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독교 신앙은 개인의 영역, 사적인 영역에 한정되는가?
대부분 그리스도인들에게 “복음의 공공성”이라는 이 책 제목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삶의 어느 시기에 그리스도인이 되었든지 간에 한국교회라는 토양 자체가 개인의 경건 생활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자라고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개인 경건이 물론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과연 그러한 종류의 경건한 사람이 되는 것이 진정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전부인지, 그것이 과연 우리를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부르신 목적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없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부정적인 말이 종종 들려오는 원인이 아닐까. 옛날 어머니들이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정화수를 길어와 자기 가족을 위해 정성을 드리던 모습이 대상만 하나님으로 바뀐 채, 우리는 여전히 개인의 복, 개인의 잘됨, 즉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하나님에게 각종 정성을 드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까지 우리는 복음이 실제로 말하는 것은 도외시한 채, 너무 개인적이고 사적인 차원에 국한하여 이해해왔던 것은 아닌가. 문제는 이러한 이해에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나라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님나라와 통치에 대한 인식의 부재는 하나님 말씀을 지극히 개인적인 말씀으로 사유화하게 된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고백과 믿음은 하나님을 오로지 내 슬픔을 위로하시고 내 앞일을 인도하시는 분으로만 여기게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복음의 내면화, 복음의 개인화는 복음을 심하게 왜곡한 것이며, 복음을 이 세대의 왕들이 기뻐할 형태로 변질시킨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한 선상에서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해온 성경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구약은 옛날 율법이고, 신약은 복음인가? 복음은 개인의 회복과 복과 미래에 대한 약속에 한정되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이 책은 신약 시대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나 사도들이 전한 복음은 구약의 말씀을 해석한 것이며, 그러하기에 구약을 바르게 해석할 때 구약에 줄곧 흐르는 복음의 풍성함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우리가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하나님나라를 다스리는 왕으로 부름 받았으므로 개인의 욕망 성취를 위해 신앙생활을 하고 이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 아니라, 구약이 여러 인물의 삶과 예언자들의 선포를 통해 말하고 예수님이 요약하신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원칙에 따라 만민에게 복을 주는 공적인 삶을 살아가자고 우리를 이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구약의 면면에 흐르는 복음의 이러한 공동체적이고 공적인 특징을, 구약의 여러 본문을 성실히 주석하고 오늘의 현실과 연결하는 작업을 통해 드러낸다.
1부에서는 창세기의 사람 창조를 다루면서 하나님의 형상의 의미를 살펴본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기에 관계 안에, 공동체 안에 존재해야 하지만, 자기 욕망을 끝까지 고수하여 하나님처럼 되고자 하였기에 관계가 파괴되고 수고, 노동, 죽음이 일상이 되었다. 이제 하나님은 정의와 공의를 행하게 하려고 아브라함을 부르신다. 아브라함이 그러한 삶을 살 때 열방이 복을 받는다. 즉 아브라함은 공적인 삶으로 부름 받았으며, 이 책은 아브라함이 곤경에 처한 조카 롯을 구하는 모습, 나그네를 환대하는 모습, 소돔에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이가 없도록 마음을 쓰는 모습을 살펴보며 아브라함이 살아간 정의와 공의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2부에서는 레위기 19장을 주석하면서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거룩함은 기도와 예배 같은 종교 행동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야 함을 말한다. 추수할 때 모퉁이를 남기며, 정당한 품삯을 제때 주고, 공의로 판결하며, 공정한 도량형으로 매매하고, 거류민도 동포처럼 대한다. 예수님이 구약을 요약하시면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하신 것이 바로 이러한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거룩함을 말씀하신 것으로 본다. 또 다윗의 공동체를 살펴보면서 다윗의 공동체가 사적인 욕망을 극대화하는 집단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이끄시는 싸움에 함께 쓰임 받는 이들의 공동체임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우상숭배, 나봇의 포도원 사건, 예언자들의 회개선포를 다룬다. 우상숭배는 본질적으로 사적인 이익을 위한 종교이므로 우상숭배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다른 이들과 함께, 특히 약자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나봇의 포도원 사건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다가 핍박받고 마침내 죽임을 당하는 것, 죽기까지 하나님 말씀을 지킬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복임을 보여준다. 또 예언자들은 하나님을 떠난 삶을 고발하며 하나님에게 돌이킬 것을 요구하였는데, 하나님에게 돌아가는 것은 구체적으로 정의를 추구하는 것, 고아와 과부, 나그네, 가난한 자와 같은,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긍휼이라고 보았다.
4부에서는 포로에서 돌아온 공동체에서 느헤미야가 오경에 자구에 매이지 않고 오경의 근본정신 위에서 공동체 내부에서 일어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살펴본다. 또 스가랴가 포로 후기 재건공동체에게 선포한 메시지도 하나님에게 무엇을 해드려야 하느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더불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느냐에 초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결론인 5부에서는 우리의 과제는 복음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강조한다. 즉 하나님이 그분 형상대로 관계 안에 존재하며 왕으로 살아가도록 부르신 복음의 근본 내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웃 사랑,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사랑은 우리 곁에 있는 연약한 이웃을 돌아보는 삶으로 구체화되며 이것이야말로 공적 신앙의 본질적 요소라고 말한다.
작가 소개
김근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M. Div.)와 신학 석사(Th. M.) 학위를
받은 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로 유학하여, 칠십인역 이사야의
신학적 특징을 다룬 논문 “The identity of the Jewish Diaspora in the Septuagint Isaiah”로 박사(D. Phil.) 학위를 받았다.
주어진 경전으로서의 신구약 성경을 후대에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논문을 쓰게 된 동기였고,
지금도 여기에 관심이 많다. 이 모든 관심의 뿌리에는 공평과 정의로
부름받은 삶, 하나님 백성의 기본적인 틀로서의 희년에 대한
관심으로 대표되는 복음의 공공성이 놓여 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구약을 가르쳤고,
현재는 하나님 나라의 구현과 한국 기독교의 재구성을 추구하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전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구약의 숲」, 「특강 예레미야」, 「구약으로 읽는 부활신앙」, 「소예언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댜」,
「소예언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요나, 미가, 나훔, 하박국」,
「소예언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스바냐, 학개, 스가랴, 말라기」,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특강 이사야」, 「복음의 공공성」이 있고,
대장간의 이슈북시리즈와 「희년, 한국사회, 하나님나라」,
「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 「한국 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를
공저했으며 「이사야서: 제5복음서」를 번역했다.』
목 차
머리말
서론_ 구약, 그 정치적인 말씀
1부_ 구약으로 읽는 복음과 그 본질
1. 하나님의 형상 1
2. 하나님의 형상 2
3. 선악과, 죄, 죽음
4. 두 갈래 길
5.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
6. 출애굽 공동체로 부르심
2부_ 공동체적이며 공적인 복음과 그 구체적 실현
1. 아브라함과 나그네, 소돔과 고모라
2. 마치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것처럼
3. 거룩한 삶
4. 구약에 나타난 희년법과 정신
5. 아둘람 공동체
3부_ 예언자들의 선포
1. 우상숭배
2. 나봇의 포도원과 예언자
3. 예언자들의 회개 선포
4부_ 포로 후기 공동체의 대응
1. 느헤미야와 개혁
2. 옛 선지자들을 통하여 외친 말씀
5부_ 결론: 연약한 이웃을 사랑하라
1. 예언자들의 희망
2. 복음,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나라
3.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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