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바로 그렇다. 전쟁과 같은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힘을 잃고 황폐화된 대지 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이를 반추하고 사랑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해 서로 나누는 것만이 우리의 누추함과 염치없음을 극복하는 길이다.
-역자 후기, 「사랑하기, 황폐한 대지에서 살아남기」 중에서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는 행복을 갈구하며, 우리 외부에 있는 것과 기쁜 마음으로 화음을 이루기를 갈망한다. 이 화음은 어떤 사물에 대한 우리의 관계가 사랑이 아닐 경우 깨져버린다. 사랑의 의무 같은 것은 없으며, 행복할 의무만이 있다. 오직 이를 위해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의무와 모든 도덕, 그리고 모든 계명을 가지고 우리가 서로 행복한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들을 가지고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선’할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할 때만, 자신의 내면이 조화로울 때에만 그럴 수 있다. 그가 사랑할 경우에만 선할 수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헤르만 헤세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오랜 작품세계를 그려온 작가로 자기 탐구를 거쳐 삶의 근원적 힘을 깨닫게 되고 관조의 세계를 발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해 나가는 모습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1877년 남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출생하였다.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에 어려운 주(州) 시험을 돌파하여 마울브론의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천성적인 자연아로 기숙학교의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였다.
1904년에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스위스의 보덴 호반(湖畔)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사를 간다. 여기서 그는 시를 쓰는데 전념했고, 1923년에는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초기의 낭만적 분위기의 시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인도 여행을 통한 동양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의 야만성에 대한 경험, 그리고 전쟁 중 극단적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문학계의 비난과 공격, 아내의 정신병과 자신의 병 등 힘들어져가는 가정 생활 등은 그를 변하게 만든다. 그는 정신분석학에서 출구를 찾으려하는데 융의 영향을 받아서 이후로는 ''나''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내면의 길을 지향하며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1895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헤세는 첫시집 『낭만적인 노래 Romantische Lieder』(1899)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 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1899)을 출판하게 된다. 특히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는 R.M. 릴케의 인정을 받으면서 문단도 그를 주목하게된다. 그의 이름을 유명하게 하고 그에게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얻게 해준 것은 최초의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 Peter Camenzind』(1904)였다.
주요작품으로 현실의 무게는 수레바퀴 밑으로 그들을 밀어 넣지만 결코 짓눌려서도 지쳐서도 안 되는 소중한 청소년기에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한 열정과 미래, 방황과 좌절을 섬세하게 묘사한『수레바퀴 밑에서 Unterm Rad』(1906), 예술가의 내면세계를 그린 소설로 가수 무오토, 작곡가 쿤, 이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르트루트를 그린『게르트루트 Gertrud』(1910), 남성과 여성 속박과 자유 시민성과 예술성이 전편을 통해 끝없는 대립 상태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주인공 베리구드가 나름대로의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 『로스할데 Rosshalde』(1914)와,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크눌프 Knulp』(1915)등이 있다.
또한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자기탐구의 길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미안 Demian』(1919)은 신앙이 깊고 성결하며 예의바른 부모의 세계와 하녀, 장인들의 입을 통해 듣는 부랑자, 주정뱅이, 강도 등 악의 세계가 자신의 내면에서 대립되고 있어 위태로운 방황을 계속하던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이라는 수수께기 소년에 의하여 자기발견의 길로 인도되어 참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시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발표되었으나, 비평가의 문체 분석에 의해 작가가 헤세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주인공이 불교적인 절대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싯다르타 Siddhartha』(1922) 또한 헤세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진리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일생에 꼭 한 번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던 시도가 바로 이 작품으로서 불교적 가르침과 사상의 복음서라기보다는 헤세 자신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깨달음을 갈망하면서 가장 밑바닥의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속세의 쾌락과 정신적 오만을 초극하고 완성자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43년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던 『유리알유희 Das Glasperlenspiel』는 1931년에 시작되어 1943년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는데, 이 긴 성립시기는 나치시대와 일치한다. 히틀러로 상징되는 문화의 침체와 정신의 품위상실, 야만과 원시의 시대에 작가 헤세는 정신적인 봉사와 문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유리알 유희속에 세운다. 이 밖에 단편집·시집·우화집·여행기·평론·수상(隨想)·서한집 등 다수의 간행물이 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쉬지 않았던 그는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하였다.
역자 : 정현규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독일 베를린공과대학 독어독문학과에서 「괴테의 문학 작품에 나타난 베일 모티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원광대 인문학연구소와 성신여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이화여대 HK교수를 거쳐, 현재 숙명여대 독일언어문화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웃는 암소들의 여름』, 『젊은 베르터의 고통』, 『조선, 1894년 여름』, 『릴케의 이집트 여행』등을 번역했다.
헤세의 사랑에 관한 산문, 단편들과 시 26편, 아포리즘 30편이
실린 사랑의 성채 같은 책!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에 사랑은, 우리가 고통과 인내하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강할 수 있는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본문 중에서
“헤세의 ‘사랑론’은,
사랑과 같은 편에 서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다.”
“‘사랑하라’라는 헤세의 주문처럼,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하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것만이 사랑을 깨닫는 단 한 가지 방식인 것이다.”
순수한 첫사랑부터 노련미가 넘치는 카사노바의 사랑까지,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에서 오래 묵은 사랑까지, 이루어질 듯 말 듯한 사랑에서 사랑의 거부까지. 헤세의 이 모음집은 헤세의 전 작품과 편지글을 아우르며 이처럼 다양한 사랑의 양상을 짚고 있다. 「얼음 위에서」처럼 그 사랑은 불현듯 찾아와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거나, 「아이리스」에서처럼 평생을 찾아 헤매야 비로소 얻게 되기도 하고, 「픽토어의 변신」에서처럼 변하고 변하고 또 변한 후에 알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탓에 독자는 아련하게 잊혀졌던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현재진행형인 사랑의 모습을 만나기도 하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사랑-그것이 미래의 사랑이든,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사랑이든-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누구든 자신의 사랑 경험에 비추어 ‘사랑에 관하여’에 나름의 형용어를 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덧없는 사랑에 관하여’라든지, ‘미칠 것 같은 사랑에 관하여’라든지, ‘사랑, 그 영원한 미완의 경험에 관하여’라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사랑의 얼굴이 여럿인 것처럼 사랑과 반대편에 서 있는 감정들도 다양하다. 넓게 보자면 헤세의 사랑론은, 사랑과 같은 편에 서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성찰로도 채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랑과 같은 편엔 ‘상상력’과 ‘감정이입 능력’이 있고, 그 반대편엔 ‘악’과 ‘불신’이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판단’과 ‘폭력’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부드러운 것은 단단한 것보다 강하다.
물은 바위보다 강하다.
사랑은 폭력보다 강하다.”
혹은
“상상력과 감정이입 능력은 사랑의 형태 이외의 다른 무엇도 아닙니다.”
반면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악’이며 ‘불신’이자 결국 전쟁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엇이다.
“악은 언제나 사랑이 충분치 않은 곳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혹은 빛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사랑을 하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면 그 즉시 우리의 마음엔 어둠이 내려앉는 것이다. 따라서 헤세가 그리고 있는 것처럼, 완성되지 않은 세상, 도저히 완성될 것 같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가 해야할 것은 오직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것뿐이다. 그는 그 외에 필연적으로 도달해야할 어떤 최종 결론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 이유는 어떤 결론을 단정지어 말한다는 것이, 설령 그것이 이 땅의 불의와 악의를 치유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 할지라도, 필연적으로 집단행동과 반대운동을 거쳐 전쟁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헤세 자신이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헤세는 자신의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보낸다. “약한 사람이나 쓸모없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인간을 사랑”하되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음과 같은 그의 절실한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
“원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그러면 대지는 다시 너희 것이 되리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을 축하하는 방송에서 그가 외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랑이 없는 한 대지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결국 그가 거듭해서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지가 여전히 혹은 아직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바로 그렇다. 전쟁과 같은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힘을 잃고 황폐화된 대지 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이를 반추하고 사랑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해 서로 나누는 것만이 우리의 누추함과 염치없음을 극복하는 길이다.
-역자 후기, 「사랑하기, 황폐한 대지에서 살아남기」 중에서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는 행복을 갈구하며, 우리 외부에 있는 것과 기쁜 마음으로 화음을 이루기를 갈망한다. 이 화음은 어떤 사물에 대한 우리의 관계가 사랑이 아닐 경우 깨져버린다. 사랑의 의무 같은 것은 없으며, 행복할 의무만이 있다. 오직 이를 위해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의무와 모든 도덕, 그리고 모든 계명을 가지고 우리가 서로 행복한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들을 가지고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선’할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할 때만, 자신의 내면이 조화로울 때에만 그럴 수 있다. 그가 사랑할 경우에만 선할 수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헤르만 헤세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오랜 작품세계를 그려온 작가로 자기 탐구를 거쳐 삶의 근원적 힘을 깨닫게 되고 관조의 세계를 발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해 나가는 모습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1877년 남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출생하였다.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에 어려운 주(州) 시험을 돌파하여 마울브론의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천성적인 자연아로 기숙학교의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였다.
1904년에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스위스의 보덴 호반(湖畔)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사를 간다. 여기서 그는 시를 쓰는데 전념했고, 1923년에는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초기의 낭만적 분위기의 시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인도 여행을 통한 동양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의 야만성에 대한 경험, 그리고 전쟁 중 극단적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문학계의 비난과 공격, 아내의 정신병과 자신의 병 등 힘들어져가는 가정 생활 등은 그를 변하게 만든다. 그는 정신분석학에서 출구를 찾으려하는데 융의 영향을 받아서 이후로는 ''나''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내면의 길을 지향하며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1895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헤세는 첫시집 『낭만적인 노래 Romantische Lieder』(1899)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 Eine Stunde hinter Mitternacht』(1899)을 출판하게 된다. 특히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는 R.M. 릴케의 인정을 받으면서 문단도 그를 주목하게된다. 그의 이름을 유명하게 하고 그에게 확고한 문학적 지위를 얻게 해준 것은 최초의 장편소설 『페터카멘친트 Peter Camenzind』(1904)였다.
주요작품으로 현실의 무게는 수레바퀴 밑으로 그들을 밀어 넣지만 결코 짓눌려서도 지쳐서도 안 되는 소중한 청소년기에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한 열정과 미래, 방황과 좌절을 섬세하게 묘사한『수레바퀴 밑에서 Unterm Rad』(1906), 예술가의 내면세계를 그린 소설로 가수 무오토, 작곡가 쿤, 이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르트루트를 그린『게르트루트 Gertrud』(1910), 남성과 여성 속박과 자유 시민성과 예술성이 전편을 통해 끝없는 대립 상태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주인공 베리구드가 나름대로의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 『로스할데 Rosshalde』(1914)와,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크눌프 Knulp』(1915)등이 있다.
또한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자기탐구의 길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미안 Demian』(1919)은 신앙이 깊고 성결하며 예의바른 부모의 세계와 하녀, 장인들의 입을 통해 듣는 부랑자, 주정뱅이, 강도 등 악의 세계가 자신의 내면에서 대립되고 있어 위태로운 방황을 계속하던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이라는 수수께기 소년에 의하여 자기발견의 길로 인도되어 참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당시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발표되었으나, 비평가의 문체 분석에 의해 작가가 헤세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주인공이 불교적인 절대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싯다르타 Siddhartha』(1922) 또한 헤세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진리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일생에 꼭 한 번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던 시도가 바로 이 작품으로서 불교적 가르침과 사상의 복음서라기보다는 헤세 자신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깨달음을 갈망하면서 가장 밑바닥의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속세의 쾌락과 정신적 오만을 초극하고 완성자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43년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던 『유리알유희 Das Glasperlenspiel』는 1931년에 시작되어 1943년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는데, 이 긴 성립시기는 나치시대와 일치한다. 히틀러로 상징되는 문화의 침체와 정신의 품위상실, 야만과 원시의 시대에 작가 헤세는 정신적인 봉사와 문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유리알 유희속에 세운다. 이 밖에 단편집·시집·우화집·여행기·평론·수상(隨想)·서한집 등 다수의 간행물이 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쉬지 않았던 그는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하였다.
역자 : 정현규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독일 베를린공과대학 독어독문학과에서 「괴테의 문학 작품에 나타난 베일 모티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원광대 인문학연구소와 성신여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이화여대 HK교수를 거쳐, 현재 숙명여대 독일언어문화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웃는 암소들의 여름』, 『젊은 베르터의 고통』, 『조선, 1894년 여름』, 『릴케의 이집트 여행』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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