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 - 8인 테마 소설집 -

고객평점
저자김형주 외
출판사항강, 발행일:2017/04/28
형태사항p.247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8218221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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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김형주는 12월 3일 전두환이 수감되던 날, 라디오에서 그 소식을 들은 화자가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게 되는 고통을, 양진채는 경기여자기숙학원의 방화 사건으로 인해 평생 ‘불’에 갇히게 되는 ‘나’의 독백을, 이경희는 경복궁 안의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국립중앙박물관 철거를 맡게 된 인물을 통해 소시민의 역사 인식을 소설 속에 녹여냈다. 또 정태언은 G를 통해 오래전 사라진 주유소를 이정표로 고집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기억들을 소환하고 있고, 조현은 1995년 태풍 페이 때 벌어진 사건 속 ‘나’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남자를 원투낚시로 끌어갔다. 채현선은 단추라는 인물을 통해 세 이모들의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995년 어느 날을 복기하고 있고, 허택은 군부독재시대와 문민시대를 함께 지나온 ‘나’와 친구를 통해 1995년의 시대성을 묻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모두 1995년에 일어난 사건에 발을 걸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작가는 스치듯, 어떤 작가는 전면에 그것을 녹여냈다. 어떤 작가는 그해로 풍덩 뛰어들어 서사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서사를 해체시키기도 했다. 어떤 이는 현재축이 1995년인가 하면 어떤 이는 현재축이 2017년을 살고 있는 지금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1995년은 오롯이 1995년이면서 다른 모든 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속 1995년은 1995년이면서 1995년에 갇혀 있길 거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어떻게 하나의 사건이 위키백과에 기술된 것처럼 한 줄로 요약될 수 있을까. 그 속에 숨어 있는 수만 갈래의 삶과 시선을 찾아가는 일, 그것이 소설의 몫이라 믿는다.

이제 우리는 1995년을 각자의 방식으로 건너왔다. 작가 각자 소설을 쓰면서 1995년을 새롭게 환기하듯, 읽는 독자들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가 1995년을 소환한 것이 아니라 1995년이 우리를 끌고 간 것인지 모르겠다.

_‘책머리에’에서

1995년, 급변하는 시대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다.
뜨거웠던 1995년으로 들어가는 8명의 소설가들.

「모두의 그날」 김형주
그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있는 모감주나무 군락지에서 그날을 들먹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날에 대해서는 입 밖에 내거나 듣는 것도 금기였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나는 어머니나 아내에게조차 그날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다. 그날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봤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철저히 함구했다.

「베이비오일」 양진채
지금도 어떻게 그런 곳에서 생활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몸서리쳐져요. 그러니까 그 일은 터질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내 여기 명치에 불씨가 당겨지기 시작한 날도 그날부터였죠. 그건 몇 달 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백화점 붕괴 사고보다 더 끔찍했어요. 텔레비전으로 보는 사고가 아니라 내 눈앞에서 일어난 사고였으니까요.

「철거 후」 이경희
명진은 그의 바로 뒤 사람들 속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명성산업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그에게 해고당한 지는 3개월이 지났다. 광복 50주년 경축기념식이자 총독부 건물 철거 당일인 오늘이 그가 명진에게 제대로 마무리하고 나가라고 한 그날이었다. 명진은 서운하지도 않고 시원하지도 않은 기분으로 그의 어깨너머에 있는 박물관을 보았다.

「집합주유소」 정태언
G는 그날 집합주유소에 대해 쓰기로 했다. 1995년에 문을 열었다가 오래전 없어져버린, 그렇다고 보존해야 할 문화재 같은 것도 아닌, 백세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요즘 감히 병원을 무시하고 있는, 환영 같은 그 집합주유소에 대해 쓸 작정이었다. 아직도 집합주유소를 들먹이는 그들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다.

「화성의 물고기를 낚는 경쾌한 낚시법」 조현
난 강과 함께 한층 빗줄기가 거세진 밤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바다물이 번져 올라 하늘과 뒤섞이는 검은 바다가 우리 앞에 오래된 시간처럼 가득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 갯바위는 온갖 풍화작용을 견디면서 이십 년 전이나 이제나 세월을 조용히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자 비 내리는 바다가 지어내는 추상화 같은 풍경은 이곳이 마치 먼 우주의 다른 행성처럼 느껴지게 했다.

「구이의 시대」 진보경
“구이의 시대라고. 지유아이(GUI),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이제 우리는 시커먼 화면에 키보드로 복잡한 명령어 따위 입력하지 않고도 편하게, 그냥 마우스를 움직여 더블클릭 빠르게, 단추 두 번 눌러주는 것만으로 새로운 세계에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올가을이면 국내에서도 그게 가능한 현실이 될 거란 말이지. 알겠냐?”

「단추를 세다」 채현선
알 수 없다.
1995년의 4월과 7월의 날에 분리하고 분리된 그녀들도, 그해에 세상으로 나왔다고 추정되는 나도. 왜 하필이면 그해 지옥 같은 날 중의 하나였는지.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는 이유들이 불시에 솟아나는 순간의 지점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1995년의 결」 허택
빛이 너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어느 한때의 기억이었다. 그간 기억에서 꺼내지 않았다. 잊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의 사건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하지만 그때의 어둠을 기억해야 한다. 고개를 들어 불빛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쉰다. 어둠이 깔린 시멘트 블록이 보인다. 친구가 떠오른다. 발걸음을 어둠 속으로 내디딘다. 어둡지만 걸어야 한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
모두의 그날 김형주
베이비오일 양진채
철거 후 이경희
집합주유소 정태언
화성의 물고기를 낚는 경쾌한 낚시법 조현
구이의 시대 진보경
단추를 세다 채현선
1995년의 결 허택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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