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평범한 아줌마로 살면서 선(禪)을 공부하여 한결같은 진실에 눈을 뜬 임순희 씨의 새 책『나에게 길이 있다』가 도서출판 침묵의 향기에서 출간되었다. 마음공부의 길을 가는 도반들을 위해 틈틈이 써 온 125편의 글을 5장으로 나누어 펴냈다. 『아줌마와 선(禪)』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우리의 본성이자 유일한 실재인 ‘마음’이 무엇인지, 이 세상의 참모습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가리켜 보여 준다. 또한 온갖 생각과 감정, 세상사에 끄달리지 않고 세상 속에 살면서도 평화로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길을 들려준다. 참된 자기 자신과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삶과 죽음에서 영원히 해방되고 싶은 구도자를 위한 책이다.
나 자신을 알라!
그것이 바로 위없는 최고의 기적이자 내적 혁명이므로
긴 겨울이 지난 뒤 찾아온 화창한 어느 봄날, 아름답게 피어난 목련과 영산홍, 벚꽃들을 보면서 서글퍼진다는 어느 동네 할머니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이 신비하리만큼 어여쁜 꽃들이 왜 그 할머니에게는 슬픔을 자아내게 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병들고 죽어 가는 몸을 자기 자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몸과 함께 죽는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연한 사실로 알고 있는 이 보편적인 상식은, 그러나 정말 진실한 것일까.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전해지는 선지식들의 가르침은 무수히 많지만, 복잡다단해 보이는 그 모든 가르침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나 자신을 알라”라고 할 수 있다. 그 모든 가르침의 정수는 이렇게 단순하다. 왜 그런가? 이것이 바로 핵심이고 열쇠이기 때문이다.
범부들이란 자기를 하나의 분리된 개인으로, 태어나고 죽는 개인이라고 믿는 상식적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깨달음이란 진실을 깨닫는다는 것이며, 이는 곧 자기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는 말이다. 비유하자면, 범부들이란 자신이 무한히 넓은 바다 가운데 일어나고 사라지는 하나의 파도라고 믿는 사람들이고, 진실을 깨친 사람은 자신은 하나의 파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사람이다.
파도는 바다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파도라는 개별적인 실체는 없다는 것을, 개별적인 파도들이 따로 있다는 상식은 오해였다는 것을, 순간순간 무수히 많은 파도가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실제로는 오로지 바다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오로지 그것뿐이어서 그것은 뭐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음을 분리의 소멸이라고 달리 말할 수 있습니다. 드러나는 모든 것들이 따로따로 존재한다고 여기며 살다가, 문득 이 모든 것이 하나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마음의 갈등과 번뇌는 모두 분리 때문에 생깁니다. 나와 나 아닌 것들 간의 갈등이고, 내가 원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 간의 갈등으로 마음이 괴롭습니다. 본래는 이런 분리가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참모습입니다. 현상적으로는 모든 것이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이 모든 것이 자기 마음 하나의 일입니다. 이 마음만이 실재이고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전부입니다.” (153쪽)
이 ‘마음’만이 실재이고,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전부이며, 이 모든 것이 ‘마음’ 하나의 일임을 깨닫게 되면, 이보다 더 큰 기적은 없음을, 이보다 더 큰 내적 혁명은 없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세계가 근본적으로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없음을 알게 되어 자유로워지고, 없다고 여겼던 것이 있음을 알게 되어 경이로워하게 된다.
본래 완전하지만,
생각에서 해방되는 만큼 자유를 누린다
본래 완전한 해탈, 본래 하나인 본성에 눈을 뜨게 되면, 모든 문젯거리들이 점차 힘을 잃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모든 괴로움과 문제의 근원에는 분리된 개별적인 ‘나’라는 전제가 있는데, 이 전제를 떠받치는 토대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대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습관으로 굳어진, 생각에 대한 믿음들이 남아서 게릴라들처럼 괴롭히며 끄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늘 방심하지 않고 꾸준히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차피 생각에서 해방되는 공부입니다. 결국에는 생각을 하더라도 아무 일이 없다는 깨달음을 체득하는 일이지만, 시작부터 그런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게 되면 번뇌가 줄어드는 변화를 겪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생각에 부여했던 믿음을 거두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생각에 사로잡히는 습성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 아닌 본성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것을 체험하면 생각의 허망함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완전한 해탈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갖게 됩니다. 스스로도 이 길밖에 없다는 분명한 확신을 하게 됩니다.” (35쪽)
책의 마지막은 잔치 이야기로 끝난다. 진실에 눈을 뜨고 보면, 삶 자체가 잔치의 연속이고 축제의 장이며,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이 그것 그대로 잔치라는 것이다.
“태어남을 축하하고 죽음을 애도하는 잔치가 아니라, 태어난 적도, 죽는 일도 없음을 밝게 보게 되는 것이 참된 잔치입니다. …… 기뻐도 기뻐할 사람이 없고 슬퍼도 슬퍼할 사람이 따로 없는 것이 진정한 축복입니다. 온갖 경조사가 따로 없는 것이 참된 잔치입니다. …… 지극히 평범한 일상 이 자체가 잔치입니다. 잠시 마음의 헐떡임을 멈추고 둘러보십시오. 이 찬연한 축제의 장을.” (415-417쪽)
마음공부의 길은 안락하고 멋진 집을 짓는 건축가와 같은 것이 아니라, 어떤 상식도 맹신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자와 같다. 지은이는 진실을 좇는 과학자와 같은 시선으로 ‘지금 여기’를 있는 그대로 보도록, 본래 완전한 해탈에 눈을 뜨도록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친절하게 안내한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우리가 학습된 관념들에 사로잡혀 보지 못하고 있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작디작은 ‘나’라는 것에서 해방되어 무한한 자유로 나아가고 싶은 구도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임순희
1969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삶의 허무함을 느꼈고, 인생과 실존, 진리에 대한 끌림이 있었다. 20대에 갖게 된 삶의 목표는 인생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납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설가의 길을 선택했다. 교육 잡지 [월간 유아]에서 기자로 재직하며 10여 년의 습작 기간을 보냈다. 2002년 [한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삶은 더욱 모호해졌고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소설 쓰기를 통해 얻은 것이라곤 언어는 결코 실재에 닿을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길을 잃고 방황할 무렵, 남편이 의지해 공부하고 있던 무심선원 김태완 선생님을 만났다. 첫 만남에서 진실은 언제나 눈앞에 실재한다는 말을 듣고 선(禪) 공부에 몰입하게 되었다. 선 체험을 하면서 무겁게 지고 있던 삶의 짐을 내려놓게 되었다. 내적 갈등과 실존적 불안이 망상에 사로잡힌 결과임을 깨달아 더 이상 찾고 구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같은 길을 가는 남편과 함께 마음공부 모임을 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아줌마와 선(禪)』이 있다.
목 차
1장 영원에 대한 그리움
2장 바로 지금 이 마음뿐
3장 삶의 구속, 삶의 자유
4장 이야기 속 깨우침
5장 본성을 깨우는 두드림, 똑똑똑!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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