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늑대는 우리 생각처럼 나쁘기만 할까요?
〈빨간 모자〉는 오래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이야기를 프랑스의 동화작가 샤를 페로가 처음으로 자신의 민담집 《옛날 이야기와 교훈》에 기록한 동화예요. 그리고100여 년 뒤, 그림형제의 동화집에도 수록되면서 오랜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읽고, 또 새롭게 각색하기도 한 유명한 이야기지요. 그래서 같은 빨간 모자라도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이 책의 작가는 그림형제가 쓴 빨간 모자를 바탕으로 하되, 작가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그림책을 완성했습니다.
언제나 빨간 모자를 쓰고 다니는 소녀는 어느 날, 편찮으신 할머니께 드릴 음식을 가지고 숲속을 걸어가다 늑대를 만납니다. 늑대는 빨간 모자를 잡아먹고 싶었지만 선뜻 그러지 못하고, 점잖은 모습으로 다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어보지요. 빨간 모자가 순순히 대답하자 늑대는 꽃을 따다 드리면 할머니가 좋아할 거라고 말한 뒤, 빨간 모자가 꽃을 따는 사이 할머니 집으로 가 할머니를 통째로 삼킵니다. 그리고 할머니로 변장하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빨간 모자마저 먹어 치우지요. 그러나 얼마 뒤 사냥꾼이 달려와 늑대를 잡고 배를 갈라 할머니와 빨간 모자를 구합니다.
아무 잘못 없는 할머니로도 부족해 순수한 소녀까지 잡아먹다니! 엉큼하고 잔인한 늑대를 보면서 우리는 공분을 느낍니다. 더구나 많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늑대는 나쁜 역할을 도맡아 하니, 우리에게 ‘늑대’는 그야말로 ‘나쁘고 못된’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지요.
그런데 《천사가 된 늑대》에서는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늑대가 들려주는 《빨간 모자》의 뒷이야기인 셈이지요. 늑대 아돌포는 숲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늑대예요. 아돌포는 어느 날, 꾸벅꾸벅 졸다가 빨간 모자를 쓴 정말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꼬마 동물을 보게 되지요. 늑대는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예쁜 동물을 보자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꼬마 동물에게 볼품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말을 걸어 봅니다. 늑대는 마음에 드는 그 꼬마 동물이 ‘여자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여자아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어요. 거울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여자아이의 할머니도 궁금해졌지요. 그래서 여자아이보다 앞서 할머니 집에 갔다가 그만,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벌이고 말았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간 모자》의 결말처럼 말이에요. 그러나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결말에서 끝나지 않아 더욱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사실 늑대라고 해서 일부러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에요.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어야 살 수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음에도, 우리는 약한 동물들을 잡아먹고 사는 늑대를 ‘나쁜 캐릭터’의 대명사로 여기곤 합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돌포 역시 일부러 할머니와 빨간 모자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늑대는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일을 돌이키고 싶어 하지요.
우리는 이처럼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오류에 빠지곤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와 내가 경험해 알고 있는 것에 근거해 벌어진 상황을 판단하여 잘못한 이를 단죄하려 하지요. 그 일이 벌어지게 된 속사정이나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려는 이들은 많지 않아요. 이 이야기는 여느 《빨간 모자》처럼 슬픈 결말이지만, 조금 더 슬프고 안타깝고 아련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게 됩니다. 지금껏 천하의 나쁜 동물로만 여겼던 늑대의 입장과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천사가 된 늑대》는 아이들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 볼 만한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을 조금은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될 테니까요.
‘이탈리아 최우수 그림책상’과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그림책!
《천사가 된 늑대》는 환상적이고 강렬한 그림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파비안 네그린의 첫 작품이에요. 작가는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형제의 《빨간 모자》를 읽고 그림 5점을 그리면서 그림책 작가로 입문하게 되었지요. 파비안 네그린은 이 책으로 ‘이탈리아 최우수 그림책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최우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작가 파비안 네그린은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한 《천사가 된 늑대》를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을 만큼 이 책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지요.
최근에는 부모들이 아이의 예술성과 감수성을 키워 주고자 다양한 그림책을 보여 주는 추세이기도 하고,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국내에 소개되는 해외 그림책들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명화와도 같은 파비안 네그린의 그림으로 완성되어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지요. 《천사가 된 늑대》를 비롯한 파비안 네그린의 원화는 201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전시된 바 있습니다. 강렬한 색감,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한 그림체, 세계 명작 그림책을 새롭게 해석한 파비안 네그린의 창의적인 글과 그림으로 늑대가 들려주는 빨간 모자 뒷이야기를 보다 품격 있게 감상해 보세요.
작가 소개
글,그림 : 파비안 네그린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멕시코에서 그림을 배우고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신화와 문화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합니다. 2000년 이탈리아 최우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혔고, 이탈리아 최우수 그림책상, 안데르센상, 라가치상을 받는 등 여러 상을 수상했습니다. 『늑대 천사』로는 볼로냐 도서전에서 유니세프상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감비피옴보 거인』, 『레로레로 외 다른 이야기들』, 『구름 많은 날』, 『투명한 세상과 이야기』, 『해골 나라에 간 프리다와 디에고』 등이 있습니다.
역자 : 박우숙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지금까지 주한이탈리아문화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언어와 문화를 사랑하며, 한국에 이탈리아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번역한 책으로는 『우리 아빠는 위대한 해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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