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상업화되어 사육되는 닭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새가 또 있을까.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는 치킨(Chicken)이 있다”는 말장난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보다 더 많은 개체수를 보유한
것은 닭 뿐이다. 세계에는 60억 마리가 넘는 닭이 있고, 그 닭들은 연간 1조 개에 가까운 알을 낳는다. 우리는 “치느님”만큼이나, 아니 그
치느님보다도 더 많이, 그 알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닭을 제외한 새와 그 알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란 쉽지 않다.
상업적으로 완벽한 닭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닭을 제외한 다른 새들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만든다. 한때 김수로와 박혁거세를 품던
알은 이제 계란후라이 이상의 위상을 갖기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세상에는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완벽한 시작』의 저자, 팀 버케드는 가금류를 넘어 자연세계의 새가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를 탐구하는 조류학자다. 그는
40년 동안 전 세계를 넘나들며 새의 생태와 그 신비를 연구해왔다. 『새의 감각』(2015)으로 새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공개한 바 있는 그는,
이번에는 알로 자신의 관심 영역을 넓혀 알의 모든 것을 전한다.
진화적인 면을 고려해보자면, 새는 너무나도 성공적으로 진화를 마친
동물이다. 서울 시내에서 인간이 직접 사육하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제외하면, 눈으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동물이란 새밖에 없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새는 아프리카의 사막과 그 초원에서도, 남극의 빙하에서도 그 삶을 영위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이 지구상의 모든 하늘 위에서 특히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새들의 삶을 시작하게 만드는 조생(鳥生)의 요람, 알은 어떨까?
버케드가
서두에서 인용한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가 토머스 웬트워스 히긴슨은 말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것의 이름을 즉각 대야 한다면,
나는 새알에 운명을 걸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새알은 완벽해야“만” 하는 존재라고. 그 수많은 새의 수많은 서식 환경에 하나하나
적응해나간 알은 종의 유지를 위하여 실로 완벽하게 진화해왔다.
새알은 사막의 모래에 덮여서, 남극의 절벽에 품겨서, 썩어가는 나뭇잎
사이에서 자리 잡고 그 배아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흰자와 노른자가 분리되어 새의 성장을 돕고, 알의 껍데기는 알 속의 내용물을 세상으로부터
분리시키며, 알을 품는 부모 새는 자신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 알의 겉면에 색을 칠하고 뻐꾸기와 같은 탁란하는 새들의 둥지 침입을 막는다. 어쩌면
난생신화(卵生神話)는 이런 완벽한 알의 존재를 일찍부터 알아차린 선조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먹을거리로만
치부하기에 알은 너무나도 매혹적인 존재다. 단단한 껍데기를 열면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이미 “알은 세계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알은 그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새에게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지만, 껍데기를 깨어 그 안을 보는 관찰자에게도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알의 다양한 형태와 구조, 그리고 알이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새알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줄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팀 버케드
Tim Birkhead
1950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셰필드 대학교 동물학과 교수로 동물 행동, 과학사, 과학철학을 가르친다. 어렸을 적부터 새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지은이는 수십 년 동안 새를 연구하며 200여 편이 넘는 과학논문과 몇 권의 대중과학 책을 냈다. 영국왕립학회 회원이며, 새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연구를 진행했다. [인디펜던트] [뉴사이언티스트] [BBC 와일드라이프]에 글을 기고했다. 지은 책으로는 『정자들의 유전자 전쟁』 『케임브리지 조류 백과사전』The Cambridge Encyclopaedia of Birds(매콜빈 메달 수상), 『붉은 카나리아』Red Canary(칸설크레머 상 수상), 『새의 지혜』The Wisdom of Birds(2009년 영국조류학?영국조류신탁 선정 ‘올해 최고의 책’) 등이 있다.
역자 : 소슬기
서강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우연히 경제 분야 보고서를 번역한 일을 계기로 전문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물리, 수학, 경제이지만 그 외에도 과학 전반을 비롯한 인문사회분야에 관심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해보는 것이 꿈이다. 옮긴 책으로 『바퀴, 세계를 굴리다』가 있다.
목 차
역자 서문: 특별해 보일 것 없는
알의 특별함
들어가는 말: 가장 완벽한 것의 이름을 대야 한다면
1 클리머와 알 수집가
2 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3 알은 어떻게 생겼는가
4 새는 알을 “어떻게” 색칠했을까
5 새는 알을 “왜” 색칠했을까
6 미생물 전쟁:
흰자의 생물학
7 탄생을 위하여: 노른자와 난소, 생식
8 위대한 사랑: 산란, 알품기, 부화
9 이야기를 마치며: 루프턴의
유산
감사의 말
미주
본문에 언급된 새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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