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행복한세상 정창진 대표와 안삼화 이사의 강권强勸으로 새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두 분의 강권은 핑계일 뿐이고, 솔직히 이 글들을 세상에 다시 내놓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 주거나 아니면 “뻔한 이야기나 이어간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꼭 ‘책’으로 묶어내고 싶은 마음을 오래전부터 숨기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이런저런 제목을 붙인 번역서와 저서 몇 권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이번에 내는 이 책 『이병두 불교평론집, 향기로운 꽃잎』처럼 오랜 세월 동안 힘을 많이 들인 책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애정이 가는 글들입니다. 10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글을 쓰는 시점의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매체의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코너에 쓴 글들이라 ‘지금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어 읽어보시면 ‘뚱딴지’ 같이 엉뚱한 소리로 여겨지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이 책 『이병두 불교평론집, 향기로운 꽃잎』에 실린 글들은 인터넷 매체인 「불교포커스」, 주간 「현대불교」, 월간 「여성불교」, 「월간 설법」 등에 게재했던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칼럼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강원도 산속에서 칩거하던 2003~2005년 사이에 「불교포커스」의 전신인 「불교정보센터」에 ‘화이재일기’를 연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가장 큰 애정을 갖고 가장 많은 글을 쓴 곳이 「불교포커스」였고 여러 해 동안 이곳은 제 생각을 넓히고 깊어주게 하는 ‘사색과 글쓰기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음을 실토합니다.
두 번째로 많은 글을 쓴 곳이 「현대불교」입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해 동안 ‘이병두와 함께 읽는 오늘의 세계불교’라는 코너를 맡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해지는 불교계 소식을 우리 현실에 맞추어 재해석하여 전하는 글을 썼는데, 그 때에도 여러분들에게서 분에 넘치는 칭찬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코너도 제가 애정을 많이 가졌던 곳입니다. 「현대불교」에는 이밖에도 편집진의 요청으로 시대 상황에 따르는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월간 「여성불교」에는 부처님 당시의 사회상을 소개하는 글을 그리고 「월간 설법」에는 그때그때의 사회문제에 대한 불교의 답을 제시해 보는 글을 실었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제가 쓴 칼럼들, 특히 「불교포커스」에 쓴 몇 편에 대해서는 칭찬과 함께 비난의 목소리도 매우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협박 전화를 해온 스님도 있었고, 심지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이냐? 이교도가 아니냐?”며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는 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협박 전화를 걸어온 이들에게는 저도 목소리를 높여 “제대로 살아가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호교護敎’ 논리를 내세우며 우기는 이들에게는 그냥 헛웃음으로 응대하며 넘겨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쓴 글 때문에 기분이 언짢았던 분들이 많을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이 점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특정 개인을 비난하려고 그리고 누군가를 죽이려는 의도를 갖고 글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누군가의 주문을 받고 글을 쓴 적도 없습니다. 오로지 잘못 가고 있는 승단과 불교계가 붓다의 가르침대로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촛불 하나 밝히는 심정으로 고민하고 그 고민을 담아 글을 써왔습니다.”
요즈음 들어 “세월이 거꾸로 간다”고 했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세상이 그렇게 뒷걸음질 치고 있고, 불교계 또한 성철·법정 스님 같은 분들이 호령하고 대원 장경호·덕산 이한상·불연 이기영 거사 같은 분들이 큰 그림을 그리던 시절보다도 훨씬 후퇴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저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한국 불교계를 바로 세우고 다시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그 일이 어떤 이들에게는 심한 독설로 들리거나 날카로운 수술 칼날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달콤하게 설탕을 바른 당의정糖衣錠과 진통제鎭痛劑에 익숙해 있는 불교계 지도자들에게는 계속 사탕과 진통제를 전해주면 고마워하고 ‘신심 깊은 재가자’라며 좋아하겠지만, 그렇게 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지난 10여 년의 생각과 글을 엮은 이 책 『이병두 불교평론집, 향기로운 꽃잎』이 나오는 데까지는, 무엇보다도 제 글들을 실어준 「불교포커스」, 「현대불교」, 「여성불교」와 「월간 설법」이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각 매체와 글을 실을 당시 편집진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컴퓨터에 갇혀서, 다시는 세상에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글들을 엮어 예쁜 책으로 꾸며준 행복한세상 정창진 대표와 안삼화 이사의 고마움은 따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를 바라보는 연세에도 매일 염불을 놓지 않으시는 어머님 곽원만심 보살님과 여러 형제들, 옆에서 ‘힘내라!’고 박수 쳐주는 수자타 보살이 아니면 힘들었던 시절을 온전하게 넘기고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숱한 겁에 걸쳐 참으로 지중한 인연이 있었기에 한 가족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2017년 7월
향산 이병두 두손 모음
追 : 제가 칩거했던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에 요즈음 박근혜 정부의 비선秘線 실세라고 불리는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가 아주 넓은 땅을 사서 불법 개발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신문에 난 사진을 보니 제가 명상을 겸한 산책과 등산을 다니던 곳이더군요. 이렇게 저와 최순실도 인연이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합니다.
“저는 특정 개인을 비난하려고 그리고 누군가를 죽이려는 의도를 갖고 글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누군가의 주문을 받고 글을 쓴 적도 없습니다. 오로지 잘못 가고 있는 승단과 불교계가 붓다의 가르침대로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촛불 하나 밝히는 심정으로 고민하고 그 고민을 담아 글을 써왔습니다.”
요즈음 들어 “세월이 거꾸로 간다”고 했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세상이 그렇게 뒷걸음질 치고 있고, 불교계 또한 성철?법정 스님 같은 분들이 호령하고 대원 장경호?덕산 이한상?불연 이기영 거사 같은 분들이 큰 그림을 그리던 시절보다도 훨씬 후퇴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저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한국 불교계를 바로 세우고 다시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그 일이 어떤 이들에게는 심한 독설毒舌로 들리거나 날카로운 수술 칼날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달콤하게 설탕을 바른 당의정糖衣錠과 진통제鎭痛劑에 익숙해 있는 불교계 지도자들에게는 계속 사탕과 진통제를 전해주면 고마워하고 ‘신심 깊은 재가자’라며 좋아하겠지만, 그렇게 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향기로운 꽃잎』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체중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야에서는
명상의 효능과 다이어트에 대한 불교적 관점을 제시하고, 돈벌이에만 연연하여 기도의 참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한국 불교계 기도의 문제점들을 조명하고 있다. 또한 끊임없이 제기되는 종교 간의 갈등에 대하여 부처님의 말씀으로 그 대안을 찾고 있다.
이미 한국 불교계는 ‘100일 기도’·‘1000일 기도’·‘대학입시 합격 발원 기도’ 등이 없으면 등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찰 재정을 늘이기 위한 새로운 ‘기도’의 발굴도 계속 이어져, ‘생전예수재’ 등 갖가지 ‘○○재’가 새로 등장하고 급기야 조상 천도를 위한 ‘49재 7회’라는 기막힌 ‘상품(?)’까지 등장하였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비非불교적이거나 심지어 반反불교적이라는 사실을 많은 불교인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혹 이런 일이 잘못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사찰 재정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유혹을 끊지 못한다. 그러나 이 유혹을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교가 바르게 설 수 없다.
다른 종교 성직자들이야 본래 출발이 ‘제사장’이었으니 그렇다 칠 수 있겠지만, 부처님 제자인 스님들은 그 ‘성직자-사제’를 거부한 거룩한 수행자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돈’을 목적으로 하는 기도 행위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제2부 청정한 승가를 위하여에서는
불교 수행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 불교계는 여전히 간화선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간화선 지상주의의 병폐와 사찰 주지 임명에 수반되는 부작용과 잡음, 승가 공동체의 균열이 한국 승가의 건강성과 자정 능력을 해치고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담아내고 있다.
설사 고급 외제차를 타든, 매일 골프를 즐기든, 호화 해외여행을 다니든, 호화 술집에서 30년산 고급 양주를 밤새워 마시든, 도박을 하든, 숨겨놓은 가족이 있든, 주지 자리를 돈으로 사고팔든, 이처럼 우리가 이제까지 ‘잘못된 승가 풍토’의 예로 들었던 모든 일들은 어찌 보면 그 무게가 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남도 아니고 같은 은사 스님을 모시고 살았던 사형이 주지로 있는 절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한겨울에 전기를 차단하고 결국 사제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이 상황은 한국 승가 공동체의 바탕이 무너져 내리는 ‘지진地震’의 단초일지도 모릅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져도 승가 내에서 자성自省·참회懺悔하고 변화를 요구하거나 스스로 ‘변화하겠다’고 선언하는 운동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노숙자 한 사람이 강추위에 동사하였다”는 TV 뉴스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세속의 분위기처럼 ‘남의 일’로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제3부 붓다와 여성, 그리고 생명에서는
필자를 불교로 이끄신 그의 어머니, 곽원만심 보살님의 이야기로 우리 시대의 여성 불자상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불교의 여성관과 종교가 다른 이들의 결혼과 종교 간의 갈등 문제, 생명에 대한 입장 등을 다루고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이병두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태리어과를 졸업했다.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오산대와 명지대에서 강의하였고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사무국장과 사무총장,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을 지냈다.
불교포커스, 현대불교, 법보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내외 불교계와 관련해 활발한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역저서로는 『조선불교통사 근대편』 『영어로 읽는 법구경』 『담마난다 스님의 불교이야기』『지혜로운 삶의 교훈 채근담』 『북한산성과 팔도사찰』『한국종교를 컨설팅하다』 (공저) 등이 있다.
목 차
제1부 체중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야
참선·명상과 건강의 관계 16
체중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야…… 19
살과 싸워서 이기는 법 22
돈의 위력 27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기도도 효험이 있을까? 32
아직도 ‘공양미 300석’이 36
아픈 동료를 돌보지 않은 비구들 46
사바세계에 전해준 값진 선물 51
불교계가 안산 동산교회에서 배울 일 56
입시 기도 - 나와 남이 함께 좋은 일 61
화려하게 꾸민 신발을 신으면 안 된다 65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70
부처님 시대에도 ‘왕따’가 있었을까 74
나를 죽이려는 창칼을 향기로운 꽃잎으로 79
제2부 청정한 승가를 위하여
부처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86
제가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 92
이발사가 출가하다 95
부처님 시대에도 종교 갈등은 심각했었다 100
세속 법과 종교의 마찰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105
마른 똥 막대기는 태워 없애 버려라! 110
어른을 잘 모시는 법 117
한국 승가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 124
‘○○됨’과 ‘○○다움’ 130
해인사 천도재 140
파계破戒와 범계犯戒 여부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154
이 땅의 아큐阿Q들이여, 정신을 차리자! 159
제3부 붓다와 여성, 그리고 생명
어머니의 눈물 168
부처님은 성차별주의자였나? 173
달리트Dalit 출신 여성 불자의 세상 이야기 183
부인들 사이의 갈등 187
‘짝사랑’을 물리치는 법 191
고대 인도에서 여성의 재혼이 가능했을까? 196
신분이 다른 사람들의 결혼 201
종교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결혼 206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길 212
자연재해는 천벌이 아니다 217
삭막한 세상을 훈훈하게 녹이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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