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뽑은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명시(名詩) 50여 편과 삶의 이야기. 서정주의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부터,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하종오의 ‘동승’, 윤동주의 ‘서시(序詩)’등, 우리에게 낯익은 명시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아직도 글썽이는 시의 마음으로 사람과 삶의 안쪽을 응시하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축복!
순수하고 맑은 영혼과 문학적 감수성에 젖어서 나도 그 교실의 학생으로 한 생애 지나가고 싶다.”
- 류근 시인 -
현직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뽑은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명시(名詩) 50여 편을 다시 만나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집과 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윤동주 시집의 초판본이 서점에 진열되고, 시 모음집이 드라마에 소개되면서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에 대한 감성을 찾기 시작했다.
이 책 『인생詩선』에는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시험을 위해 외우고, 쪼개고, 줄치고, 분석하던,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명시 50여 편이 담겨 있다. 서정주 시인의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부터, 정희성 시인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하종오 시인의 ‘동승’, 김종삼 시인의 ‘묵화’, 신동엽 시인의 ‘산에 언덕에’,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까지, 우리에게 낯익은 명시 50여 편을 저자는 새롭게 조명한다.
국어교과서에 단골로 실려 누구나 한번쯤 읽어봄직한 아름다운 시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입시와 시험이라는 틀 밖에서 시의 진짜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시인들의 순수한 감성, 아름다운 글, 깊은 울림을 누구나 느끼고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도배된 거칠고 어그러진 말의 잔치 속에서 깊은 산골에서 솟아오르는 영롱한 시인의 목소리가 늘 그리웠다. 정제되고 순화된 고운 속살 같은 말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시를 잃어버린 우리의 미래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을 것이라고 염려한다.
평범하고 소박한 이웃들의 웃고, 울고, 아프고,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를 만나다
『인생詩선』의 저자는 고등학교에서 국어선생님으로 20여 년간 재직 중이다. 대학 입시를 담당해야 하는 교사이자 학교라는 조직의 직장인으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 가슴 아픈 가족사를 겪어낸 가족의 일원으로, 문학을 담당하는 문학인으로 다양한 역할과 책임을 짊어지면서 겪게 되는 평범한 이야기를 책에서 들려주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한 편의 시이다. 한 편의 시를 읊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시인의 이야기이자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며, 또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누군가는 이미 겪었고, 누군가는 현재 겪고 있고, 누군가는 앞으로 겪게 될 것임을 저자는 진솔하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후략) (※시 전문은 책에 실려 있습니다.)
“경준이 아버지, 자살한 아이의 아버지, 내 아버지 그리고 아들과 학생들이 버거운 나. 모두들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이 힘겹고 고통스럽다. 어쩌면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하려는 행위를 사랑이라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사랑의 출발은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나는 상대를 조정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없다. 상대는 나와 다르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 자체의 색깔과 냄새를 가진 존재이다.
사랑은 기다림이다. 상대가 오기로 한 자리에 먼저 가서 빈자리를 남겨두고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다. 왜냐하면 상대는 내 마음대로 끌어당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오고 싶을 때, 아니면 올 형편이 될 때 상대는 비로소 본인의 의지대로 나에게 온다. 안 온다고 섣불리 일어서서 기다림을 포기하고 나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먼 데서 오래오래 걸려서 천천히 오고 있는 상대를, 아니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상대를 무작정 애타며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다.
‘세상에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이 있을까’ 시인이 말했듯이 기다림은 고통이며 슬픔이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면서 기다리다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 더 이상 기다림이 무의미한 순간에 나는 너에게 간다. 기다림을 포기하는 대신 내가 일어서 너에게 간다. 이 말은 아무리 아프더라도 기다림을 멈추지 않겠다는 고백이리라. 사랑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리라.” - 본문 중에서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읽으며, 저자는 시인의 감성을 자신의 인생에 겹치며 스스로 시인의 마음이 된다. 이처럼 자신이 겪은 많은 인생 속에 ‘기다림’과 ‘사랑하는 법’에 대한 깨달음이 부족했음을 알았듯, 독자들 또한 시를 읽음으로써 순수한 시인의 마음을 빌리고 동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저 : 손나라
문학 애호가였던 아버지에게서 어려서부터 시 쓰기를 배워 문학소녀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작가가 꿈이었으나, 우연히 교직에 발을 들여 놓아 1999년부터 현재까지 19년째 인문계 사립 남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교사 경력 20년을 앞두고 때로는 아픈 기억으로, 때로는 은은한 감동으로 가슴 속에 머물러 있는 학생들에 대한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또한 남은 재직기간을 ‘교사’로 살 것인가, ‘직장인’으로 살 것인가, 고민하면서 직장인이 아닌 교사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바람으로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는 글을 쓰게 되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남을 이기고 올라가는 법을 강요하는 교육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며, 자연과의 교감력을 상실한 채 꿈을 찾지 못하고 휴대폰과 컴퓨터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교사로서, 학부모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십대로서 잃었던 시의 언어와 감성을 회복하는 길이 진정한 행복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언어가 병들면 시를 잃어버리고, 시를 잃어버리면 정신이 아프기 때문이다.
목 차
들어가는 글
제 1 장 당신을 만나고 싶은 날
첫 번째 만난 시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서정주
두 번째 만난 시 머슴 대길이 ·고은
세 번째 만난 시 여우난골족 ·백석
네 번째 만난 시 엄마 걱정 ·기형도
다섯 번째 만난 시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유안진
여섯 번째 만난 시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일곱 번째 만난 시 별 헤는 밤 ·윤동주
제 2 장 커피 향 그윽한 날
여덟 번째 만난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아홉 번째 만난 시 꽃 ·김춘수
열 번째 만난 시 장수산1 ·정지용
열한 번째 만난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열두 번째 만난 시 땅끝 ·나희덕
열세 번째 만난 시 설일(雪日) ·김남조
열네 번째 만난 시 상처적 체질 ·류근
제 3 장 가슴 뛰는 날
열다섯 번째 만난 시 생의 감각 ·김광섭
열여섯 번째 만난 시 소나기 ·이면우
열일곱 번째 만난 시 어떤 기쁨 ·고은
열여덟 번째 만난 시 참 좋은 말 ·천양희
열아홉 번째 만난 시 알 수 없어요 ·한용운
스무 번째 만난 시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스물한 번째 만난 시 귀천(歸天) ·천상병
제 4 장 눈물 흐르는 날
스물두 번째 만난 시 먼 후일 ·김소월
스물세 번째 만난 시 사평역에서 ·곽재구
스물네 번째 만난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스물다섯 번째 만난 시 묵화 ·김종삼
스물여섯 번째 만난 시 동해바다 ·신경림
스물일곱 번째 만난 시 산에 언덕에 ·신동엽
스물여덟 번째 만난 시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제 5 장 문득 달리고 싶은 날
스물아홉 번째 만난 시 월훈(月暈) ·박용래
서른 번째 만난 시 묘비명 ·김광규
서른한 번째 만난 시 생명의 서(序) ·유치환
서른두 번째 만난 시 동승 ·하종오
서른세 번째 만난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서른네 번째 만난 시 숲 ·정희성
서른다섯 번째 만난 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지원
서른여섯 번째 만난 시 산문시1 ·신동엽
마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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