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개념 세계와 현상 세계를 잇는 가교를 발견하려는 인간 정신의 시도의 역사를 물리라는 분야를 통해 개괄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물리학의 사실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물리학의 역사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의 법칙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창의적인 인간 정신의 영원한 투쟁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었는지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아인슈타인과 공저자인 인펠트는 물리의 발전 과정이라는 난해한 내용을 일반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모든 수학적 수식을 배제하고서 개념의 발전 과정을 짚어 나간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고 실험과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과 도판들은 물리학이라는 학문의 발전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압축하고 정리해서 직관적으로 잘 보여준다. 아인슈타인과 공저자의 의도는 멋지게 성공하여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즉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타임 지의 커버스토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 책은 운동이라는 물리학의 가장 기초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로 시작된다. 2천 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관이 갈릴레오와 뉴턴의 고전역학에 의해 붕괴되면서 새로운 역학적 세계관이 형성된 것은 진정한 과학이라 할 수 있는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갈릴레오가 발견하고 사용한 과학적 추론 방식은 과학뿐 아니라 인간 사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이며 갈릴레오가 발견하고 뉴턴이 간결하게 정리한 고전역학의 세계관은 인간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완벽한 세계관으로 보였던 역학적 세계관은 전자기와 광학의 영역에서 큰 난관을 겪게 된다. 빛의 입자 이론과 파동 이론의 대립에서 물리학의 역사는 파동 이론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하지만 빛이 전파될 수 있는 매질은 무엇이며 그 매질은 어떤 역학적 성질을 지니고 있는가. 광학 현상과 전자기 현상을 역학적으로 환원할 때 발생하는 난점은 너무 거대해서 결국 역학적 세계관은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뉴턴 이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역장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 역장은 전자기장의 구조를 서술하고 전기만이 아니라 광학 현상까지 설명할 수 있는 맥스웰 방정식의 발견을 불러왔다. 상대성이론은 고전역학적 물리 세계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등장했다. 상대성이론은 역학의 법칙을 변화시켰다. 운동하는 입자의 속도가 광속에 접근하면 고전역학의 법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또한 상대성이론은 질량과 에너지 사이의 연결 관계를 제안했다. 질량은 에너지이며 에너지에는 질량이 존재한다. 질량과 에너지 보존법칙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하나로 합쳐져서 질량-에너지 보존법칙이 되었다. 상대성이론은 물리학에서 역장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중요성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완벽하게 역장으로만 구성된 물리학은 정립되지 못했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아직 불완전하며 아직까지는 역장과 물질이라는 두 가지 개념의 존재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
원자 단위의 현상이 보여주는 다양한 관찰 결과들은 물리학에 다시 한 번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게 만들었다. 바로 양자역학이다. 물질은 입자 구조를 가지며 양자라는 기본적인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광자는 빛을 구성하는 에너지의 양자이다. 빛은 파동인가, 아니면 광자의 흐름인가. 전자 빛살은 기본 입자의 물살인가, 아니면 파동인가. 현대 양자역학의 실험 결과들은 원자 단위의 사건들을 시공간 속에서 서술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물리학은 다시 역학적 세계관으로 후퇴해야 했다.
갈릴레오, 뉴턴 이래의 근대 물리학의 진화 과정을 개괄하면서 독자들은 운동과 열, 빛, 전자기장, 역장, 양자 같은 물리학의 핵심적인 개념들이 얼마나 풍요롭고 창의적인 사고 실험과 실제 실험들을 통해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어떠한 착상을 통해 나왔으며 그것이 물리학의 역사에서 지니는 의미를 아인슈타인의 언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양자역학의 실험 결과들은 아인슈타인이 꿈꾸었던 통일장 이론을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과학은 닫힌 책이 아니며, 앞으로도 닫힌 책이 아닐 것이다. 모든 중요한 진보에는 새로운 문제가 따른다. 모든 발전은 결과적으로는 새롭고 좀 더 심오한 문제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문제 해결은 결코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더 많은 문제들을 불러온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혼란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세계에 조화와 질서가 내재해 있다는 신념을 더욱 깊이 있게 확인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물리 이론의 도움을 받아서 관찰한 사실이라는 미로를 헤쳐 나가며, 감각으로 받아들인 세계에 규칙성을 부여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우리는 관찰을 통해 획득한 사실이 현실이라는 개념을 논리적으로 따르기를 원한다. 이론의 구축을 통해 현실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이 없다면, 우리 세계에 조화가 내재해 있다는 신념이 없다면, 과학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신념은 과학을 통한 모든 창조 행위의 근본 동력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노력에서, 과거와 현재의 관점이 극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영원한 갈망이, 우리 세계의 조화에 대한 굳건한 신념이, 갈수록 많아지는 장애물에 의해 계속 강해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작가 소개
저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1879년 3월 14일, 독일 울름에서 아버지 헤르만 아인슈타인과 어머니 파울리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뮌헨에 전기공장을 세우고 일을 시작하자 그곳으로 이주해 학업을 시작했으나 19세기 독일의 엄격하고 현학적인 교육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성적 부진으로 김나지움을 졸업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사업 부진으로 가족들이 밀라노로 이주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아인슈타인은 스위스에서 독학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해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 응시했으나 낙방했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수학 성적에 주목한 학장의 배려로 아라우에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고등학교에서 1년간 공부한 후 마침내 연방공과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1900년 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스위스 시민이 되었고, 2개월간 수학 가정교사로 일하다 베른에 있는 특허사무소 심사관으로 채용되었다. 5년간 특허사무소에 일하던 아인슈타인은 1905년 독일의 『물리학연보Annalen der Physik』에 5개의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분자 차원의 새로운 결정」이라는 논문으로 연방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다른 논문들에서는 유명한 광전효과, 브라운운동이론, 특수상대성이론을 제시했다. 특히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모든 좌표계에서 빛의 속도가 일정하고 모든 자연 법칙이 똑같다면, 시간과 물체의 운동은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이론을 제기하면서 그때까지 인간이 가지고 있던 우주관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또한 그는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원리를 확립했는데, 이에 따르면 ‘물질이 갖는 에너지는 그 물질의 질량에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과 같다’고 한다. 이것이 유명한 공식 E=mc2이다.
특수상대성이론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1914년 독일 프로이센과학아카데미에 자리를 얻어 그곳에서 연구하면서 때때로 베를린대학교에서도 강의를 하였다. 그리고 1916년 마침내 『물리학연보』에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를 발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뉴턴이 말한 힘이 아니라 ‘시공연속체 속에 있는 존재에 의해 생긴 굽어진 장(場)’이다. 그의 이론으로 시공간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바뀌었으며, 그때까지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우주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1919년 런던 왕립학회가 프린시페 섬에서 행한 과학탐사에서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계산값을 증명하는 일식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21년, 아인슈타인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1905년에 발표한 ‘광전효과’에 대한 공로 때문이었다. 이 이론을 설명하는 광양자 가설은 훗날 양자역학을 낳는 시금석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양자역학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고 거리를 두며 말년에는 주로 통일장이론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시민권을 포기하고 독일을 떠난 그는 이후 20여 년 동안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거의 변화 없는 생활을 유지했다. 1939년, 아인슈타인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내는 핵무기 연구에 관한 유명한 서한에 서명함으로써 ‘맨해튼 계획’ 수립에 영향을 끼쳤지만,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충격을 받아 핵무기 폐기를 위한 운동에 동참했으며, 비무장 세계정부 수립을 위한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한편 1940년, 아인슈타인은 마침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을 유럽인으로 생각했다. 1952년 이스라엘의 2대 대통령을 제안받기도 했던 그는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연구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1955년 대동맥류 파열로 프린스턴 병원에 입원한 뒤 그해 4월 18일 그곳에서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저 : 레오폴트 인펠트
Leopold Infeld
폴란드의 물리학자. 캠브리지 대학의 록펠러 연구원, 프린스턴 대학의 고등연구소, 토론토 대학 교수 등을 거쳤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별의 운동에 관한 방정식을 연구했고 이 책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공동 집필했다. 막스 보른과 함께 맥스웰의 전기역학 이론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명하는 보른-인펠트 모델을 발표하기도 했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에 서명한 11명의 과학자 중 한 명인데 서명자 중 노벨상을 수상하지 않은 사람은 인펠트가 유일하다. 2차 대전 후 캐나다에서 고국 폴란드의 과학 재건을 위해 귀국했고 폴란드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임되었다.
역 : 조호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했다. SF/판타지 단편과 어린이용 과학 도서 번역을 주로 하였고, 현대 해외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몬터규 로즈 제임스』『레이 브래드버리』『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마이너리티 리포트』『아마겟돈』『타임머신』『컴퓨터 커넥션』『타임십』『장르라고 부르면 대답함』『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런던의 강들』『소호의 달』 등이 있다.
목 차
제1장 역학적 세계관의 대두
위대한 추리소설
최초의 실마리
벡터
운동의 수수께끼
남은 하나의 실마리
열은 물질인가?
롤러코스터
교환율
철학적 배경
물질의 운동론
제2장 역학적 세계관의 몰락
두 가지 전기 유체
자기 유체
첫 번째 심각한 문제
빛의 속도
물질로서의 빛
색의 수수께끼
파동이란 무엇인가?
빛의 파동 이론
광파는 횡파일까, 종파일까?
에테르와 역학적 세계관
제3장 역장과 상대성
표현 방식으로서의 역장
역장 이론의 두 기둥
실재하는 역장
역장과 에테르
역학적 지지대
에테르와 운동
시간, 거리, 상대성
상대성과 역학
시공간 연속체
일반 상대성
승강기의 안팎
기하와 실험
일반 상대성이론의 입증
역장과 물질
제4장 양자
연속성-불연속성
물질과 전기의 기본량
광양자
빛의 스펙트럼
물질의 파동
확률파
물리학과 현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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