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MIT 미디어랩,
가상현실·인공지능이 탄생한 꿈의 연구소
MIT 미디어랩은 미국 최고의 대학인 MIT 내에서도 가장 첨단에 있는 미디어융합 연구소다. 1985년 멀티미디어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니컬러스 네그로폰테와 인공지능의 창시자 마빈 민스키 등이 설립한 MIT 미디어랩은 세계의 기술 혁신을 선도해 왔다. 초창기 애플의 CEO를 지냈으며 10년간 미디어랩의 초청위원회 위원이었던 존 스컬리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우리가 애플에서 실행하게 된 많은 아이디어가 MIT 미디어랩에서 나왔다.”
세계를 뒤흔드는 기술인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의 산실 미디어랩은 2011년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다. 바로 연구소장에 이 책의 저자 조이 이토를 선임한 것.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인터넷의 보급자, 최초의 블로거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조이 이토는 일본에 인터넷을 보급한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그는 컴퓨터 과학에서 물리학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하던 중에 대학을 중퇴해서 학사 학위조차 없었지만, “미디어랩을 변화시킬 인물”이라는 초대 소장 네그로폰테의 평가와 함께 이 저명한 연구 기관을 이끌 적임자로 발탁되었다.
조이 이토가 말하는 MIT 미디어랩은 하나의 ‘생태계’다. 미디어랩은 아무도 연구하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가운데,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그것을 세상에 실제로 구현할 방법을 찾는다. 이러한 미디어랩의 모토를 조이 이토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한 단어로 요약해 냈다. “전개하라!” 여러 학과 사이를 넘나드는(interdisciplinary) 것으로도 모자라 반(反)학과적(antidisciplinary)인 문화를 자랑으로 삼는 200여 명의 미디어랩 교수진과 연구원들의 전공과 관심 분야는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미디어랩이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었던 데는 설립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최고의 원칙’이 있었다.
기술이 인간의 이해력을 앞서는 시대,
우리의 두뇌를 미래로 데려다줄 9가지 대응원칙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한다. 최초의 스마트폰이 나온 지 불과 10년.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85%에 육박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뒤바꿔 놓았다. 그러나 1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CEO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 말한 바 있다.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의 발언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새로운 기술의 중요성을 알아보지 못했던 사례들에서 시작한다. 197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 회사였던 디지털 이큅먼트의 회장 켄 올슨은 “개인들이 가정에 컴퓨터를 구비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백 년 전, 에디슨은 자신이 발명한 축음기를 음악 감상에 쓰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주장했다. 1895년, 파리에서 최초로 영화를 상영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는 미래가 없는 발명품”이라 선언했다…… 등등. 이러한 일화를 소개하는 것은 앞선 사람들의 실수를 비웃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똑같은 잘못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인간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과학철학자 쿤에 따르면 ‘패러다임’, 철학자 푸코에 따르면 ‘에피스테메’의 대전환기인데, 우리 대부분의 생각은 산업 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MIT 미디어랩 소장 조이 이토와, 미디어랩의 연구원이자 IT 분야의 베테랑 저널리스트 제프 하우는 네트워크 시대 생각의 혁신을 위한 아홉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미디어랩의 화이트보드에 늘 적혀 있으며, 수많은 실험과 경험 속에 DNA처럼 박혀 있는 아홉 가지 원칙이다. ‘인터넷 사업 잘하는 법’이나 ‘최고의 경영자가 되는 법’ 같은 팁과는 전혀 다르다. 사업가, 정부 관료만을 위한 보고서 모음도 아니다. 마치 네발짐승이 처음으로 일어나 걷는 법을 배우듯, 급변하는 진화기에 우리 종이 적응하기 위한 안내서다.
이 세상의 새로운 운영체제(os) 사용법
영화 제작자, 유명 CEO, 베스트셀러 저자, 경영 블로거, 미술관 큐레이터, 현대 음악가 등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 사람들은 모두 책 속에서 자신이 이미 지키고 있는 원칙을 본다. 예컨대 ‘지도보다 나침반’에 대해 J. J. 에이브럼스는 엄청난 인기와 화제를 몰았던 「로스트」를 만들 때 적용한 원칙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변수가 있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가능성에 한계를 짓는 지도가 아니라, 안개를 헤쳐 나갈 때 쓰는 나침반이라는 것이다.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얻어 온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역시 ‘지도보다 나침반’ 원칙이 자신의 지침이라고 말한다.
한편 ‘푸시(push)보다 풀(pull) 전략’은 조이 이토가 MIT 미디어랩 연구소장 자리에 들어갈 때의 극적인 상황과 연결된다. 면접을 보느라 비행기로 장거리 이동 중, 조이 이토는 고향인 일본에서 심각한 일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된다. 후쿠시마 대지진이었다. 사상 최대의 지진이 일어났는데, 도쿄 전력은 전형적인 관료식 의사 결정 과정을 밟느라 적합한 대책도 자원도 ‘푸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조이는 걱정을 나누던 친구들과 자체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방사능 측정 기기인 가이거 계수기를 제작하고, 곳곳에서 직접 측정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배포하는 일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기존의 조직과 달리 필요한 순간 필요한 자원을 ‘풀’ 한 이 경우는 네트워크 시대에 물리적 자본과 지적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크라우드소싱’(이 말은 저자 제프 하우가 최초로 사용한 것이자 동명의 저서 제목이다.)의 예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권위보다 창발’, ‘순종보다 불복종’, ‘능력보다 다양성’ 등의 핵심 원칙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재에 적응할 수 있게 안내한다. “사람들은 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가 언젠가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계는 멍청합니다. 그리고 이미 세계를 정복했어요.” 조이 이토가 최근 인공지능에 관한 포럼에서 한 말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언하고자 애쓰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거나 비관적인 진단을 내렸다. 반면 저자들이 현상태를 냉철하게 진단하면서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세 키워드로 제출하는 것은 ‘비대칭성, 복잡성, 불확실성’이다. 소규모 해커 집단이 정부에 대적할 수 있게 되고(비대칭성), 수많은 개별 부분이 아찔한 연쇄 반응을 낳으며(복잡성), 다음에 뭐가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불확실성)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현재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아홉 가지 원칙들은 지난 수백 년간 사용한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에 적응하는 법을 안내한다.
작가 소개
저자 : 조이 이토
《타임》 선정 ‘사이버 엘리트’
세계 경제 포럼 선정 ‘미래 글로벌 리더’
《비즈니스위크》 선정 ‘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
“《포브스》에서 사회적 자본을 측정한다면, 1위에 오를 사람”
세계적인 미디어융합 연구소 MIT 미디어랩의 소장. 사회 활동가, 기업가,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창발적 민주주의, 프라이버시, 인터넷 자유 운동의 옹호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일본에 인터넷을 보급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컴퓨터 과학에서 물리학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하는 중에 대학을 중퇴해서 학사 학위조차 없었지만, ‘미디어랩을 변화시킬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MIT 미디어랩이라는 저명한 연구 기관을 이끌 적임자로 발탁되었다. 현재 과학·기술에 대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접근법이 어떻게 사회를 긍정적 방향으로 크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탐구 중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CEO 및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중이며 소니, 나이트 재단, 맥아더 재단, 《뉴욕타임스》, 모질라 재단의 이사회 구성원이다. 2011년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로부터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SXSW 인터랙티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미국 공로 아카 데미로부터 골든 플레이트 상을 받았다.
저자 : 제프 하우(Jeff Howe)
MIT 미디어랩의 객원 연구원이자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조교수로 학내에서 미디어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와이어드》의 객원 편집자로 다년간 활동하면서 2006년 ‘크라우드소싱’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쓴 장본인이다. 2008년 온라인 대중 협업 현상에 관한 보다 깊은 고찰을 담은 『크라우드소싱』을 출판했고, 이 책은 지금까지 10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2009~2010년 하버드 대학교의 니먼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이수했으며 《워싱턴 포스트》, 뉴요커닷컴, 《뉴욕타임스》, 《타임》, 《뉴스위크》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역자 : 이지연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기획팀, 마케팅팀에서 근무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제로 투 원』, 『위험한 과학책』, 『볼드』,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디스커버리,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호기심』, 『우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어떻게 사람을 이끌 것인가』, 『빈곤을 착취하다』, 『킬 더 컴퍼니』, 『행복의 신화』, 『단맛의 저주』, 『플라스틱 바다』, 『다크 사이드』, 『미드나이트 걸』, 『매달리지 않는 삶의 즐거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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