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정말로 개를 사랑한다면,
개를 ‘사람’처럼 대하지 말고, ‘개’로 바라보라!”
언제부터인가 개들이 ‘옷’을 입고 다니기 시작했다. “개가 추울까 봐서…” 개는 태어날 때부터 ‘털’이 있다. 인간보다 훨씬 더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진화했다. 게다가 땀샘도 거의 없다. “개도 화려한 옷을 좋아할 거예요.” 유감스럽게도 개는 색맹이다.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혀도 개는 이를 느끼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옷을 입혀도 개는 스스로 제 옷을 보지 못한다. 개의 시야각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함으로써 목을 자유자재로 돌릴 수 있기에 뒷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체를 자기 눈으로 볼 수 있지
만, 개의 경우는 자신의 앞을 보도록 특화돼 있다.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이런 결론에 다다른다. ‘사람의 욕심 때문에 옷을 입히는 건 아닐까.’ _본문 p. 60
반려견 400만 마리, 반려인 1,000만 시대. 우리 사회에서 반려견(伴侶犬)이라는 말이 애완견(愛玩犬)이라는 말을 몰아내고, 인생을 함께하는 개를 의미하는 단어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한편으로 반려(伴侶)의 본질을 이해하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걸까? 우리는 개에게 짝이 되는 벗이며, 동반자이며, 반려자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반려견 문화는 반려의 의미보다 여전히 애완의 의미에 더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누군가 “인간을 위한 개가 뭐 어때서?”라고 질문할 수 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결국 인간의 행복감을 위해 개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개가 개로서 온전히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람이 만들어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개는 불행해질 테고, 그 개와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도 힘들어진다. 여기에서 ‘애완’이라는 의미에 한계가 생긴다. ‘인간을 위한 개’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면, 사랑이 식어버릴 때면 언제든 버려도 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유기견 문제도 사실 모두 여기에서 시작한다. 이 책의 시작이자 목적도 바로 이 지점이다. 명백히 인간과 다른 종으로서 개를 바라보고, 인간의 공간에 함께 살아야 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이해할 때, 반려견을 더 알고 제대로 사랑할 수 있으며, 개와 사람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들이 사는 공간은 인간의 공간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개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개를 온전히 개로 바라본다면, 개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사람이라는 확실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그 사랑에는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말 개를 사랑한다면 개를 사람처럼 대하지 말고, ‘개’로 바라봐야 한다. 이것은 개를 위해서도 당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_본문 p. 68
개에 대한 ‘인간적인’ 생각이 장애가 되는 첫 번째 고비가 바로 ‘공간’에 대한 인식 차이다. 개들이 사는 공간은 지극히 인간의 공간이다. 사람을 위해 만든 주거공간에 완전히 별개의 종인 개가 동거해야 하는 데 따른 문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반려견 문제의 결정적 문제로 드러난다. 반려견이 문제견으로 낙인찍히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람의 경우에는 당연히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개의 경우는 개의 시선으로 ‘집’이라는 공간을 바라본다. 개는 본능적으로 ‘노는 공간’, ‘화장실’, ‘자는 공간’으로 나눈다. 노는 공간, 자는 공간에서는 절대 용변을 보지 않는다. 개는 자신만의 화장실을 만들고, 그곳에 확실하게 용변을 본다. 이를 탓하면 안 된다. 제 스스로 판단하고 공간을 구획하는 행위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교육과 훈련이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배려가 필요하다. 사람은 사람의 공간 안에 개를 들여놓았기에 같이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타협’이 필요한 것이고, 개는 사람의 공간 안에 들어간 것이기에 그 공간 안에서 사람과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규칙’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훈련’이고 ‘교육’이다.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나의 개를 더 알고,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 반려견 인문학!
애정을 말하고, 자식이라고 혹은 새끼라고 말해도 그 안에는 분명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이 갑을관계를 부정할 수만은 없다. 당장 보호자의 입장에서 애정으로 개를 대한다고는 하지만, 구조적인 형태는 갑을관계다. 만약 당신이 사료를 주지 않는다면, 개는 굶어죽을 것이다. 아무리 개를 사랑한다고 해도 한쪽은 물질적으로 ‘주는 쪽’이고, 한쪽의 세계에 다른 한쪽이 들어가 사는 모양새다. 이 관계를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하자는 말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랑’이 우리만의 자기만족일 수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사랑’이라고 말을 하지만, 그게 과연 개에게 옳은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평소에는 개를 ‘사람’처럼 대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개를 ‘개’로 대한다.”_본문 p. 65
사람이 개와 동거한다는 것은 실은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의 시계’로 개를 바라본다. 그러나 개와 사람의 수명은 전혀 다르다. 사람은 80년 가까이 살 수 있지만, 개는 기껏 15년에 불과하다. ‘인간적인’ 사고가 일으키는 두 번째 문제도 여기에 있다. 태어나서 한 달이 된 개는 사람 나이로 1세, 2개월은 3세, 3개월은 5세, 6개월은 9세다. 개에게 1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의 사춘기에 해당하는 17세가 되는 시기와 같다.
흔히 문제견으로 지목되는 주된 원인인 물고, 짖고, 대소변을 못 가리고, 분리불안 장애가 실은 인간적인 ‘시간’ 개념에서 오는 문제들이다. 사람의 아이가 유아기를 거치고 사춘기로 성장할 무렵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듯이, 개가 태어나 보내야 할 16주의 기간은 개의 일생에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인간적인 생각’은 이를 간과하게 만들고, 제대로 ‘사회화’되지 못한 개를 키우는 보호자 스스로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든다. 결국 개를 키우며 겪게 되는 모든 문제의 100%는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진심으로 개를 사랑한다고 해도, 개가 사람과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결국 개도 사람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읽는,
인간과 개의 따뜻한 공존을 위한 반려견 지침서!
이 책은 천편일률적인 반려견 교육서와는 다르다. 이런저런 훈련방식을 설명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것보다 반려인의 관점 전환과 왜곡된 반려견 문화를 바꾸는 데 더 적극적이다. 한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환경조차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에서 반려견을 둘러싼 분쟁, ‘개고기’ 논쟁을 둘러싼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소모적인 논쟁, 반려견을 상품으로 생산하는 ‘번식장’ 문제, 팻 로스와 상실감 등, 반려인 입장에서 어렵지만 꼭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하나하나 짚어낸다.
이를테면, 저자는 해묵은 ‘개고기’ 논쟁만 해도 오랜 기간 동안 우리의 식문화로서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식문화는 그 자체로 공동체의 문화라는 것이다. 부정보다는 자연스럽게 찾지 않음으로써 소멸되는 것이 저자의 솔직한 바람이고, 또 그것이 문화의 흐름 안에서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지금껏 우리가 오랜 시간 함께 살고 개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또한 우리의 생각으로 개를 키우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다. 반려견 훈련사 27년, 개와 함께 지낸 것만도 40년 넘게 보낸 베테랑 훈련사 ‘이웅종’이지만도, 그는 여전히 개를 잘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의 ‘무지’에 대한 고백에도 그는 우리나라에서 개를 잘 아는 사람이다. 우리가 여전히 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무지’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훈련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하지도, 그것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는 더 나은 반려견 문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이 토론되고 논의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기를 원할 뿐이다.
오랜 시간 개와 함께 울고 웃던 저자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간과 반려견의 따뜻한 동행에 작지만 큰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반려인은 물론, 예비 반려인이라면 함께 읽고 생각봐야 할 책이다.
작가 소개
저 :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
SBS ‘TV 동물농장’의 ‘국민 반려견 아빠’이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1호 반려견 심리전문가’이다. ‘강아지 대통령’, ‘반려동물의 대변인’, ‘동물농장 아저씨’ 등 그에 대한 여러 별칭이 따라붙지만,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출연하며 국민견 ‘상근이’ 아빠로 유명세를 탔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많은 동물을 접할 수 있었던 그는 목장 운영을 꿈꾸며 축산과에 진학했다. 그러다 고2 시절 순종견 ‘아키타’를 만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개 키우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가 반려견 조련사가 되고자 한 결정적 계기는 해병대 입대 후부터다. 섬에서 군견을 훈련시키는 모습을 보고 매료됐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원 정신의학과 석사과정, 일본 이다치 경찰견훈련소 IPO 심사위원 과정, 미국 니키매슈 슈츠훈트클럽 훈련 과정, 일본 센타이 경찰견 훈련소 가정견 어질리티 교육 과정을 수료했으며, SBS ‘TV동물농장’, MBC ‘아이러브펫’, 이데일리TV ‘犬국민 토크쇼 왈왈왈’ 등 다양한 반려견 관련 방송에 고정 출연하며 반려인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현재는 이삭애견훈련소 대표로 재직하며, 반려인에게는 반려견을 올바르게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반려동물에게는 사람과 소통을 통해 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교정해주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반려견 행동교육, 심리상담, 동물매개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반려동물교육 부문 최초로 ‘대한민국 명인’에 추대되기도 했다.
목 차
프롤로그_ 개는 외로움을 덮는 외투가 아니다
유망산업이 된 ‘애견 사업’
01_ 사랑은 유행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1988년, 2002년, 2008년
가족도 유행을 탈 수 있을까
02_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개를 사람처럼, 의인화의 오류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03_ 개를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 것인가
목줄 그리고 훈련
결국 ‘남’을 의식하는 것이 문제다
04_ ‘명견’과 ‘멍견’ 사이
모든 개에게 통하는 개 훈련법은 없다
‘명견’과 ‘멍견’의 갈림길
05_ 개도 사회생활이 어렵다
사회화가 이상행동을 막는다
제대로 된 사회화 훈련은 훈련사의 밥줄을 끊는다
06_ 개가 아프다, 사람이 병든다
개가 아프다
사람이 병든다
07_ “개 키우는 데 이렇게 돈이 드는 줄 몰랐어요.”
애완견인가, 반려견인가
나의 사랑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
강압과 관용 사이, 그리고 훈련사의 수준
개를 기를 만한 사람이 길러야 한다
08_ 소비가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반려견 400만 마리의 진실과 ‘산체’
우리는 왜 개를 버릴까
“믹스견도 받나요?”
09_ 개는 당신에게 종속된 존재다
10_ 팻 로스, 상실에 관하여
에필로그_ 이별이 있기에 진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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