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내 몸은 정말 내 몸이 맞을까? 내 몸무게는 정말로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무게일까?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내가 입고 있는 옷 안에 있는 개체는 약 30조 개의 인간 세포와 40조 마리의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개체 안에는 약 2만 5천 가지의 인간 유전자와 그것보다 500배나 많은 미생물 유전자가 들어 있다. 옷을 입고 있는 그 개체는 사람이라고 하기보다는 미생물이라고 하는 게 솔직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면 사람이 너무 초라해진다. 차라리 수십 조 마리의 미생물에 점령된 사람이라고 보는 게 더 위안이 된다.
미생물이 점령군이라고 해서 무임승차하는 놈들이라고 보면 안 된다. 미생물은 우리 몸을 빚어내고, 우리를 독과 질병에서 보호하고, 음식물을 분해하고, 면역계를 조절하고, 행동을 안내하며 심지어 우리의 유전체에 자신의 유전체를 삽입시켜서 한 덩어리로 만들기도 한다. 하여, 우리와 한 몸을 이루고 결국에는 우리 뇌의 지휘를 받는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발생과 생장, 번식과 진화는 미생물과 함께 이뤄내는 환상적인 팀플레이의 결과다.
멋지지 않은가. 영국에서 이미 최고의 반열에 오른 생화학자 출신의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인 에드 용(Ed Yong)의 첫 책이다.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는 영어권에서 2014년에 출간된 직후 <뉴욕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최고의 서평을 받았으며, 영국 과학 저술가 협회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저술가상’을 받았다.
재밌는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번역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
- 추천자: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우리 자신, 그리고 세상의 진짜 모습이 여기에 있다”
자연관을 뒤집어놓을 아찔한 발견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공생의 자연사를 만나다
우리는 약 30조 개의 인간 세포와 39조 마리의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세포들은 2만 개에서 2만 5000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우리 몸속 미생물들은 그보다 500배나 많은 유전자를 갖는다. 더 가까운 값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미생물’이다. 우리의 삶은 체내에 주둔하는 수십 조 마리의 미생물 파트너의 영향력하에 놓여 있다. 미생물은 단순히 우리의 몸에 탑승한 무임승차자가 아니라 눈이나 위장 같은 인체의 귀중한 장기처럼 행동하며,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생명활동의 중대사를 처리해낸다. 그들은 우리의 몸을 빚어내고, 우리를 독소와 질병에서 보호하고, 음식물을 분해하고, 면역계를 조절해 주고, 행동을 안내할 뿐 아니라 심지어 우리의 유전체에 자신의 유전자를 쏟아붓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외로운 섬’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서 뇌와 유전체의 지휘 아래 ‘하나의 팀’을 이루어 삶을 영위한다. 발생부터 생장, 번식, 진화까지 자연계의 모든 생명활동은 동물과 미생물의 환상적인 팀플레이 속에서 이루어진다.
에드 용은 우리 모두가 ‘걸어 다니는 생태계’임을, 우리 주변이 거대한 ‘동반자들의 세계’로 이루어져있음을 일깨워주며 독자들이 세상의 경이로움과 장엄한 공생의 자연사를 만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물과 미생물이 얼마나 유사한지, 또 양자 간 관계가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헤아릴 수 없이 풍부해질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평생 동안 자연계를 사랑해왔다. 내 선반에는 야생동물 다큐멘터리가 즐비하고 미어캣, 거미, 카멜레온, 해파리, 공룡에 관한 책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미생물이 숙주의 삶을 움직이거나 고양하거나 조종한다고 알려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불충분하기 짝이 없다. 액자 없는 그림, 크림 없는 케이크, 폴 매카트니 없는 존 레논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모든 동물들이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에 의존하고 있음을 안다. 동물은 미생물과 함께 살면서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미생물은 동물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지구 상에 존재해온 선배로서, 동물들의 능력을 도와주고 때로는 전적으로 책임진다. 이것은 한편 아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관점의 변화다. (…) 온갖 생물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의 진짜 모습은 이렇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_1장 「살아 있는 섬」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삼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생물과의 평화 유지를 위한 단서들
미생물과 동물의 파트너십은 영원불변의 계약이 아니며, 공생을 관리하고 안정화시키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생의 질서가 깨어질 때 숙주는 종종 치명적인 결과를 맞닥뜨린다. 산호초의 집단 폐사나 장내 미생물의 혼란으로 인한 심각한 질병들이 그 예다.
에드 용은 생태계 교란이나 인간의 질병 뒤에 숨은 미생물의 영향력을 규명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발견을 소개한다. 미생물이 비만, 염증성 장 질환 같은 질병이나 우울증, 자폐증 같은 정신건강에 끼치는 영향이 이미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고, 미생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다양한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독자들은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유익한 세균 조합(프로바이오틱스)과, 유익한 미생물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영양소 패키지(프리바이오틱스), 한 사람의 미생물 군집을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대변 미생물총 이식술)까지 미생물학의 최전선을 만날 수 있다.
현미경 속 ‘춤추는 놀라운 생물’에서 질병과 감염의 주범으로,
다시 동물의 생존 파트너이자 건강의 핵심 열쇠로 떠오른 ‘미생물의 그랜드 히스토리’
네덜란드의 호기심 넘치는 렌즈기술자 레이우엔훅이 연못 물 한 방울에서 ‘매우 예쁘게 움직이는 극미동물들’을 발견하기 전까지, 인간은 이 ‘지구의 숨은 지배자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이후로도 미생물의 존재는 전염병이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 아래 오랜 시간 가려져 있었으며, ‘이로운 공생자’로서 새롭게 조명되기까지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분투가 필요했다. 이 책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에는 미생물이 ‘소독과 박멸’의 대상에서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로 떠오르기까지, 미생물학이 생물학의 변방에서 중심부를 차지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역사가 오롯이 담겨있다.
무엇보다도, 황폐화된 산호의 무덤에서부터 심해의 열수 분출공, 동물원의 분뇨 처리장까지 찾아다니며 미생물학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젖힌 과학자들의 열정과 탐험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작가 소개
저자 : 에드 용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 블로거, 과학 저널리스트.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자연과학을 전공, 분자생물학과 동물행동학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생화학 연구로 철학석사(M.Phil) 학위를 받았다.
에드 용은 생물학, 신경과학, 심리학, 동물행동학, 진화생물학을 넘나들며 곰팡이부터 fMRI까지 다양한 주제를 심도 있게 탐사한 블로그(‘Not Exactly Rocket Science’)를 통해 단숨에 가장 주목할 만한 과학 작가로 떠올랐다. 자연계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놀라운 연구 결과들, 중요한 과학적 발견들을 발빠르게 소개하는 그의 블로그는 “과학 저널리즘의 미래”(〈사이언티픽 아메리칸」)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독점 중계되었으며 영국 과학 저술가 협회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저술가상’(2014)을 비롯한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미생물의 세계를 탐사한 그의 첫 책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원제: I CONTAIN MULTITUDES)는 「뉴욕타임스」(Notable Books of 2016), 「가디언」(Best Books of 2016), 「퍼블리셔스 위클리」(Books of the Year), 「이코노미스트」(Best Books of 2016), 「 커커스리뷰」(Best Book of the Year) 등 언론의 올해의 책 리스트에 선정되었으며, 2017년 웰컴 도서상(Wellcome Book Prize) 숏리스트, LA타임스 도서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최고 수준의 과학 저널리즘”이라는 빌 게이츠의 찬사를 받았고, 마크 저커버그가 침대 맡에 두고 읽는 책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네이처」, 「뉴욕타임스」, 「와이어드」, 「뉴 사이언티스트」 등에 칼럼을 기고해왔으며 현재 「더 애틀랜틱」의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역자 : 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이런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진화론의 교과서로 불리는 《센스 앤 넌센스》와 알렉산더 폰 훔볼트를 다룬 화제작 《자연의 발명》을 번역해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후보에 올랐다. 옮긴 책으로는 《핀치의 부리》, 《물고기는 알고 있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 《곤충 연대기》 등이 있다.
목 차
프롤로그 | 동물원에서
1장_ 살아 있는 섬
우리는 미생물에서 진화했다 |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놀라운 우주’ | 지구 상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한꺼번에 사라진다면 | 인간은 모두 섬이다 | 다윈 이후 가장 의미 있는 혁명 | 미생물이라는 경이로운 렌즈
2장_ 별천지가 열리다
춤추는 미세한 생물과의 첫 만남 | 미생물과의 전쟁 | ‘공생’이라는 낯선 아이디어 | 유전자분석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 | 미생물을 위한 박물관
3장_ 보디빌더들
오징어의 생존 파트너 | 동물의 발생과 성장을 돕는 외주업체 | 진화의 블랙박스 | 관벌레가 어른이 되는 방법 | 항상성 유지를 위한 끝없는 대화 | 하이에나의 신상명세서 | 미생물이 뇌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 | 사이코바이오틱스
4장_ 조건부 계약
숙주의 생식을 교란하는 볼바키아 | 악당도 영웅도 없다 | 부정행위와 배신이 난무하는 세계 | 미생물 농장에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 모유, 포유동물의 혁신적 발명품 | 공생에는 대가가 따른다
5장_ 건강과 질병의 열쇠
산호의 죽음 | 뜻밖의 암살범 | 날씬한 생쥐와 살찐 생쥐 실험 | 영양실조의 주범 | 염증성 장 질환 | ‘오랜 친구들’이 사라지는 이유 | 항생제의 무차별 살상 | 사라지는 미생물의 경고 | ‘미생물 불균형’ 모델 | 인과관계 확립을 향해서
6장_ 기나긴 진화의 왈츠
진화의 왈츠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 미생물 대물림 | 깐깐한 파트너 고르기 | 전유전체, 전생활체 | 공생에 의한 종 분화 가설
7장_ 상호 확증 성공
살아 있는 영양 보충제 | 상호 확증 성공 | 초식동물의 동반자 | 유연한 메뉴 선택 | 독성 먹이 해독 프로그램 | 결과는 자연만이 안다
8장_ 알레그로 E장조
유전자 주고받기 | 동물의 몸속으로 점프하다 | 공생의 마트료시카 | 진딧물의 보디가드 | 새로운 파트너의 공로
9장_ 미생물 맞춤 요리
동반자 관계의 틈새 | 새로운 생태계를 빚어내는 일 | 개구리들을 위한 향균 칵테일 | 요구르트를 마시면 건강해질까 | 프리바이오틱스 | 대변 미생물총 이식술 | 미생물 맞춤 요리 | 뎅기열을 몰아낸 획기적인 아이디어 |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10장_ 내일의 세계
홈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 | 아쿠아리움의 미생물 생태계 | ‘미생물 프렌들리’한 건축 설계 | 살아 숨 쉬는 도시 | 지구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 | 아주 특별한 동반자들
감사의 글
주석
참고 문헌
찾아 보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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