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

고객평점
저자백민석
출판사항예담, 발행일:2017/08/31
형태사항p.279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913548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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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왜 시대의 우울은 여전한가? 비참을 견디다 못해 검은 빗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들
한국 문학의 이단아 백민석이 새롭게 펼치는 불경과 비도덕의 디스토피아!

90년대 신세대문학의 대표, 뉴웨이브의 아이콘, 문단의 앙팡 테리블…. 이십 년 넘게 소설가 백민석을 칭하는 레토릭은 늘 특별하고 자극적이고 도전적인 것이었다. 활황하던 자본주의의 최전선, 그 음지에서 뻗어나가는 불길한 욕망과 분노를 기괴한 상상력으로 표현해낸 그의 소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절망과 불안을 자극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문학은 하나의 ‘전조’였고, 에너지였다. 그렇게 세기말이 지나고 200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잠적했던 그가 십 년 만에 문단에 돌아왔지만, 백민석이 전하는 ‘삶의 비참을 견디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고 유효했다. 시대정신은 퇴보했고, 정치적 사회적 상황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연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세계와의 끝없는 사투이자 대결이며 물러나지 않는 것이었다.

문단으로의 복귀 후, 펴내는 두 번째 소설집 『수림』은 그 사투 속에서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는 자들의 처절한 내면을 보여준다. 멀쩡한 척 정상적인 척, 삶이 요구하는 자리매김의 위치까지 분연히 달려온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아내와 자식과 이웃과 형제와 친구들이 벌이는 불경스러운 행태와 신경쇠약의 징후들이 한여름 장맛비처럼 어둡게 흘러내리며 뒤섞인다. 그나마 남아 있던 흥분과 도발의 에너지는 우울한 장맛비 속에 잠식되었고, 물러날 수 없기에 그저 내면으로 침잠해갈 수밖에 없는 우울과 절망의 그림자가 도시를 뒤덮고 있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연작의 형태를 지닌 이 소설은 정확히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단편들로서 정권교체 이전의 사회 분위기를 은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통 불능과 무력감이 극단에 치달았을 때 사람들은 어떤 상태에 이르게 될까? 『수림』은 백민석이 새로운 문제의식으로 접근한 디스토피아의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귀퉁이에서 뚝뚝 떨어지는 검은 빗줄기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세상은 날 증오하는 거지?”
무력감과 낭패감, 삶의 불안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위악과 비도덕의 아우성

‘수림(愁霖)’은 어두침침하고 우울하게 내리는 긴 장맛비이자, 시름겨운 장마, 슬픈 장마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총 아홉 편의 이야기가 이어달리기처럼, 앞선 단편의 주인공이 이어지는 단편의 인물에게 주인공 자리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연작소설은 늘 어둡고 긴 장마가 내린다. 실제 여름에 내리는 장맛비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내면에 계속해서 내리는 우울과 슬픔의 빗줄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듯 삶을 일구고 있으나, 그 이면으로는 상식과 도덕을 거스르는 비정상적인 행태들을 보이며 끝을 모르는 무력감과 불안감으로 자신의 삶을 파괴해나간다.

첫 번째 작품인 「수림」의 주인공 남자는 강남의 그럴듯한 대기업 과장이며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지만, 성 도착증세로 인해 아내에게 이혼 당했다. 또 그와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여자는 자살 중독에 시달린다. 그녀의 이야기는 두 번째 작품 「비와 사무라이」로 이어지며 안정적인 남편의 보호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계속 주변에 어른거리는 노숙자들을 보며 공포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검은 눈」의 남자 주인공은 소설가이자 화려한 여성편력을 갖고 있지만, 자살한 형의 환영에 시달리며 매번 섹스에 실패한다. 소설가의 애인이자 확신 없는 사랑에 불안해하는 시인은 나이 어린 제자와의 아슬아슬한 밀회를 통해 공허함을 달래며, 어린 제자는 성적 탐닉을 향해 사냥개처럼 질주한다.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타락하고 소멸해 가는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침내 첫 번째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로 돌아와 끝을 맺는다.

『수림』에는 우울한 장맛비처럼 성도착자들과 자신의 성을 파는 소녀들과 강간당한 여성들과 섹스에 실패하는 남성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여성혐오의 시대, 여전히 권위적이며 우월한 성적 효능감을 찾고 있는 한국 남성들에 대한 위악적 제스처임을 백민석 작가는 밝힌 바 있다. 우울한 비를 피하기 위해 죽음의 처마 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회란 무엇일까? 『수림』은 개인의 불안과 공포가 소리 없이 들불처럼 전염되는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킨다. 그 어떤 지옥보다 무서운 곳이다.

작가 소개

저 : 백민석

  '엽기'라는 우리 시대 문화 코드의 한 대표적 사례로 여겨졌고, 충격적인 언어와 기괴한 상상력으로 일찌감치 문단과 독자들에게 충격을 준 작가이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르도 스타일도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매번 바꾸어 가면서 쓸”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피비린내 나는 살인과 유혈 낭자한 이미지로 상징되었던 ‘엽기’라는 문화적 코드도 작가에게는 하나의 경향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 『목화밭 엽기전』,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러셔』등이 있다.

그의 작품에는 대부분 소년이 등장한다. 어른인 등장인물 역시 심리적으로는 소년인 상태의 어른들로 보인다. 현실의 인물을 기준으로 볼 때 기괴한 인물을 등장시킨다고 평가받는 그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반사회적’ 경험으로 인해 날렵하면서도 냉소적인 문체를 구사한다. 이러한 문체는 힘 또는 권력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는 최근 절필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작품을 들여다보자.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는 유치함을 가장한 대담한 글쓰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백민석의 연작소설집이다. 작가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생산해내기 시작한 인류의 신상품들을 만화처럼 그리고 있으며, 사회에 대한 음산한 해학과 통찰을 보여준다. 『내가 사랑한 캔디』는 백민석의 미혹과 파격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다양한 이미지와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가진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발기부전에 시달리거나 동성애에 빠지거나 지강헌과 같은 총잡이를 꿈꾸는 '90년대 낙오자들'의 절망과 허기를 그려 내고 있다. 새로운 감성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창조한 이 소설은 90년대식 소설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죽은 올빼미 농장』의 주인공은 도심에서만 성장한 전형적인 '아파트먼트 키드'로, 이미 서른이 넘긴 나이임에도 '인형하고만' 대화를 나누며 어린 시절 들었던 자장가 가사에 집착하기도 한다. 작가의 전유물인 ‘인형’과 ‘복화술’을 기반으로 ‘아파트먼트 키드’라는 기형적 인간의 내면을 탐사해나가는 작가의 상상력에는 보다 순화된 ‘인간적 순정’이 느껴진다. 저자는 “아파트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낸 아이들을 두고 내가 한 주장은 확신이 실린 것이 아니다. 아마도 소설 내적 원리에 충실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그 주장들은 틀렸거나, 아니면 옳다 하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에는 시종일관 유령이 출현한다. 그 유령은 동화적이거나 환상적인 귀신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그 자체다. 여기에 백민석이 말하는 공포가 있다. 그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그 공포로부터의 탈주이며 그 공포의 탈신비화 작업이다. 이 책에 대하여 평론가 손정수는 “백민석의 최근 소설들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의 한 극단을 보여준다. 곧 "직사광선 아래 놓아둔 빠닥빠닥한 알루미늄 포일처럼 쿨하면서도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그것이다. 일상화된 주체로서의 '나'에게 '무어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는 전조'처럼 다가오는 이 타자들의 세계, 그것은 텍스트화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도정 끝에서 백민석이 발견해낸 환각과도 같은 출구를 표상한다.”라고 평한다.

『목화밭 엽기전』는 납치, 린치, 강간, 살상, 포르노그라피... 시종 주위를 떠도는 언어들이 단말마의 비명 소리에 섞여 몸과 마음을 옭아매고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는 곳까지 철저하게 몰아세우는 충격적 소설이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씨는 “『목화밭 엽기전』은 윤리가 부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윤리적 가능성 자체를 조롱한다. 이를테면 인간이 야수의 상태를 넘어선 윤리적 존재라는 믿음은 작중인물들이 신랄하게 비웃고 있는 미신이다.”라는 평을 했다. 

 

목 차

수림
비와 사무라이
검은 눈
죽은 아이는 멀리 간다
나른 보이의 모험
공포가 그 해안가 마을에 거대한 닻을 내리웠다
개나리 산울타리
링고
비그늘 아래로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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