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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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양칭쭝
출판사항북앤피플, 발행일:2017/05/15
형태사항p.438 국판:23
매장위치종교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787129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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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 이 책은

우리의 생활 속에 살아 있는 『주역』

1
『주역』은 중국 고대의 중요한 철학 전적(典籍) 중의 하나로서, 『역경』과 『역전』이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경』은 은주 시대에 책으로 만들어지고, 『역전』은 대략 전국시기에 책으로 만들어졌다. 한대(漢代)는 경학박사를 두어 『주역』은 경서로 받들어졌다. 이후 2천여 년 동안 그것은 줄곧 봉건시대 주류 학술의 핵심지위를 굳건히 지켜왔고, 중국 전통문화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주역』 그 자체가 복잡한 데다, 더구나 근대 이래는 전통문화 전적에 대한 생소함마저 더해져서, 『주역』에 대한 이해는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혹자는 이를 신비한 천서(天書)로 여기고, 혹자는 이를 단순히 운명을 헤아려보는 점서(占書)로 여기기도 하는데, 사회의 몇몇 방문좌도(旁門左道)마저 『주역』에 빌붙어 신비함을 그 이론으로 삼기를 좋아하는 바람에 마침내 『주역』의 면모는 기이하게 변하고 말았다.

그런데 사실 『주역』은 결코 신비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생활에 흔히 쓰는 성어(成語) 중에는 『주역』에서 나왔거나 『주역』과 관계가 있는 것이 적지 않다. 거안사위(居安思危)·궁변통구(窮變通久)·자강불식(自强不息)·도광양회(韜光養晦)·비극태래(否極泰來)·삼양개태(三陽開泰)·혁고정신(革故鼎新)·구동존이(求同存異)·수도동귀(殊途同歸)·세심혁면(洗心革面)·의결금란(義結金蘭) 등등이 그렇다. 이들 4자성어 가운데 “비극태래”는 바로 주역의 『태』괘와 『비』괘에서 나온 것으로, 『태』괘의 다음이 『비』괘이니 그 뜻은 나쁜 것이 지나가고 나면 좋은 것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혁고정신”은 『주역』의 『혁』괘와 『정』괘로 이루어진 것으로, 혁은 변혁(變革)이요, 정은 정립(鼎立)이다.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건립하는 것이 바로 “혁고정신”이라 불린다. “의결금란”은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의 감정이 서로 좋아서 형제로서 결의(結義)하려고 하는 것, 즉 금란(金蘭)의 우의를 결의하는 것이다. 이 성어는 『동인』괘에 대하여 공자가 한 해석─“두 사람이 한 마음이 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자를 수 있고, 한 마음에서 나온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중국 북경 고궁의 삼대전(三大殿)은 보화전(保和殿)·중화전(中和殿)·태화전(太和殿)인데, 이 삼대전은 청대 황제가 거주하며 공무를 보던 곳으로, “보화”·“태화”·“중화”는 『주역』에서 나온 것이다. 고궁 안의 건청궁(乾淸宮)과 곤녕궁(坤寧宮)은 교태전(交泰殿)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도 『주역』의 사상원리에 근거한 것이다. 황제를 “구오지존(九五之尊)”이라 불렀는데, 이 역시 『주역』에서 나왔다. 『주역』의 『건』괘의 구오 효사는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롭다(飛龍在天, 利見大人)”이다. 건은 하늘을 대표하고 구오는 “나는 용이 하늘에 있는 것”이니 사람들은 그것을 황제에 비유하여 “구오지존”이라 불렀던 것이다.

그 밖에 일상생활의 용어, 예컨대 어떤 일을 결정하였으면서도 그 다음날 생각을 바꾸는 것을 우리는 통상적으로 “또 괘를 바꾸었구나”라고 말하는데, “괘를 바꾸다”라는 말도 『주역』에서 나온 것이다. 『주역』이란 조금도 신비한 것이 아니며, 그것은 우리의 생활 속에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주역』이 아직 우리의 생활 속에 살아 있다면, 우리는 『주역』에 대하여 어떤 자리매김을 해야 할까? 바꿔 말하면, 『주역』은 도대체 어떤 성질의 책이라 해야 할 것인가? 『사고전서총목제요』 중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있다.

주역의 도는 넓고 커서 포함하지 않는 것이 없어 주위로 천문·지리·악율·병법·음운학·산술에까지 미치는 바, 도사들의 연단도 『역』을 원용하여 자신의 학설로 주장하고, 이변을 좋아하는 자들도 『역』을 자신의 이론으로 내세우니, 『역』의 설은 더욱 번잡해졌다.

『주역』의 도리가 미치는 범위는 매우 넓어서, 주류는 말할 것도 없고, 지류(支流)로서 천문·지리·악율·병법·음운학·산술과 심지어 도사들의 연단까지에도 미치니, 『주역』의 깊은 영향을 받지 아니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주역』이 중국 전통문화의 모든 방면에 작용을 끼쳤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주역』은 중국 전통문화의 철학적 기초인 것이다.

중국역사상 『주역』의 지위는 매우 특수하다. 한대(漢代)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봉건시대에 있어서 중국 전통학술의 핵심은 경학(經學)이었는데, 그 경학의 핵심이 바로 역학이니, 『주역』은 전통학술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대의 대유(大儒) 양수명(梁漱溟)은 일찍이 “역은 대도(大道)의 근원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에 유학했던 저명한 성중영(成中英)은 형상적으로 『주역』은 중국 전통문화의 살아 움직이는 동력이라 불렀다. 수천 년 간 중국문화는 부단히 『주역』을 풀이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는데, 끊임없이 낳고 또 낳아서, 아직도 불꽃처럼 빛나는 청춘이다. 이름 높은 역학가이자 철학가인 주백곤(朱伯崑)은, 중국인들은 서방인과 접촉하기 전, 즉 근대 이전에는 주로 『주역』을 연구함으로써 자기의 사유능력을 높이고, 우주를 이해하며, 사회를 인식하고, 인생을 파악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로 말하자면, 『주역』은 근대 이전에 중국 지식분자의 철학교과서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요컨대, 『주역』의 자리매김에 대해서는 세 구절의 말로 개괄할 수 있을 것이다 : 『주역』은 중국 전통문화의 철학적 기초이고, 근대 이전에 중국 지식분자의 철학교과서이며, 중국 전통학술 가운데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역』을 학습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중점을 도대체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저자는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세 가지 방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방면은, 『주역』의 기본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지식을 풍부하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방면은, 『주역』을 학습하는 것은 중국 전통문화 및 그 특질을 이해하고, 중국 전통문화의 핵심적 내용을 파악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방면은, 저자가 이 책 속에서 중점적으로 논술할 것인데, 바로 우리가 안신입명(安身立命)하는 것을 도와주고, 정확하고 합리적인 생활을 영위에 나가는 데 커다란 계발(啓發) 의의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는 성인(聖人) 공자(孔子)가 우리를 위하여 찾아낸 『역』을 공부하는 길이다. 사료의 기재에 의하면, 공자는 일찍이 무당, 박수와 같은 종류는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주역』도 그리 중요하게 보지 않았는데, 늙어서 『주역』을 여러 번 읽고서 그 속에 “옛 사람들이 후세에 전하는 말”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덕의(德義)”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만년에 『역』을 좋아하고,” “집 안에 있을 때는 책상 위에 두고 나들이 할 때는 행랑에 두며,” “이를 읽기로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읽고”서는 “만일 나에게 몇 년을 더해주어서 50살에 역을 배울 수 있었다면 큰 과실이 없었을 것인데”라고 개탄하였다고 한다. 공자는 『주역』을 배우는 목적을 “큰 과실이 없음(無大過)”에 두었는데, “큰 과실이 없음”은 바로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역』을 배우고 체득한 것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역』을 배우는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바로 『주역』의 지혜─큰 잘못을 되도록 적게 범하는 지혜, 안신입명(安身立命)하는 지혜를 탐구하는 데 있다. 『주역』의 지혜는 생활지혜와 생명지혜 두 방면으로 세분할 수 있다.

3
『주역』의 생활지혜는 “변(變)”자 하나로 개괄할 수 있다. “변”은 『주역』의 핵심관념의 하나이다. 『주역』이 “변”을 강론하는 것은, 사람들은 사물의 발전·변화의 규율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함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시 두 방면으로 나눌 수 있으니, 한 방면은 성공 혹은 운이 좋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을 때에 어떻게 변함을 방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한 방면은 실패 혹은 불운할 때에 어떻게 변함을 촉진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변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현실의 생활에서 개인이 매우 성공하고 있는 때에는 이러한 추세를 계속 유지하기를, 즉 변화를 방지하기를 바라게 되는데, 변화를 방지하는 방법도 역시 변화이다. 무엇을 변화시키는가? 바로 자신을 추스르고, 겸허하게 자신을 낮추며, 교만함과 성급함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자기의 성공을 계속하여 지켜나갈 수가 있다. 청대 명신 증국번(曾國藩)은 “꽃은 만개하지 않고, 달은 보름달이 되지 않았을 때(花未盡開月未圓)”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꽃이 만개하게 되면 시들게 마련이고, 달이 완전히 둥글게 되면 줄어들기 마련이다. 현실 속의 꽃은 일정한 정도로 피게 되면 반드시 만개하기 마련이고, 달도 음력 15일과 16일에 이르면 만월이 되기 마련인데, 이것은 자연의 현상이자 법칙이다. 그러나 사람은 꼭 그렇지만 않아서 자기의 노력을 통하여 만개에 이르거나 만월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으니, 그 방법은 겸허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주역』의 겸(謙)괘는 극히 중요한 괘인데, 한대인(漢代人)들은 이 괘는 크게는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중간으로는 가정을 지킬 수 있으며, 작게는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 속의 많은 기업 혹은 개인들은 한때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가도 눈 깜박할 사이에 도산하여, “일어날 때는 갑자기 일어났다가 사라질 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어떻게 변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지 모르고, 어떻게 변하는 것을 통하여 변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실패하거나 불운할 때 어떻게 해야 변하는 것을 촉진시키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궁변통구(窮變通久)라고 부른다. 궁(窮)은 상황이 뜻과 같이 아니한 순간을 가리키고, 변(變)은 이 “궁함”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며, 통(通)은 바로 궁함을 극복, 초월한다는 것으로 곤경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산 첩첩 물 겹겹 길이 없는 듯하더니, 버드나무 그늘 꽃 밝은 곳에 또 한 마을이 있네(山重水復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패하면 할수록 더욱 신심이 있어야 한다.

요컨대, 성공으로 휘황찬란할 때는 산 정상에 오른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이러한 때 만일 겸허하게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든지 모두 내리막길이 된다. 실패하고 불운할 때는 골짜기로 내려간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이러한 때 신심을 지키고 해이하지 않으며 끝까지 견지해 나가면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든지 모두 오르막길이 된다. 변함을 방지하거나 혹은 변함을 촉진하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형편에 맞게 유지하면서 딱 알맞도록 변하여 불패지지(不敗之地)에 설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있다. 골짜기를 벗어나는 것이 딱 알맞은 정도에 이르면 바로 성공인 것이고, 내리막길로 내려오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딱 알맞은 정도에 이르면 바로 성공을 유지하는 것이다.

변함을 방지하는 것과 변함을 촉진하는 것은 결국 모두 하나의 변함이다. 다만 변함에 결코 조건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주역』이 변함을 이야기함에 있어 그 근거는 “시(時)”인데, 바로 “변통추세(變通趨時)”이다. 변통추세는 굴신수시(屈伸隨時)·인시이변(因時而變)이다. 소위 시(時)라는 것은 객관변화의 시세(時勢)이다. 『주역』의 괘효사는 괘효상을 해석할 때 “시(時)”를 매우 강조하여,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지의 여부가 직접적으로 길흉화복에 관계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역전』이 『주역』의 고경(古經)을 해설할 때도 “때와 더불어 함께 행함[與時偕行]”과 “때의 의의[時之義]”에 대한 설명을 중시한다.

어떻게 때를 장악할 것인가? 『주역』은 그 관건이 “기미를 앎[知幾]”에 있다고 본다. “기(幾)”는 싹이요 조짐이다. 『주역』은 말한다 : “무릇 『역』이란 성인이 깊은 곳을 탐구하고 기미를 연구하는 소이라. 깊기 때문에 천하의 뜻을 통할 수 있고, 기미이기 때문에 천하의 일을 이룰 수 있다; 신령하기 때문에 치달리지 않아도 빠르고, 가지 않아도 목적지에 다다른다.(夫『易』, 聖人之所以極深而硏幾也. 唯心也, 故能通天下之志; 唯幾也, 故能成天下之務; 唯神也, 故不疾而速, 不行而至.)” 사물 발전의 징조를 알아서 천하의 업적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주역』 속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 “착함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경사로움이 남아돈다.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재앙이 넘쳐흐른다. 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하고, 아들이 그 아버지를 죽이는 일은 하루 아침저녁의 원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니, 그 유래는 조금씩 온 것이지만 그것을 분별하게 된 것은 일찍지 아니한 것이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漸矣, 由辨之不早辨也.)” 사물의 변화에는 모두 하나의 시작이 있으니, 당신이 제때 빨리 분별·관찰할 수 있다면 길함을 좇고 흉함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특별히 “기미를 아는[知幾]” 공부를 강조한다. 미세한 징조를 발견하고 연구할 수 있다면 커다란 사업을 성취할 수 있으며, 서두르지 않더라도 모든 일을 빠르게 이룰 수 있다; 힘쓸 필요 없이, 작은 노력으로 많은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이것이 “기미를 아는 것이여, 그 얼마나 신령스러운가! (知幾, 其神乎!)”라는 것이다. “기미”를 알면, 이 싹과 징조를 알면, 아주 “신령”스러운 정도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길흉이 이미 매우 분명하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길흉을 판단할 수가 있지만, “기미를 앎”에 뛰어난 사람은 길흉이 이제 막 머리를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에, 혹은 길흉이 아직 드러나지 아니하고 겨우 싹만 내미는 때에 이미 그것을 아는 것이다.

4
『주역』의 지혜의 두 번째 방면은 생명지혜이다. 생명지혜는 주로 안신입명·종극적인 관심이라는 의미에서 말하는 것으로서, “낙천지명(樂天知命)”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개괄할 수 있다. “낙천지명”이란 하늘이 준 그 천연(天然)함을 즐기고 그 운명을 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천연함을 즐긴다고 할 때의 “즐긴다”는 말은 반드시 “그 운명을 앎[知命]”을 기초로 하니, 결국 “낙천지명”은 “지명(知命)”으로 돌아간다.

“지명(知命)”은 공자 사상의 중요한 내용이다. 공자가 말하는 “지명(知命)”은 바로 너 자신을 알라,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응당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알라는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낙천지명”도 이러한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낙천지명”할 수 있는가? 『주역』이 제공하는 사고의 방향은 “이치를 궁구하고 타고난 성품을 다하여 천명에 이른다(窮理盡性以至于命)”라는 것이다. 궁리(窮理)는 바로 음양변역의 법칙을 탐구하는 것이다; 진성(盡性)은 바로 사람의 인의지성(仁義之性)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따라서, 『주역』은 특별히 천도(天道)를 미루어 인사(人事)를 밝히는 것을 강조한다. 예컨대, 『주역』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하늘의 운행이 굳건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자강불식한다(行, 健. 君子以自强不息,)” “땅의 형세가 곤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덕을 두텁게 하고 만물을 싣는다.(地勢, 坤. 君子以厚德載物,)” “구름과 천둥이 둔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천하를 경륜한다.(雲雷, 屯. 君子以經綸.)” 등등. “천행(天行)”은 일월성진(日月星辰)이 하늘에서 운행하는 것이고, “지세(地勢)”는 산악천류(山岳川流)의 지상에서의 형세이며, “운뢰”는 구름과 천둥이니 이러한 자연현상은 사물의 이치를 포함하고 있다.

『주역』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물의 이치를 통하여 사회, 인생의 이치를 체득하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 일월성진이 쉬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행하는 것을 보고, 사람은 이를 본받아 자강불식하는 사람의 준칙을 체득하여야 한다. 대지가 만물을 양육하고 만물을 받들어 싣는 특성을 보고, 사람은 이를 본받아 덕을 두텁게 하고 만물을 싣는 미덕을 체득하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자연을 통하여 인생을 이해할 것을 가르치고, 자연의 이치를 사람의 덕성 차원으로 승화할 것을 가르친다. 그러므로 『주역』은 특별히 관물취상(觀物取象)과 관상취의(觀象取義)를 강조한다. 천지를 본받아 우주의 이치를 명백히 알고 생명의 도리를 관통할 것을 강조한다. 이것 역시 바로 낙천지명의 목적이다.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우주와 인생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자기의 생명활동도 점차적으로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가장 합리적인 상태는 바로 “천지와 그 덕을 합하고, 일월과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그 차례를 합하고, 귀신과 그 길흉을 합하니, 하늘에 앞서더라도 하늘이 어긋나지 않고, 하늘에 뒤서더라도 천시를 받든다(與天地合其德, 與日月合其明, 與四時合其序, 與鬼神合其吉凶, 先天而天不違, 後天而奉天時.)”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합천인(合天人)·합사시(合四時)·합귀신(合鬼神)은 실제로는 우주와 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합일에 이르면, 생명에 대해서도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주역』은 생명의 의미로부터 천인합일(天人合一)을 강론하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주역』은 특별히 “낳고 낳는 것을 역이라 한다(生生之謂易,)” “천지의 큰 덕을 낳음이라 부른다 (天地之大德曰生)”라고 함으로써 “생”을 특별히 강조하는데, 또한 이러한 “생”은 바로 우주합리성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다. 그러므로 『주역』이 변(變)을 이야기하고 낙천지명 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모두 “합리성”으로 귀결할 수 있다 : 우주의 합리성을 이야기하고, 사회의 합리성을 이야기하고, 사람의 합리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합리성”이라는 이 세 글자를 간단히 하면 바로 “도(道)”라는 한 글자가 되는데, 사람이 만일 줄곧 이와 같은 하나의 합리성을 따르고, 이와 같은 하나의 도를 따라서 자기를 세우며, 자기의 인생역정을 전개한다면, 우주의 합리성과 합하여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합일은 바로 경지가 매우 높은 천인합일이요, 또한 가장 합리적인 존재형식일 것인데, 공자가 말한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從心所慾不逾矩)”도 아마 이와 같을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양칭쭝

(楊慶中)
1964년 중국 하북성에서 태어났다. 2004년 교육부 주관 ‘신세기 우수인재 지지계획’에 선발되었으며, 현재 중국인민대학 국학원 교수, 박사과정 지도교수, 경학연구소 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선진 유가 철학 탐원』(중국인민대학 박사학위 논문, 1995년), 『20세기 중국 역학사』(2000년), 『주역경전 연구』(2005년) 등 전문저작 다수가 있으며, 논문 50여 편을 발표했다.

 

역자 : 배용재

(裵龍在)
1955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고교,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대구·울산·창원·서울 서부지검·부산고검 검사, 대구지검 영덕지청장을 역임했으며, 1994년 9월부터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1990년∼1991년 대만 국립대학 법학원에서 연수했으며, 1989년∼1994년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초대이사장을 맡았다.
역저에는 『베트남 기업법·투자법 관련 법령집』(2016)이 있으며,
현재 하노이 소재 법무법인 위더스베트남 대표이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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