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ABC 그림책과 한글학습 그림책
유아들에게 ‘책’이 행하는 주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언어의 구조와 운율을 익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지 자국의 고유한 글을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학습시키기 위한 다양한 형식의 학습서들이 있다. 영미권의 어린이도서 가운데 ABC 책이 얼마나 많은지를 상기해보면, 특별히 이러한 장르의 책이 따로 있을 만하다는 것이 실감 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유아용 도서 가운데 많은 부분을 한글학습서가 차지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특별한 이야기 구조가 없는 건조한 형식의 학습서(낱말카드나 글자 익힘책 등)가 대부분이며, 내러티브가 있는 그림책은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그림책 중 독자와 평단의 호응을 받은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이미 1997년에 출간된 박은영의 『기차 ㄱㄴㄷ』 정도를 겨우 들 수 있을 정도다) 영어를 익히기 위한 ABC 그림책은 수도 없이 수입되지만, 정작 우리말과 글의 기초를 알려주는 그림책은 이 정도라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한 글자 익히기 그림책들은 ‘한글 학습’이 주된 목표이기는 하지만 책 자체의 즐거움, 즉 즐거운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학습’과 ‘재미’와 ‘미적 완성도’라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일견 단순해 보여도 만들기는 훨씬 어려운 장르의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ㄱㄴㄷ이라는 자음과 기본 모음을 바탕에 놓고 글을 만들어야 하는 제약 때문에 자칫하면 구성이 작위적이거나 부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되기 십상인 것이다. 따라서 많은 유아용 한글학습 그림책들이 흔히 낱말카드 형식을 확장한 정도의 구성방식을 갖게 된다.
학습보다는 재미가 먼저, 『생일 축해요 ㄱㄴㄷ』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은 분류상으로 학습그림책이라 할 수 있으나 직접적인 학습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그림책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글자에 대한 호기심을 기를 수 있게 한 유아그림책이다. 그림책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면, 나아가 주요한 등장요소를 글자 개념으로 인식하고 짚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익혀가도록 길 안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길 안내에는 글자를 익히고 사물 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 외에도 글을 읽는, 즉 책을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그 매력을 경험하게 해주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시작으로 자음과 모음을 자연스럽게 단어로 익힘으로써 상상의 재미, 알아가는 재미 등 글자와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세계가 주는 독특한 맛을 발견해갈 수 있을 것이다.
고슴도치의 노란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은 ㄱ 으로 시작되는 ‘고슴도치’ 네 마리가 노란 보따리 하나를 갖고 친구 집을 찾아가는 작은 모험담 형식의 이야기로, 한글 자음의 순서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슴도치는 온몸에 가시가 뒤덮여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동물이다. 특히 고슴도치가 가진 가시는 아이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대상이어서 많은 이야기가 기대되는 소잿거리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작은 덩치의 고슴도치가 무서운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장면에서 안도하면서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글 자음을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캐릭터와 배경들을 따라가면서, 어린이 독자들은 고슴도치가 들고 가는 노란보따리 속이 종내 궁금하여 제 나름대로 한껏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동물(고슴도치, 뱀, 토끼), 색깔(노랑, 초록, 하양), 숫자(하나, 둘, 셋, 넷), 인체(손, 발, 입) 등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다양한 표현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고슴도치의 목적지(친구인 토끼의 집)에서 그렇게 궁금했던 보따리 속의 궁금함이 풀리는 순간, 아이들은 행복한 잔치에 참석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다양한 한글학습 그림책을 기대하며
한글학습 그림책은 반복적으로 읽어주고, 처음에 발견하지 못했던 각종 요소들을 그림과 글 속에서 계속 찾아보는 것이 올바른 독서 방법이다. 좋은 그림책이라면 아이들은 행복감으로 책장을 덮고서 금세 다시 처음부터 보고 싶어할 것이다.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에서는 본문 그림이 끝나면 나오는 면지(面紙)에서 토끼가 봇짐을 메고 어디론가 떠나는 그림이 또 나오는데, 책에서는 하나의 내러티브가 종결되었지만 어린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며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독특한 여운을 건네줄 것이다. 자연스럽게 책장을 다시 넘겨볼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둔 것이다. 단순하지만 많은 것이 배려된 유기적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은 따뜻한 톤의 컬러와 느리고 섬세한 붓질로 안정감을 주는 부드러운 그림으로 인해 아이들이 더욱 실감 나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 수 있게 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강근영 작가가 『꼭 잡아!』, 『타세요 타세요』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는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은 과작(寡作)하는 그의 정성과 마음이 고스란히 쏟아져 그림책 속 등장인물들이 살아 있는 생명체로 다가오며, 아이들에게 식물이 물을 빨아들이듯 자연스럽게 회화적인 미감을 키워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과학적인 글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한글학습 그림책이 드물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장르에서 더 많은 다양한 책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드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
유아들에게 ‘책’이 행하는 주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언어의 구조와 운율을 익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지 자국의 고유한 글을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학습시키기 위한 다양한 형식의 학습서들이 있다. 영미권의 어린이도서 가운데 ABC 책이 얼마나 많은지를 상기해보면, 특별히 이러한 장르의 책이 따로 있을 만하다는 것이 실감 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유아용 도서 가운데 많은 부분을 한글학습서가 차지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특별한 이야기 구조가 없는 건조한 형식의 학습서(낱말카드나 글자 익힘책 등)가 대부분이며, 내러티브가 있는 그림책은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그림책 중 독자와 평단의 호응을 받은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이미 1997년에 출간된 박은영의 『기차 ㄱㄴㄷ』 정도를 겨우 들 수 있을 정도다) 영어를 익히기 위한 ABC 그림책은 수도 없이 수입되지만, 정작 우리말과 글의 기초를 알려주는 그림책은 이 정도라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한 글자 익히기 그림책들은 ‘한글 학습’이 주된 목표이기는 하지만 책 자체의 즐거움, 즉 즐거운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학습’과 ‘재미’와 ‘미적 완성도’라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일견 단순해 보여도 만들기는 훨씬 어려운 장르의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ㄱㄴㄷ이라는 자음과 기본 모음을 바탕에 놓고 글을 만들어야 하는 제약 때문에 자칫하면 구성이 작위적이거나 부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되기 십상인 것이다. 따라서 많은 유아용 한글학습 그림책들이 흔히 낱말카드 형식을 확장한 정도의 구성방식을 갖게 된다.
학습보다는 재미가 먼저, 『생일 축해요 ㄱㄴㄷ』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은 분류상으로 학습그림책이라 할 수 있으나 직접적인 학습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그림책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글자에 대한 호기심을 기를 수 있게 한 유아그림책이다. 그림책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면, 나아가 주요한 등장요소를 글자 개념으로 인식하고 짚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익혀가도록 길 안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길 안내에는 글자를 익히고 사물 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 외에도 글을 읽는, 즉 책을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그 매력을 경험하게 해주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시작으로 자음과 모음을 자연스럽게 단어로 익힘으로써 상상의 재미, 알아가는 재미 등 글자와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세계가 주는 독특한 맛을 발견해갈 수 있을 것이다.
고슴도치의 노란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은 ㄱ 으로 시작되는 ‘고슴도치’ 네 마리가 노란 보따리 하나를 갖고 친구 집을 찾아가는 작은 모험담 형식의 이야기로, 한글 자음의 순서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슴도치는 온몸에 가시가 뒤덮여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동물이다. 특히 고슴도치가 가진 가시는 아이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대상이어서 많은 이야기가 기대되는 소잿거리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작은 덩치의 고슴도치가 무서운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장면에서 안도하면서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글 자음을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캐릭터와 배경들을 따라가면서, 어린이 독자들은 고슴도치가 들고 가는 노란보따리 속이 종내 궁금하여 제 나름대로 한껏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동물(고슴도치, 뱀, 토끼), 색깔(노랑, 초록, 하양), 숫자(하나, 둘, 셋, 넷), 인체(손, 발, 입) 등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다양한 표현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고슴도치의 목적지(친구인 토끼의 집)에서 그렇게 궁금했던 보따리 속의 궁금함이 풀리는 순간, 아이들은 행복한 잔치에 참석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다양한 한글학습 그림책을 기대하며
한글학습 그림책은 반복적으로 읽어주고, 처음에 발견하지 못했던 각종 요소들을 그림과 글 속에서 계속 찾아보는 것이 올바른 독서 방법이다. 좋은 그림책이라면 아이들은 행복감으로 책장을 덮고서 금세 다시 처음부터 보고 싶어할 것이다.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에서는 본문 그림이 끝나면 나오는 면지(面紙)에서 토끼가 봇짐을 메고 어디론가 떠나는 그림이 또 나오는데, 책에서는 하나의 내러티브가 종결되었지만 어린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며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독특한 여운을 건네줄 것이다. 자연스럽게 책장을 다시 넘겨볼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둔 것이다. 단순하지만 많은 것이 배려된 유기적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은 따뜻한 톤의 컬러와 느리고 섬세한 붓질로 안정감을 주는 부드러운 그림으로 인해 아이들이 더욱 실감 나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 수 있게 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강근영 작가가 『꼭 잡아!』, 『타세요 타세요』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는 『생일 축하해요 ㄱㄴㄷ』은 과작(寡作)하는 그의 정성과 마음이 고스란히 쏟아져 그림책 속 등장인물들이 살아 있는 생명체로 다가오며, 아이들에게 식물이 물을 빨아들이듯 자연스럽게 회화적인 미감을 키워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과학적인 글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한글학습 그림책이 드물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장르에서 더 많은 다양한 책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드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글 : 박상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자라나는 두 딸을 보면서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지금은 여우고개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자라나는 두 딸을 보면서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지금은 여우고개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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