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춘기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부모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친구, 또래 집단에 속하려는 경향인 듯하다.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던 부모의 영향력에 반기를 들고 차츰 자기 스스로의 자리에 서려는 시도를 하는 시기이기에 반항기라고도 일컫는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윤제아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대신에 철부지 동생 셋을 돌보고 가정 일을 도맡아 하는 맏딸이다. 언니니까 어린애처럼 굴면 안 된다는 주위의 말없는 시선에 갇혀 불만을 안으로만 삼키고 엄마가 다니라는 미술학원에 다닌다.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절친인 수연이와 멀어져 외톨이가 되었다고 느끼면서도 겉으로 아픔을 내보이지 못하는 수동적인 아이이다. 갈등과 슬픔이 가득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친구 연주와 다영이, 열린 책방의 대장인 폐지 줍는 할머니, 그리고 엉뚱하지만 밝은 성격을 지닌 은조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 스스로 소중한 가치를 선택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조금은 단단해진 아이가 된다. 《재투성이 신데렐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의 제아가 신데렐라보다 더 멋지다. 그 이유는 신데렐라의 변화는 남이 가져다 준 것이지만 제아의 성장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만들어 간 것이기 때문이다. 제아 스스로 가족 안에서 자기의 존재를 찾고 멀어져 가는 사람들과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자신이 중심에 서는 선택을 하며 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당당하다.
청소년기는 작가의 말처럼 ‘나를 발견하고 나를 잘 지켜낼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 나가는, 아름다운 반항기이다. 사춘기의 갈등과 고민은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알맞은 색깔과 향기를 찾아 나서는 여행인 셈이다. 그러하기에 이 여행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 하나하나가 나의 무늬를 이루는 소중한 안료가 되는 셈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슬픔을 견디며 단단해져 가는 인물의 갈등과 고민을 잡아내는 힘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익히 알려진 작가의 명성과 이름에 값한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표현에 서툰 아이와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한 아이들. 솔직해진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작은 사회. 때로는 오해를 하고 갈등을 빚고 끝내 이별하게 되는 과정. 누구 잘못을 따지고 들춰서 따끔하게 혼내 주기보다 스스로 견디며 치유해 나가고 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일. 누군가는 그걸 알아 줬으면 하는 마음. 이 과정을 통해서 진짜 친구를 확인하고 헤어진 친구도 미워하지 않고 잘 보낼 수 있기를.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동안 만나게 되는 사람들, 사건, 곤란한 문제, 슬픔, 외로움 모두 다 대개는 지나가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우연히 만나기도 해요. 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 그러니 잘 보내 줘야겠지요. 다시 만났을 때 환하게 마주할 수 있으려면.
나를 잘 지켜 낼 책임은 우선 나에게 있답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반짝거리게 마련이죠.
-작가의 말 중에서
나를 표현해도 될까?
나는 동생을 셋이나 둔 맏이다. 나는 큰딸이고 누나고
언니고, 절대로 어린애처럼 굴면 안 되는 애다. 자꾸만 내가
가정부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옷 공방을 다녀야겠지만
지금은 미술 학원으로 만족해야 한다. 학원이 집에서 멀면
안 된다며 엄마가 마음대로 정한 곳이지만 그냥 다닌다.
수연이는 나를 자주 흘끔거렸다. 우린 싸우지도 않았다.
큰일도 없었고. 걔들이 한 덩어리고 나만 혼자라는 게 참기 어렵다. 수연이가 등 돌리고 떠나 버렸다는 걸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 《일투성이 제아》 본문 중에서
열두 살 사춘기 소녀 제아에게는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얽히고설킨 일도 많습니다. 그야말로 일투성이지요. 그래서인지 속도, 생각도 깊습니다. 하지만 표현에는 서툴러서 자기표현이 강한 가족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표류하지요. 마음속에서는 온갖 불평과 불만이 일어도 그저 묵묵히 맞벌이 부모님 대신 셋이나 되는 동생을 돌보고, 원하는 건 따로 있지만 엄마가 정해 준 미술 학원에 다니고, 베프인 수연이를 잃지 않으려고 먼 길을 돌아 집으로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파자마 파티에 가지 못한 것을 계기로 제아의 모든 것이 흔들립니다. 잘해오던 집안일이 싫어지고, 오랜 단짝 친구와 편이 갈려 외톨이가 되고, 미처 몰랐던 아이들이 손을 내밉니다.
제아는 갈등합니다. 수연이와 화해하고 예전으로 돌아갈지, 책 읽는 도우미를 포기하고 늘 그랬듯이 동생들 뒤치다꺼리와 집안일을 해야 할지, 자존심 때문에 새 친구들의 손을 잡을 것인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해도 될지 말입니다.
작가는 〈재투성이 신데렐라〉에서 모티프를 얻었습니다. 신데렐라의 새어머니처럼 집안일을 시키는 엄마, 심술쟁이 새언니들처럼 제아를 따돌리는 수연이와 지혜, 신데렐라를 도와주는 생쥐 같은 연주와 다영이, 요정처럼 나타난 폐지 할머니, 멋진 왕자님 같은 은조. 과연 제아도 신데렐라처럼 변할 수 있을까요?
선택은 나의 몫
생각이 분명해졌다. 내가 해야 될 게 무엇인지 또렷해진 것이다. 책임져야 될 하나하나가.
달라진 건 없지만 기분은 다르다. 설명할 수 없어도 분명히 다르다. 불안하고 설렌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나, 선택이라는 걸 했어.”
처음으로 미술 학원에 가지 않았다. 거기를 그만둬야 내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게 된다.
-《일투성이 제아》 본문 중에서
하지만 우리의 일투성이 소녀 제아는 다릅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폐지 할머니와 다른 친구들의 도움도 받지 않습니다. 제아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서 변화를 맞이하지요. 멀어진 친구 수연이를 보내고, 집안일을 줄이고, 미술 학원을 그만둔 것 모두 제아의 의지입니다. 물론 그 뒤에는 지켜봐 주는 든든한 어른이 있습니다.
‘좋은 시작은 좋은 끝을 불러오게 돼 있다.’
작가는 폐지 할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아이 스스로의 선택을 북돋우고 믿고 응원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며, 그렇게 배우면서 자기 정체성이라는 튼튼한 근육을 키워 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지요.
다시 상처받을지라도
“엄마, 나 책방에서 일하기로 했어. 하루니까 그날만 책방 앞에서 쌍둥이 내리게 해 줘요. 미술 학원도 그만 다닐래. 대신 진짜로 가고 싶은데 다닐래.”
그때 나는 생각했다. 친구가 꼭 수연이라야 되는 건 아니라고. 다른 길로 가 버린 친구는 그냥 보내는 거라고.
언니처럼 구는 다영이도 좋고 덩달아 울어 준 연주도 좋고. 이젠 내 마음을 감추거나 참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투성이 제아》 본문 중에서
제아의 일상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다영, 연주와 단짝이 되었고, 책 읽는 도우미가 되었으며, 옷 공방도 다닙니다. 은조에게 고백 편지도 받았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지만 이야기 밖 제아들,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릴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영, 연주와 편이 갈릴 수도, 생각보다 옷 공방이 재미없어서 그만 둘 수도 있겠지요. 그것으로 상처받고 또 다시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몸도 마음도 한 뼘 자라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부모님보다 친구가 소중한 나이. 그렇기에 마찰도 잡음도 많은 시기.
그 마찰과 잡음을 이겨내는 힘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동화,
《일투성이 제아》입니다.
선생님과 곱씹으며 읽는 이마주 창작동화
이마주 창작동화에는 전략적 독서 방법론을 연구하는 현직 국어 교사 모임,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의 도움글이 실려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 헤아리기, 가장 인상적인 명장면 꼽아 보고 한 줄로 기록하기 등 다양한 독서 방법을 제안해서 작품을 곱씹으며 유의미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 번 읽고 마는 독서가 아니라 인물의 말이나 행동, 왜 그랬을까?, 마음은 어땠을까? 이렇게 묻고 답하다 보면 생각이 깊어집니다. 질문을 만들어, 묻고 답하면서 책 읽기. 내 생각을 남과 나누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즐거운 책 읽기가 됩니다.
작가 소개
글 : 황선미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로 수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작품을 통해, 때로는 여러 자리를 통해 항상 어린이들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진솔하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1963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1997년에는 제1회 탐라문학상 동화 부문을 수상했고, 『나쁜 어린이표』,『마당을 나온 암탉』,『까치우는 아침』,『내 푸른 자전거』,『여름 나무』,『앵초의 노란 집』,『샘마을 몽당깨비』,『목걸이 열쇠』,『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등을 썼다.
대표작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알을 품어 병아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소망을 갖고 살던 암탉 잎싹의 이야기다. 양계장에서 편하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안전한 마당을 나온 잎싹은 우연히 청둥오리의 알을 품게 되는데, 그렇게 부화한 청둥오리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고 자신의 목숨을 족제비에게 내주기까지 한다.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꿈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실현해나가는 삶을 아름다운 동화로 그려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학교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혼자 캄캄해질 때까지 학교에 남아 동화책을 읽곤 했던 그녀의 글은, 발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글을 써나가는 다른 90년대 여성작가들 달리 깊은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 대표적 예. 근대 · 문명을 상징하는 '마당'과 탈근대·자연을 상징하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암탉 잎싹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아름다운 모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림 : 최정인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공부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 동화 속 개구쟁이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특유의 풍부한 표현력과 따뜻한 감성으로 표현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그림 도둑 준모』, 『바리공주』, 『반창고 우정』, 『삐딱한 자세가 좋아』, 『깡이의 꽃밭』, 『투명 친구 진짜 친구』, 『미움 일기장』, 『살아난다면 살아난다』, 『오시큰둥이의 학교생활』, 『지우개 따먹기 법칙』, 『발차기만 백만 번』, 『고민 있으면 다 말해』 등이 있다.
목 차
갈라지는 길에서 / 멋쟁이 할머니 / 다른 쪽에서 / 훼방꾼 / 딱! 걸려서 / 어쩌면 … 친구 / 뜻밖에도 / 선택 / 너를 초대해 /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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