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언어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언어학자’로서 무의식의 영역에 이론적·실증적·역사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언어학과 정신분석학이라는 경계를 뛰어넘는 이러한 시도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언어학에 무의식이라는 연구대상을 추가하거나 언어학의 영역을 무의식으로까지 확대시키기보다는 ‘언어학자’가 무의식의 대해서 무엇인가를 말할 것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무의식을 언어학자들이 직접적인 관심사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무의식은 고집스럽게 남아 있다.
말하는 주체는 언어 의식을 갖고 있으며, 언어 의식이 있다면 언어의 무의식도 존재할 것이다. 소쉬르에게 언어의 무의식은 정도의 차이이다. 저자는 이점에서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에 도달한다. 프로이트에게 무의식적 행위들이 무의식적인 이유는 오직 잠정적으로 그러하며, 그것들은 의식에 도달할 수 있고 그 본질에 있어서는 의식적 행위와 구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소쉬르가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이 같은 구별을 관심의 중심에 놓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가 언어학에 할당한 영역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 다른 무의식이 있다. 의식에서 벗어나는 것, 그 행위가 의식이 알고 있는 규칙과는 완전히 이질적인 규칙들을 따르게 되는 영역이다. 억압 절차에서 나온 이 같은 무의식에 대해서 소쉬르는 자신의 언어학, 심지어 기호학의 작업에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소쉬르의 무의식은 언어적 무의식이며 억압이 없는 무의식으로서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차이가 있다.
저자는 라캉의 이론에서 언어와 무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가장 명시적이면서 놀라운 방식으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라캉은 한 인터뷰에서 “오직 말하는 존재에게서만 무의식이 존재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무의식은 하나의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라는 라캉의 유명한 명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라캉이 말하는 ‘언어’가 발화능력이 아니라 소쉬르가 사용한 랑그(langue)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저자는 “무의식은 바로 라랑그(lalangue)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라고 라캉의 명제를 다시 쓴다. 소쉬르에 대한 라캉의 유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뼛속까지 소쉬르주의자로 드러나는 사람은 바로 라캉이다.”‘프로이트 읽기’를 시작으로 언어학과 정신분석학의 역사적·인식론적 친족성을 실증적 이론적 차원에서 규명하고 그 차이를 밝히는 이 책은 소쉬르, 프로이트, 라캉을 중심으로 언어와 무의식이 공통적으로 지닐 수 있는 특질들을 식별하고 분석하면서 언어학과 정신분석학이 답파한 영역의 지형도를 그려 보여준다. 역자 김성도 교수는 190여 개의 역주를 통해 이 특별한 저술의 이해를 돕는다.
작가 소개
저자 : 미셀 아리베
미셀 아리베 Michel Arrive 1936년 12월 7일 파리 근교의 뇌이 쉬르 센(Neuillysur-Seine)에서 엔지니어였던 부친과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40년 부친이 전쟁 포로가 되어, 모친과 누이, 조모를 비롯해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다. 프랑스 루이-르-그랑(Louis-le-Grand)에 들어가 그랑제콜의 준비반에서 공부하면서 16세에 바칼로레아 시험에 합격하고 21세에 문법 부문에서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그후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2년 소르본대학 조교수에 임명되었다. 1966년에는 전임교원이 되어 투르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파리10대학에서 정교수로 발령받아 2006년 정년퇴임했다.
1970년 프랑스 최고의 문법사가인 장 클로드슈발리에(Jean-Claude Chevalier)와 함께 『문법』(LaGrammaire)을 출간했고, 같은 해, 『자리의 언어들』(Les langages de Jarry)이라는 제목의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했다. 탄탄한 문헌학적 기초와 치밀한 분석력으로 최고 권위의 알프레드 자리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자리 전집』(플레이아드 총서)(OEuvres completes de Jarry, coll. Bibliotheque de la Pleiade, 1972), 『자리, 회화작품, 판화, 데생 』(Jarry, Peintures, gravures et dessins, College de 'Pataphysique, 1968), 『자리의 언어들』(Les langages de Jarry : Essai de semiotique litteraire, Klincksieck, 1972), 『자리 읽기』(Lire Jarry, PUF et Complexe, 1976) 등을 출간했다.
언어학자로서, 언어학과 정신분석학의 접목을 시도한 『언어학과 정신분석학』(Linguistique et psychanalyse, Meridiens Klincksieck, 1986), 『언어와 무의식, 언어학과 무의식』(Langage et psychanalyse, linguistique et inconscient, PUF, 1994, puis Lambert-Lucas, 2006), 『언어학자와 무의식』(Le linguiste et l’inconscient, PUF, 2008), 소쉬르에 대한 30여 편의 논문을 비롯해 『소쉬르를 찾아서』(A la recherche de Ferdinand de Saussure, PUF, 2007), 『소쉬르 곁에서』(Du cote de chez Saussure, Lambert-Lucas, 2008)를 펴냈다. 또한 8편의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한 아리베 교수는 2017년 4월 3일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김성도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10대학에서〈소쉬르 사상의 인식론적 연속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쉬르 전문 연구지(Cahiers F. de Saussure)를 비롯하여 유럽의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1993년 소쉬르의 새로운 기호학적비전을 다룬 80여 쪽에 이르는 장편 논문을 통해 최우수 논문상(Mouton d’Or)을 받았다. 고려대, 서울대 등에서 강의했고, 1995년부터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기호학, 언어학사, 언어학과 인류학 등을 강의하면서, 현대 언어 사상을 비롯해, 문화 이론, 매체 이론과 매체사, 도시 공간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연구의 지평을 확대해 왔다. 초학제적 연구를 실천하기 위한 거점으로서 고려대에 응용문화연구소를 창립했으며 현재 소장을 맡고 있다. 옥스퍼드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방문연구 교수를 지냈다. 국제 소쉬르 동인회의 정식 회원, 세계기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제8대 한국기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영상문화학회의 창립(2002년) 구성원이며 현재 제9대 회장을 맡고 있다.주요 저서로는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도시인간학』을 비롯해 다수이며, 자크 데 리다의 『그라마 톨로지』, 『퍼스의 기호 사상』, 그레마스의 『의미에 관하여』, 소쉬르의 『소쉬르의 마지막 강의』 등 기호학 분야의 고전들을 번역했다.
목 차
2장 프로이트에게 있어서 단어와 사물
3장 무의식 속의 단어들, 또는 어떻게 하나의 단어를 사물로 삼을 것인가
4장 프로이트, 메타언어, 자기지시성
5장 문법학자 라캉
1. ‘하나의 언어처럼 구조화된 무의식
2. 무의식의 프랑스어 문법 모델
6장 소쉬르는 라캉주의자였는가
7장 언어활동 속에서 성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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