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인, 사물의 앓는 소리까지 듣는 존재
적막 속에서
벽시계 꼴딱꼴딱,
냉장고 그렁그렁,
웅얼대며 뒤척이는 에어컨,
수도꼭지가 똑똑 떨어뜨리는 코피,
세상은 온통 신음으로 들끓고 있나니.
어쩌다 인간에게 붙들려
잘리고, 깎이고, 얻어맞고, 녹여져
마침내 이처럼
길들여진 노예가 되었을까.
―「노역」에서
오세영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게 쓰였다. 이 말은 결코 ‘쉽게 썼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에게서도 그 이해를 끌어내기 위해 시인은 더욱 낮게 몸을 수그린 채로 세계를 바라본다. 낮아진 시인의 귀에는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집 안을 채운 고단한 신음과 앓는 소리가 포착된다. 우리의 일상에 당연하게 속해 있는 벽시계, 냉장고, 수도꼭지가 시인에게는 “어쩌다 인간에게 붙들려” “길들여진 노예”들이다. 시인은 사람과 자연, 사물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몰입하였다가 빠져나오고, 거리를 두었다가 가까이 다가간다. 카메라의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하면서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에 새로운 의미의 차원을 덧입히는 것이다. 오세영 시인은 너무 평범한 나머지 아무도 시의 소재로 삼지 않은 것들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에 문학의 이름을 붙여 주려는 듯 시인은 그 무엇도 소외시키지 않는다.
삶,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곤란한 것
그림자를 벗어 버려야 나는
내가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당신의 손목을 놓고 싶었다.입학식에서
당신의 손을 뿌리치고 학생이 되었다.
결혼식에서
당신의 손을 뿌리치고 지아비가 되었다.
(……)
그러나 이제 내게 뿌리칠 것이 없어진
노년의 어느 날,
너 홀로 가라고 당신은
더 이상 나를 붙잡아 주지 않았다.
―「동화(童話)」에서
우리는 흔히 나이를 먹으면 더 지혜로워진다거나, 삶의 진리를 깨우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나이 듦과 함께 찾아온 삶의 문제는 여전히 버겁기만 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퇴임하고, 자식들도 잘 키워 어깨의 짐을 내려놓았는데, 이 곤궁함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진 노년이란 환상이다. 오히려 책임과 역할이 사라진 순간 ‘나’에게는 남루하게 늙은 육체와 피로한 정신만이 남는다. 시인은 “더 이상 나를 붙잡아 주지 않았다.”며 단독자로서 직면한 고독과 곤궁함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오세영 시인의 시는 아직 노년의 고독과 아이러니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예방 주사처럼 삶을 견딜 항체를 만들어 준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쓰인 거짓은 삶을 끝까지 봉합하지 못한다. 한 줄의 진실이 우리를 의연히 견디도록 만들 뿐이다. 시인은 그 진실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자신이 어렵게 깨달은 성찰을 쉽게 쓰는 것, 50여 년을 항해한 오세영 시인의 미덕이다.
작품 해설 중에서
일흔의 연륜을 넘어선 나이에도 시인은 자아의 본모습을 향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세상에 처음 들어선 어린이의 심정으로 자연과 인생을 신비롭게 바라보며 거기서 자신에게 맞는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시인은 생이 끝나는 그날까지 어린이의 천진함과 호기심을 지니고 세계를 탐구하는 존재다. 자신의 천진한 사유로 세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독특한 비유의 틀로 재구성하고 인식의 폭을 넓혀가면서도 끝까지 어떤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 탐색의 수행자가 시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영은 본질적 의미의 시인이다.
―이숭원(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오세영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뇌를 서정적·철학적으로 노래하는 중견시인이자 교육자. 1942년 전라남도 영광(靈光)에서 태어났으며, 본관은 해주(海州)이다. 1968년 서울대학 대학원 국어국문학에 진학해 석사학위 및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충남대학교(1974~1981)와 단국대학교(1981~1985)에서 국문학을 강의하기 시작하여 1985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현대문학(현대시)을 강의했으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캠퍼스(1995~1996)에서 한국현대문학을 강의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시학 교수,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1968년 박목월(朴木月)에 의해서 시 「잠깨는 추상」이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첫시집 『반란하는 빛』 출간 후 언어의 예술성에 철학을 접목시키는 방법론적 문제로 고민하던 시인은 동양사상, 특히 불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후 불교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물의 인식을 통해 존재론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현대문명 속에서 아픔을 느끼는 인간정서를 서정적으로 형상화하는 시적 변모를 모색한다. 그리고 2005년 열세 번째 시집 『시간의 쪽배』를 펴낸 시인은 절제와 균형이 미덕인 동양적 중용의 의미를 형상화함으로써, 형이상학적이면서도 삶의 체취가 느껴지는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시집 『별 밭의 파도소리』,『바람의 아들들』을 출간했다.
목 차
1부
나비 1
나비 2
경칩
무지개
월식 2
조춘(早春)
낮달
입춘
호수
천둥 벼락
진달래 만개
묵독
용접
유성(流星)
2부
좌절
그 도요새는 어디 갔을까?
먼 산
탕자
북양항로(北洋航路)
나이 일흔
과목(果木)
다만 바람이 불었다
모래성
발자국
갯벌
동화(童話)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유니세프 아동 구호기금
기다림
한 생애
3부
모닝콜
속도는 멈추기를 꿈꾼다.
꽃씨를 심다
꽃눈
오자(誤字)
빈 들
제왕절개수술
야간학교
빈 집
당신의 부지깽이는 어디 있나요?
어떤 날
논
꽃밭 풍경
가슴
집수리
4부
주목(朱木)
술잔
폴리스 라인
반쯤
소화제
입관
본색
노숙자
비빔밥
노역
꽃 2
개화
혁명재판
온난화
문장
작품해설/이숭원
나비의 환각, 시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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