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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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용택
출판사항자주보라, 발행일:2017/07/01
형태사항p. 24×19
매장위치유아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527486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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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인이 살던 진메 마을은 가난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만그만했던 시절이다. 사람들은 풀을 뜯거나 열매를 따고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물론 농사를 짓고 그 쌀로 밥도 짓고 반찬도 만들어 먹었지만, 채집의 전설같은 생활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물고기는 중요한 식량이었고 놀잇감이었다. 물고기를 잡으며 배고픔을 해결하거나 때로는 물고기와 놀며 배고픔을 달래고 잊었다. 물고기가 풍성할 때는 배가 불렀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정신은 늘 풍요로웠다.
사람들은 그런 풍요 속에서 자연스럽게 물고기들의 흐름, 강의 생태를 파악했다. 식량을 해결하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쉽고 간단하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몸으로 알았다. 농사짓고 사는 사람들은 다 알았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은 생명을 죽이고 살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의 바퀴 속에서 모나지 않고 굴러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살지 못하니, 실은 인간이 모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자연스러운 섭리를 시인은 ‘참 신기한 일’이라고 말한다. 밤에 강가로 나가 통발 속에 갇힌 물고기들을 쏟아내면 왜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며 아름다운지, 또 사람들은 밤이 되면 바위 속에 있던 고기들이 나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일들이 경이롭고 신기하다고 말한다. (바위 속에 든 친구들이 밤이 되면 / 바위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 왜 친구들은 밤이 되면 바위 속에서 나가는 걸까. (……) 참으로 이상하고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어. - 본문 67쪽에서)
역설적이게도 시인이 그토록 신기하다고 말하던 자연스러운 강의 사계와 생태는 이제 정말 있을 수 없는, 신기한 일이 되고 말았다. 찬사로서의 신기함이 아닌 절망적인 신기함, 슬프고도 슬픈 신기함.
공기 오염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봄날이면 연일 미세먼지로 우리의 생활 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강은 언젠가부터 녹조라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등 물의 지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시인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섬진강 역시 지형이 생태가 풍경이 다 변해가고 있다.
이런 변화 앞에 시인은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던 걸까. 이제는 없는 시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강 풍경을 뜨겁게 그려 내며 우리가 과거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렸던 자연의 혜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노래한다. 화자인 물고기, 쉬리의 목소리를 빌어 시인은 자연의 선물 같은 혜택을 누리며 살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지금 당장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화자인 물고기는 말한다. 이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라고, 이제 그런 강은 없다고, 사람들은 여전히 강이 살아있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다 믿지는 말라고. 섬진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계와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푹 빠져 책장을 넘기던 독자는 책을 마무리하는 물고기의 말에 어쩌면 서늘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마지막 꼭지 제목은 ‘다시 온 봄날에’다. 많은 것들이 변했고 자연이 인간에게 너그럽던 시절은 다 가 버렸지만, 그래도 시인은 말한다. 다시 봄이 올 거라고. 다시 봄을 맞으려면 우리에게 어떤 봄이 있었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리라. 이 단단한 희망의 메시지 앞에 가까운 강 풍경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늘 자연의 말을 받아 적으면 시가 된다고 강연하는 시인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던 당연한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이 세계 순환의 끝에 다시 아름다운 사계와 다시 아름다운 강이 자리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삼한사온’도 이제는 없고, 명확한 사계도 이제는 없지만, 여전히 ‘그렇게 살고 죽고 겨우내 얼고 풀리면서 강물은 흘러가듯’ 인간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이라도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들은 지키며 살자고 말한다. 아직은 다 잃은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말이다.
‘아직은’ 겨울이 끝나면 봄이 찾아온다고 차갑게 말하는 시인은 물고기에게서 사랑을 찾는 낭만적인 글 안에서 자연과 벗 삼아 살던 일들이 이제는 신기한 일이 되어 버린 이 세계의 초상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라고.
그림은 오랜 세월 일러스트 작업을 해 온 구서보 작가가 2년여에 걸쳐 섬진강의 생태를 눈으로 직접 보며 그려 냈다. 이렇듯 서정적인 강의 생태는 쉽게 볼 수 없다. 이제는 우리에게 없는 시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증거로 남겨야 한다는 듯 작가는 이 한 권의 그림을 그리는 데 오랜 시간과 정성과 땀을 쏟아 부었다.
섬진강의 풍경을 꼭꼭 눌러 남기듯이 그려낸 이 한 권의 책이 우리들 곁에 오래 살아 있으면 좋겠다. 물고기 삶에도 여자 친구와 오붓하고 아늑하게 긴 겨울을 보내는 러브스토리를 싣는 시인의 뜨거운 열정이 많은 독자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작가 소개

글 : 김용택  
金龍澤
 대한민국의 시인으로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 등의 문학적 흐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독자들을 감동시키며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 그는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전라북도 임실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농고를 졸업하였으며 그 이듬해에 교사시험을 보고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교직기간동안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임실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었다.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2008년 8월 31일자로 교직을 정년 퇴임하였다.

김용택은 시골에 머무르면서 글을 쓰고 있는 보기드문 작가이로, 문화의 중심지인 서울이 아닌 곳에서 쓰여지는 작품들이 쉽게 대중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는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또한 일반에게 그것이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김용택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김없이 그들은 글의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며 호흡하는 김용택은 아이들과의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을 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과 교감하며 세상을 바라본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작품은 어엿한 문학 작품이 되기도 한다. (『촌아, 울지마』) 또한 김용택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숨겨진 진실을 단번에 알아차리는 직관적인 시선에 감동받으면 자신의 글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연시에 무척 어울릴법한 섬세한 시어와 감성 - 실제로 그의 연시는 널리는 읽히는 연시들이다 - 을 가지고 김용택이 바라보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아이들만이 아니다. 김용택은 그 빛나는 시적 대상들을 아름다움을 가리고 있는 한국 농촌의 황폐함에 주목한다. 험난한 세월을 견디며 살아 왔으면 이제는 폐가만이 황량한 농촌 마을과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가는 사람들, 지난한 역사를 흘러오면서 억세진 어머니와 누이의 손등에서 김용택은 이 나라의 아픔을 발견한다. 그것은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잊혀졌던 우리의 고향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름이 알려진 후에도 김용택이 고향 마을을 떠나지 않은 까닭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김용택는 출근길의 꽃내음과 학교 뒷산 솔숲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자신의 시와 삶을 길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집으로 『섬진강』『맑은 날』『누이야 날이 저문다』『그리운 꽃편지』『강 같은 세월』『그 여자네 집』『그대, 거침없는 사랑』『그래서 당신』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작은 마을』『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섬진강 이야기』『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인생』 등이 있다. 이밖에도 장편동화 『옥이야 진메야』, 성장소설 『정님이』,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내 똥 내 밥』, 동시엮음집 『학교야, 공 차자』, 시엮음집 『시가 내게로 왔다』 등 많은 저작물이 있다. 1986년 김수영문학상을, 1997년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림 : 구서보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고,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린 책으로 『인왕산 호랑이와 강감찬』 『바스커빌가의 개』『크리스마스 캐럴』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 『소년과 장군』 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경주에서 그림책 서점 소소밀밀을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만듦 : 정원

글을 짓고 책을 짓고 농사를 짓습니다. 느리게 궁리하면서 해야 하는 몇 가지 일들에 푹 빠져 삽니다. 시집이 든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누비다가 결국 사는 것은 그날의 반찬거리가 아닌 낯설고도 강렬한 사람들 풍경입니다. 호미 하나 들고 작은 텃밭을 온 우주인 냥 서성이다가 어느 순간 매고 있는 것은 내 마음 밭 이랑의 질긴 풀들입니다. 생각해 보면 늘 집중하는 것은 사람과 자유입니다. 호미와 노트와 카메라를 한 가방에 들고 다니는 복잡한 나날들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목 차


물고기가 사는 강 … 6
봄이 왔어 … 12
내 친구들 … 16
징검다리에서 … 20
어떻든 봄이야 … 24

여름
통발에 갇혔다가 탈출하다 … 26
가물치 … 32
밀어라는 아주 작은 고기 … 36
큰물 … 42
한여름의 수난 … 46
다슬기들 … 52

가을
참게 … 58
가제를 줍다 … 62

겨울
또, 통발 … 68
돌을 두드려 패서 고기들을 잡다 … 74
다시 온 봄날에 … 82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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