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매혹적인 부조리와 상상 이상의 유머가 돋보이는 페터 회의 네오피카레스크 소설
『당신의 코끼리와 춤을』은 덴마크 가상의 섬 피뇌와 실제 코펜하겐을 오가며 벌어지는 엄청난 사건들을 열네살 소년 페테르 피뇌의 눈으로 담아낸 페터 회의 유쾌한 작품이다. 일종의 스릴러이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유머러스하고,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천방지축 범죄요소가 더 강하며, 서스펜스가 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다.
페터 회는 영락없는 십대이면서 엄청난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틸테를 비롯해 93세의 증조할머니, 목사의 부인이자 오르간 연주자 엄마 등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주인공 페테르는 조숙한 척하고 자의식에 가득 차 익살스러운 어조로 종교며 축구며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알고 보면 왜소하고 볼품없는 소년이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며 이들이 벌이는 사건 역시 코미디에 가깝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퍼즐과 추리를 공들여 꿰맞추고 나면 인물들의 흑역사가 완성된다.
‘대종교회의라는 대규모의 국가 공식행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목사 가족 자식들의 부모 찾기 모험’은 엄청난 여정과 음모 속에서 이루어진다. 부패하고 세속적인 종교 및 사회 관료들에 맞서 페테르 남매가 나아가고자 하는 지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자유로 향하는 문은 독자들에게도 활짝 열려 있다. 이 무모한 악당들이 벌이는 난장의 모험을 통해 페터 회는 우리에게 묻는다. 각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키우고 있는 ‘욕망’이라는, ‘신념’이라는 거대한 코끼리의 실체를 마주한 적이 있는지.
작가의 치밀한 엉성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우리 모두 저마다 마음속에 키우고 있는 ‘코끼리’를 들여다보게 한다. 종교라는 허울 속에서 벌어지는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 비행은 독자를 즐겁게 해주는 한편 영성의 본질로까지 곧바로 진지하게 끌고 들어간다. 사회적 공동체가 갖는 믿음의 역할과 그 안에서 개인의 선택에 관한 심도 깊은 철학문제를 이토록 신랄한 유머에 담아 직관적으로 보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페터 회만이 가진 능력이다.
페터 회는 이번 작품을 두고 여태껏 가장 행복한 창작과정이었다고 고백한다. “캐릭터들에 더 많은 관용이 깃들어 있고, 유머도 더 많고, 어쩌면 조금 더 따뜻할지도 모른다. 내 삶이 가고 싶은 방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 차갑고 지적인 추리를 추구했다면 이 작품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매혹적인 부조리에 악당소설적인 재미가 더해져 유쾌하게 읽히기도 하지만, 그 아래 깔려 있는 버림받은 아이들의 불안감과 외로움, 그 막막함과 절박함 또한 이야기의 전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따라가게 하는 요소가 된다. 코끼리의 존재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의식적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작가는 열네살 소년을 통해 이를 보여준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그 너그러움과 유머, 따뜻함이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독특한 작품과의 여행 속에서 자신과 타인의 코끼리를 발견하고 그 코끼리와 기꺼이 춤을 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페터 회
Peter Hoeg
195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작가의 길에 매진하기 전 무용가, 배우, 펜싱 선수, 선원, 등반가로서 다양하고 독특한 경력을 쌓았다. 1988년 첫 소설인 『덴마크 꿈의 역사』와 단편집 『밤의 이야기』(1990)를 출간한 이후, 세계적인 명성과 인기를 몰고 온 획기적인 추리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1992)을 발표했다.
이듬해 1993년에는 교육과 시간 철학, 청소년 문제를 독특하고 철저한 시선으로 다룬 문제작, 『경계에 선 아이들』을 출간하며 덴마크 국내외에서 다양한 논쟁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여자와 원숭이』(1996), 『침묵하는 소녀』(2008), 『콰이어트 걸』 등 인간의 내면과 본질, 사랑, 자유, 사회와의 관계 등을 다룬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작품들을 발표했다.
페터 회는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문체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그의 모든 작품들이 각각 다른 스타일로 씌어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작가이며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현재 부인과 두 딸과 함께 코펜하겐에 살고 있다.
페터 회는 전 작품에 걸쳐 사회적 약자들, 특히 인간 본연의 물들지 않은 가능성을 의미하는 아이라는 존재에 깊은 애정을 갖고 문명이 남긴 상처를 보듬어왔다. 덴마크 올해의 작가상, 덴마크 비평가상, 전국서점협회 황금면류관상, 《타임》 선정 올해의 책, 전영 추리작가협회 실버 대거 상, 독일 추리협회상, 이탈리아 방카렐라 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기회의 바다 243
신들의 도시 337
피뇌 왈츠 541
감사의 말 561
옮긴이의 말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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