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살다

고객평점
저자아서 프랭크
출판사항봄날의책, 발행일:2017/07/10
형태사항p.255 국판:22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637211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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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는 모두 갑자기 닥쳐와서 삶을 송두리째 억울한 고통과 절망에 빠뜨리는 예측할 수 없는 질병의 가능성 속에 살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각자 나름의 심각한 질병을 지니고 살고 있다. 직접 심장마비와 암을 겪었던 의료사회학자가 쓴 이 책은 따라서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국만큼 온 국민이 건강에 대한 강박감에 짓눌려 있으면서‘나쁜’병에 대한 공포와 혐오와 기피증이 강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 암, 심장병, 신종 난치병을 앓는다면 그를 ‘온전한’사람이 아닌 동정과 기피의 대상으로 삼으며 의학적 용어로만 설명되는‘비인간적’존재로 만든다. 당사자에게 질병은 의학적 증상이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을 건드리는 것’이기에 진단이 내려지는 순간 그는 모든 사람과 일상으로부터 낯선 존재가 되고 죄의식과 두려움과 미안함으로 고통을 침묵 속에 묻고 외로운 투쟁을 한다. 그러나 질병과 그로 인한 긴 고통은 우리의 삶의 일부이자 정상적 과정이며 다만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하나이다. 잘만하면 인간의 조건, 인간다움의 의미, 다시 설정해야 할 세상과의 관계를 발견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우리가 환자와 함께하는 것은 의학의 식민지가 된 몸에서 그를 다시 사람으로 발견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질병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질병은 사회와 연결된 것이며 다중적인 의미와 관계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일상의 부분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오히려 덤으로 얻는 삶을 갖는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목소리를 허용하고 함께 목소리를 나누어야 한다. 질병과 고통은 의학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에서 지극히 일상적이고 정상적이며 온전한 사람의 일생의 한 부분이다. 이 책은 환자와 그의 친구, 의사, 간호사, 돌봄이, 그리고 잠재적 환자인 우리 모두가 읽어 볼 일이다. 나와 그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사회를 위해서.
- 추천자: 김광억(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아서 프랭크가 명료하게 인식하고 있듯이, 한 개인에게 있어 질병은 의료용어들로 설명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저자가 질병을 통과하며 겪고, 관찰하고, 화제로 삼는 내용들도 다양하다.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삶의 위기,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통증, 수술과 화학요법, 돌봄, 의료시스템 안에서 환자의 위치, 환자에게 요구되는 긍정적인 태도, 암과 오명, 주변 사람들의 태도(부정, 인정, 비난), 경이로서의 몸, 이야기의 힘,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 하지만 이 모든 화제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저자의 통찰은, 질병은 우리를 삶의 경계로 데려가며 그곳에서 우리는 삶을, 자기 자신을 어느 때보다 또렷하고 투명하게 마주보게 된다. 죽음 가까이 가는 이 여행은 물론 위험하지만 또한 모험이고, 경이를 발견하고 배우는 과정이며, 변화와 다른 삶의 가능성들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은 “위험한 기회”라는 것이다.

아서 프랭크의 질병 이야기에서 질병과 환자의 의미와 위치는 근본적으로 다른 맥락에 놓인다. 질병은 그저 불행한 일, 피해야 하는 일, 빨리 벗어나야 하는 일, 시간과 자원의 낭비가 아니라 새롭게 되는 기회, 다른 삶으로 건너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환자는 치료와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 목격자이며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 자체가 아픈 사람이 가지고 돌아온 새로운 이야기의 한 사례다. 질병을 보는, 질병을 이야기하는, 혹은 질병을 ‘사는’ 이런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다.

아서 프랭크의 이 에세이는 질병이 가져오는 상실과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그저 피해자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또한 모든 어려움을 용감하게 극복해낸 흔한 질병 서사의 영웅 이야기도 아니다. 위험과 기회, 고통과 축복, 위기와 새로 얻은 삶 등 모순되는 요소들을 또렷한 비전을 가지고 함께 엮어 말하기 때문에 영적 차원의 울림도 크지만 ‘신이 주신 질병으로 삶이 변화되었다’ 식의 간증과도 거리가 멀다. 세속적이고 평이한 용어들로 질병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깊이를 드러냈다는 점이 이 책의 커다란 미덕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사유의 무게가 만만치 않으면서도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중병은 그 여행자들을 인간 경험의 가장자리로 데려간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도 그렇게 아픈 사람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여행이 인정받기를 원한다”, “몸을 통제하려하기보다는 몸의 경이를 인식하길 권한다”, “내가 삶과 바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었다”처럼 경구와도 같고 논증보다는 직관의 결과인 ‘심오한’ 말들이 자주 나오지만 저자의 경험을 우리가 함께 되짚어가며 듣는 이야기이기에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개인적인 목소리로 자신이 마주쳤던 것들을 복기하기 때문에 독자들도 쉽게 그 경험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만 언제나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사유를 만들기에 꽉 찬 깨달음의 기쁨을 함께 느끼면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의미가 무척 크다. 우리 사회에는 건강하고 젊고 ‘정상적’인 몸에 대한 내외부의 집착과 압력이 가득하며, 동시에 아픈 몸에 대한 공포와 회피와 비난 역시 존재한다. 또한 속도와 성과, 생산성을 중요시하는 산업화 시대의 습속에다 자기계발시대의 스스로 채찍질하기가 더해진 삶의 방식이 규범이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개인들의 몸이 짊어지는 하중이 과도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게 된다는 것은 환자와 주변 사람들이 다층의, 다중적인 위기를 겪게 됨을 의미한다. 직간접적으로 질병을 경험하는 사람들과 만성질환을 안고 아픈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의학적 어려움 훨씬 이상인, 여러 종류와 층위의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말은 아주 드물다. 치료와 섭생 이야기, 종교적 간증 이외의 질병에 관한 이야기들(질병 수기 포함)이 상대적으로 극소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노년, 질병, 장애, 죽음과 같은 주제들에 대한 모임, 강연, 연구물, 책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취약한 필멸(必滅)의 몸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가 아닐까 한다. ??아픈 몸을 살다??는 이런 필요와 요구에 부응해 질병의 의미를 전환시킬 수 있는 이야기, 아픈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줄 수 있는 이야기, 고통에 대한 다른 시각을 줄 수 있는 이야기, 그럼으로써 고통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이야기를 제공할 것이다.

추천의 글

아픈 몸을 살아낸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의 치료가 이루어진 다음에도 계속해서 아픈 몸으로 산다는 것은 삶을 이루는 근본적인 평등과 불평등에 관한 지각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는 의지와 상관없이 질병을 갖게 되고 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질병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는 어떤 사회적 동의와 의료체계 하에서 어떤 치료와 돌봄을 받는가에 따라 심각할 정도로 상이하게 갈라진다.
이러한 평등과 불평등에 관한 지각은 스스로 아파보지 않으면, 아프면서 삶을 가로지르는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에 섬뜩할 정도로 가까이 근접해보지 않으면 갖기 힘들다. 아서 프랭크의 책은 이 지각에 관한 놀라운 통찰로 우리를 이끈다. 의미심장한 『사건』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휘말려 들어갔던 『목격자』로서의 경험을 그는 섬세한 관찰과 분석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환자로서 겪는 충격과 고통 그리고 치료의 과정을 자기로부터의 소외나 식민화된 타자성이 아니라, 『이미 온전한』 자기임(being self)으로 경험하는 것은 바로 그 모든 것의 목격자가 됨으로써 가능하다. 그리고 목격자는 자신이 목격한 것을 진정성 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윤리적 책임에 복속한다. 이제 다른 사람들은 마찬가지의 진정성을 갖고 그 이야기를 새겨듣는 청자의 책임을 기꺼이 받아 안아야 한다. 이야기를 매개로 주고받는 이 책임 속에서 우리는 질병이나 장애, 죽음이 누군가의 불행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단 하나의 진실임을 깨닫고 그 진실이 촉구하는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한편, 그 진실에 합당한 사회적 공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만들어야 한다. 아서 프랭크가 자신의 아팠던/아픈 몸의 경험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며, 우리가 도달하게 되는 통찰이 바로 이것이다. 질병도 장애도 늙음도 죽음도 온전히 존중받지 못한 채 타자가 되는 이 시대에 얼마나 소중한 통찰인지!
―김영옥(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을 그었다. 책 전체가 고통스러우면서도 소중하고, 미묘한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한 통찰들로 가득하다. 아픈 경험이 바로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모두 병에 걸린다. 어떤 병은 괜찮지만 다른 병은 숨겨야 한다. ??암적 존재??라는 표현이 은유로 사용되는 사회에서 암 환자들은 살아간다. ??암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라는 표현으로 비난받기도 하고,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낫기만 하라??는 주문 앞에서 삶이 암으로 축소되기도 한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의료적 태도의 경직성은 근본적으로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을 표준으로 설정하는 사회에서 비롯된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강박적으로 건강을 추구하고, 아픈 사람을 『우리』로부터 추방한다. 바로 우리 자신을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질병들, 소중한 사람을 쓰러뜨린 질병과 아픈 사람을 돌봤던 경험들에 대해 생각했다. 병원 검사실의 냄새와 외래진료실에서 의사 앞에 앉았을 때의 두려움, 퇴원 후에도 계속되는 아프기/낫기의 과정도 생생하게 떠올려졌다. 아서 프랭크는 이 책에서 바로 그러한 구체성을 비판적이고도 윤리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언어를 준다. 그리고 병은 싸워 퇴치해야 할 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며, 병이 낫든 낫지 않든 병과 씨름하며 사는 삶 그 자체가 온전하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아픈 사람이 통증의 무시무시한 골짜기를 도리 없이 홀로 건너가는 동안 생각하고 통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는다. 또한 『환자의 보호자』일 때 겪게 되는 고됨과 고독에 대해 목격자가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는다. 아픈 사람으로서, 돌보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서로의 목격자가 되어주어야 한다. 피와 뼈와 심장박동 소리가 느껴지는 이 책의 문장들이 얇은 환자복만 걸친 채 차가운 기계 속에 눕는 사람들에게, 병실 구석 보호자 침대에서 잠드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했다고 느끼는 의료진들에게, 그리고 우리가 아플 때 삶 한가운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전희경(살림의료협동조합 여성학 전문이사,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공동대표)

 

 

 

작가 소개

저 : 아서 프랭크

Arthur W. Frank
 1975년에 예일 대학(Yale University)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해부터 캘거리 대학(University of Calgary)의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몸의 사회학 분야에서도 특히 질병의 경험, 생명윤리, 임상윤리에 대해 연구를 계속해왔고, 세계적으로 수많은 강연을 하고 있다. 1991년에 자신의 암과 심장마비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인 『몸의 의지로:질병에 대한 숙고』(At the Will of the Body:Reflections on Illness)를 출간하였다. 이후 1995년에 질병의 서사에 대한 연구인 『몸의 증언』(The Wounded Storyteller)을 출간했고, 이 책으로 미국의 국립암극복연합(National Coalition for Cancer Survivorship)에서 수여하는 나탈리 데이비스 스핀건 작가상(Natalie Davis Spingarn Writer's Award)을 수상했다. 이후의 주요 저서로는 의료윤리에 중점을 둔 『너그러움의 부활:질병, 의료,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The Renewal of Generosity:Illness, Medicine, and How to Live, 2004)와 이야기하기가 삶에 부여하는 힘에 대하여 다룬 『이야기를 숨 쉬게 하기:사회서사학의 관점에서』(Letting Stories Breathe:A Socio-narratology, 2010) 등이 있다.  

 

역자 : 메이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통증 때문에 삶의 위기를 겪으면서 고통과 다른 관계를 맺게 되었다. 질병, 고통이라는 문제에 관해 읽고 쓰는 일에 관심이 있다.  

 

 

 

목 차

위험한 기회, 질병
길 위에서 쓰러지다
그저 지나가는 사고로 여긴 심장마비
암이 찾아오다
한밤의 통증 사이로 엿본 아름다움
잃어버린 것들을 애도하기
돌봄은 아픈 사람의 고유함을 아는 것
의학의 식민지가 된 몸에서 경이를 발견하다
아픈 사람에게 강요되는 긍정적인 겉모습
화학요법 그리고 질병 안에서 발견한 모험
질병은 싸워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암과 낙인
질병을 부정하는 사람들, 인정하는 사람들
위로하는 사람들, 비난하는 사람들
질병에 가치를 부여하기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회복 의례
덤으로 얻은 삶

개정판 후기
도움 받은 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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