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씨

고객평점
저자조혜란
출판사항사계절, 발행일:2017/03/27
형태사항p. 국판:22
매장위치유아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094016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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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어린이이야기나 그림책에서는 온갖 것들이 의인화된다. 토끼들이 옷을 입고 두 발로 걷고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건 기본이다. 민들레 같은 식물, 돌멩이 같은 무생물도 스스로 움직이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독자적인 존재감을 부여하는 일, 그것이 어린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상추씨』는 그런 힘 있는 생명창조의 선상에 있는 책이다. 우리 밥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인 상추. 키우기 쉽고, 값싸고, 요리랄 것도 없이 대충 먹어도 되는 상추. 그런 상추를 이 작가는 어떻게 살려내고 있을까. 표지를 보면 상추 두 장 위에 삼겹살 한 점, 생선회 한 점이 놓여 있다. 상추는 바야흐로 그 고기들과 함께 사람 입 속으로 사라질 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장면일 수도 있다. 이 사이에서 으깨짐으로 생이 마감되는 운명 아닌가. 하지만 상추들은 다소곳이 눈을 감은 채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팔이나 손이 그려진 건 아니지만 고깃점들을 감싸 안고 있는 것 같다. 빨간 머리 아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생선회를 안은 상추의 뺨에는 하트 모양의 홍조까지 그려져 있다. 이 아이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상추로서의 운명을 전면적으로 수락하며 할 일을 다 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보여주는 걸까? 각종 천을 정성껏 가위질하고 꼼꼼하게 바느질해 상추를 살려낸 작가는 그런 몸 바침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했던 걸까? 돌담 안에 뿌려진 상추씨에서 싹이 나고 잎이 자라는 과정은 천을 이용한 의인화 일러스트 안에서 사랑스럽게 펼쳐지지만, 그 생생한 얼굴의 상추들이 결국 뜯겨나가 밥상 위의 먹을거리로 놓이는 장면은 엄정한 자연의 섭리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인간이든, 살아가는 일 자체가 남을 위해 몸을 바치는 일이란다. 이런 말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비극이 아니다. 꽃 피운 상추에서 받은 상추씨가 그 삶을 되돌려준다. 그렇게 생명은 이어져가고 그 가운데 한 몫을 담당하는 일은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상추들이 말해준다.
- 추천자: 김서정(동화작가, 아동문학평론가) 

새로운 스타일로 찾아온 조혜란 작가의 신작, 『상추씨』
조혜란 작가는 대표작인 『똥벼락』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를 통해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감각적인 장면 포착과 우리네 삶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그림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갖춘 작가로 인정받아 왔지요. 작가가 오랜만에 창작 그림책을 냈습니다. 이번에는 바느질을 시도했습니다. 그림에서 느껴지던 자유로운 붓의 기운이 바늘땀 하나하나에서 느껴집니다.

한 땀 한 땀 빚어낸 상추 이야기
상추하면 상추쌈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상큼한 표지에는 삼겹살을 올린 상추와 회를 올린 상추가 보입니다. 상추들은 눈을 살포시 감고 엷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귀여운 상추 표정에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집니다.
이야기는 작은 씨앗에서 시작합니다. 작은 돌담 안, 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가꿀 것 같은 작은 텃밭이 하나 있습니다. 그 밭에 빨간 장화를 신은 아이가 찾아와 상추씨를 후르르 뿌립니다. 상추씨를 뿌려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요, 상추씨가 얼마나 가볍게 흩날리는지 말이에요. 어느 새 씨앗은 싹을 틔우고 바람, 비, 햇빛 받고 자랍니다. 빨간 장화를 신은 아이는 상추에 물을 주고, 텃밭을 꽉 채우게 자란 상추를 솎아 주기도 합니다. 이제 완전히 자란 상추를 먹을 일만 남았지요. 맛있게 고기쌈도 싸 먹고 회쌈도 싸 먹습니다.
그림책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상추를 천천히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보게 합니다. 다양한 상추의 표정, 초록의 여린 잎사귀들이 풋풋하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돌담을 두른 작은 텃밭도 빨간 장화도 그지없이 예쁩니다. 텃밭에서 상추를 키우는 일련의 일들은 시간에 따라 무심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작가가 바느질로 완성한 세계에서는 이런 평범한 일들도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세계를 아름답게 다시금 보게 하는 힘, 그 힘이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지요.
상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상추를 다 먹은 것 같은데 돌담 밖에 무심히 뿌려져 자란 상추가 꽃을 피우지요. 꽃은 씨가 됩니다. 아이는 그 씨를 받아 반절은 멀리 사는 삼촌에게 보내고 반절은 남겨 두지요. 바로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말이에요.
독자를 향해 펼쳐진 아이의 손, 그 손에서 건네받은 상추씨로 다시금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독자들이 만들어낼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에 상추씨는 작은 화분에 뿌려질 수도 있고, 텃밭 한가운데 다른 작물들과 함께 심어질 수도 있겠지요. 햇빛은 잘 받을지, 목이 마르지는 않을지, 중간에 뽑히지는 않을지, 이런저런 일들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다시금 자라 꽃을 피우고 씨를 맺겠지요. 작은 상추씨가 수많은 사연을 품은 상추로 자라나듯이, 그림책 『상추씨』는 다양한 이야기로 무럭무럭 자라날 것입니다.

만지작만지작, 손이 가는 그림책
손끝으로 책을 만지면 평평하고 만질만질하지만, 왠지 다양한 질감이 느껴질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다양한 천의 질감으로 섬세하게 디테일을 연출했기 때문입니다. 돌담은 까슬까슬하고 오돌토돌한 천으로, 이글이글한 햇빛은 털실로, 시원한 물웅덩이는 망사 천으로 표현했지요. 주인공인 상추는 다양한 녹색 천으로 표현했습니다. 상추는 자랄수록 모양이 잡히고 색이 진해지지요.
무엇보다도 다채로운 상추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행복한 한때, 뜨거운 햇빛을 견뎌야 하는 한때, 시원한 물을 받고 한숨 돌리는 때도 있습니다. 또한 솎아지고 밟힐 때처럼 아픈 순간도 있지요. 음식으로 사용될 때는 자신의 소임을 다한 듯 뿌듯한 얼굴 같습니다. 순간을 포착한 장면을 만나면 자꾸 손이 먼저 나갑니다.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눈이 먼저 좋아하는 그림책, 자꾸 손이 가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작가 소개

글그림 : 조혜란
196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좋아해서 두 달이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토끼네 그림책방'' 활동을 하고 있는 조혜란은, ''밥알 한 톨, 김치 한 조각도 농부의 땀이 배어 있는 소중한 것''이라며 딸들이 남긴 음식까지 말끔히 먹어치우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씩씩한 엄마이기도 하다. 우리 옛 그림의 맛이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조혜란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보면서 세상을 새롭게 알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 동안 지은 책으로는 「옥이네 이야기」시리즈,『사물놀이』『삼신 할머니와 아이들』『박씨 부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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