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보이지 않는 손’이 스쳐지나가는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대한민국의 생활형 악당들에게 바치는 유쾌한 찬가
한 번 들으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 이 책의 제목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작품에서 연유한 것이다.
예전에 대통령까지 지낸 뇌물계의 거장, 위인偉人의 솜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그는 한 번도 뇌물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 평생의 자랑이다. 처음 그에게 돈을 가지고 간 사람들은 그가 뇌물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몹시 갑갑해한다. (…) 그래도 세월은 흐르는 것, 언젠가는 뇌물을 건네지 않으면 안 될 마지막 순간이 온다. 그때가 되면 돈을 가지고 간 사람은 바짝 긴장하여 땀에 젖은 손으로 양복 안주머니에서 봉투 따위를 꺼내 손에 쥐게 된다. 혹은 뒤에 감춰두었던 가방 손잡이를 엉거주춤 쥐게 된다. 그때 뭔가가 번쩍, 하고 벼락 혹은 고압전류처럼 자신의 몸을 휘감고 지나간 것을 감지하면 그는 목적을 이룬 게 된다. 상대는 여전히 국사의 막중함과 민족이 나아갈 바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도 미심쩍어하는 사람은 한번 더 그에게 가서 번쩍, 하는 그 황홀한 순간을 경험함으로써 우리나라에도 이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한다. _「보이지 않는 손」 중에서
성석제는 정치인의 뇌물 수수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진지하고 근엄하게 고발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스쳐지나가는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잡아내며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한껏 힘을 준 엄숙한 태도나 뜨거운 분노는 쉬이 지치거나 질릴 수 있지만, 산뜻한 웃음과 유머로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타락,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들을 풍자하는 성석제의 방식에는 특별한 재미가 있고, 그 재미는 단연 오래간다. 대
폭력 문제를 다루는 「재미나는 인생 3―폭력에 관하여」에서도 그의 주특기는 여지없이 발휘된다.
나는 행운아다. 이제까지 누구에게도 맞지 않았다. 나는 행운아다. 이 폭력이 난무하는 나라에서 한 대도 맞지 않고 살아왔다니. 아니, 한 번은 맞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행운아다. 한 번밖에 맞지 않았다. _ 「재미나는 인생 3―폭력에 관하여」 중에서
‘나’는 행운아다. “가정 폭력, 교내 폭력, 학교 주변 폭력, 언어 폭력, 조직 폭력, 동네 폭력, 주취 폭력, 집단 폭력, 제도적 폭력 등등 갖가지 폭력이” 난무하는 나라에서 단 한 번밖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시작되는 이 소설은 ‘나’가 어떻게 대한민국에 난무하는 선배들의, 교사의, 깡패들의 폭력을 피해 살아남았는지를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토끼는 것이다.”
다리가 부러지면 어떠냐, 창문이 깨지면 어떠냐. 치료비가, 창문값이, 가방값이 들면 또 어떠냐. 폭력에 당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훨씬 싸다. 폭력은 그것을 휘두르는 사람은 쉽게 잊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하는 사람은 평생 두고두고 그 순간의 끔찍함에 몸서리치게 된다. 무엇보다도 폭력은 폭력을 낳기 때문에 나쁘다. 토끼면 된다. 서로에게 이익이다.
_ 「재미나는 인생 3―폭력에 관하여」 중에서
폭력을 피해 토끼고, 토끼고, 토꼈던 ‘나’는 점점 달리는 속도가 빨라져서 끝내 국가대표 달리기 선수가 된다.
일상에서 음주운전을 서슴지 않고 이따금 걸리면 뇌물로 슬쩍 넘어가던 친구는 면허가 박탈되자 음주운전 대신 무면허운전을 취미로 삼게 되고, 무면허운전마저 걸린 뒤 친구가 부패 경찰에게 뇌물로 건넨 수표는 부도수표다(「재미나는 인생 2―뇌물에 관하여」). 비닐하우스에 대규모로 딸기 농사를 지으며 농약을 잔뜩 분사해 덜 익은 딸기를 빨갛게 만든 뒤 판매하던 젊은 영농인은 농약 중독인지 교통사고인지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딸기」). 이렇듯 성석제가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을 살아가는 생활형 악당들의 치열한 일상과 그들이 저지른 소소한 죄악들을 묘파한 대목은 기묘한 동일시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시시각각 변하는 스쳐지나가는 순간과 표정들을 붙들어놓다
선하지만 이기적인, 어수룩하면서도 약삭빠른 우리들의 자화상
이 책에는 농촌 마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을 포착해 세밀하게 그려낸 소설들도 있다. 성석제가 그려내는 농촌 공동체는 때로는 이기적이고 약삭빠르다가도(「소신을 지키다」) 또 조금은 어수룩하거나 순박한 사람들이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빈틈이 있으면 빈틈이 있는 대로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당부 말씀」「경운기 주정차 금지 위반」「우리 동네 가수」)으로 그려진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시골마을의 정경과 삶을 종이 위에 붙들어놓고 생생히 재현해내는 데는 입말을 최대한 살린 인물들의 개성적인 대사도 한몫한다. 귓가에 쟁쟁하게 울리는 정교한 경상도 방언은 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하고 독자들을 작품 속 시공간으로 강하게 끌어당긴다.
?아, 아, 이 마이크가 왜 이카나. 아, 아, 원투스리포오, 아, 뒤에 잘 들리십니까.(뒷줄: 뭐 기양도 들리는구만 마이크는 뭐 하러 써싸. 전기만 닳구로.) 안녕하십니까. 제가 바로 옥산면 파출소에서 소장님을 잘 보필하고 있다가 소장님이 안 계실 때는 소장님을 대신해서 면민의 안녕과 치안을 책임지는 차석 김옥출 경장입니다. 이 화창한 봄날에, 만물이 생동하는 마당에, 바쁘신 중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나와주신 옥산면 주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 말씀 드리며 인사 올립니다. (앞줄: 빨리 할말만 해여. 돼지 마구 똥 쳐낼 기 태산이구마는. 중간줄: 아, 인사한다는 기 뭐가 해로웨. 기양 점자이 받아서 보겟도에 넣어두세.) _ 「당부 말씀」 중에서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옥산면 파출소 김옥출 차석이 옥산면 주민들에게 드리는 당부 말씀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희곡의 형태를 빌려, 면 단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펼쳐지는 새로 부임한 학교 선생과 경찰 사이의 신경전을 그리고 있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대한 복수로 파출소 담벼락을 들이받는 선생과 그걸 알면서도 걸리기만 해보라고 으름장만 놓는 경찰, 제발 음주운전 단속을 하지 말아달라, 그 때문에 논밭에 일을 못 나간다고 민원 전화를 넣는 농민들의 우스꽝스럽고 정겨운 모습이 김옥출 차석의 연설과 간간히 곁들여지는 면 주민들의 대사 속에 유머러스하게 녹아 있다. 어찌 보면 한 세대 전에나 볼 수 있었을 법한 풍경이 성석제의 마법 같은 필치를 통해 새로운 색을 덧입고 생동감 있게 종이 위에 살아나는 것이다.
따분하고 지리멸렬한 삶 속에 놓인 이들에게 선사하는
벼락같은 황홀경
이 책을 읽노라면 ‘순간’이라는 작은 돌들을 모아 인생이라는 거대한 성벽을 쌓고자 하는 작자의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이, 인간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느껴진다. 작품 속 화자는 때로는 ‘성말구’ ‘성아무개’ 또는 ‘전세계거짓말협회 서기장’이라는 이름으로, 또 때로는 ‘우렁각시’로 등장한다.
그런 고로 혹시 내가 내 이름으로 된 걸 쓴 게 아니고 다른 누군가 내 이름을 빌려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을 해본다. 우렁각시처럼, 집이 비어 있는 동안 살며시 물독에서 나와서 하루 열 장 스무 장의 원고를 입력해놓고 사라진다……
_ 「序·跋·後記·解題·理論을 대신하여―우렁각시에게」 중에서
이 다양한 이름표를 단 작품 속 화자는 인생을 그리기 위한, 인생을 이해하기 위한 ‘순간’들을 찾아 모으고 있다.
내 인생은 순간瞬間이라는 돌로 쌓은 성벽이다. 어느 순간은 노다지처럼 귀하고 어느 벽돌은 없는 것으로 하고 싶고 잊어버리고도 싶지만 엄연히 내 인생의 한순간이다.
나는 안다. 내 성벽의 무수한 돌 중에 몇 개는 황홀하게 빛나는 것임을. 또 안다.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겠다. 인생의 황홀한 어느 한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 구멍 같은 것이지만 인생 그 자체는 아님을. _ 「작가의 말」 중에서
인생의 몇몇 순간들은 황홀하게 빛난다. 그러나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 이것은 번쩍거리지 않는 순간들을 갈고닦고, 황홀하게 빛나는 순간들은 영원처럼 간직해 서사의 벽돌을 빚어내는 이야기 장인의 정수가 담긴 책이다. 자신은 성아무개가 아니요, 그저 전세계거짓말협회 서기장이라 눙치는 이 이야기 고수의 입담 앞에 우리는 기꺼이 무장해제되어 속아넘어간다. 성석제의 거짓말은 따분하고 지리멸렬한 삶에 던져진 우리를 ‘스릴 있고 흥미로운’ 세계로 이끈다.
이 무표정한 잿빛 세상 속에서 웃거나 울고 싶은가? 성석제의 소설을 펼쳐라. 어느 장에 멈춰 서든 어느새 당신의 입가에 번쩍, 벼락같은 감정과 표정이 수혈될 것이다.
친애하는 회원 여러분.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생각과 말, 행동, 계획, 실행 등 모든 분야에서 백 퍼센트 거짓말로 일관하던 인물은 아직까지 없었다. 가장 가까이로 근접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완전히 진실하지도 않고 거짓으로 가득찬 것도 아닌 반쪽짜리 얼뜨기 같은 세상에서 멍청하게 사느니 진정한 거짓말쟁이로서 스릴 있고 흥미로운 삶을 살도록 하자.
거짓말 만세. 전세계거짓말쟁이협회 만세. 거짓말이 지배하는 역사여, 영원하라.
_ 「재미나는 인생 1-거짓말에 관하여」 중에서
추천글
성석제의 글은 위험하다. 폭발물이기 때문이다.
이 폭발물은 독자의 눈길이 가 닿는 순간, 째깍째깍 초침이 돌아간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아직 실밥을 뽑지 않은 환자, 만삭의 임산부, 조증 상태의 우울증 환자, 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들에게는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다시 수술을 해야 하거나 시험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독자들은 그토록 부상-재채기처럼 연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 말이다-을 당하면서도 책을 덮지 않는다. 웃음 폭탄 세례를 받을 때마다 나와 너, 이웃과 세상이 전혀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_이문재(시인)
작가 소개
저 : 성석제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라고 전한다. 이런 평론가들의 말처럼 성석제는 미묘한 경계선을 거닐면서 재미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새가 되었네』『재미나는 인생』『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호랑이를 봤다』『홀림』『지금 행복해』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궁전의 새』『순정』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
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목 차
13 몰두
14 수영
21 당부 말씀
27 파이팅
30 낮이나 밤이나
35 시베리아에서 곰 잡던 시절
41 누가 염소의 목에 방울을 달았는가
52 재미나는 인생1-거짓말에 관하여
59 속도광
65 도선생네 개
73 약방 할매
80 샥족 발견
85 재미나는 인생2-뇌물에 관하여
96 경운기 주정차 금지 위반
103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108 선행학습
114 말을 말하는 말
121 우리 동네 가수
125 아르카디아의 게
128 완전주의자를 위하여
135 세비리의 이발사
141 고수
147 가짜
151 재미나는 인생3-폭력에 관하여
156 성탄목
162 변기
164 외로운 사냥꾼
169 누구를 믿을까
176 휴가
182 말과 말귀
186 군대 라면
193 ×
195 재미나는 인생4-운동에 관하여
199 시간과의 연애
206 딸기
212 장수
218 어떤 소리를 찾아서
223 자두가 붉은 뜻은
231 보이지 않는 손
237 미안하다고 했다
243 그렇다
247 소신을 지키다
255 ‘어이’를 위하여
260 序·跋·後記·解題·異論을 대신하여-우렁각시에게
264 한마디 말씀의 마지막 의미
268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사람
271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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