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문구(1941~2003)는 우리말 특유의 가락을 잘 살린 유장한 문장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다. 그는 『관촌수필』 『우리 동네』 『장한몽』 등 뛰어난 소설과 함께 동시집을 남겼다. 1980년대 초반에 동시를 발표하며 아동문학에 발을 들인 이문구는 1988년 첫 동시집 『개구쟁이 산복이』를 냈으며, 2003년 타계한 이후에 유고 동시집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가 출간되었다. 그는 소설에서 보여 준 탁월한 문장을 동시에서도 펼쳐 보이며 정지용, 윤석중, 윤복진, 윤동주, 박영종(박목월), 권태응으로 이어지는 동요시의 계보를 이어간 동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왕성한 창작 활동과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한 사회 활동에 대한 공로로 만해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순수한 동심을 지닌 어린이의 삶을 그리다
이문구는 어린이들의 생활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실적인 순간들을 담백한 문장으로 옮긴다. 그는 어린이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생명력을 쉽고 명징한 언어로 그려 낸다. 이문구의 동시가 실감 나게 느껴지는 것은 아들 산복이와 딸 자숙이를 지켜보면서 동시를 지은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아들 산복이가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보고(「오누이」), 흙먼지 얼룩덜룩한 아들의 얼굴을 보며 “멍멍이가 보고/엉아야 하겠네”라고 놀리기도 한다(「개구쟁이 산복이」). 울고 들어온 딸 자숙이를 예뻐하고(「울보 자숙이」), 달을 보며 자숙이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한다(「마당에 뜬 달」). 이문구가 남긴 동시들은 어린이 독자들이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자녀의 모습을 새삼 돌이켜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기는 밤에만 / 자라는지 몰라. / 새근새근 숨소리 / 아기 자라는 소리. // 아기는 밤에만 / 자라는지 몰라. / 자다 말고 옹알이 / 아기 자라는 소리. // 엄마가 잠들면 / 엄마 몰래 자라고. / 언니가 잠들면 / 언니 몰래 자라고. // 아기는 밤에만 / 자라는지 몰라. / 입던 옷 갈아입히면 / 소매가 짧아지고. / 신던 신 신다 보면 / 신발이 좁아지고.?「아기는 밤에만」 전문
아름다운 우리말을 통해 우리가 회복해야 할 모습을 그리다
이문구는 ‘말을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며 특히나 고유어나 사투리에 능통한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특징은 동시에서 역시 드러난다. 그는 하학길, 동구, 두메, 뜨락, 뒤란, 아람, 툇마루, 섬돌, 써레, 물여울, 황톳길, 손국수, 맷방석 등 요즘은 자주 쓰이지 않는 말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많은 독자에게 낯설게 느껴질 테지만, 이러한 단어는 한때 우리네 삶 가까이에 있으면서 자주 활용되던 말이다. 다만 삶의 조건과 생활 모습이 달라지면서 차츰 우리 곁에서 멀어졌을 뿐이다. 이문구는 이러한 말들을 활용함으로써 우리네 삶에서 멀어진 삶의 방식들, 우리네 삶이 회복해야 할 생활 모습을 다시금 불러낸다. 『개구쟁이 산복이』를 읽는 독자들은 낯선 우리말을 접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방식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글 : 이문구
LEE,MUN-KU,李文求, 호:명천
고향 잃은 사람들이 갈 곳 없음을 밝히면서 우리 사회 현실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갈등과 불안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글들을 써온 이문구 씨는 농민소설의 전범을 보여주는 소설가다. 오늘 날에는 보령으로 바뀐 충남 대천의 관촌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으며, 6·25전쟁으로 아버지와 형들을 잃고, 이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15세 때 가장이 되었다.
1959년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막노동과 행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1961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김동리, 서정주 등에게 수학했다. 등단작품『다갈라 불망비』(1963)와 『백결』(1966)의 독특한 문장과 문체에 주목한 김동리는 추천사에서 '한국 문단은 가장 이채로운 스타일리스트'를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문장으로 치면 '북의 홍명희, 남의 이문구'라 할 정도로 만연체와 구어체, 토속어와 서민들의 생활언어가를 구수하게 구사하고 있다.
농촌을 소재로 한 그의 대표적인 작품 『관촌수필』은 1950∼1970년대 산업화시기의 농촌을 묘사함으로써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현재의 황폐한 삶에 대비시켜 강하게 환기시켜 주는 작품이고, 새마을운동 이후 변모된 농민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또다른 연작소설 『우리동네』는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들이 겪는 소외와 갈등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농촌문제보고서와 같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나무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단편모음집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는 1990년대 이후의 영악해진 농민과 삭막해진 농촌풍경을 각기 다른 양태를 지닌 나무에 비유해 정감 있는 토속어로 맛깔스럽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의 문학과 인생역정의 또다른 표현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집으로 2000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우리말 특유의 가락을 잘 살려낸 유장한 문장으로 작가 자신이 경험한 농촌과 농민의 문제를 작품화함으로써, 소설의 주제와 문체까지도 농민의 어투에 근접한 사실적인 작품세계를 펼쳐보여 농민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들은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지만 작가 등단 27년 만에 『매월당 김시습』이 처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편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소설가협회, 국제펜클럽 등의 단체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 《이삭》(1968) 《이 풍진 세상을》(1970) 《암소》(1970) 《해벽》(1972) 《추야장》(1972) 《관촌수필(1~3)》(1972) 《백면서생》(1974) 《우리동네 김씨》(1977) 《우리동네 최씨》(1978) 《우리동네 유씨》(1979) 《우리동네 장씨》(1980) 《우리동네 조씨》(1981) 《강동만필1》(1984) 《강동만필2》(1985) 《장곡리 고욤나무》(1991) 《유자소전》(1991) 《더더대를 찾아서》(1994) 《장척리 으름나무》(1994) 《장동리 싸리나무》(1995) 《장천리 소태나무》(1998) 등 다수가 있다.
그림 : 박세영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201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동안 『벼알 삼 형제』 『하루와 미요』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제1부 꽃게잡이
세발자전거
봄나들이
엄마랑 아기랑
아기랑 토끼랑
가을
오뉴월
첫눈
산 너머 저쪽
미루나무
가을 하늘
명태
나귀
꽃게잡이
불가사리
얼음지치기
까치니 까마귀니
제2부 개구쟁이 산복이
초겨울
꽃밭
공원에서
하학길
바닷가에서
가을비
밤중에 몰래
산은 산은
겁쟁이
기러기
개구쟁이 산복이
울보 자숙이
산에 가면
오누이
허풍쟁이 풍뎅이
겨울 바다
제3부 누구 누가 노나요
모내던 날
아기 나팔
비 오는 날
누구 누가 노나요
아기는 이담에
전봇대
돌 지난 아기
탱자나무
큰 산
꿈이 오는 소리
아기 발자국
가랑비
집 보는 아이
호랑이
섣달그믐
산에 산에 숨어 사는
제4부 강아지꽃
장마철
지름길
누룽지
강아지꽃
가득가득 한가득
이상한 아빠
저녁상
숲속 마을
장갑
가오리연
보리밭에서
맷방석
장다리밭
마당에 뜬 달
아기는 밤에만
헌 신발
제5부 시골 잔칫집
삘기 뽑으러 가는 길
그림
풀각시
두꺼비
개울에서 강에서
아기가 그린 그림
푸른 산 골짜기
늦가을
싸라기눈
보리싹에게
가을 언덕에
글씨 공부
바다 농사
우리 동네 버스
시골 잔칫집
언니 별 아기 별
제6부 여름에 한 약속
아기의 잠
타자기
어떤 아저씨
저녁 연기
고향 집
여름에 한 약속
나무
고목나무
징검다리
달리는 고속버스
콩나물
운동회
나물 캐는 아기
오디 따러 갔다가
우리 집 강아지
야구공
제7부 아빠 이야기
고구마
장독대
연기
밤차
옆집 장닭
산비둘기
감자
간장 종지
흙장난
오두막집
장날
담배
허수아비
아빠 이야기
겨울 방학 첫날
아빠는 농부
해설│동시를 읽는 기쁨_손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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