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착하다

▣ 책 소개

"이 세상에 있는 것은 귀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그리고 모기가 얼마나 정직한데 그래. 사람을 물 때도 반드시 소리를 지르고 와서 물지 않든?"

"피만 빨아먹고 병균만 옮겨주는 데도요?"
"그래도 언젠가는 부처님께서 모기도 귀하게 쓰실 때가 있을 거야."

▣ 신문 서평

모기랑 친구하기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요즘의 환경문제와 맞물려 절묘하게 엮어냈다.

명수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빠의 명복을 빌기 위해 엄마와 함께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아주 희귀한 광경을 본다. 큰스님이 숲 속 한가운데 웃옷을 벗고 앉아 모기들이 실컷 배를 채우도록 ‘보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큰스님이 이상한 건 그뿐이 아니다. 엄마가 몸져눕자 명수네 지하 셋방으로 문병 온 스님은 방 안에 굴러다니는 모기약병을 모두 거둬가는 대신 모기장을 쳐준다. 명수가 묻는다. “스님, 모기에 물리면 뇌염에 걸린다는데요?”

스님의 대답이 재미있다. “모기에게 한 번도 안 물리다가 물리니까 그렇지. 언젠가 부처님께서 모기도 귀하게 쓰실 때가 있을 거야.”

그 ‘때’가 명수에게도 온다. 야채를 팔러 나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다 잠이 들어버린 명수. 부엌 가스불 위에선 주전자 물이 바닥이 나도록 끓고 있다. 주전자는 홍시처럼 발갛게 달아오르고 방 안은 한여름처럼 후끈거리는데, 이때 명수의 눈두덩에 ‘뾰족한 빨대를 주사바늘보다 더 깊이 콕 찔러’ 잠을 깨우는 은인이 있으니, 바로 모기다!

64세의 시각장애인 할아버지가 동화를 썼다. 이호백의 그림 또한 맑고, 착하고, 담백하다. 7세 이상.[2005.2.25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