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와, 여기서 우리는 완전 을이네.”
“무슨 소리! 우리는 여기서 그냥 병이에요.”
소설가 태권은 강사로 일하던 논술학원이 망해 백수로 지내던 중 인근 신도시의 피트니스 센터 ‘헬라홀’에서 사우나 매니저 일을 시작한다. 대학 나온 젊은 남자가 하기에 창피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는가, 돈이 필요한 걸. 게다가 고뇌하지 않고도 단편소설 한 편 원고료의 두 배쯤 되는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할 만하지 않은가.
보증금만 3~4천만 원 하는 고급 멤버십 피트니스답게 헬라홀은 수영장, 헬스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시설을 두루 갖췄고, 회원들은 주로 중장년층의 전문직 종사자나 사업가, 은퇴 후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는 노인들이다. 대한민국 1퍼센트의 재력가인 그들은 이 사회의 ‘갑’이고, 사우나 매니저는 ‘을’도 아닌 ‘병’으로서 그들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
1퍼센트의 갑들을 위해서는 병의 서비스도 일류여야 한다. 수건 한 장, 운동복 하나도 각을 맞춰 정리해야 하고 로커룸은 언제나 물 한 방울 없이 깔끔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모두가 벌거벗고 있는 사우나 안에서도 매니저는 홀딱 벗을 수 없으며 절대로 회원들과 함께 탕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무엇을 하든 눈에 띄어서는 안 되고, 없는 듯 있다가 부르는 즉시 달려가는 건 기본이다. 게다가 회원 대다수가 노인들이라 언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므로 항상 그들을 눈여겨 감사해야 한다.
태권은 일이 손에 익자 회원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한민국 1퍼센트라 불리는, 혹은 스스로 그렇게 믿는 그들은 사실 사우나에서 그리 위엄 있는 존재들이 못 되며 진짜 1퍼센트와도 거리가 멀다. 진짜 1퍼센트를 코스프레하는 무덕하고 초라한 노년 혹은 중년일 뿐이다. 어쩌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보다 더 허황한 삶을 사는지도 모른다. 헬라홀 피트니스 역시 알고 보면 자본주의의 꽃동산이 아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초라한 뒷모습을 숨기고 낡아가는 오래된 노인들의 나라일 뿐이다.
헬라홀은 사실 덩치만 클 뿐 너무 늙은 곳이었다. 명목상 1퍼센트 남자들이 드나드는 곳이건만 삐걱대고, 검버섯이 잔뜩 피고, 활력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떤 날은 세탁물 바구니를 뒤집으면 그 안에서 누군가 버린 비아그라 약 껍질이 툭 떨어졌다. 힘쓰고 땀 빼러 왔다가 다시 약 먹고 힘쓰고 땀 빼러 떠나는 운동아재들의 쓸쓸하고 씁쓸한 허물이 그곳에 있었다. (132쪽)
바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대형 유리벽 안에서 신도시에 사는 헬라홀의 남녀 회원님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다리를 찢고, 엉덩이는 뒤로 번쩍, 숨은 헉헉거렸다. 비단 살을 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주식 시장이 폭락하건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건 간에 불안하지 않은 환상적인 1퍼센트의 삶을 느끼려고 매일 헬라홀을 찾았다. (218쪽)
작가는 개성 있는 인물들과 풍부한 에피소드로 헬라홀 피트니스라는 소우주를 생동감 있게 구현한다. 무엇보다 사우나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년의 모습은 젊음과 건강이 최고의 권력이 된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한때는 잘나갔으나 지금은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노인들. 재력을 빼면 그저 그런 존재일 뿐인 그들이 헬라홀 멤버십에 집착하는 건 거기가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자 갑의 지위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1퍼센트의 삶을 향한 욕망은 그토록 끈질기다.
그것은 헬라홀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헬라홀은 태권이 사우나에 붙인 이름이다. 더러운 세탁물을 흘려보내는 구멍처럼 1퍼센트의 사람들이 빠져드는 어마어마한 구멍, 한번 빠지면 쉴 새 없이 달리고 땀을 빼며 영원을 꿈꾸지만 훅 꺼져 사라질 때까지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멍이 바로 그곳이기에.
물처럼 투명한 존재가 되었던 경험
단단한 세계의 어떤 물컹한 부분을 밟았던 경험에 대해
태권은 1년 만에 사우나 매니저를 그만둔다. 권태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안락한 공간에서 아무것도 아닌 자가 느끼는 권태. 사실 사우나 매니저 일이 일자리가 급한 사람들이 잠깐 머물렀다가 더 좋은 일을 찾으면 미련 없이 떠나는 정거장 같은 것이라지만, 태권은 그보다는 권태가 자신을 더 갉아먹기 전에 떠나기로 한다.
그 무렵 태권은 헬라홀에서의 사건들을 소설로 반절쯤 쓰다가 포기한 상태였다. 헬라홀을 그만두고 소설가로 돌아온 태권은 자신이 쓴 소설 속 사우나 매니저 태권과 이야기를 나눈다. 헬라홀에서 보낸 시간과 태권이 쓴 소설에 대해 주고받는 둘의 대화는 작가 박생강이 자신의 소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태권은 헬라홀에서 보낸 시간을 일컬어 물처럼 투명한 존재가 되었던 경험, 딱딱한 세계의 어떤 물컹한 부분을 밟았던 경험이라고 말한다. 비록 권태로 이어졌을지언정 그 경험이 의미 없진 않다. 어쩌면 그러한 경험이 고정관념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세계에 작은 구멍을 내고 유연한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줄지 모른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 같다. 헬라홀이라는 거대한 욕망의 구멍과 대비되는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작은 구멍. 구멍이 뚫리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펼처보기
작가 소개
저 : 박생강
박진규
1977년 북한방송 전파가 종종 흑백텔레비전에 잡히던 경기 파주 금촌에서 태어났다. 2005년 단군신화 설화를 패러디한 호랑아낙을 등장시킨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본명 박진규로 등단했다. 2014년 장편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를 출간하면서 박생강이란 필명으로 문학 활동을 새로이 시작했다. 생강이란 필명은 생강이 몸에 좋다는 어떤 건강 서적의 표지를 서점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정했지만, 성자saint와 악당gang의 혼성, ‘생각의 강’ 같은 심오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물간 상류층들이 주로 드나드는 멤버십 피트니스 남자 사우나의 사우나 매니저로 잠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장편소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엔터미디어를 통해 대중문화 칼럼 [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를 연재했다.
목 차
헬라홀
이름 없는 병
대여품 양말
게으를 권리
비상사태
사우나 사나이
정거장
벌거숭이
독재자
운동아재
정답과 정답 아닌 남자
코털과 콧수염
일꼬의 법칙
헬라홀의 보르헤스
악착같이
의정부
살기 좋은 나라
그리고 1년 후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