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춘기를 겪어낸다는 것
중국 작가 인졘링의 『종이 인형』은 성인이 된 젊은 여성이 청소년 상담일을 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에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주인공 랴오랴오에게 이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따라서 랴오랴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겪는 혼란스럽고 힘겨운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청소년 상담사 랴오랴오가 자신의 청소년기를 떠올리게 되는 계기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의 환영을 보게 된 일이다.
아홉 살 랴오랴오는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데도 그저 어리둥절할 뿐 여전히 종이 인형을 가지고 놀 정도로 어리다. 그러나 친구 추쯔가 생리를 하고 여성스러운 몸을 갖게 되자 이상한 기분에 빠지며 음흉하게 신체 접촉을 하는 남자 교사 앞에서 당황하기도 한다. 그러다 대학생인 사촌 언니의 풍만한 가슴에 홀려 몰래 훔쳐보고는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때 나타난 것이 바로 종이 인형 단니이다. ‘단니’라는 이름을 가진 종이 인형은 어린 랴오랴오가 직접 그리고 오려서 소중히 지니던 것으로, 단니는 랴오랴오가 완벽한 여성의 표본으로 여길 만큼 아름답다. 차츰차츰 랴오랴오는 진짜 어른이 되기까지는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때로는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공격적인 애정 공세를 받기도 하고, 존경스러운 여선생님에게 이상스러울 만큼 애틋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비밀스러운 마음속까지 털어놓기는 어렵다. 그렇게 랴오랴오가 성장기의 혼란과 두려움에 빠질 때마다 단니가 홀연히 나타나 언니처럼, 엄마처럼 따뜻한 위로와 적절한 조언을 건네는 것이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이 비밀스러운 사춘기의 안내자로 등장한다는 것은 성장의 아이러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순진하게 뛰어놀던 아이들은 반드시 어른이 되어야 하며 그 과정은 늘 순탄하지 않다. 놀라움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비밀로 가득 차 있는 사춘기는 어쩌면 건너기 까다로운 흔들다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럴 때 끈기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어린 시절의 즐거운 기억이 아닐지. 그리하여 랴오랴오는 조금씩 조금씩 자신에게 닥친 여러 일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여자아이가 한 사람의 여성이 되기까지
『종이 인형』은 이따금 당황스러울 만큼 노골적인 상황 설정과 묘사로 독자를 놀라게 하는데 알고 보면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 청소년들이 통과하고 있는 성장이라는 과제 자체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십대 여자아이들에게 닥치는 일들은 더욱 위험하고 비밀스러울 수밖에 없다.
랴오랴오에게 한 발짝 앞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추쯔는 언제나 당당하고 꼿꼿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세상일에 대해서는 순진하고 어리석다. 일찌감치 한 남자를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 남자가 유부남에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임신한 몸으로 지붕에서 뛰어내린다. 추쯔에게는 단니와 같은 존재가 없었기 때문에 무사히 어른이 되는 일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이후 랴오랴오에게도 역시 위험한 연애가 다가온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대학생이 된 랴오랴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온 것인데, 랴오랴오는 그 선생님을 오랫동안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거절한다. 곧 스무 살이 되는 랴오랴오는 순조롭지 않은 길은 가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단니는 랴오랴오의 곁을 떠나간다.
그렇게 떠났던 단니가 다시 나타난 것은 랴오랴오가 한 여학생과 상담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이다. 여학생은 자신의 곁에 친구도, 도움을 청할 만한 어른도 없다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랴오랴오는 단니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단니는 어린 시절을 되새기게 할 뿐 적극적으로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며칠 후, 랴오랴오는 그 여학생이 오래전 세상을 떠난 추쯔임을 알아본다. 영혼 추쯔는 자신이 아주 어려서 부모님의 불화 아래 방임되었으며 이웃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비정상적으로 자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렇듯 『종이 인형』은 한 소녀의 십대 시절을 시간 순서대로 쭉 펼쳐놓으며 여자아이의 사춘기가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자라는 동안 얼마나 많은 함정과 위험에 노출되는지를 강조한다. 그리고 주인공 랴오랴오가 청소년 상담사인 만큼 무척 자세히 여성 청소년의 고민에 답하고자 애쓴다. 어쩌면 이 작품은 소설로 쓰여진 여자아이용 성교육 교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 비밀스럽고 어두워서 결코 원론적인 조언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반드시 소설로 쓰여져야만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당황스럽고 우울한 사춘기 문제를 겪는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할 만한 책이다.
▣ 작가 소개
글 : 인졘링
1971년 출생으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였으나 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8세 때부터 청소년 문학 작품을 발표하였다. 대표 작품으로 시집 『활짝 열린 마음盛?的心情』, 산문집『순수한 계절純眞季節』, 『감정의 경계臨界情感』, 『그해 꽃 아래를 기억하며記得那年花下』,중편 소설집 『청춘의 비밀번호?春密瑪』,장편 소설『유리 새?璃鳥』, 『흐느끼는 요정哭泣精靈』, 『달 찻집 속의 어린 시절月亮茶館里的童年』, 『종이 인형紙人』, 『바퀴 위의 보리밀輪子上的麥小麥』, 기록 문학집 『여인 핫뉴스熱点女人』, 그 외 『인졘링 소녀이야기殷健靈少女物語』 등이 있다. 거인巨人 장편 아동문학상, 빙신아동문학상, 빙신도서상 대상, 천보츄아동문학상, 상하이 10대 문화 신인상 등을 수상하였다.
역자 : 김명희
글샘 중국문학 기획 번역 팀의 일원으로 한국 방송대학 국문과와 중문과를 졸업하였다. 번역한 책으로 거빙의 『안녕, 난 위위야』, 베이동의 『엄지 소』가 있다. 그는 책 속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는다. 즐거웠던 이야기, 친구와 싸운 이야기, 그리고 비밀이라는 속삭임을 듣는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책 속으로 들어간다. 책과의 만남은 새 친구를 만나는 것. 이야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꿈을 꾸고,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책 수레에 무지개 꿈을 싣고 그 꿈을 나른다.
▣ 주요 목차
1. 시간 저 깊은 곳의 눈동자
2. 잃어버린 종이 인형 놀이
3. 누가 소녀들 이야기를 내게 들려줄까?
4. 나를 안아 줘, 단니
5. 나는 누구일까?
6. 공사장의 검은 그림자
7. 무시 선생님
8. 건널 수 없는 강
9. 베이징의 여름 햇살
10. 열린 문
11. 영원히 버릴 수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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