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중세 기사도 문학의 이상과 서사시의 전통을 마무리하는 최종 역작
『해방된 예루살렘』은 낭만주의 시대에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상징이자,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 천재로 간주된 토르콰토 타소(1554~1595)가 열다섯 살 무렵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575년에 완성한 중세 기사도 문학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이다. 모두 20곡, 즉 ‘노래(canto)’로 구성되었으며, 총 1,917개의 ‘8행연구(ottava)’, 그러니까 15,336행으로 되어 있다. 전통적인 이탈리아 서사시의 형식에 따라 11음절 시행에 각운은 ABABABCC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시행의 숫자로만 보면 단테의 『신곡』보다 약간 길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제1차 십자군 전쟁이 6년째(실제 역사에서는 3년째로 대략 1099년 초에 해당한다.) 되던 해에 부용의 고프레도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십자군의 대장, 즉 총사령관으로 선정되고 우여곡절 끝에 성지 예루살렘을 정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핵심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곁가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히 여러 남녀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읽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주요 요인이 된다. 소프로니아와 올린도, 아르미다와 리날도, 클로린다와 탄크레디, 에르미니아와 탄크레디 사이의 사랑과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사건과 애증의 드라마는 제각기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대립과 전쟁이라는 주제는 프랑스 소재 기사도 문학을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들의 끊임없는 원천이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오를란도(프랑스어 이름은 롤랑)를 비롯한 여러 기사의 모험이 일반 대중들뿐만 아니라 궁정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십자군 전쟁이 시작될 무렵 300년 전에 있었던 전설적인 오를란도의 무훈담이 노래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16세기 후반 오스만 제국의 위협은 십자군 전쟁의 위업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타소는 이러한 기사도 서사시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동시에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자 했다. 타소가 가장 커다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려는 것이었다. 오를란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사도 이야기가 순수한 문학적 허구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멋진 여흥거리였던 것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한 것이다. 여흥보다는 오히려 교훈적이고 교육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최소한 핵심 줄거리와 주요 등장인물은 실제 역사에서 이끌어내고, 부수적이고 주변적인 것들은 허구로 장식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역사적 사실 못지않게 허구적인 이야기들, 특히 남녀 등장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애정의 드라마였다. 그 덕택에 『해방된 예루살렘』은 출판 직후부터 엄청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그것은 수많은 편집과 거듭되는 인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16세기 마지막 후반에만 서른 가지에 달하는 판본이 나왔으며, 17세기와 18세기에 나온 판본도 각각 백여 가지가 넘었고, 19세기에는 무려 오백 가지 판본이 출간되었다. 그런 인기는 이탈리아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며, 곧바로 라틴어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언어들로 번역되면서 다른 나라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다양한 형식으로 패러디하거나 모방한 작품들도 이어졌다.
『해방된 예루살렘』은 문학 이외의 다른 예술 분야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애틋한 사랑 이야기들은 음악가에게 멋진 소재를 제공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17세기 중반 몬테베르디에 의한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결투」에 뒤이어 마드리갈을 비롯한 다양한 형식의 음악이 발표되었고, 헨델, 글루크, 하이든, 로시니, 드보르자크 등에 의한 오페라가 나왔다. 미술에서는 로렌초 리피, 푸생, 들라크루아, 티에폴로, 틴토레토 등 뛰어난 화가들이 타소의 이야기를 소재로 작품들을 남겼다. 또한 발레의 주제가 되기도 했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영화나 연극,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해방된 예루살렘』은 『광란의 오를란도』와 함께 중세 기사도 문학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이 출판된 16세기 후반은 르네상스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새롭게 열리기 시작한 근대를 맞이하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이던 무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해방된 예루살렘』은 지나간 중세 기사도 문학의 이상과 서사시의 전통을 향수 어린 눈길로 되돌아보면서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장엄하게 끝나가는 한 시대를 회상하고 마무리하는 작품이지만 그 감동은 여전히 강렬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한 타소의 삶과 함께 지금도 독자들의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 작가 소개
저자 : 토르콰토 타소
Torquato Tasso, 1544~1595
1544년 이탈리아 남부 소렌토에서 태어났으나, 궁정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 이탈리아 북부로 갔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처음에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에 전념하게 되었고, 페라라에서 데스테 가문의 루이지 추기경을 섬겼다. 젊었을 때부터 서사시와 비극, 목가극을 발표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제1차 십자군전쟁을 소재로 하는 장편 서사시 『해방된 예루살렘』을 완성했다. 하지만 종교재판의 검열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시작된 정신병으로 병원에 감금되기도 하였다. 『해방된 예루살렘』은 15,336행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십자군전쟁의 위업과 함께 여러 남녀 등장인물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유럽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다.
역자 : 김운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같은 대학의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지도하에 화두(話頭)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현대기호학과 문화 분석』, 『신곡 읽기의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가 있고, 옮긴 책으로 단테의 『신곡』과 『향연』,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광란의 오를란도』, 체사레 파베세의 『피곤한 노동』, 『냉담의 시』, 엘리오 비토리니의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이탈로 칼비노의 『교차된 운명의 성』, 『팔로마르』, 프리모 레비의 『멍키스패너』, 조반니 과레스키의 『까칠한 가족』, 『신부님 우리 신부님』, 안토니오 타부키의 『집시와 르네상스』, 『사람들이 가득한 트렁크』, 움베르토 에코의 『일반 기호학 이론』, 『번역한다는 것』,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제8곡
그리스도 진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오던 덴마크 왕자 스베노가 솔리마노의 매복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소식을 전한 기사는 하늘의 뜻에 따라 스베노 왕자의 검을 리날도가 물려받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동안 리날도가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불화를 조장하는 악마들에 의해 고프레도에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나지만, 천사의 도움으로 진압된다.
제9곡
악마의 부추김을 받은 솔리마노의 부대는 그리스도 진영을 기습 공격하여 엄청난 살육을 벌이고, 클로린다와 아르간테도 공격에 가담하고, 거기에다 지옥의 악마들도 가세한다. 수세에 몰려 있던 그리스도 진영은 고프레도의 활약과 대천사 미카엘의 개입으로 반격에 나서고, 아르미다에게 잡혀 있던 기사 오십 명이 도착하여 전세를 역전시킨다.
제10곡
패배하여 달아나던 솔리마노는 이집트 왕에게로 가려고 했으나 마법사 이스메노의 충고에 따라 예루살렘에 있는 알라디노의 왕궁으로 간다. 그동안 그리스도 진영에서는 오십 명의 기사들이 탄크레디와 함께 아르미다의 마법에 걸려 잡혀 있다가 리날도의 도움으로 풀려났다고 이야기한다. 은둔자 피에로는 무의식중에 리날도와 데스테 가문에 대해 예언한다.
제11곡
은둔자 피에로의 충고에 따라 그리스도교 진영은 성스러운 행렬을 이루어 올리브 산으로 가서 미사를 거행하고 기도를 한다. 고프레도를 선두로 그리스도교 진영은 예루살렘을 공격하고, 공성 기계로 성벽을 부수려고 하지만 솔리마노와 클로린다, 아르간테의 활약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격렬하게 진행되던 전투는 밤이 되면서 중단된다.
제12곡
밤에 클로린다와 아르간테는 공성 기계를 파괴하러 가려고 한다. 클로린다를 섬기던 환관은 그녀가 그리스도인 왕가 출신임을 알려준다. 탑을 불태우고 성 안으로 피하지 못한 클로린다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탄크레디와 싸우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세례를 요청하여 받은 다음 죽는다. 절망한 탄크레디는 자결하려 하지만 꿈에 클로린다가 만류한다.
제13곡
마법사 이스메노는 지옥의 악마들을 부르며 근처의 숲에 마법을 걸어 공성 기계의 제작에 필요한 목재를 구하지 못하게 만든다. 용감한 기사들이 시도하지만 숲속의 온갖 유령들을 넘어서지 못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돌아온다. 거기에다 끔찍한 가뭄이 그리스도 진영을 괴롭히고, 고프레도가 간곡하게 기도를 올리자 하느님은 비를 내려준다.
제14곡
고프레도의 꿈을 통해 하느님은 리날도만이 숲의 마법을 깨뜨릴 수 있다고 알려준다. 고프레도는 리날도를 찾기 위해 카를로와 우발도를 전령으로 보낸다. 아스클론의 마법사는 전령들에게 아르미다가 마법으로 리날도를 사로잡아 멀리 떨어진 ‘행운의 섬들’로 데려갔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어떻게 리날도에게 갈 수 있는지 자세하게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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